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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JK - 미르 제이케이 라고 읽습니다. :)

배나무의 꿈(P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irrJK
작품등록일 :
2015.05.08 21:55
최근연재일 :
2015.05.08 22:0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402
추천수 :
11
글자수 :
44,568

작성
15.05.08 21:59
조회
260
추천
1
글자
8쪽

1장 : 바깥(3)

DUMMY

김현도. 그의 직업은 경찰이다. 그 중에서도 수사를 할 수 있는 형사 직을 맡고 있는 그는, 지금 그 권리를 이용하여 어느 사고 현장에 와 있었다. 그저 흔치 않은 낙석사고일 뿐이라며 일찍 조사가 종료된 이 곳은 상현과 이수가 사고를 당한 곳이다. 도로 옆 산자락에는 몇몇 사람들이 또 다른 낙석의 위험을 우려하여 이리저리 손을 대고 있었다.


길게 뻗기 시작하려는 고속도로 부근, 멀리 뒤를 보면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길이 산을 휘돌아 감싸고 있다. 현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코 앞에 있는 산자락을 본다. 2M정도 높이의 시멘트는 산을 둘러싼 채 고속도로와 수평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요 며칠 동안 정신없는 일만 생겨서 담배에 손도 못 댄 탓에, 오랜만에 집히는 얇은 막대의 감촉은 반가웠다. 담배의 매운 연기와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가 섞여서 폐 속으로 파고든다. 그는 숨을 내 뱉으며, 고개를 끝까지 올려야만 겨우 어림잡을 수 있을 법한 높이의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 *



“생각나는 대로,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보도록 하자.”


현도는 이수에게서 사고의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녀의 상태를 봐서는 포기해야 했다. 그녀에게 차에 대한 공포증은 남지 않았을까 싶었던 현도의 걱정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퇴원소속을 마친 뒤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향할 때부터, 안전벨트를 맨 채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는 이수는 길 잃은 아기 새처럼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수야. 차에 타는 게 무섭니?”


“······. 아니, 괜찮아.”


이수는 어설프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아버지에겐 안쓰럽게 보일 뿐이다. 후우, 현도는 몇 초간 망설임이 섞인 숨을 모두 내 뱉고는 곧바로 차를 세웠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수는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앗? 뭐하는 거야.”


“잠시 있어봐.”


그 다음, 현도는 잽싸게 이수의 팔을 잡았다. 딸의 가느다란 손목을 쥐고 나서 반대 쪽 어깨를 부축한 뒤, 상체를 끌어당겼다. 그 때문에 억지로 잡아당겨진 이수는 균형을 잡아야 했다. 영문도 모를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밖으로 나온 그녀는 그대로 현도에게 업히고 말았다.


“꺅. 뭐야, 내려줘!”


“읏차. 우리 딸, 많이 컸구나.”


현도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다행히도 그녀의 떨림은 어느 새 멈춰 있었다.


“창피하게시리······. 내려달라니까-!”


대신 이수는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을 떠받히고 있는 남자의 등을 사정없이 때릴 뿐이다.


“윽, 윽. 괜찮아. 30분 정도 걸으면 집에 도착할 테니.”


“······. 흥. 몰라!”


이수는 이렇게 된 이상 얼굴 팔리는 것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현도의 목 뒷부분 옷깃을 살며시 움켜잡은 후 고개를 등에 묻었다. 곧 있어 발걸음에 의해 생긴 반동 때문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감쌌다.


“아빠.”


10여분이 지났을까. 등을 들썩이고 있는 이수가 입을 열었다.


“응?”


그리고 현도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지금 이대로 말하자면, 사실 나······. 병원에 있는 동안 계속 악몽을 꿨어.”


“그래?”


빠르고 짧았지만 건성으로 말한 대답은 아니다.


“어. 귀신한테 쫓기다, 쫓기다 주저앉고 나면 결국엔 항상 차 안에 타고 있게 돼.


“음······. 계속 말해 볼래?”


