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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님의 서재입니다.

너무 현실적인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감괴
작품등록일 :
2023.02.17 10:53
최근연재일 :
2023.04.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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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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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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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참사랑교회(3)

DUMMY

방 안에는 잠시 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목사가 말하는 변종이라는 놈은 우리가 만났던 그 괴물 같은 놈이 분명할 것이다.

옆을 흘끗 쳐다보자 임성아와 황조롱이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표정이 약간 굳어 있었다.

두 사람을 대신해 첫 마디는 내가 떼기로 마음먹었다.


"변종이라는 녀석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목사는 표정이 굳은 우리 세 사람이 자신의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어린 아이를 달래는 듯이 말했다.


"흐음.. 전부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군요. 그 변종의 모습만 말하자면, 한 마디로 거미... 같은 놈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거미라니?"


목사의 말에 황조롱이가 곧바로 되물었다.


"팔다리가 기괴하게 긴 녀석이었는데, 그 긴 팔다리로 사족 보행을 하는 터라 저희들끼리는 그렇게 불렀습니다. 뭐랄까요, 당연하게도 인간은 아니지만 그건 좀비라고 부르기에도 퍽 이상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바닥을 보이는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머릿속에 그려봤다.

설명대로라면 상당히 괴이한 모습일 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실테지만 일반적인 좀비들은 힘이 세긴 해도 상당히 느리지 않습니까? 물론 그 중에 더러 빠른 녀석들이 있긴 해도 따돌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 거미라는 녀석은 인간보다 월등히 빠른데다가 어떤 지형지물도 마음대로 타고 다니더군요."


거기까지 말한 후 목사는 어떤 과거를 회상하듯 잠시 시선을 허공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도저히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그 지역에서 도망쳤습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다른 사람들을... 남겨두고 말이지요."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목사가 그때 느꼈을 무력감과 공포심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역시 그 괴물 같은 녀석을 만났을 때 곧바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보다 목사의 말에 따르면 본인을 포함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원래 이곳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 원래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도 교회를 운영하고 있었지요. 저와 몇몇은 그렇게 거미를 피해 여기로 도망쳐 온 후 이 교회를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몇이라면 그럼 여기 사람들은.."

"그 후에 다른 지역에서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입니다. 저희와 마찬가지로 변종을 만나 도망친 사람들이죠. 도저히 그냥 내칠 수 없어서 한 명 두 명 받아주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아져버렸군요."


과연, 인원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이유였나.

그보다 여기까지 듣고 보니 이 교회에 들어오기로 한 것은 의외로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목사가 하는 말에는 꽤 중요한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이들이 변종이라고 부르는 괴물들이 여러 지역에 잔뜩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때 아지트를 버리고 도망치지 않았던 우리의 판단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놈들이 존재한다면 도망쳐도 의미 없었겠지.


임성아와 황조롱이도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동시에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우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자 목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어떤 오해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목사가 우리를 안심 시키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는 이 지역에도 변종이 있긴 했습니다.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완전히 모습을 감췄더군요. 아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 이건 정말로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신의 은총이라.

그렇다면 지금 목사가 생각하고 있는 신이라는 녀석은 상당히 반사회적이고 음침한 녀석이 분명할 것이다.


목사의 마지막 말에 임성아가 뭔가 말하려고 움찔거려서 곧장 테이블 밑에서 손으로 제지했다.

정보를 준다면 받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쪽의 정보까지 전부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


딸깍-


그렇게 대화가 잠시 멈췄을 때 불현듯 방문이 열렸다.

어떤 대머리 남자와 그 뒤를 따라 몇 명의 여자들이 커다란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 대머리 남자는 그 커다란 덩치와 몸에 새겨진 상처 때문에 상당히 험악해 보이는 첫인상을 줬다.

다만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점이 그런 험상궂은 인상을 어느 정도 무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안 좋은 버릇이지만 이건 사람의 본능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말씀하신 것 준비됐습니다. 최목사님."


대머리 남자가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자 목사가 어떤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곧 방에 들어온 여자들이 커다란 쟁반에 올려져 있던 것을 우리 앞에 우아한 동작으로 내려 놓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 멀뚱하게 쳐다보자 목사는 양 팔을 과장스럽게 벌리는 예의 그 동작을 취하며 웃었다.


