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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96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5.22 01:49
조회
116
추천
1
글자
10쪽

1. 용사와 마왕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1. 용사와 마왕

by 마로나스







"···따가워···."


"흉터는 남지 않는다니까 따갑더라도 좀 참으세요."


"···그래도."


"뼈에 금이 간 것도 아니라서 깁스를 할 필요도 없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피가 나온 것 치고는 상당히 경상이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나요."


"그런 것과는 별개잖아? 아픈 건 아픈 거고, 따가운 건 따가운 거고!"


선배의 투덜거림을 들어주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예 선배의 투덜거림이나 들어줄 생각으로 이곳에 남아있는 게 아닌 터라, 은근히 그런 선배의 투덜거림을 들어주는 게 귀찮았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그다지 길지 않았고 상처 또한 예상 외로 크지 않았다. 조금 멍이 든 곳은 많았지만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테니까 말이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선배는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더 활발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런 선배의 말을 꾸준히 들어주고 있는 내 입장은 무척이나 곤란했다.


나는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동생의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지만.


선배는 오늘 처음만난 타인에 불과했다. 지인의 틈에도 끼지 못한 이를 상대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정도로 나는 친화력이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선배의 말을 단호하게 잘라냈다.


"선배."


"어. 응···."


"저는 상냥한 성격도, 친근한 성격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아무런 이익도 없이 도와주는 선인도 아니고요."


갑작스럽게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이상했는지 선배의 표정에 의아함이 서렸다. 허나, 그러던 말던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요약하자면, 제가 선배를 이렇게 도와드린 건 제게 이익이 되는 것이 선배에게 확실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굳이 다친 선배를 도와주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테죠."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자, 선배도 대충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 지 이해한 듯싶었다. 굳어지는 표정, 다물어지는 입, 선배의 모습을 보고있자 선배는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날 도와준 건, 어떠한 선의로 인해서가 아니라 나를 도움으로써 네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를 도와준 거다. 이 말이지?"


"잘 알아들으셨네요."


"뭐, 그렇지."


다예 선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대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직시하는 시선, 그 시선에서는 적의나, 불편함, 경멸 같은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다. 보통 이렇게까지 말하면 다들 불쾌하다는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는데, 선배는 오히려 뚜렷한 신뢰를 담아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로 이 선배가 내 말을 똑바로 이해를 했다면, 신뢰 같은 건 담기지 않을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선배에게 말했다.


"정말 제대로 이해한 것 맞아요?"


"아아, 물론. 네가 나를 도와준 것이 선의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이해했어, 그리고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대충 이해했고. 그러니까, 즉 이런 거지? 도움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받겠다."


"제대로 이해한 건 맞네요. 하지만 조금 이상한데요. 보통이라면 대놓고 '대가'를 내놓아라, 라는 말을 한다면 기분 나쁜 게 정상인데 말이죠."


"기분이 나쁘긴 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게는 그런 게 당연한 일상이여서, 굳이 화가 난다던가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뿐이야."


당연한 일상···이라.


나는 생각 이상으로 다예 선배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까요."


"본론이라···. 내게서 받아낼 대가에 대한 이야기야?"


"아뇨. 아쉽게도 고작해야 다친 사람을 병원에 대려다주는 정도로 대가를 요구하는 건 파렴치한 짓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서 말이죠."


다예 선배는 거즈가 붙어있는 상처를 슬그머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뭐야. 이야기가 이상하잖아. 도움을 준 건 네게 이익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대가를 받지 않겠다고?"


"대가라고 할 정도의 일인가요? 이게?"


"아니지, 하지만 네 입으로 그랬잖아. 날 도와준 건 선의가 아니라 네 이익이 되는 일이라서라고."


"네. 맞아요. 하지만 제가 선배에게 받고 싶은 대가는 '이런 사소한 것'의 대가가 아니라서요. 여기까지 선배를 도와드린 건···뭐. 일종의 투자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네요."


"흐응. 그래? 굳이 예를 들어 표현하자면···."