그는 가끔씩 수사를 할 때처럼 말투가 바뀌곤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발설하지 않기 위해 말수를 줄인 대신, 상대방의 말수는 늘리도록 하는 것이 바로 형사의 일상인 것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심문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런 성격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 타입이지만 그래도 이수는 이런 아버지를 잘 받아들여 왔다. 현도는 이수의 하나뿐인 가족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준비물을 잃어버렸던 일, 아내가 죽고 난 뒤 이수가 만들어 준 요리를 먹고 재료가 궁금해졌던 일, 잠시 동안이나마 그녀가 이성 친구를 사귀었던 일, 등등. 두 부녀는 함께 사소한 얘깃거리를 말해 왔고, 아버지에게서 그런 버릇이 나타날 때마다 이수는 그가 진지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삼촌이 운전을 하는데 저 앞에서 새까만 게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나, 눈 비비면서 다시 확인하고 그랬거든. 그런데도 그 건 계속 있었어. 삼촌은 안 보인다고 자꾸 그러고······.”


“그렇구나. 자세한 건 내일 현장에 가 봐야겠다.”


현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한 여름에, 아무리 귀여운 아이라지만 딸을 업고 30분가량 걷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뚜벅 뚜벅. 길을 걷느라 생겨버린 규칙적인 기복 속에서 작은 흔들림이 따로 생겨났다. 파문의 근원은 이수의 코, 갑자기 그녀가 킁킁거리며 어떤 냄새를 포착해낸 것이다. 그것은 이수에겐 너무도 익숙한 향기.


“아! 집이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반가움이 묻어나왔다.


“음? 어떻게 알았니?”


현도는 대문 안으로 들어설 참이었다.


“맨 날 맡아 온 냄새인걸.”


그녀는 웃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코끝을 마중해주는 향기가 매우 반가웠다.

대문 안, 바로 옆에 심어져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나무. 그것은 배나무였다.


그대로 부녀는 그들의 휴식처로 들어섰다.






* * *



“후우-.”


그는 깊게 빨아들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물고 있던 담배를 버렸다. 여전히 산자락을 바라보며, 현도는 딸이 말해준 사실과 동생이 말한 내용이 서로 괴리가 있음을 느꼈다.


[갑자기 돌들이 떨어졌어. 그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수가 나가 떨어져 있더라구.]


상현은 끝내 영적인 존재를 부정했다. 이는 현도 자신도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아빠. 그건 귀신이라니까! 난 바위 같은 게 떨어지는 걸 본적 없어.]


하지만 딸은 반대로 귀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뒷 유리창의 터짐, 그리고 사고 후 그녀가 실명한 점들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직접 현장에 있질 못해서 사진으로밖에 못 봤지만, 차의 뒷 유리창은 가루가 되어 바깥쪽으로 흩어져 있었다. 차 내에는 한 움큼도 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충격을 준 돌덩이는 어떻게 이수를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역시 낙석 말고도 다른 원인, 혹여나 귀신 같은 존재도 함께 한것은 아닐까?



현도의 추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계속 이어지는 데, 이를 끊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주머니 속에서, 알람 시계만큼이나 시끄러운 소리로 휴대폰이 오두방정을 떨었다.


"여보세요?"


동료에게 부탁한, 혹시나 한 마음에 떨어진 바윗돌들의 조사를 부탁한 내용이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어-. 나야. 부탁한 감식 내용 나왔어.]


"빨리 나왔네. 고마워, 주 형사. 어떻게 됐어?"


[음······. 그게 말야. 사람의 지문같은 것이 나오긴 나왔거든······.]


현도는 '지문'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짜릿한 전율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원은 불분명해. 돌을 밀어낼 때 손을 마구 비벼댔는지, 지문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야.]


현도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서?"


[아무튼 고의성이 있었다는 건 추측할 수 있지. 감식 결과 내용은 여기까지야.]


상대방의 말이 끝난 직후, 현도는 이만 끊을게 하는 말과 동시에 휴대폰을 닫았다. 앞뒤가 안 맞던 두 사람의 진술 중, 현도의 마음은 상현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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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 만남(1) 15.05.08 220 1 11쪽
10 2장 : 안(5) 15.05.08 205 1 11쪽
9 2장 : 안(4) 15.05.08 133 1 9쪽
8 2장 : 안(3) 15.05.08 162 1 8쪽
7 2장 : 안(2) 15.05.08 256 1 9쪽
6 2장 : 안(1) 15.05.08 277 1 11쪽
5 1장 : 바깥(4) 15.05.08 206 1 10쪽
» 1장 : 바깥(3) 15.05.08 261 1 8쪽
3 1장 : 바깥(2) 15.05.08 248 1 9쪽
2 1장 : 바깥(1) 15.05.08 109 1 9쪽
1 프롤로그 15.05.08 32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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