"하하, 귀중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아무것도 대접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마음 같아서는 성대한 환영식이라도 올리고 싶지만 사정이 그렇게까지 여유롭지는 않군요."


시선을 내리자 테이블에는 접시에 담긴 케이크와 처음 보는 종류의 차가 놓여져 있었다.


"직접 만든 케이크와 허브티입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케이크와 차라. 이런 상황에서 꽤나 고급스러운 디저트다.

옆을 보니 임성아가 왠지 모르게 감동한 표정으로 접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식탐이 거의 없는 황조롱이마저 케이크 쪽을 흘끔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아침을 먹은 지 꽤 지났으니 나 역시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식량을 구해 아지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자자 사양하지 말고 드시죠! 특히 이 허브차는 직접 기른 허브로 만든 거라 상당히 자신이 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지요."

"식량이 부족하실텐데 이렇게 주셔도 되나요..?"


목사는 임성아의 질문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주님의 인도에 따라 와주신 분들에게 아무것도 대접하지 못한다면 저희는 천벌을 받겠지요."


목사가 이 지역의 변종을 처리한 것을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 신은 천벌을 내릴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잠시 망설이고 있자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목사 양 옆의 여자들이 거들기 시작했다.


"저희를 위해서라도 부디 편하게 드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맞아요! 편하게 드셔 주세요!"


처음에도 어리다고 생각했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히 우리보다 어린 것 같았다.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되니 더 이상 거부하기가 어려워졌다.

세계가 멀쩡할 때에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힘들었었다.

호의를 거절한다는 행동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을 줄이야.


뭐, 거창한 식사를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으니 괜찮겠지.

결국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 안에 있던 네 여자 모두 표정이 밝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머리 남자와 쟁반을 들고 있던 여자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미 포크를 들고 케이크를 분해하고 있는 옆의 두 사람을 따라 이 갑작스러운 티타임을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케이크는 너무 달아서 몇 입 먹고 말았지만 허브티의 경우는 꽤 마음에 들었다.

향도 좋은데다가 꿀을 넣은 것인지 고급스럽고 은은한 단 맛이 느껴졌다.

게다가 목사가 말한대로 확실히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적당히 뜨거운 허브티를 반쯤 마셨을 때에는 마음이 착 가라앉았고, 더불어 몸의 긴장마저 완전히 풀어져있었다.


두 사람이 아직 케이크를 먹고 있었기에 남은 차를 마시며 찻잔 너머로 테이블을 흘끔 쳐다봤다.

우연인지 목사 옆에 있던 두 여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두 여자 모두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보내왔다.


생각해보면 두 여자는 내가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저런 식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임성아와 황조롱이 두 사람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일종의 요염한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몸 동작에서도 그런 요염함이 언뜻 엿보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옆의 두 사람이 동시에 옆구리를 찔러와서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이 눈썹을 모으며 포크도 멈춘 채 나를 질책하듯이 노려본다.

그래, 이것도 잊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지.

차분히 시선을 내리 깔았다.


이상한 시선을 보내오는 두 여자도 물론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는 역시 저 최목사라는 남자 쪽이 신경 쓰인다.


목사치고는 지나치게 수완이 좋다.

온화하긴한데 그렇다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는 않는 중심이 잡힌 말투와 자신감에 찬 눈빛과 몸짓.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상대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면서도 능숙하게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하는 그런 힘이 있었다.


처음 우리를 안내했던 여성과 홀을 지나오며 관찰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은 개개인의 속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런 험악한 분위기나 분쟁 따위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남녀 상관없이 모두가 항상 밝게 웃고 있었으며 태도 역시 한없이 친절하고 사근사근했다.


물론 여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내린 판단이니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 같은 것은 어차피 직감의 영역이다.


두 가지 정도의 가능성이 곧바로 떠오른다.

하나는 정말 우연의 일치로 전국에서 마음씨 좋고 천사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떤 거부할 수 없는 강한 권력에 의해 사람을 모두가 통제를 받는 상황인 경우겠지.


잠시 사람들이 최목사를 대했던 태도를 상기해본다.

그들의 입장에서 최목사는 이 교회에 자신들을 받아준 생명의 은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목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정중했다.


고개를 슬며시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사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띈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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