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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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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77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5.24 12:24
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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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 용사와 마왕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1. 용사와 마왕

by 마로나스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 가는데,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오늘 조퇴증 끊었으니까."


학교로 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담긴 나의 말에 유린은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다.


"완전 모범생처럼 생겨놓고 땡땡이라니. 다른 애들이 알면 놀라서 쓰러지는 거 아니야?"


"학교에서 도대체 내 이미지는 어떻기에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까."


내 물음에 유린은 정말로 모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림을 멈추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모범생, 대기업의 자제, 리얼충, 하렘남, 하늘 부속 고교 사귀고 싶은 남학생 1위 등등 꽤 많은데."


"···뭐랄까. 직접 들으니까 하는 말인데, 전부 틀린 말이잖아."


"아니 하나는 맞지."


"뭐가?"


"하렘남."


유린의 말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유린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으힉."


"누가 하렘남이냐. 누가."


"하지만 나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이번엔 선배한테 손을 뻗었잖아?"


"내 이익이 되니까 도와준 거야. 실제로 손해 보지는 않았고."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서 다예 선배? 그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은 별개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고작해야 도와줬다는 걸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이 세상에 솔로만세를 외치는 이들은 없겠지?"


"내가 여자 친구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구나?"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여자 친구는 맞잖아?"


"응. '여자인 친구'."


나이스 어시스트, 양이야.


내가 동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새워보이자 동생 역시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올려보였다.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유린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남매의 방어력이 너무 높아서 공격이 통하질 않으니 놀리는 건 그만 둘래."


그리고서는 얼마 남지 않은 허니 토스트를 한 번에 집어 입 안에 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누군가와는 다르게 나는 진짜 모범생이라서 학교로 돌아가봐야겠어."


"그대로 돌아갈 생각이야?"


"물론. 고로 문 열어줘."


"학교로 바로 갈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아까 말했지?"


내 말에 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는 할 테니까 걱정 말고."


"그럼."


유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다는 듯 사라진 그 모습에 딱히 놀라지 않은 채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너도 조퇴증 끊고 온 거야?"


"응. 공부···귀찮기도 했고."


"본심은?"


"탈주학생은 야캐요···. 그러니 쩔해주세요."


나와는 달리 동생의 취미가 게임이라는 점은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 뭐, 동생의 성적은 체육계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준수한 편이니 가끔은 탈주학생이 되어보는 것도···.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가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 힘들만큼 자주 탈주학생이 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점심도 안 먹었고, 이대로 학교로 돌려보내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일 것 같았기에 나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게임은 집에서 하고, 일단 제대로 된 식사나 하러 가자."


"어디로?"


"음, 그러네."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즐기는 타입인 동생의 모습을 보며 주변의 음식점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먹으러가자고 말하기도 전에 동생이 말했다.


"라면 먹으러 가자."


"라면?"


"응. 일본식라면. 난 오보레루 라면이 좋아."


"···오보레루라···."


여기서는 조금 제법 거리가 있지만, 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들여야겠지. 나는 얼마 전에야 간신히 찾은 숨은 맛집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라멘 먹으로 갈까?"


"응!"


환하게 웃는 동생의 얼굴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계산할게요."


"오냐."


사장님은 익숙하다는 듯 내게 기다란 나무판을 내밀었다. 목걸이로 사용할 수 있을 법한, 그 정도 크기의 나무판을 사장님에게서 넘겨받은 나는 마력을 순환시키며 마법진을 나무판에 조심히 그려 넣었다. 이내 마치 도장으로 새긴 것만 같은 정교한 마법진이 나무판에 새겨지자 사장님은 그것을 받아들어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흐음, 역시 비교도 할 수 없는 섬세함이로구만. 마력 그 자체를 이용해 마법진을 새겨 넣는 기술은 내가 봐도 놀랄만한 일이야."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알아, 네 녀석의 거래방식에 대한 철저함은. 하지만 이건 순수한 칭찬이니 가볍게 받아줘. 실제로 이 조합에서 '마법'이라는 분야 하나만큼은 너를 따라갈 수 있는 이가 없잖아?"


"조합에서는 그렇겠죠. 하지만 세상은 넓고, 저보다 마법에 뛰어난 이는 얼마든지 있을 테죠."


"겸손하고는. 하지만 그렇군, 얼마 전이지만 너랑 비슷한 방식으로 마법을 운용하는 인간을 본 것 같아서 말이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와 비슷한 방식이라니···. 마력을요?"


"그래. 마치 자신의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력 그 자체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던 인간이었는데···스치듯 본 거라서 말이지."


이어지는 사장님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의 착각이겠죠. 이런 방식으로 마력을 운용해 사용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제 스승님이나, 저 뿐입니다. 조합에서도 제게 제자가 없는 건 그 때문이고요."


"그것도 그런가? 뭐, 아무튼 확실히 받았다. 이 정도라면 한 달은 거뜬하겠군."


"언제나 한 달이었지만 말이죠."


"뭐 어쩔 수 없지. 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재료의 문제니까."


평범한 나무로는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가 명확했다. 수백 년 먹은 나무나, 신목, 혹은 요목이나 번개 맞은 나무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나무로는 새긴 마법진의 효과가 한 달 정도 밖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수백 년 먹은 나무나, 신목을 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말이다.


아니, 쉬운 일이 아니라기보다는···.


구할 수 있지만, 의뢰비용이 장난 아니라는 점이랄까.


즉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거다. 일반적인 나무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수천만 원이나 깨지는 아티팩트를 만들 필요는 없다. 애초에 수 천만원을 가지고서 고작해야 '인식저해' 술식이 걸린 마법을 그려 넣은 아티팩트를 만들 기에는 돈이 너무 아깝다.


