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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75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6.02 19:52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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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동생이 늘었다.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3. 동생이 늘었다.

by 마로나스







"···아침부터 다사다난한 하루였어···."


"세연이랑 같이 살기 시작한 뒤부터 매일매일이 고난이지?"


키득키득거리며 웃는 유린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도 내 고난에 한몫하고 있거든?"


"어머, 무슨 소리일까."


'어머' 라니. 안 어울린다 야.


"도대체 매일 같이 옷 갈아입으려고하면 방으로 슬금슬금 들어와 훔쳐보려고 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야?"


"호기심?"


웃으면서 말하는 그 모습에 나는 살짝 오한이 드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변태···."


"숙녀보고 변태라니!"


"아무리 봐도 변태가 확실하다."


유린은 그대로 주먹을 들어올려보이고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천사의 습격부터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동안 세연의 집으로 이사하고, 한명 늘어난 동생 덕분에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수련을 하지 못했다.


수련이라기보다는 연습이라는 편이 옳으려나.


세연을 포함한 우리들은 전원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 자들이다. 이 특별한 능력이란 남들보다 기억력이 좋다거나, 타로카드 같은 것으로 점을 보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라고 부르는 영역으로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남들에게는 도저히 존재하지 않는 능력을 말한다. 혹은 일반적인 재능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거나.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 능력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어해서 사용하기 위해 매번 훈련을 해왔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지내는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는 것이지만.


이 세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환상'과 관련된 능력을 얻은 이상,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얻은 능력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나 양이는 이 능력을 굳이 훈련이나 연습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 전생은 마왕. 마법의 지배자였고 내 동생인 양이의 전생은 용사였으니까 말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한 나와 양이는 새삼스럽게 제어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연습의 의미는 능력의 제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능력을 사용할 때, 그건 이미 환상에 속한 자들과 싸울 때를 의미한다. 혹은 그와 관련되거나.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평화에 익숙해져 본래의 감각을 잊어버릴 수도 있기에 몸을 움직여주는 것으로 전투 감각을 잊지 않도록 해왔다.


뭐, 설명이 길어졌다만.


나는 유린을 향해 물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준 아티팩트의 효과는 어때?"


유린의 눈동자가 아닌, 유린이 코끝에 걸치고 있는 붉은색의 뿔테안경을 바라보며 묻자 유린은 작게 웃어보였다.


"나쁘지 않아. 그렇지만 아직은 조금 어색하려나."


"평소에는 네가 직접 그 힘을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지. 힘을 사용했다가, 다시 그것을 봉인하니까 감각이 조금 어긋난 거야. 보통 한달은 간다고 하니까. 아직은 조금 더 있어야 할 거야."


"으음, 그러면 연습은 하지 않는 걸로?"


"아니, 하자."


나는 오늘의 시간표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한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안하고 있으면 정말로 몸이 굳어버린다. 특히 유린 같은 경우는 나나 양이와는 다르니까 말이지.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둬야 혹시나 하는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터였다.


"오늘은 수업이 평소보다 일찍 끝나는 편이니까. 양이도 포함해서 연습하면 될 것 같네."


"하기사. 오랫동안 쉬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걔는 어떡하게?"


세연을 말하는 건가.


"오늘은 늦는다고 말해야겠지."


"하지만 그 녀석도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훈련에 같이 동참시키는게 나을텐데?"


확실히 정론이었다. 세연 역시 우리들과 다를바 없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세연에게 한해서 우리가 하는 전투 훈련은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세연은 나중에 하늘 그룹을 이끌어나갈 인재이며 공주님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능력은 전투에 치중된 능력이라고 보기엔 애매했고 말이다.


"우리가 하는 훈련은 세연에게는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것도 그런가?"


"무엇보다도 세연은 하늘 그룹이라는 배경이 있으니까, 우리랑은 상황이 조금 다르지."


"틀린 말은 아니네. 하지만 괜찮겠어? 뒤탈을 생각하면 같이 데려가는 편이 나을 텐데?"


그 말에 나는 살짝 식은 땀을 흘렸다.


어음···.


