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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70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7.16 22:04
조회
60
추천
4
글자
12쪽

35.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2)

DUMMY

“설마.”


계약 조건 마음에 안 든다고 도망갔나?


아님 상사한테 허락이라도 맡으러 갔다거나.


‘아니 그렇게 무리한 조건이었음 진작 말을 하던가.’


난 어쩌라고.


이대로 계속 멈춰 있으라고?


세상이 전부 멈췄을 리는 없단 생각에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점을 찾았다.


특이점은 못찾고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찾던 것과 마주쳤다.


관리자의 말풍선이 떠있던 자리가 이상하게 변했다.


또 눈에 이상이 생겼나 할 정도로 기묘한 변화였다.


‘어···?’


작고 네모난 조각 수만개가 동시에 나타나 뒤엉키고 흩어진다.


비틀렸다 풀어지고 일렁이다 뭉치고 뻗어 나가며 쉴새없이 변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계약]

[방해]

[관리]

[위반]

[제재]


조각이 말풍선 형태를 만들더니 그 안에 글자가 나타났다.


노이즈가 잔뜩 껴 글자가 갈라지고 붙길 반복했지만 알아볼 순 있었다.


“이게 뭐야···.”


불길한 뉘앙스가 불안을 부추긴다.


암호 같은 단어의 나열에 멍해진 사이.


조각이 동그란 모양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마치 커서처럼 깜빡거리는 작대기 하나가 생겼다.


_


잠시 깜빡이던 커서가 글자를 찍어냈다.


[실패하면 너 때문이다 골칫거리_]


혼내는 듯한 문장이다.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설마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저게 관리자의 생각일 리도··· 없을 것 같은데.


‘나보다 급이 높은, 초월적인 존잰데. 생각이 보일까?’


게다가 골칫거리라니.


실패해? 뭘?


글자가 지워지고 다음 문장을 찍어냈다.


[이래서는 참작할 여지가 없다. 반성하는 꼴을 본 적이 없어_]


누군지 몰라도 한두번 사고친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럼 대상이 내가 아닌 건 확실한데.


말하다 사라지더니 이런 건 왜 보여주는 거냐.


[포기했으면 편히 잠들 권리도 포기한 것이다. 너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홀로 해결할 생각을_]


‘···뭔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다.’


채널 돌리다 마주친 처음 보는 드라마 같다.


인물간 관계도 대화의 맥락도 전혀 모르겠거든.


[남은 건 소멸_이런_혼선_곤란_이만]


커서의 깜빡임이 뚝 멈췄다.


그러더니 조각이 다시 분주하게 형태를 바꿨다.


이어붙인 듯 한 면을 이룬 조각은 이내 공간 속에 녹아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급한 호출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말도 없이 사라져 미안하다. 실례했다.]


관리자가 나타났다.


“···괜찮아. 계약하기 싫어서 도망갔나 막 궁금해지려던 참이라.”


방금 일어난 현상들에 대해 물어보려다 생각을 바꿨다.


[도망을 왜 가나? 안 그래도 상부에 질의하려 잠시 자리를 비울 생각이었다.]


“진짜? 난 또 덥석 계약부터 하려고 안 되는 것도 무리하게 질렀나 했지.”


[고작 그 정도에 무리란 표현을 쓰는 게 무리다.]


“그래?”


어쩐지, 물어봤다간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러낸 상대가 무슨 잘못을 크게 한 것 같은데.


괜히 물어봤다가 귀찮게 휘말릴라.


‘계약이나 빨리 끝내자.’


[네 조건을 전부 검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보호부 때문에 상부 승인도 필요하니 오늘 밤 찾아가겠다.]


“굳이? 지금 갔다와. 뭐하러 귀찮게-”


[계속 멈춰두면 시간 축이 점점 벌어져 깨어났을 때 십 년 뒤일지도]


“나중에 보자.”


또 꿈에서 보려나.


생각과 동시에 숨을 훅 내쉬었다.


배에서 천둥 소리가 울렸다.


“···깼네.”


분명 여덟시쯤 눈 떴는데.


벌써 열시가 넘었다.


“···일단 밥부터 먹자.”


***


요즘 SNS에 몰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멀리 하던 SNS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


소통 때문이다.


벌룬*도 없고 팬까페도 터졌고···.


답은 개인 계정 뿐이었다.


사실 아이돌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물건이다.


잘만 쓰면 홍보도 되고 팬들과 소통도 쉬워지는데,


한 번 실수하면 박제돼서 나락가기 쉬운.


원래 쓰던 단체 공계도 폐쇄됐다.


스케줄 후에 팬분들 만난 감상이나 무대 후기를 남기는 용도로 사용했어서 계속 남아있었음 했지만,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팬분들과의 마땅한 소통 창구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개인 계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전에도 개인 계정으로 일상 공유는 했었는데···.


입원 중에 내 피드를 보다가 깨달은 게 있었다.


‘굳이 내 계정을 찾아볼 이유가··· 없어보이는데?’


