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82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5.15 22:00
조회
2,748
추천
86
글자
7쪽

자치주

DUMMY

청방 정도의 큰 방회들은 황실과 조정의 동향에 민감하다. 없는 곳이 없는 그들의 끄나풀은 당연히 태감과 궁녀 중에도 있다. 그러나 서태후가 총애하는 당금 황실의 실세, 화석공주의 측근이며 방직회사, 황궁 문화사업 등 주요사업에도 개입했지만 미관말직의 외국인인 나는 그들의 관심에서 비껴난 존재였다.

파격적 승진으로 잠시 주목받기는 했지만 봉천으로 오면서 그나마도 사라졌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건 아마도 청방이 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리라.


“둥베이는 무척 재미있는 고장입니다요.”

이사가 빙글빙글 웃는다.

“뭘 봐? 보는데 왜? 식의 호전적 대화가 이 동네의 방식이랄까요.”

자못 예리한 지적이었다.

외지사람들은 둥베이라면 대뜸 마적부터 떠올린다. 남자는 깡패, 여자는 기생 식의 편견도... 새 시대의 첨병인 상하이나 톈진의 역동적 분위기와 달리 둥베이는 구태의연한 오지였고 침체의 상징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편거래, 상가 보호비, 표물 운송 따위가 주 수입원이었지요. 그런데 공장들이 생기면서 싹 바뀌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면직물 대리점을 하고 있습니다요.”

비로소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았다.

“사람들은 이제 웬만한 건 직접 만들지 않고 사서 쓰지요. 원하던 물건을 사들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사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좋은 양무운동을 두고 왜 그리 논란들이 많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요.”

바야흐로 새로운 시민계급이 탄생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거의 알지 못하고 과거는 무시하고 미래도 예측하지 못한다.


“나 장가들게 생겼어.“

한 달 만에 본 작림의 첫 마디였다.

“그거 잘 됐군. 축하해.”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래 뉘 집 샤오지에를 꼬셨나?”

“그게 말이지...”

신부감을 찾아 봉천 일대를 뒤진 무용담이 한바탕 펼쳐졌다. 전형적인 구시대 사고방식을 가진 그에게 좋은 신부감이란 자식을 많이 낳아줄 후덕한 여자였다. 먼 훗날 이야기지만 그가 고른 방앗간 집 소저는 과연 아들, 딸들을 줄줄이 안겨주며 기대에 부응한다.


조만간에 사라질 것임을 아는 청나라 지배체제에 내가 관심가질 이유는 없었다. 체제가 어떻게 변하던 꾸준히 명맥을 유지할 민중 조직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였다. 유럽정세 예측의 구도로 가려면 둥베이는 자치주로 독립해야 한다. 기존 체제가 있는 동안, 최대한 활용해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아라사 또한 극동 자치주를 세워야 했다. 두 자치주는 철도망 건설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며 20세기의 험난한 파도를 함께 넘어야 했다.

짜르에게 호감을 느낀 나는 다가오는 가혹한 운명을 경고해주고 싶었지만 믿게 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아라사 말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하지만 민감한 내용이라 누군가에게 번역시키기도 어렵고....

고민 끝에 영어로 직접 작성했다. 니콜라이 2세는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사위이니 영어를 알겠지. 좀체로 믿기 힘든 황당한 내용이지만 증거를 보여주면 믿지 않겠는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로마노프 왕조는 1917년 전후에 사라집니다. 제 말의 신빙성을 높이고자 2가지 예언을 함께 전합니다. 다만 그 출처를 밝히지 못함은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1) 내년에 태어날 아기는 딸입니다.

2) 4년 후 얻으실 아기는 아들. 불행히도 혈우병을 갖고 태어납니다. 라스푸틴이라는 요망한 자가 아들 고칠 욕심에 눈 먼 황후를 기망할 것입니다.』


편지는 화석공주에게 전했다. 스파이 전성시대라지만 황실간 채널은 그나마 믿을만해서였다. 한 단어 한 단어 신경 써 작성한 편지를 보내고 나니 맥이 탁 풀린다. 아라사 황실에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앞으로 어찌하는가는 그들의 선택, 이제는 나 자신과 둥베이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나는 시나리오를 궁리했다. 목표는 둥베이의 자급자족 체제 구축.

