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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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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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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7,324

작성
19.05.2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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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천하대란 시대 2)

DUMMY

명색이 둥베이의 중심도시라는 봉천 시가지에는 막상 큰 건물이 드물다. 눈요기 거리래야 심양 고궁 정도, 한적한 거리는 시골냄새를 물씬 풍긴다.

조용한 고궁 길 중가에 상하이의 공동모왕을 데리고 온 우아가 나타났다. 한창 나이의 소저들과 미끈한 청년이 활달하게 걸어가자 거리가 환해진다. 오가던 눈길이 싱싱한 청춘들에게 쏠렸다. 궁녀 시절의 태도가 몸에 배인 공동모왕의 조신한 모습에서 품격이 느껴졌다.


“진 국장니~임, 너무 너무 보고 싶었쩌요.”

나를 보자마자 말괄량이 모드로 돌변한 왕아가 쪼르르 달려온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하자 녀석은 더 이상 형이라 부르지 않았다. 센위를 따꺼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나나 센위는 녀석들에게 영원한 형이고 따꺼라는 것을....

마당 탁자에 둘러앉아 유럽식으로 정돈된 정원을 바라보던 공아가 말했다.

“여기 참 좋다. 아늑한 게 유서깊은 부잣집 정원 같아.”

“여기 부잣집 맞아, 공아야. 진 국장께서 거느린 업체가 몇 갠지나 알아?”

우아가 말하는『거느린 업체』의 정체는 방직회사뿐만 아니라 업무상 관리하는 국영 기업들까지 멋대로 싸잡아 뭉뚱그린 얘기였다.


후청에서의 내 직함은 군기처 통계조사국장. 약칭『군통』의 책임자다. 전에 없던 새로운 부서, 통계조사국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사실 드물다. 그 곳은 정보처였다. 국내외 공식정보는 물론 첩보활동을 통해 수집된 비공식 정보들까지 취합해 수뇌부와 고륜공주에게 보고하는 업무.

형식상 군기처 산하지만 실제는 고륜공주의 직할 조직. 따라서 상당한 재량권이 있었고 예산도 산하 사업체를 통해 자체조달 하는 특이한 구조였다.

1916년, 원세개가 죽자 북양군벌을 나눠 가진 단기서, 풍옥상, 오패부 등의 군벌은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체계적 정보조직을 갖춘 곳은 없었다. 수년 후 장개석의 남의사와 CC단이 등장하기까지 정보에 주목하는 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군통 본부는 3십여 명이 근무하는 조촐한 건물. 겉보기는 작은 부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곳이 남경에서 상해, 봉천에 이르는 주요도시들의 크고 작은 방회들과 후청 조정을 잇는 접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의 수뇌부 정도였다.

남경의 국민당이나 각지에 할거한 군벌들은 군통의 존재를 몰랐다. 그들의 움직임을 우리가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군통과 인연을 맺은 크고 작은 방회들 중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조직은 단연 청방, 이들은 가장 큰 돈줄인 아편 시장을 장악하고 상해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5천리 대운하 주변을 지배했다. 그들은 또한 군통 산하의 민간기업과 국영기업 경비업무를 독점하고 있었다. 톈진 방직공장 경비로 시작된 나와 청방의 인연은 대경유전, 라오후 링老虎嶺 탄광소. 제철소, 자동차 공장, 항공기 제작소 등 국영 공장들의 경비업무로 이어졌다. 청방의 경비업체는 무장을 갖춘 준군대조직이었고 그 규모는 사단급을 상회했다. 이 모두가 두월생을 밀어주기 위한 나와 5.5단의 배려였다.


공동모왕의 품위있는 자태에 혹한 두월생은 간편한 차림에 반지끼고 소매걷는 폭력배 복장 대신에 긴 적삼의 점잖은 차림으로 교양있는 모습을 하고 다녔다. 청방이 그를 발탁한 이유는 남다른 완력도 있지만 뛰어난 두뇌와 탁월한 처세술을 높이 사서였다. 그는 방내 세력 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조화시켰고 파벌관계도 잘 처리했다.


그는 또한 벌 줄도 쓸 줄도 알았다. 아편을 팔고 도박장을 운영해 모은 돈으로 사회 각계의 명류, 정치인, 문인, 화가, 그리고 다른 방회 두목들에게 통 크게 쓰면서 환심을 샀다. 약품을 고향마을에 공급하고 상해 부근에 재해가 발생하면 구제물자를 보내는 등 기부도 했다. 노사분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대학자, 저명한 정치가 등을 상객으로 모셨다. 30대 초반에 상해의 암흑가를 장악하면서 그가 수장에 오르자 청방은 어느 자리에서나 여타 방회들보다 한 단계 높은 격으로 예우 받았다.


모처럼의 5.5단 회합이니만치 군벌과 이들을 둘러싼 세력들 이야기가 도마에 올랐다.

“남경 쪽은 요즘 조용하던데...?”

원세개 대총통이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쑨원과 국민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국민당은 무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이야. 동맹회가 있지만 그건 방회들 모임이고... 손발 노릇을 하던 상해의 거물 천치메이(진기미)가 원세개에게 당하자 기가 죽은 거지.”

청방을 담당하는 공아가 말했다.

