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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43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6.17 21:03
조회
116
추천
8
글자
10쪽

27. 잠시만 안녕 (2)

DUMMY

“사자 왔어?”


올블랙에 폭 파묻힌, 퀭한 얼굴의 래온이 구십도로 인사했다.


“기사 보자마자 찾아뵀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블랑블룸 컴백 때문에 바쁜 거 다 아는데 뭘.”

“그래도요.”


사자가 몽롱한 얼굴로 연습실 내부를 훑어봤다.


맹한 표정이지만 속으론 어떻게 해야 최적일지 계산 중일 거다.


이 어리숙한 원칙주의자가 조문혁 면상에 주먹 꽂아넣은 사람과 동일인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형님 돌아가셨단 기사 보고 장례식장이 어디인지 아무리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던데, TNT는 왜 그런 것도 몰라요?”

“어······.”


아는데 너한테는 말 안해준 거일걸···?


장례식장이란 단어를 들으니 죽었었다는 게 확 실감난다.


머리로도 알고 있고 몸도 아팠지만, 정작 자다 깬 기분만 느꼈어서 그런가.


생소한 사실을 전해 들은 기분이다.


“내가 한 시간만에 깨어났잖아. 아마 파악을 못··· 했겠지.”

“그런가봐요. 그래도 일 못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마감 기한 지키는 사람이 없어요···.”


울적한 얼굴로 어느새 가사지까지 찾아보고 있다.


가슴팍에 꽂아둔 펜으로 빈 자리 여기저기 뭔갈 적더니, 나와 다시 눈을 맞췄다.


“살아나셨다는 얘길 듣고 정말 많이 기뻤어요. 살아있는 형을 다시 봐서 좋아요.”


해맑게 웃는 얼굴이 데뷔초와 다른 게 없다.


‘같이 찍으면 좋을텐데. 본인이 싫다니 어쩔 수 없나···.’


“너 할 거 다 했잖아. 전화, 문자, 꼬박꼬박 해놓고 뭘 미안해.”

“그래도···.”


‘병문안 못 와서 많이 신경쓰였나본데.’


“신경써줘서 고맙다.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괜찮냐?”

“작업 못할 정도는 아닌데요. 조금 자고 왔어요.”


작게 하품하며 모자라긴 해요- 하고 덧붙인 녀석이,


“이거, 엄마가 형님 꼭 갖다 주래요.”


묵직한 보따리를 보여줬다.


“이쪽 두 개는 과일, 여기 세 칸은 도시락- 몸보신에 좋은 것만 넣었다는데, ···그럼 맛있을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 꼭 다 드셨음 좋겠대요. 보온병은 미역국인데 출혈 있었던 환자한테 좋으니까 다 먹어야 한대요.”


진지한 얼굴로 도시락 브리핑을 하는 게, 사자다웠다.


나는 바로 사자네 어머님께 전화드렸다.


“래온이 어머님, 하태입니다.”

- 어머~ 하태야! 너 정말 괜찮니? 다들 네 소식보고 너무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 얘! 머리는 괜찮고? 병원에선 뭐래? 이상 없다지???

“네. 다행히 많이 건강해졌어요. 보내주신 도시락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짧은 안부와 감사를 주고 받은 뒤 전화를 끊었다.


“어머님 여전하시네. 사자 너도 변한 게 없냐.”


나 죽었다고 울었다며?


어머님이 해주신 말씀 그대로 읊었을 뿐인데, 사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 당연히 슬프죠! 형은 내 동룐데요···. 엄마가 형님한테 그런 것도 말해요···?”

“우리 애가 마음이 여려서 걱정이시라던데.”

“···형님, 저 이만 가보겠습-”

“어딜 가. 연습 많이 해놨어. 들어보고 괜찮은지 평가 좀.”


도망가려는 사자를 붙잡아두고,


“쉴만큼 쉬었으니까 다시 해보자.”


다시 연주가 시작됐다.