권력자들의 공통적인 걱정 하나가 능묘 훼손이다. 후손 욕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약점을 겨냥해 장성 이남에 조성할 예정이었던 태후의 능묘를 둥베이의 봉천고궁 일대로 유도해보자. 아울러 공사관리를 위한 분조설치도 추진하자.

베이징에서 능묘까지 운구할 철도까지 깔려면 공사기간은 제법 장기화 될 것이다. 이참에 낙후된 둥베이의 자급자족 체제지원을 요청하자. 둥베이 인구는 어느 성보다도 적은 7백만 명,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1901년 6월.

아라사 황실에 4번째 황녀가 탄생했다. 아라사 황실의 요청으로 축하 사절단에 끼인 나는 도착 다음 날, 황궁으로 불려갔다. 나를 맞는 니콜라이 2세의 표정은 심각했다.

“누구보다도 자네를 기다렸다네. 그래 여독은 좀 풀렸는가?”

정중히 머리를 숙인 나는 주변을 살폈다. 타티아나를 제외한 시종들은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찍이 있다. 짜르의 배려이리라.

짜르와 시선을 나눈 나는 잠시 타티아나를 응시했다.

“그 아이는 황실의 조카라네. 내가 보증하지.”

‘음, 그렇다면야...’


유럽의 사회주의 사조를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대신, 어렵게 구한 공산당선언과 자본론의 묵직한 영어판과 독일어 판을 내놓았다.

“아라사에는 이 이론을 맹신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해외와 국내에 흩어져 활동 중인데 이들을 검거한다 해도 사태를 진압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학교가 졸업생을 배출하듯 꾸준한 학습을 통해 그 맥을 이어갑니다.

이들은 새떼와도 같습니다. 날아다니는 새떼는 잡아봐야 몇 마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흩어지면 그나마도 잡을 수 없는데 돌아올 때는 다시 떼를 지어 몰려옵니다.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부패일소 따위가 아닌 혁명입니다. 아예 체제를 부인하는 거지요. 일찍이 민중과 맞서 이긴 정부는 드물었습니다.”

짜르는 내가 준 책자만 뒤적이며 묵묵부답이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피난처, 다시 말해 망명정부를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혁명세력이 아라사 전역을 일거에 장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극동지역에 저지선을 집중 구축하시면 일단 혁명의 예봉은 피할 수 있다 믿어집니다.”

비현실감이 니콜라이 2세를 엄습했다. 청년이 말하는 내용이 도무지 와 닿지 않았다.

“충성스러운 장교들과 막강한 제국 함대들이 건재한데 어떻게...?”

“그 장교들의 수십 배도 넘는 병사들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물론 짜르께 충성하는 군대도 있을 것입니다. 내전이 벌어지겠지요. 내전 상태가 되면 혁명군은 적군의 구심점인 황실부터 제거하려 들 것입니다. 생명의 위협이 바로 닥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피난처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경. 상해. 봉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분량에 대한 중간 설명 19.06.11 767 0 -
56 황포 군관학교 4 (완결) +14 19.06.24 1,239 29 5쪽
55 황포 군관학교 3) +2 19.06.19 1,054 33 6쪽
54 황포 군관학교 2) +1 19.06.17 1,119 49 11쪽
53 황포 군관학교 1) 19.06.12 1,346 45 6쪽
52 천하대란 시대 7) +3 19.06.10 1,645 42 9쪽
51 천하대란 시대 6) +3 19.06.08 1,516 42 7쪽
50 천하대란 시대 5) +3 19.06.07 1,531 48 8쪽
49 천하대란 시대 4) +1 19.06.05 1,678 56 9쪽
48 천하대란 시대 3) 19.06.03 1,909 46 9쪽
47 천하대란 시대 2) +7 19.05.25 2,310 56 7쪽
46 천하대란 시대 1) +10 19.05.24 2,483 55 14쪽
45 바이칼 4) +5 19.05.22 2,201 44 11쪽
44 바이칼 3) +9 19.05.20 2,379 52 8쪽
43 바이칼 2) +4 19.05.18 2,533 53 10쪽
42 바이칼 1) +13 19.05.17 2,664 65 11쪽
» 자치주 +7 19.05.15 2,749 86 7쪽
40 둥베이 4) +9 19.05.13 2,764 67 7쪽
39 둥베이 3) +14 19.05.09 2,699 76 7쪽
38 둥베이 2) +27 19.05.08 2,891 67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