옷을 잘 입는다거나, 여러 곳을 많이 다닌다거나, 음식 사진이나 반려동물 위주라거나.


이 사람만의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내 계정은 중구난방이었다.


나다운 점도 없고.


내가 본 걸 봐, 내가 먹은 걸 봐, 내가 입은 걸 봐, 이런 느낌.


그냥 기록 같았다.


그래서 요근래 유명 계정들 피드를 훑으며 연구 중이다.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분들께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인사하는 자린데 예쁘면 좋겠더라고.


찍먹 해볼까 하고 찾아봤다가 별론데 되면 내 탓이잖아.


오늘은 셀프홍보의 정석인 아이돌 선배님 계정을 보고 있다.


“이 분은 SNS에 홍보를 거의 안 하시네.”


계정에는 강아지 사진, 일상 생활 사진, 풍경이나 그림 사진뿐이다.


활동 중에는 스케줄 사진이 많지만, 노골적인 앨범 홍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기실에서 편한 모습, 풀세팅으로 스케줄 마친 뒤 모습 등을 섞어 올리며 <아이돌tv 촬영. 너무 웃어서 배 땡겨.> 같이 짧게 덧붙인다.


어떤 날은 아예 민낯에 착장 사진을 올리고 <출근>이라고만 올렸다.


사진은 대개 공들여 찍은 느낌보단 자연스럽고 무심하게 툭 찍은 느낌이다.


일상을 당당하게 들여다봐라 하고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이거다 하고 티 안 나게 전시하는 거네.’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은 스케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진만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이래서 팔로워가 안 느나···?”


차려 입어 화보 같은 사진과 일상 사진 중 잘 꾸민 사진이 당연히 좋아요 수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일상 사진이 훨씬 잘 나온다.


팬들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새로 배워가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정신 차리고 보니 창 밖으로 해가 지는 중이다.


“···???”


이러다 SNS 중독 되는 거 아냐?



걱정도 잠시.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하다.


오한이 들어 뼛속까지 서늘한 느낌이다.


의식 못했는데 콧물까지 훌쩍이고 있었다.


정수기로 뜨거운 물을 내려 마시는데도 점점 더 추워졌다.


팔뚝에 소름이 돋고,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냉기에 온몸이 긴장했다.


심상치 않은 증상에 감기약을 찾다가 멈칫했다.


목덜미에 찬 바람이 훅 스쳤다···.


반사적으로 창문을 확인했다.


꽉 잘 닫혀있다.


‘······입김···같았는데.’


소금.


팥!!!!


천일염 한 움큼을 쥐고 머리 위를 향해 던졌다.


소금이 후두둑 우박처럼 떨어졌다.


‘XX.'


목덜미에 느껴지는 한기만 더 강해졌다.


···따라왔네.


······따라왔어!!!!!


어떻게, 뭘, 아니 왜 나야, 근데 어떡해야, 팥 던져봐?


머릿속에 두서 없이 떠오른 생각들이 꼬이며 생각이 일시정지했다.


마주한 유리창에 뽀얗게 서리가 끼었다.


’······나가야, 일단, 가야···.‘


머리는 탈출을 외치는데 몸이 꿈쩍을 안한다.


추위에 손끝이 곱아들었다.


입김이 흐리게 보인다.


“어···?”


띵!


익숙한 알림음이 들렸다.


‘XX?’


허공에 알림음이 울리더니 숫자 1이 나타났다.


집안에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인데.


숫자에 노이즈가 잔뜩 끼더니, 창이 들썩였다.


1-


1에서 2로.


2에서 4로.


숫자가 천천히 변했다.


10-


10에서 20으로.


커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10-

100-

1000-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숫자가 계속 커졌다.


띵!


∞.


···목 뒤로 소름이 돋으며 오싹 소름이 끼쳤다.


수 만개의 입이 나를 둘러싸고 제 할 말을 외치는 게 상상됐다.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하다···.


‘보면 안돼!!!’


얼어붙은 고개를 숙일 수 없어서 눈동자만 겨우 굴렸다.


시야에서 숫자가 빗어나도록 눈을 끝까지 돌렸다.


완전히 외면에 성공해 안심하는데.


얼어붙은 창 위로 뽀드득- 소리를 내며 작대기 하나가 그어졌다.


또 한 획.


또 하나 더.


뽀득.


뽀드득.


언 창 위에 삐뚤빼뚤 쓴 글자가 나타났다.


‘내가 보여?’


···대답하면 안된다.


‘끝까지 버티자. 밤 되면 계약하러 찾아올 테니까···.’


자꾸만 치미는 긴장 때문에 반사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는데.


창 위로 서리가 내리며 글씨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뽀드득.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안 놀라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기절했으면.


이순간 유일한 바람은 이뤄질 기미도 없다.


눈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훅 불었다.


깜빡.


황급히 눈을 감았다 떴을 땐.


이미 숫자를 마주친 뒤였다.


숫자창이 흔들리더니 말풍선 하나가 나타났다.