***


멜로디 라인은 좋다며 사자가 음을 좀 더 매끄럽게 다듬어줬다.


정식 녹화를 해도 괜찮단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연습을 재개했다.


손에 익을 정도로 연습하는 동안, 사자는 우리를 유심히 지켜봤다.


“도진이형은 왜 연주 안 해요?”

“바이올린 켜면서 노래하기 힘듦.”

“아하? 여기 드럼은 없어요?”

“재이 몸이 분리가 안돼.”


아쉽게도 드럼칠 줄 아는 사람이 재이 뿐이다.


전에 영상 올릴 땐 재이가 두 번 연주해서 소리를 합쳤는데, 지금은 그럴 상태가 못된다.


“제가 칠까요?”

“찍을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어?”

“드럼 없으면 완성도 떨어질 것 같아요.”


구석에 있던 드럼을 몇 번 쳐보더니 괜찮겠단다.


사자가 세팅하는 동안, 한 번 더 연습했다.


“버전 1. 녹화 시작.”


연주부터 녹음하고, 옆 녹음 부스에서 목소리를 입히기로 했다.


‘이걸 집에다 만든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음향 아쉽단 얘길 한 번인가 했었다.


다음번에 왔더니 공사 끝나있더라.



립싱크 하면서 입모양만 찍었다.


하루종일 이 노래만 불렀더니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었다.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지?”

“오케이~”


재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사람 빼고.


“한 번 더 해요.”


맹한 얼굴로 드럼 스틱을 현란하게 돌리던 사자가 반대했다.


“···별로야?”

“미묘하게 박자 밀렸어요. 한 번 더 하면 좋겠는데요.”


그렇게 일곱 번을 더 찍었다.


“······손가락 터졌어···.”


재이가 너덜해진 손가락을 주물렀다.


사자가 한 번 더 확인하더니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이제 녹음해요.”

“······레옹 누가 불렀어.”


립싱크만 줄창한 고도진이 바닥에 쓰러졌다.


“많이 힘드냐?”

“멋있는 척하기 XX 힘들어···.”

“···.”


엎어진 궁둥이를 걷어차고 부스로 들어갔다.


내 분량이 제일 많아서 빨리 하고 쉴 생각이다.


영상 찍을 때마다 장비와 씨름하던 고도진은 전문가가 오자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서 뒹굴거린다.


“여기 좋은 거 많아요. 도진이형 장비병 대단하네요.”


어떤 건 회사 꺼보다 훨씬 좋다며 사자가 신났다.


“일단 갖춰놓으면 다 쓰게 돼있어.”

“드러누워서 그런 소리하면 안 멋있거든.”


투닥거리다 준비 됐냐는 사자의 물음에 부스로 들어갓다.


“미안해. 영원하자 말했는데. 이런 말 듣게 해서.”

“좋아요.”


“순간이 영원으로 변하던, 매일이 기적 같고, 좋았어.”

“기적 같고-에서 발음 더 부드럽게, 기-적 같고- 이런 식으로 길게 이어서 가볼게요.”


디렉팅이 오년 전보다 훨씬 발전한 것 같다.


몇 년간 공부한다고 바쁘고 블랑블룸 앨범도 맡더니.


‘멋있어졌네.’


“우리 잠시만 안녕- 날 잠시 잊어도 괜찮아, 어쩌다 문득 생각나면, 한 번쯤 기억해줘.”

“형님. 발음 동그랗게 해줄 수 있어요? 지금 너무 딱딱해요. 그리고 괜찮은 버전이랑 안 괜찮은 버전 둘 다 해보면 좋겠는데 될까요?”

“안 괜찮은 버전?”

“네. 괜찮아, 여기 진짜 괜찮은 느낌이랑 말만 그렇게 하는 느낌으로요.”


디테일한 요구에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난 진짜 괜찮아. 대신 생각나면 기억은 해줘.’


이 느낌을 기억하고 괜찮은 버전을 불렀다.


괜찮아에 좀 더 강세를 주고, 나머지는 이어지게 불렀다.