선배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새롭게 오픈 한 카페에서 할인 쿠폰을 주면서 광고하는 것과 같은 건가?"


"표현이 참 적절하네요. 네. 맞아요. 저는 지금 선배가 말한 것처럼, 막 오픈 한 카페에서 할인쿠폰을 주면서 광고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좋아. 하지만 그 전에···."


다예 선배는 싱긋 웃으면서 병원의 안쪽 구석에 있는 작은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화가 길어질 것 같은데 뭐라도 마시면서 하지 않겠어? 목마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침도 안먹은 상태라 조금 배가 고프거든."


"그러네요. 확실히, 그 편이 좋겠네요. 동생을 생각하면 말이죠."


"···동생? 여기서 왜 동생의 이야기가 나와? 너 동생 있었어?"


"네. 뭐. 근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도 그렇지만, 동생을 생각해서 '자리를 옮긴다.'라는 건 조금 이해가 안되는데?"


"조금 뒤면 이해가 될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선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치료했다고는 하지만 부축은 필요하죠?"


그런 내 행동에 선배는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순수한 선의로 나를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그 사소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새심한 배려는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배려가 아닌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말을 잇기도 전에 선배가 내 말을 빼앗았다.


"그래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너 자신을 위해서라는 거지? 대충 알겠네. 네 성격."


내가 원래 이렇게 읽히기 쉬운 성격이었던가?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선배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고작해야 50미터도 안 되는 거리지만, 걷기 힘든 부상자에게 있어서 그 거리는 충분히 먼 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 상처를 치료한 터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아플 텐데 선배는 아까와는 달리 아프다는 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절뚝거리면서도 말없이 카페를 향해 걷는 선배를 부축하며 카페에 도착하자 선배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말이지."


"바라신다면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데요."


"그게 싫으니까 이러는 거잖아."


다예 선배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스스로를 그다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너는 충분히 '착한 사람'에 속해."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요."


"아니, 네 말투나 행동을 보면 그렇게 밖에 안보이니까 말하는 거야."


착하다니, 그것만큼 내게 안 어울리는 말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선배의 말을 경청했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 굳이 상대방의 말을 끊어내는 건 안 좋은 습관이었기에.


하지만 선배는 그것마저도 지적하며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봐. 너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반박하고 싶으면서도 타인을 생각해서 굳이 자신의 말을 미루지. 배려심이 깊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그건 분명히 '착한 사람'에 속하는 무언가라고 나는 생각해."


"선배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배려심'인 거네요."


"그렇지."


"그게 설령 자신을 위한 배려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위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야."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만큼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단호하게 말하는 선배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고하게 정해진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나는 선배에게 '착한 사람'의 영역에 들어가는 듯 했다. 정해진 기준을 부수지 않는 한 나는 선배에게 있어서 '착한 사람'으로 남을 테지.


하지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더욱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넌 뭐 마실래?"


"가장 싼 걸로."


"돈은 내가 낼 테니까 제대로 골라."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선배의 말에 나는 선배를 바라보았다.


"얻어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네 성격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했어. 그러니 여기서는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게. 아마 이런 말이 아니면 넌 끝까지 그 상태일 테니까."


다예 선배는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나를 도와준 보답이야. 대가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순수한 선의로 도와준 게 아니라면, 이 정도는 받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그건···."


"그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만일 이것마저도 거부한다면 나는 네 말을 믿기 힘들 거야."


내가 한 말. 믿기 힘들다고 한 말이라면. 아마도···.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선배를 도왔다'라는 거겠지.


"그러면 고구마 라떼로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달달한 걸 좋아하는 구나?"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선배는 몇 가지 메뉴를 더 주문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몇 분 만에 나온 메뉴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선배는 내 쪽으로 고구마 라떼를 밀어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 네가 나를 도와준 이유부터 시작해서···."


다예 선배의 검은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기대감을 품는다.


"네가 나를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까지. 전부 이야기를 해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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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 용사와 마왕 18.05.24 90 0 13쪽
7 1. 용사와 마왕 18.05.24 1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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