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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46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6.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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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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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0쪽

17. 준비는 끝났다 (2)

DUMMY

“와- 내가 전화했다간 그대로 넘어가서 술술 다 말하겠네.”


옆에서 눈치보던 재이가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감탄하는 재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흠, 확실히 유재이는 그럴 수도···.


“누가 사탕주면서 같이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 돼. 알았지?”

“내가 애야???”

“어. 과자도 안 되고 밥도 커피도 안 돼.”

“형, 나 이제 스무살 넘었어. 성인한테 뭔 소릴 하는 거야! 이 형은 내가 아직도 중딩인 줄 알아.”


재이가 얼굴을 구기며 툴툴 댔다.


“데뷔 직후에 과자 흔드는 팬 쫄랑쫄랑 따라가놓고 왜 다 큰 척???”


고도진의 핀잔에 재이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 그땐 어렸잖아!”


한참 유재이를 놀려먹다가 정신 차리고 강기자에게 자료를 보냈다.


강기자는 감사합니다 이모티콘만 다섯개 연달아 날렸다.


“너 놀리다 까먹을 뻔 했다. 아무튼.”


정신 차리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오늘 이 말 해야할 것 같아서. 내가 도와달라고 하긴 했는데, 재판 열리면 우리 블랙밤으로 활동하긴 힘들어질 거야. 계속 가십거리일 거고. 조문혁이 구속되면 해체 수순만 남겠지. 나도 당분간, 어쩌면 더 길게 활동 못할 거고.”


고도진이 그건 아니지 않음? 하며 말을 끊었다.


“네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무슨.”

“재판 중에 활동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

“그건 그럼.”


계속 하라며 한 발 물러선다.


나는 그동안 계속 생각해왔던 본론을 꺼냈다.


“지금이 빠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나야 당사자라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니들까지 피해보면 안되잖냐.”

“피해? 무슨 피해.”

“내가 경황이 없어서 가까운 너희한테 도움 청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야 계약해지 수순이겠지만 너넨 아닐 것 같아서. 사장이 나 도와준 거 알면 남은 기간 되게 불편해질 것 같더라.”


처음엔 믿을만한 사람에게 이게 맞는 건지 확인받고 싶었다.


살면서 이런 일 겪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 처음 겪는 일이라 많이 불안하더라고.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두 사람 덕분에 고비마다 무사히 넘겼다.


일이 좀 해결될 것 같으니까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

“너네 발목 잡을까봐 걱정돼.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도 괜찮아. 여태까지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도 평생 고마워할 거야.”


마음 약한 녀석들이라 도와달라고 하면 끝까지 도와줄 거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하면, 이대로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형. 나 솔직히 무서워. 난 아직 어리고, 기회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해.”


근데 다 알면서도 외면은 못 하겠어, 하고 덧붙인 재이가 눈가를 슥슥 문질렀다.


“형 없는 팀에 있기 싫어. ···그냥 우리끼리 팀 만들래?”

“나도 빠질 생각 없음. 그런 인간들이랑 같이 일하느니 버티다 이직하고 말지.”


‘얘들 이렇게 착해 빠져서 어떡하냐···?’


“계하태, 너 우리 착해서 큰일이다 이런 생각하지???”


‘···? 쟤도 보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서, 순간 고도진도 뭐가 보이는지 물어볼 뻔 했다.


“뭘 놀래. 난 내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한 거야. 너 위해서가 아니라,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니까 싸워서 이기기나 해.”

“나도!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착해 빠졌다.

근데 그래서 좋다.


“···고맙다.”

“너 왜 우리 걱정만 해??? 만약에 사장이 조문혁 구속될 거 같으면 블랙밤 바로 해체시킬 수도 있어. 동시에 백수되면 넌 어쩔 건데?”

“감당해야지. ···나도, 막막하긴 해. 남들은 마의 칠 년이라는데 우린 오 년 차에 이 난리냐, 싶고. 재계약은 꿈도 못꾸고 강제 해체. ···십오 년이 흐지부지되는 기분이지.”

“하태 형···.”


유재이의 눈물샘이 결국 터졌다.


나는 잠시 재이가 차라리 배우를 했으면 눈물연기로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다.


해체하게 되면 진로를 다시 찾아야 할 텐데···.


“그런데도 굳이 공개적으로 그런 건 조문혁 내보내고 팀 재구성 해달라고 회사를 압박하려던 것도 있었고- 이건 사장 반응보니 글렀더라. 조문혁 엿먹이고 싶기도 했고. 이대로 흐지부지 해체될 거면 뭐라도 해봐야겠단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어.”


회사는 성과 없는 팀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생각이 없다.


도는 행사도 점점 줄어들고, 그러다 아무 것도 못한 채 계약 종료.


해체 후엔 아무도 찾지 않아서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다.


재이가 훌쩍이며 내게 물었다.


“우리, 이대로 해체하겠지?”

“아마도.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찢어질 확률이 높지. 조문혁 구속되면 그룹 이미지 다 말아먹잖음.”


고도진의 냉정한 평가에 재이가 터진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줄줄 쏟아냈다.


“회사도 더 유지할 이유를 못 찾겠지.”

“······밤송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난 괜찮은데.”


수도꼭지가 열린 듯 주륵주륵 쏟아내는 재이에게 휴지를 건넸다.