"흠, 아무튼 확실히 받았다. 다음에는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와달라고."


"특별히 의뢰가 없는 이상은 확실히 제 시간에 맞춰서 올 테니까 걱정마세요."


내 말에 사장님은 작게 웃어보이고서는 내 옆에 선 동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양이야. 오늘도 학교는 탈주냐?"'


"꼭 그렇게 말하면 제가 자주 학교를 탈주하는 학생처럼 들리잖아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동생의 모습에 사장님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맞잖냐."


"···그렇지만···."


부정하지 못하는 동생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로 가는 건데? 집으로 돌아가는 건가?"


"아뇨, 제대로 된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이에요."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말에 사장님은 살짝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동생이 아까 먹은 허니 토스트의 양은 한 끼를 때우고도 한참이나 남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네명이서 우걱우걱 먹어야 간신히 해치울 수 있는 양을 동생은 혼자서 해치웠다. 그러고도 부족하다는 듯, 식사를 하러 간다니 놀랄 수밖에.


"흠흠, 뭐. 조심히 가라."


"네.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고생하세요."


나와 동생의 인사에 손을 흔드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병원에서 나왔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되겠지만···. 조금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빠를 터였다.


싸기도 하고.


"조금 걸을까?"


"지하철로 가는 거지?"


"그럴 생각인데. 왜?"


"아니, 나도 지하철로 가자고 말하려고 했거든."


택시를 탈거면 말릴 생각이었다는 동생의 모습에 작게 웃고 천천히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을 배경으로 걷기 시작하자, 동생이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왔다.


"···손 시려워."


"그러네. 겨울까지는 제법 남았는데도 조금 쌀쌀하네."


동생이 먼저 잡아온 손을 놓지 않고 길을 걷는다. 언제나 그렇듯, 지극히 평화로운 일상을, 지극히 평범하게 즐기고 있는 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동생의 체온. 차갑지만 따스해져가고, 이윽고 가을이라는 계절에 의해 쓸쓸함을 낳고 있던 마음마저 따스하게 만들어간다.


예전에는 결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한다.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없다고 단정 지었던 과거의 일을 마치 부정이라도 하듯 나와 동생은 미래를 계속해서 바꾸어나간다.


"오빠."


"응?"


"오빠는 후회하지 않아?"


그 말에 나는 무엇을, 하고 되묻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되묻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


"후회하지 않아."


단언했다. 진심이었다.


이 일상을, 이 평화로움과 평범함을 선택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 행복을, 이 사소한 행복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워했고, 바랬으며, 간신히 얻었다.


"너와 가족이 된 걸, 네 오빠로 있을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쳤다면 나는 정말 멍청한 거겠지."


물론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그런 가정을 새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우울한 생각하는 게 아닐까 말하는 건데."


"응···."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네 오빠로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니까."


"···히히, 그래?"


동생은 솔직한 진심이 담긴 내 말에 작게 웃어보이고선 내 손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상냥하게.


"나 역시 후회하지 않아. 오빠와 이렇게···. 가족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을."


"그래?"


그렇다면 정말로 안심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도 이미 우리는 몇 번이나 주고 받았기에 더욱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하고, 똑같은 대답을 해왔으면서.


우리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해."


"무엇을?"


"내가 오빠보다 먼저 태어났을 경우를."


"솔직하게 말해서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않아? 쌍둥이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 오빠라고 부르는 게 편하니까."


사실 편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과거가 있었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았다.


"뭐 나도 사실 오빠라고 불리는 게 더 좋아. 자랑스럽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구운 생선에 레몬즙을 뿌리는 건 싫을지도."


"아니 그건 생선의 잡내를 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서···."


"그리고 양파도 싫은데 구워서 억지로 먹이려고 하고."


"편식은 나쁜 거니까."


"또 단 거 너무 먹는다고 뭐라 하고."


"으음, 이쯤 되면 네가 날 좋아하는 지 의심이 되는데···."


"그래도 오빠니까 나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줄게."


"그렇다면 다행이지."


슬그머니 역에 가까워지면서 사람이 많아지자 동생은 천천히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는 듯 내게 팔짱을 껴왔다.


"추워서 그런 거야."


그리고 변명하듯, 그렇게 말하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다른 한손으로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춥다면 얼마든지 안겨도 돼. 이 오빠의 품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니까."


"···혹시 그런 말, 다른 여자들한테 하거나 해?"


"아니?"


"그, 고릴라한테도?"


"안 해."


"그렇구나···."


뭔가 안심한 듯하다. 역시 내 동생이다. 귀엽다.


작가의말


 오늘 업로드는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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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 동생이 늘었다. 18.06.06 97 0 12쪽
32 3. 동생이 늘었다. 18.06.06 8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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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 동생이 늘었다 프롤로그 18.05.31 90 0 10쪽
22 2. 오빠와 동생(完) 18.05.30 8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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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 오빠와 동생 18.05.29 8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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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 오빠와 동생 18.05.28 79 0 12쪽
15 2. 오빠와 동생 18.05.27 101 0 15쪽
14 2. 오빠와 동생 18.05.27 95 1 14쪽
13 2. 오빠와 동생 18.05.27 97 0 15쪽
12 2. 오빠와 동생 18.05.25 101 0 12쪽
11 1. 용사와 마왕(完) 18.05.25 89 0 12쪽
10 1. 용사와 마왕 18.05.25 120 0 14쪽
» 1. 용사와 마왕 18.05.24 87 0 12쪽
8 1. 용사와 마왕 18.05.24 90 0 13쪽
7 1. 용사와 마왕 18.05.24 120 0 14쪽
6 1. 용사와 마왕 +1 18.05.22 1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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