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93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6.07 06:00
조회
1,531
추천
48
글자
8쪽

천하대란 시대 5)

DUMMY

유열은 신흥 무관학교의 전신인 신흥 강습소 출신이다.

평양 중학을 다니다 식민지 백성노릇이 싫어 둥베이로 왔지만 어디에서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조선인은 중국인들이 남도여창이라 비아냥대는 하층민이었다. 노동판을 전전하다 독립군을 양성한다는 말에 혹해 무관 강습소에서 반년 간 군사교육도 받았다.

그러나 그 뒤가 막연했다. 다시 노무자로 취업해 겪은 일이 일인 감독의 이간질. 큰 기대는 없었지만 푸순 순검국에 고발한 것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흑룡회에 대응하는 당국의 단호한 태도에서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한 유열은 이들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탄광촌을 아지트 삼아 모이던 강습소 출신들과 후청의 정체성을 놓고 토론도 해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후청 정부는 특이했다. 볼수록 신비한 구석이 많은 나라였고 때로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군벌이나 북경정부, 혁명을 외치는 광동 정부나 대륙을 노리는 일본의 행태와는 너무도 달랐다. 뿐만 아니라 그가 배운 역사상의 어떤 나라와도 달랐다.


후청 정부의 관심은 세력 확장보다 대륙철도 건설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권익이나 강역을 침범하면 단호하게 대처했는데 그 대처방식이 또한 특이했다. 결코 군사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비적이 소요사태를 일으키면 다른 비적을 동원해 제압했다.

등베이와 인접한 산서 군벌 염석산은 이권에 집착하는 자였다. 교역을 중시했는데 지역마다 있는 토착세력인 방회들의 협력 없이는 운송이 어려웠다. 방회들과 긴밀한 군통의 눈 밖에 나기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풍옥상, 오패부 등 대 군벌과의 갈등조차 꺼리지 않는 염석산이었지만 유독 후청에 대해서만은 고분고분했다.

거래나 공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군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 후청 정부의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행태는 유열의 눈에 신기하게 비칠 수밖에 없었다. 유열과 친구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군대래야 몇 개 사단이 전부인 주제에 군사대국 일본이나 수십만 병력을 거느린 대군벌 앞에서도 당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러시아 해군을 믿어서인가? 아니면 정통성을 지닌 후청과의 대결을 군벌들이 알아서 피해주기 때문인가? 군벌과 청나라는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서인가? 여하튼 중요한 건 그 당돌하기 짝이 없는 당당함이 실제로 먹혀든다는 사실이었다.

다나카 공사가 관동군의 동기들과 의논한 것은 오만한 후청 정부의 기를 꺾는 방법이었다. 그들이 노리는 대상은 고륜공주와 봉천군 사령관 장작림.


관동군 참모부의 오오시마 부관이 연락해온 것은 푸순 사태가 일단락 된지 며칠 후였다. 작년에 대련의 관동군 참모부로 부임한 오오시마 중위는 부친 오오시마 장군의 안부를 전했다. 중장으로 퇴역한 부친은 대륙철도 이야기를 듣자 무릎을 치며 껄껄 웃더니 나를 형처럼 대하라 했다고...

오오시마 중장은 현양사와 흑룡회의 발호를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소아병적 국수주의는 대국을 망치는 짓거리에 불과하니 부화뇌동하지 말라 경고했다고도 했다.

오오시마 중위는 다나카 패거리가 테러와 군사압박의 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테러 수단은 결국 저격이나 폭탄인데 이미 표면에 드러난 흑룡회는 나서기 어렵다. 중국 군벌을 동원해 압력을 가하고 관동군이 내응한다면...?

봉천 정도 함락시키기는 여반장이라는 중론이라 했다.


“으음, 알아서 제 무덤을 파는군.”

작림이 헤벌쭉 한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

친일파 군벌이라면 단기서가 단연 1순위일 것이다. 북경 정부의 수장은 여원홍 총통이지만 실세는 원세개의 직계인 단기서다. 국무경 겸 육군총장이지만 막상 야전군 병력은 풍옥상, 오패부 등이 장악해 그의 부대는 없다. 그래서 1차 대전 참전명분으로 급조한 부대를 변방군으로 이름만 바꿔 자신의 사병으로 삼아버렸다.

일본의 지원으로 급조된 20만의 변방군은 일본식 편제에 훈련도 일본교관이 맡았고 일제 무기에 군마까지 일본 말이다. 사람만 중국인일 뿐 사실상의 일본군이었다.