양이도 자기를 빼놓고 어딘가 놀러가면 매우 화를 내는데, 세연이라고 그러지 않을 리는 없다. 하지만 참가시키기엔 세연이는 나와 양이, 그리고 유린까지 합쳐서 3인 1팀인 '별빛 팀'이 아니었다.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팀이 아닌 세연을 포함시키기엔 역시 조금 그렇네."


"결정은 네가 하는 거니까. 뒷감당도 네가 다 하는 거고."


유린은 그대로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를 보았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뒷감당이라···. 생각만 해도 두렵다. 마왕을 두렵게 만드는 동생이라니···.


어음. 꽤 괜찮은데···?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그대로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들었다. 아직 수업 종이 치기에는 조금 시간이 남은 상태.


유린의 짓궂은 미소를 슬쩍 외면하며 나는 창문의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날씨는 맑고, 구름은 둥실둥실 떠다니며 가끔씩 그늘을 만든다. 솜사탕처럼 생긴 구름은 밤에는 별도 가릴테지.


"뭘 그렇게 재미있게 보는 거야?"


유린은 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자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내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양손으로 내 볼을 붙잡고 억지로 시선을 자신에게 맞춘다.


덕분에 표정이 망가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유린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살짝 차가운 감촉에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바깥에 떠다니는 저 구름이 가리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


"···구름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유린의 시선이 창가로 돌아간다. 창문의 너머 보이는 구름은 딱 한점.


솜사탕 같이 생겨놓고선, 짙은 그림자를 대지에 그리는 부드러운 구름.


유린이 구름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나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구름은 하늘에 떠있으면서, 정작 대지에서 하늘을 볼 때에는 하늘을 가리지."


"뭐, 그렇지."


"나는 그래서 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네. 어디 아파?"


"아하하. 아니 아픈 건 아니지만."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생각이라는 건, 어느 한 방향으로만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지."


유린은 그런 내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거 좀 고쳐."


"뭘?"


"쉽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어렵게 말을 표현하는 거. 지금 네 말을 쉽게 번역해보면, '잡생각이 많아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잖아?"


"그렇게도 말하지."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요약해버린 유린의 말에 작게 감탄이 나왔다.


"방금 네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나 글쓰는 쪽으로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전직 마왕이 환생해서 소설가가 되었습니다···라. 그거 어디의 개그코미디?"


"난 나름 진심이었는데?"


유린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장래희망은 소설가인거야?"


"아니, 물론 농담이지."


나는 손을 내저어보이고서는 말했다.


"아직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게 없으니까 말이야. 미래에 대한 건 일찍일찍 정하면 좋겠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는 고 1이니까. 시간은 많지 않아?"


"그것도 그렇지. 아, 미래 이야기를 하니까 말하는 건데. 나는 이미 미래에 하고 싶은 걸 정한지 오래야. 맞춰볼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로를 벌써 정했다고?"


"응. 꽤 오래전에 정했지? 그리고 지금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고."


이건 또 처음듣는 말이다. 나는 약간의 호기심이 드는 것을 느끼며 유린을 바라보았다.


흐음. 미래에 유린이 무엇을 직업으로 삼고 있을까.


일단 유린의 성적은 꽤 좋은 편이니 대학교는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을 테고···.


여러모로 고민을 해보았지만, 딱히 유린의 미래로 이렇다 잡히는 게 없었다.


"뭐야, 전혀 모르겠어?"


전혀 감을 못잡는 내 모습에 유린이 실망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유린을 향해 나는 한 손을 내밀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다시 고민했다.


"···음. 요리사?"


아침마다 매번 요리하러 와주는 것도 그렇고, 동시에 요리의 실력 또한 뛰어난 것을 생각해보면 제법 가능성 있는 직업이다.


그런 나의 말에 유린이 조금 더 생각해보라는 듯 말했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관련이 있지."


"흐음. 관련이 있다라···."


요리랑 관련이 있는 게 또 뭐가 있지···.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힌트라도 주라."


"음, 힌트라."


역시 요리랑 관련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유린의 장래희망을 추리하기 어렵다. 유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꾸는 꿈이야."


"음···."


"그리고 요즘 시대에는 찾기 힘든 꿈이지."


"···으음."