“천치메이의 제자격인 장제쓰라는 친구가 요즘 상해에 있어. 두월생과 동년배인데 일본군 경력도 있지. 신해혁명 때는 단장(연대장 급)으로 상하이에서 활약했는데 암살사건 후 활동을 접고 주색에 빠져 지내는 중이야.”

“뭐야.. 타락해버린 건가? 비쩍 말랐지만 몸매 하나는 볼만 하던데.”

왕아였다.

“글쎄, 지친 거 아닐까? 일찍부터 일본을 드나들던 야심많은 친구라던데...”


31세의 장제쓰,

17살 때 일본 사관학교에 가려고 일본에서 예비학교를 3년간 다녔다. 그리고 이등병으로 일본 포병대에 1년 복무한다. 그때 일본군을 배웠다. 원래는 일본 사관학교가 목표였는데 신해혁명 참여로 흐지부지되고 혁명군에 복무했다.

그리고 신해혁명 후에도 천치메이와 짝이 되어 쑨원의 지시에 따른 암살과 테러로 종횡무진하며 질풍노도의 청춘시절을 보냈다.

“그는 평범한 걸 견디지 못하는 사내야. 오만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를 보면 오다 노부나가를 떠 올리게 돼. 뭔가 꿈을 가진, 하지만 그걸 추구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불만족스러워 방황하는 느낌이랄까...“

공아가 샐쭉했다.

“꿈은 무슨 얼어죽을...! 아무리 그래도 그 작자는 도를 넘었어. 요새는 글쎄 아펑이라는 13살짜리 애한테 반해 물불 안 가리며 쫓아다니는데 정말 꼴볼견이야.”

장제스의 두 번째 부인이 된 천제루와의 만남이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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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84 palmaris
    작성일
    19.05.25 22:09
    No. 1

    중국이 저렇게 조각났는데 일본이 만주침공을 안한다는것도 이상하네요.
    철도에 유전에 항공기까지 만들고 있는데 만주가 무슨 섬 지역도 아니고 조선을 식민지회한 일본이 기존 역사랑 비교가 안될정도로 먹을게 많아진 만주지역을 육로로라도 침공을 안하고 싶을지 의문입니다.
    무슨 기갑부대라도 군단 단위로 있어서 세력균형이 유지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겨우 해군력만 일본이 전면적 해전을 하기엔 잃을게 많은 수준 정도에 불과한것 같은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tron
    작성일
    19.05.25 23:07
    No. 2

    이글은 역사다큐적요소가 주류를 이루는 소설~, 한마디로 숟가락 얻져가는 글이랄가?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2 트럭9호기
    작성일
    19.05.27 21:33
    No. 3

    허고 싶은 얘기가 참 많으요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4 유아인애기
    작성일
    19.06.05 12:13
    No. 4

    청나라는 워낙 썩었으니 그렇다 쳐도..청일전쟁 진 일본 치고 너무 원래 일본이랑 차이가 없는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호이이이
    작성일
    19.06.09 00:49
    No. 5

    소설을 읽는건지 역사책을 읽는건지 모르겠네요. 일단 좀 참아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위스덤
    작성일
    19.06.09 10:52
    No. 6

    청일 전쟁에서 지면 나라 자체가 파산날 뻔한게 일제인데 너무 스무스하게 잘나가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하산
    작성일
    19.06.09 16:24
    No. 7

    청일 전쟁의 일본 피해는 전비 부담과 배상금 1억냥 정도였습니다.
    병력 손실도 적었고요.
    막상 국력을 기울였던 건 러일전쟁이었는데 그건 일어나지 않았으니
    국력이 크게 손상되지 않은 상태라는 설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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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 상해. 봉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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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분량에 대한 중간 설명 19.06.11 766 0 -
56 황포 군관학교 4 (완결) +14 19.06.24 1,239 29 5쪽
55 황포 군관학교 3) +2 19.06.19 1,053 33 6쪽
54 황포 군관학교 2) +1 19.06.17 1,119 49 11쪽
53 황포 군관학교 1) 19.06.12 1,346 45 6쪽
52 천하대란 시대 7) +3 19.06.10 1,645 42 9쪽
51 천하대란 시대 6) +3 19.06.08 1,515 42 7쪽
50 천하대란 시대 5) +3 19.06.07 1,531 48 8쪽
49 천하대란 시대 4) +1 19.06.05 1,678 56 9쪽
48 천하대란 시대 3) 19.06.03 1,909 46 9쪽
» 천하대란 시대 2) +7 19.05.25 2,310 56 7쪽
46 천하대란 시대 1) +10 19.05.24 2,483 55 14쪽
45 바이칼 4) +5 19.05.22 2,201 44 11쪽
44 바이칼 3) +9 19.05.20 2,379 52 8쪽
43 바이칼 2) +4 19.05.18 2,533 53 10쪽
42 바이칼 1) +13 19.05.17 2,664 65 11쪽
41 자치주 +7 19.05.15 2,748 86 7쪽
40 둥베이 4) +9 19.05.13 2,764 67 7쪽
39 둥베이 3) +14 19.05.09 2,699 76 7쪽
38 둥베이 2) +27 19.05.08 2,890 67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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