작림이 좋아한 이유는 변방군이 주둔하고 있는 톈진 일대의 지리를 알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봉천으로 진격한다면 경봉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발해만의 해안선을 따라 톈진 ~ 산해관 ~ 봉천으로 이어지는 경봉철도는 바다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고 산해관이 있는 진황도는 아예 항구였다.

철도로 이동하는 한, 변방군은 후청의 맹방, 백러시아 함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독일유학까지 한 포병장교 출신의 단기서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철강기술이 발달한 백러시아의 무기산업은 당대의 선진수준이었다. 그들이 수냉식으로 개량한 맥심기관총은 군벌들이 애용하는 개틀링 기관총은 물론 관동군의 경기관총도 압도하는 분당 800 발의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군벌들의 무기체계는 잡탕이다.

구식 소총에 창, 활, 칼.

기관총, 박격포, 자동 소총은 희소했고 중화기는 더더욱 적었다. 그나마 잘 무장된 부대라는 변방군도 천 명당 소총 8백정, 경기관총 5정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군에게 훈련 받았다지만 사병에서 진급한 장교들 수준은 마적이나 진배없었다. 봉급은 으레 중간에서 착복되어 체불되기 일쑤고 몇 달씩이나 봉급을 받지 못한 병사들은 전투를 거부했다. 승패는 지휘능력보다 자금 여부에 좌우되는 실정이었다.


군벌들의 이러한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작림이다. 맥심 기관총과 박격포, 야포로 지원하고 모신 나강 소총으로 무장한 봉천군 지휘관들은 사관학교를 나온 신진장교들. 물론 마적 출신 지휘관도 있지만 사관학교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들에게는 사고를 칠 기회조차 없었다.


“ ... 이상이 합동작전의 개요입니다. 요약하면 변방군이 둥베이 외곽을 압박해 봉천군을 국경에 집중시킨 다음 관동군은 비어 있는 봉천을 기습해 정부요인을 체포한다는 작전입니다.”

관동군과의 합동작전 회의에 참석한 단기서의 참모장, 왕사진 소장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관동군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계획일지 모르지만 변방군 입장에서는 허점투성이 작전이었다. 우선 후청 국경까지 병력을 이동할 수단부터가 문제였다.

-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열차를 바다에서 함포로 공격하면...?

- 봉천군이 국경선 안에서만 기다린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다나카 공사는 그런 우려를 일축했다.

“이 작전은 핵심은 신속함과 보안유지입니다. 여자가 수장인 청나라 따위가 우리 기밀을 탐지할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따라서 백러시아 함대가 나서기도 전에 상황은 종결될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한 얘기였다. 여기서 더이상 토를 달면 전투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동감입니다. 돌아가는 대로 총장님께 보고해 보안조치를 강화하겠습니다.”

다나카 공사와 관동군 측은 흡족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것은 대등한 입장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 흡사 아랫사람에게 보고받는 상사의 표정이었다. 관동군과 군벌 사이의 갑을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경. 상해. 봉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분량에 대한 중간 설명 19.06.11 767 0 -
56 황포 군관학교 4 (완결) +14 19.06.24 1,239 29 5쪽
55 황포 군관학교 3) +2 19.06.19 1,054 33 6쪽
54 황포 군관학교 2) +1 19.06.17 1,119 49 11쪽
53 황포 군관학교 1) 19.06.12 1,346 45 6쪽
52 천하대란 시대 7) +3 19.06.10 1,645 42 9쪽
51 천하대란 시대 6) +3 19.06.08 1,516 42 7쪽
» 천하대란 시대 5) +3 19.06.07 1,532 48 8쪽
49 천하대란 시대 4) +1 19.06.05 1,678 56 9쪽
48 천하대란 시대 3) 19.06.03 1,909 46 9쪽
47 천하대란 시대 2) +7 19.05.25 2,311 56 7쪽
46 천하대란 시대 1) +10 19.05.24 2,483 55 14쪽
45 바이칼 4) +5 19.05.22 2,201 44 11쪽
44 바이칼 3) +9 19.05.20 2,379 52 8쪽
43 바이칼 2) +4 19.05.18 2,533 53 10쪽
42 바이칼 1) +13 19.05.17 2,664 65 11쪽
41 자치주 +7 19.05.15 2,749 86 7쪽
40 둥베이 4) +9 19.05.13 2,765 67 7쪽
39 둥베이 3) +14 19.05.09 2,699 76 7쪽
38 둥베이 2) +27 19.05.08 2,891 67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