오히려 힌트를 들으면 들을 수록 답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수업종이 울릴 때까지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항복을 선언하며 물었다.


"모르겠다. 항복."


"하아···."


그런 내 행동에 유린은 아까와는 다른,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이렇게까지 힌트를 줬는데 눈치를 못 채는게 말이 돼?"


"아니, 힌트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알 수 없어지기만 하던데···."


"요즘 다른 남자애들도 너만큼은 둔하지 않을 텐데. 네가 무슨 라노베 주인공이야?!"


"···무슨 말이야?"


"하아···. 됐어."


유린은 그대로 의자를 돌리고서는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미묘하게 화도 난 것만 같아서 나는 그런 유린을 다시 부르기도 뭐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남자애들도 너만큼은 둔하지 않을 텐데'라는 말에 무언가가 반짝하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첫번째 힌트. 요리와 관련되어있다.


두번째 힌트. 여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꿈꾸는 것이다.


세번째 힌트. 현대화 사회가 이루어진 지금에서는 찾기 힘든 꿈이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둔한 건 전생의 영향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유린의 감정을 똑바로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외면한 탓이다.


유린의 장래희망. 꿈.


그건 아마도.


신부···려나.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성인이 된 유린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지만, 그것만으로도 왠지 부끄러워져서 나는 상상하던 것을 멈추었다.


···유린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유린의 감정을 계속해서 외면해왔기에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도 제법···.


유린을 좋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그렇게 생각해버린 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닐 터였다.


2학기가 시작하고, 가을이 된 지금 이 시기.


유린과 알게 된 지도 반년이 지났고, 유린이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지도 그와 똑같이 반년이 지나간다.


반년동안 꾸준히 나를 향해 주었던 감정이, 결국 나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 걸까.


지금의 일상을,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한편에, 유린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추가되었음을 이제야 자각한 나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갑자기 스승님이 보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다.


그러고보면, 아까 그 구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창문 바깥. 푸른 하늘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별빛들을 막연하게 떠올리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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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 세계의 규칙 18.06.08 93 0 14쪽
34 3. 동생이 늘었다.(完) 18.06.06 78 0 13쪽
33 3. 동생이 늘었다. 18.06.06 97 0 12쪽
32 3. 동생이 늘었다. 18.06.06 84 0 11쪽
31 3. 동생이 늘었다. 18.06.06 76 0 13쪽
30 3. 동생이 늘었다. 18.06.04 88 0 11쪽
29 3. 동생이 늘었다. 18.06.04 69 0 11쪽
28 3. 동생이 늘었다. 18.06.02 70 0 14쪽
» 3. 동생이 늘었다. 18.06.02 75 0 12쪽
26 3. 동생이 늘었다. 18.06.01 82 0 11쪽
25 3. 동생이 늘었다. 18.06.01 78 0 10쪽
24 3. 동생이 늘었다. 18.05.31 78 0 11쪽
23 3. 동생이 늘었다 프롤로그 18.05.31 90 0 10쪽
22 2. 오빠와 동생(完) 18.05.30 86 0 9쪽
21 2. 오빠와 동생 18.05.30 68 0 15쪽
20 2. 오빠와 동생 18.05.29 81 0 11쪽
19 2. 오빠와 동생 18.05.29 94 0 15쪽
18 2. 오빠와 동생 18.05.29 84 0 14쪽
17 2. 오빠와 동생 18.05.28 98 0 16쪽
16 2. 오빠와 동생 18.05.28 79 0 12쪽
15 2. 오빠와 동생 18.05.27 101 0 15쪽
14 2. 오빠와 동생 18.05.27 95 1 14쪽
13 2. 오빠와 동생 18.05.27 97 0 15쪽
12 2. 오빠와 동생 18.05.25 101 0 12쪽
11 1. 용사와 마왕(完) 18.05.25 89 0 12쪽
10 1. 용사와 마왕 18.05.25 120 0 14쪽
9 1. 용사와 마왕 18.05.24 86 0 12쪽
8 1. 용사와 마왕 18.05.24 90 0 13쪽
7 1. 용사와 마왕 18.05.24 120 0 14쪽
6 1. 용사와 마왕 +1 18.05.22 1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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