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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JK - 미르 제이케이 라고 읽습니다. :)

배나무의 꿈(P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irrJK
작품등록일 :
2015.05.08 21:55
최근연재일 :
2015.05.08 22:0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399
추천수 :
11
글자수 :
44,568

작성
15.05.08 21:57
조회
324
추천
1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두 사람을 태운 검정색 차 한 대가 강원도의 산자락을 넘어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청년이 멍하니 핸들을 잡고 있었고 대각선 방향의 뒷좌석에서는 소녀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둘은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 삼촌과 조카였다.


조카인 이수는 새벽의 조명을 받으며 졸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실날같은 의식 속에서, 이수는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게 구르는 엔진소리를 자장가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대로 완전히 잠이 들 것 같던 순간이었다. 조금 전부터 이를 보이며 작게 웃고 있던 삼촌이 쥐고 있던 핸들을 확 꺾었다.


“아야!”


이수는 몸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창문에 이마를 받고 말았다. 짜릿한 통증에 억지로 잠에서 깬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헝클어진 머리에 잔뜩 얼굴을 찌푸린 우스은 꼴이었다. 이수의 씩씩거리는 소리를 들은 삼촌은 피식하고 웃었다.


“웃지 마.”


그녀는 백미러 속에서 웃고 있는 삼촌을 째려보았다.


"랄라라~. 라라-."


삼촌은 그녀의 말을 흘리고는 콧노래를 흥얼 거렸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개구장이같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둘 사이에 다시 침묵의 공기가 흘렀다. 삼촌은 계속 차를 몰았고 이수는 입을 반쯤 내민 채 이마의 아픈 부위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간 계속 되는 침묵 속에서, 아픔도 사라졌겠다. 그녀는 기어코 다시 졸기 시작했다.


“이수는 잠꾸러기네?”


삼촌이 문득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수는 잠결에 취해 “아니야.”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삼촌이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방에는 또 하나의 급 커브길이 홀로 주행하는 소나타를 받아들이려던 참이었다. 삼촌이 작게 웃었다.


-쿵.


“아얏!”


이수는 두 번씩이나 같은 곳을 박는 바람에 혹이 나 버린 이마를 더듬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삼촌! 일부러 그랬지?”


삼촌은 이수를 곁눈질하며 웃고 말았다.


“난 열심히 운전을 하는데 조카가 자고 있어서야 되겠어?”


“원래 지금은 자고 있을 시간이라고.”


그녀가 마지못해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나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고교생이 한 두 시간 못 잤다고 비실대는 건 어떤데?”


“미인은 잠이 많으니까 괜찮아!”


끝내 삼촌은 껄껄거리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고 이수는 부풀린 볼을 만지작거렸다. 삼촌이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으이구. 녀석아. 네 나이땐 철도 씹어 먹는단다.”


“흥.”


이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작게 외쳤다.


“나는 충치가 많단 말야......”








완전히 산길을 벗어난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차는 쭉 뻗은 고속도로를 앞에 두고 있었다. 겨우 꼬불꼬불한 고개를 빠져나온 뒤에는 벌써 얼굴을 치켜 뜬 해가 마중을 하던 참이었다.


삼촌은 굳어진 목 근육을 좌우로 구부리면서 꼭두새벽부터 쌓인 피로를 풀었다. 사실, 그 또한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혼자 자려는 이수를 내버려두기엔 약이 올랐다. 두 번의 박치기 끝에 완전히 잠에서 깬 이수와 수다를 떨던 중, 엔진소리가 자장가 같다는 그녀의 말에는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삼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졸음을 쫓기 위해 라디오로 손을 옮겼다. 딱히 가요를 즐기지 않아 흔한 테이프 하나 없었던 탓에 그는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그러나 모든 주파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지지직거리는 잡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성가신 수학 문제를 풀게 된 아이처럼 삼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살짝 라디오 쪽으로 고개를 숙여 버튼을 만지작거리던 중 갑자기 이수가 말을 걸었다.


“삼촌.”


“으응?”


그는 라디오를 툭툭 치며 건성으로 대답했고, 이후의 대화 또한 건성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저기-. 앞에 봐봐.”


“왜 그러는데?”


도저히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삼촌은 고개를 들었다. 물론,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 이상한거 안보여?”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삼촌이 이번엔 창을 열었다. 라디오 말고도, 잠을 쫓을 거리 중 하나였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로 쏟아지는 바람에 이수의 다음 말은 희미하게 들리지 않았다.


“검은... 안개 같은...”


삼촌은 그녀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래. 아침부터 귀신 타령이니?”


그 순간, 그는 이수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보게 되었다. 뒤에서부터 굉음이 터지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이어졌다. 뒷 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졌고 이수의 몸이 튕겨나가듯 창문 사이로 던져졌다. 삼촌은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빠르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게 되면서 타이어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는 의식을 놓고 말았다.


잠시 후, 차 주위로 사람 머리크기만한 돌들이 굴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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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장 : 안(2) 15.05.08 2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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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장 : 바깥(3) 15.05.08 26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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