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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JK - 미르 제이케이 라고 읽습니다. :)

배나무의 꿈(P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irrJK
작품등록일 :
2015.05.08 21:55
최근연재일 :
2015.05.08 22:0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398
추천수 :
11
글자수 :
44,568

작성
15.05.08 22:01
조회
161
추천
1
글자
8쪽

2장 : 안(3)

DUMMY

나는 문 앞에서 멈춰선 뒤 안내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보스가 맡은 결재를 끝내길 기다리는 비서처럼 공손히 옆에 서있었다. 여전히 의심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엔 내 할일만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끼이익-. 끼기긱-. 녹슨 경첩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어두워서 사물을 식별하기 힘들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었다.


정말 역겨웠다. 곧 이어 등 뒤에서 소음이 나면서 문이 닫혔고 나는 그에 대해 신경 쓸 틈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심한 비린내와 온 몸을 찌르는 불쾌감. 이럴 수가, 이번 일은 손떼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이건 내 관할이 아니다. 하물며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이 마을에서 귀신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 주장 하던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내가 이렇게 나설 필요는 없었다. 아니, 나서야 한다면 이대로 나가서 경찰을 부르는 게 상책이었다.


나는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몇 걸음 되돌아가서 출입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는데,


덜컥-.


2센티미터쯤 열리던 문은 그대로 멈췄다. 틈 새로 비치는 것을 보니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 것 같았다. 이성이 잠깐 마비됐다. 낡은 폐가이니 만큼 출입문 하나를 잠궜 다고 해서 사람을 가둘 순 없었다. 아무 방에나 들어가서 창문을 뚫고 나와도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문을 잠가 뒀다는 것은, 나보고 이를 해결해 놓으라는 뜻이겠지.


썩어 빠진 놈. 이래 놓고 잠이 잘 오더냐? 그제 서야 나는 아무개가 어째서 연락이 끊겼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울컥 치밀어오는 분노를 삼키면서 도로 안으로 들어왔다. 이젠 어둠에 눈이 익어 주변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방은 온통, 예전엔 피바다였음을 증명하는 흔적이 널려있었다.


그래 일단 이 곳에 체류하고 있는 사념들부터 해소하고, 이를 단서로 널 찾아낼 테다. 그리고 어떻게든 죗값을 치르게 해줄 것이다.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공간 안의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읽어 들이기 시작했다.


******


“믿기 어렵겠지만 끝까지 들어줘.”


영준이가 힘없이 나를 봤다.


“무슨, 얘긴데?”


영준의 쉰 목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지금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지금껏 철저히 숨겨온 비밀이었다.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도 내 의사소통 요청에 응해준 녀석을 생각하여 크게 한숨을 쉰 뒤 용기를 내었다.


“나, 네 마음 다 알 수 있어.”


영준은 ‘고작 이 얘기 하려고 그런 거였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 고작 이 얘기 하려고 그런 거냐. 하고 생각했지?”


“······.”


“나 진짜로 생각을 읽을 줄 알아. 그냥 가만히 있어도 주위 생각이 흘러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조금 집중하면 가능해.”


녀석은 한숨을 쉬었다.


-장난치지 마.

“그래, 믿어줄게.”


“그리고 좀 무리하면 사물의 기록까지도 읽을 수 있어.”


-거짓말.

“그렇구나.”


“저번에 기억나? 길 잃은 개 주인 찾아준 거.”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응,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나 카드 마술 할 때마다 다 맞췄던 것도 말이야.”


-그 눈속임 트릭이 뭐가 어때서?

“그랬었지.”


난 이제 영준이의 음성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 생각에 맞춰서 대답했다.


“아니, 눈속임이 아냐. 내가 손놀림 둔한 건 너도 잘 알잖아.”


-그래서 대체 말하고 싶은 게 뭐야?

“······.”


난 녀석의 눈을 쳐다봤다.


“내가 네 부모님을 해친 살인범을 잡아줄게.”