글자를 인식하기 전에 눈을 꽉 감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처음 본 사이에!!! 내가 뭘 했다고!!! 왜 따라온 건데?!?!?!’


몸이 굳어 숨도 잘 안 쉬어졌다.


뻣뻣한 채 속으로 계속 같은 말만 되뇌었다.


‘이건 꿈이다···.’


폰 보다가 잠깐 잠든 거다.


가위 눌린 거니까 깨기만 하면 끝난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손바닥에 밴 땀이 차갑게 식는 것도 무시했다.


뽀드득.


유리를 문지르는 소리도 애써 무시했다.


뽀드드드드득.


어림없다는 듯, 소리가 더 커졌다.


뽀드득. 뽀득. 뽁. 뽀드드득. 뽀드득.


소리가 쉼없이 이어졌다.



···십분쯤 지났을까.


어쩌면 일분일지도 모른다.


계속 이어지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지?


그냥 볼까?


들러 붙어도 떼달라고 하면 그만이잖아?


괜히 화만 돋워서 관리자 오기도 전에 해코지하면?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유리를 짓누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뽀드득 소리가 이젠 뿌드득으로 들린다.


대치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 확신이 들었다.


‘XX······.’


아주 조금 눈을 떴다.


코앞에 바싹 붙은 밝은 것이 보였다.


‘봤다···?’


<눈떴다!!! 봤다! 눈 마주쳤어! 나 보이지???>


···아냐.


이거 아닌듯.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말풍선이 바꼈다.


<왜? 어떻게? 왜 안 보이는 척 했어? 나 무시해??? 대답해봐!!!>


‘실수했다.’


<넌 뭐야? 보이는데 왜 피해? 왜? 왜? 왜? 놀자. 말하자. 떠들자. 심심해. 말하고 싶어. 넌 할 수 있지?>


···초딩인가?


온 몸의 털이 쭈삣 서는 와중에도 별 게 다 궁금하다.


이 죽일 놈의 호기심······,


초딩이라면, 잘 달래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순간 든 생각이 공포를 눌렀다.


귀신이건 뭐건 달래서 보내면 괜찮아질 것 아닌가.


“네가 하는 말이 보이긴 한데-”


말풍선이 사라지며 바로 새 말풍선이 떴다.


<말이 어떻게 보이지? 무당이야? 아닌데. 방송국에서 노래했잖아.>


거기서 따라온 게 맞는 것 같다.


‘퇴치 된다며!!!’


천일염은 양기가 풍부해서 귀신 쫓는데 효과적이라던 지식창고 답변이 떠올랐다.


허브솔트 뿌린 것도 아닌데 왜 안 가냐고···.


<뭐든 상관없어. 있잖아. 네가 뭐든 괜찮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내 상태 따윈 안중에도 없다.


말풍선은 제 할 말만 늘어놨다.


부탁? 아니 무슨 귀신이 부탁을 해.


“뭔데. 들어주면 갈 거야? 간다고 약속- 아니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그냥 무당 찾아가···.”


<안 돼!!!!! 싫어!!!!!! 그럼 평생 너만 따라다닐 거야!!!!!!!!!!>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여름이니까 시원한 걸로 준비했습니다.

다음화는 화요일에 들고 오겠습니다.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가 났습니다.

비 때문에 하루하루 전전긍긍하고 있는 요즘인데요..

부디 더이상의 피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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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2) +1 23.07.16 61 4 12쪽
34 34.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1) +1 23.07.10 74 5 9쪽
33 33. 벌써 열두시 (2) +2 23.07.07 79 6 12쪽
32 32. 벌써 열두시 (1) +2 23.07.05 89 6 12쪽
31 31. 목숨을 건 협상 (2) +4 23.06.28 100 10 10쪽
30 30. 목숨을 건 협상 (1) +4 23.06.18 110 10 9쪽
29 29. 잠시만 안녕 (4) +2 23.06.18 107 9 11쪽
28 28. 잠시만 안녕 (3) +2 23.06.18 105 9 10쪽
27 27. 잠시만 안녕 (2) +1 23.06.17 117 8 10쪽
26 26. 잠시만 안녕 (1) +2 23.06.17 126 7 10쪽
25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3 23.06.17 128 11 10쪽
24 24. 나만 모르는 해체 (1) +3 23.06.16 131 11 11쪽
23 23. 여론의 행방 (2) +3 23.06.15 139 11 10쪽
22 22. 여론의 행방 (1) +2 23.06.15 141 9 11쪽
21 21.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2) +3 23.06.14 143 10 10쪽
20 20.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1) +3 23.06.14 144 10 11쪽
19 19. 준비는 끝났다 (4) +2 23.06.13 148 9 10쪽
18 18. 준비는 끝났다 (3) +3 23.06.12 146 10 11쪽
17 17. 준비는 끝났다 (2) +3 23.06.11 154 11 10쪽
16 16. 준비는 끝났다 (1) +2 23.06.10 163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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