등을 토닥이니 울음소리가 조금 더 커진다.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그만 울어. 누가 우릴 찾아줘야 일할 수 있는 곳인데 어쩌겠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눈에 안 띄면 그냥 묻히는 곳인 거 알면서 선택했잖아.”


망설이다가 일부러 냉정하게 말을 꺼냈다.


살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울게 둘 수는 없다.


내가 계속 옆에 있을 수도 없는데.


차라리 지금 상처 받고 앞으로 넘길 수 있는 게 낫다.


“크흥. 형, 그거 지금 위로라고 하는 거야?”

“어, 미안···.”


코 풀다 말고 웃음이 터진 재이가 배를 잡고 깔깔댔다.


재이는 한참을 눈물까지 매달고 웃다가 진정했다.


“형, 나도 다 알아. 어쩔 수 없는 거. 우리 같이 활동했거든? 그동안 나도 다 컸어.”

“···그래.”


유재이가 다 자랄 동안 성장 못한 건 나였나.


“조지뢰 때문에 팬들 거의 다 떠났는데 계속 활동하는 거 의미없음.”


말로는 의미 없다면서 고도진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하고 있다.


‘다들 같은 마음이네.’


이 와중에도 남아있는 팬분들이 있다.


걱정어린 안부를 묻고, 응원을 보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나도 유재이와 같은 마음이다.


한 명의 팬분이라도 우릴 응원해주면 무대에 서고 싶다.


‘한 명이 응원하는 무대는 설 곳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게 문제지.’


“···맞아. 그래도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는 제대로 하고 싶은데···.”

“나도 그래. 이렇게 끝나더라도 오 년 활동에 마침표는 제대로 찍고 싶다.”


입안이 쓰다.


가능하다면 육 년전 내게 ‘이 팀은 절대 아니야!!!!!’하고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이 팀을 선택하지 않을까.’


지금도 데뷔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마구 뛰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데뷔, 그게 뭐라고.


“안 되면 우리 셋이서라도 고별송 하나 만들자. 너 기타칠 줄 알잖아.”

“···까짓 거! 해보는 거야!!!”

“고도진, 할 거지?”

“그래. 회사가 안 해줘도 우리가 하면 그만임.”


우리는 현실을 잊으려 노력했다.


계속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 함께 울 것만 같아서.


***


인터뷰 날짜가 잡혔다.


오늘 중으로 픽스하란 고도진의 한 마디에 빠르게 성사됐다.


- 니들 그러다 ㅎ, 후회할 걸?!


매니저는 ‘앞으로 계속 연예인 할 거면 이러면 안 된다’고 훈계하다가 고도진에게 대차게 까였다.


“자수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 말 많네. 자꾸 그럼 투서 넣는다?”


회사로 넣을까, 경찰서로 넣을까? 하고 덧붙이는 고도진의 표정이 꽤 신나보인다.


- ···하란 대로 다 하는데 뭐!

“후회는 네가 하겠지. 내가 왜?”


이죽거리는 고도진 때문에 매니저가 언성을 높였다.


- 너! 이-!!! 익!!!!!


말로 했다간 불리해질 걸 아는 듯, 매니저는 분을 못이겨 끽끽댔다.


나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도진을 부추겼다.


“더 긁어. 조문혁이랑 완전히 찢어지게.”


고도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봐. 혹시 알아? 하태가 너한텐 좀 관대해 질지.”

- ···그래서 인터뷰 잡아줬잖아.


한풀 꺾인 목소리가 썩 비굴하다.


“계속 잘하라고. 남은 시간 성의를 보여.”

-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했어. 인터뷰 나가고 다들 알게 되면 어쩔건데?

“우리가 알아서 해. 조문혁 간수나 잘 해. 그 새X 도망 못 가게 잘 보고.”

- 문혁이 요즘 많이 불안해 하는데, 인터뷰 최대한 못 보게 막아야겠네. 내가 잘 달래는 중이니까 참고하라고···.

“어.”


뚝.

고도진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진아.”

“···왜 이름만 부름?”

“잘했다고.”

“내가 좀.”


거들먹거리는 고도진을 보니 칭찬이 쑥 들어간다.


“너 잘났다.”

“내가 좀.”


···말을 말자.


“인터뷰 잡혔겠다, 조문혁이랑 같이 체포되면 끝이네.”

“조력자 고씨의 도움 덕분임.”

“나는, 도움은 안됐는데, 응원은 열심히 했어!”


숨 죽이고 있던 재이가 이것도 인정해달라고 외쳤다.


“두 사람 다 고생 많았어. ···두고두고 갚을게.”


상황이 참 웃기다.


골든타임 안에 119에 신고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겨준 건 박진수인데.


초능력이 아니었다면 박진수를 생명의 은인으로 착각하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은인이 한순간에 원수가 되고, 적당히 친하지만 반쯤 비지니스 관계던 멤버들이 은인이 됐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건 이 두 사람이다.


“그냥 그렇다고~ 보답은 필요 없음~”

“고마우면 계속 우리팀 리더해~”


‘계속 같이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같은 팀에 속한 것도 얼마 안 남았다.



···아쉽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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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목숨을 건 협상 (1) +4 23.06.18 110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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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3 23.06.17 1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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