-정말이냐?

“정말이냐?”


녀석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다 안다. 그리고 나는 녀석에게 진짜로 지푸라기만 뿌려줄 사기꾼이 아니다. 영준이는 내 눈을 바라봤다.


“그래 진심이야.”


******



사물에는 눈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귀와 코, 등등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신경 자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와 닿으면서 생긴 흔적, 마찰로 인해 생기는 사물의 사소한 변화정도가 사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다.

그래서 단언컨대, 아무리 내 능력이라 하더라도 물건 하나가지고는 자세한 기록을 읽어낼 수 없다.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물만이 아니라 사물이 유래했던 장소, 그 공간 자체가 충족해야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사람이 과거에 어떠한 장소에서 무슨 일을 했다면, 내가 그 기록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가 발을 딛고 있던 곳, 접촉한 것들 그 모두가 필요하다.


공간 자체를 모두 읽어낸다는 것, 그 말은 즉 멀티테스킹으로 단편적인 기억들을 조각 조각 모아서 귀납적으로 연결해 기록을 이미지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엄청난 집중과 함께 후에 찾아올 피로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을 사념이라 부른다.

지난 3년간, 아니 그 이전에도 몇 번 경험한 걸로 기억한다. 손 떼가 묻은 오래된 물건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연에 따라 그리고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물건을 다뤘느냐에 따라 물건에 잔류하는 사념의 종류는 달라진다.


나는 사람들이 귀신이라 칭하는 것들을 어느 물건 혹은 장소에 잔류하는 사념과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의식이 결합한 환각으로 보고 있다. 그래, 이쯤 되면 알겠지만 실은 귀신 퇴치라는 의뢰를 받아서 내가 행하는 것은 그러한 사람들의 환각을 없애주는 것이다. 사념을 읽은 뒤, 이해한다. 사념이 생기게 된 원인, 과정, 결과 모두를 이해하여 받아들인다. 나는 이 능력을, 그저 마음을 읽는 데 그치는 능력과는 별개인 [이해하는] 능력으로 보고 있다.


마음을 읽는다. 즉, 생각을 읽는다. 좀 더 무리하여 사물의 기록을 읽는다. 이 것들을 나의 [읽는] 능력이라고 하면, 사물의 사념을 이해한다. 그리고 수용하여 원한이 있으면 해소한다. 이를 [이해하는]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읽는] 능력은 전문용어로 나열된 어려운 문장을 단지 소리 내어 읽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해하는] 능력은 그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여 문장 자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은, 머리속에 그 개념이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사념을 이해하여 해소하는 행위는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하고 만다. 한이 있는 사념의 경우, 너무도 지독해서 내 기억인 양 행세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일기를 쓰는 버릇을 들였다. 어떠한 기억이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더라도, 일기 내용은 무조건 믿어야한다.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다짐했다.


언제 어느새 받아들인 사념이 내 머릿속을 차지할지도 모르고, 내가 어느 날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리스크가 큰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쉽지만 나는 절대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내게는, 꼭 지켜야할 3년 전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주변의 단편적인 기억과 사념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내 머리는 풍선처럼 터질 것 같이 아팠다.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키이잉- 거리는 과열 직전의 엔진 소리가 계속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사념들의 감정이 그대로 내게 느껴져 왔다. 하나, 둘, 셋······. 셀 수 없이 많았다. 나는 그저,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간신히 버티는 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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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 안(5) 15.05.08 205 1 11쪽
9 2장 : 안(4) 15.05.08 133 1 9쪽
» 2장 : 안(3) 15.05.08 162 1 8쪽
7 2장 : 안(2) 15.05.08 256 1 9쪽
6 2장 : 안(1) 15.05.08 277 1 11쪽
5 1장 : 바깥(4) 15.05.08 206 1 10쪽
4 1장 : 바깥(3) 15.05.08 260 1 8쪽
3 1장 : 바깥(2) 15.05.08 24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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