“좋아요. 다른 느낌도 볼게요.”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 하는 거야. 잠시도 잊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봐줘. 네 관심이 필요해. 부탁할게. 안 잊을 거지···?’


이건 좀 더 쉽다.


내 진심이거든.


잠시만, 생각나면, 기억해줘.


세 군데 강세를 살짝 싣고 나머지는 힘을 풀었다.


“형님. 너무 좋은데, 쪼끔 많이 처량해요. 조금만 더 가볍게 해주세요.”


‘너무 진심이었나?’


“어느 날 다시,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안녕---”

“함께 걸었던 길, 지금 홀로 서있어···.”


“오케이. 완벽해요. 다음 사람 들어오세요.”


부스 밖으로 나가자 누워있던 고도진이 고개만 들어 맞이했다.


재이는 엄지와 검지를 펼친 상태로 부스 안에 들어갔다.


“가위바위보 했냐?”

“어. 내가 이김. 이열~ 오늘 표정 좋더라? 비하인드 잘 뽑힐 듯.”

“비하인드? 우리가 그런 걸 언제 찍었어?”


주위를 살펴봐도 카메라 같은 건 안 보인다.


“부스 안에 있음.”


가사지 본다고 신경 안 썼는데, 위쪽에 달아놓은 모양이다.


“···고도진 작정했네.”

“당연하지. 사장한테 우리 문제 때문에 망한 거 아니라고 증명할 거임.”

“······노래 맞춰서 춤출래?”


댄서한테 노래로 증명은 가혹하지 않냐.


고도진은 잠시 생각하는 척 하더니 거절했다.


“괜찮음. 방금 들어보니까 네가 다 캐리할 듯.”

“고도진아? 넌 안 부르냐···?”


솔로파트 없냐고.


“나야 뭐. 삑사리만 안 내면-”

“···너 그랬다간 부스에서 못 나온다. 연습하자.”


***


제일 깔끔한 연주에 입힐 보컬을 고르기로 했다.


각 느낌을 살려 만든 버전이 총 세 가지.


분명 같은 멜로디인데도 곡 분위기가 다 다르다.


파트 별로 유독 잘 부른 구간도 달라서 딱 하나 고르기가 어렵다.


“난 이거. 두번째. 슬플 거면 완전 슬픈 게 나은 것 같음.”


“세번째가 더 낫지 않아? 이게 고별송이자 팬송이잖아. 이별은 슬프지만 다시 만나는 건 기쁜 일이니까, 적당히 섞인 느낌이 제일 낫지 않냐?”


“난 처음 꺼! 마지막이라고 꼭 슬퍼야 돼? 가볍게 헤어져야 다시 만나기도 쉽댔어!”


하필 서로 다른 버전을 골랐다.


고른 이유들도 확실하고.


‘쉽게 안 끝나겠네.’


“형님, 전 세번째요. 제일 원곡 같아요.”

“원곡?”

“네. 나머지는 리메이크 같아요.”

“둘을 섞은 느낌이니까 이쪽이 리믹스 아님?”


탈락 위기인 두번째 버전을 위해 고도진이 나섰지만,


“전 세번째가 제일 좋은데요?”


사자가 더 완고했다.


“첫번째도 좋은데. 진짜 좋은데!”


방금 2:1:1 된 거 아니었냐.


다들 자기가 고른 버전이 제일 낫다고 우긴다.


‘이제 쉬고 싶다고···.’


“···그냥 셋 다 올릴까.”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재이가 바로 찬성했다.


“좋아! 그럼, 누가 뭘 골랐는지 쓰자! 제일 반응 좋은 버전 고른 사람이 일등하는 걸로!”

“일등하면 뭐가 좋은데?”

“일등해서 좋은 건데??? 팬들이 골라준 건데 당연히 좋은 거지! 형은 뭘 바라는데???”

“그래, 고도진. 뭘 바라냐.”

“···조회수 폭발?”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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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잠시만 안녕 (2) +1 23.06.17 11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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