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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용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영주님이 달라졌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동네용사
작품등록일 :
2020.03.25 05:18
최근연재일 :
2020.04.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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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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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137,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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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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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7

DUMMY

“아버지 이제 안아파요?”


자신을 닮은 갈색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이제 괜찮다”


쌀쌀맞은 대답이었지만, 그마저도 기쁜지, 젖살도 빠지지 않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세요?”


“그래 오늘 밤에 출발 할 것이다···"


차가운 눈으로 아들을 보는 페론의 눈에, 언제나 깨끗한 옷을 입어야 마땅한 아들의 옷에 묻은 더러운 것들이 보였다.


"그런데 로베르, 이 흙먼지들은 다 무엇이냐? 설마... 아직도 그 천한것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페론은 반쪽짜리일지라도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아들 로베르가, 다른 천민아이들과 어울리는것이 영 탐탁치 않았다.


“아···아니에요, 이건 그냥··· 검술 수련하느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는 로베르


“거짓말 하지 말거라, 이 아비가 누누히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너는 그런 천한 것들과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것을”


“······네···”


눈치빠른 로베르는, 더 이상 거짓말을 했다간 또다시 아버지가 화를 낼 것을 알았다.


이럴때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면 조용히 넘어갈 것이다.


“여보··· 로베르는 아직 어리니···”


“조용히 해 클레어!!”


“······”


“후······ 이놈의 집구석은 진짜··· 내가 어쩌자고 이런 천한 계집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는지··· 아들이란 놈도 지 애미를 빼닮아서, 천한것들과 어울려다니니···”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를 천한 계집이라고 했고, 어머니는 그저 그 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7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아버지 몰래 친구들과 놀다왔다지만, 집에 올 때마다 화를 내온 아버지를 보아왔기 때문에, 지금 아버지가 이렇게 화내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잠깐 얘기좀 하지, 따라 와”


“네···”


평소에는 집에 오지도 않으면서, 아주 가끔 얼굴을 비칠때마다 항상 이런식이다.


‘쳇,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웃어주거나 울먹이면 그냥 넘어갔는데···’


이런 상황이 익숙한 로베르는 비장의 무기까지 보여줬건만, 아버지에게는 통하지 않은 듯, 오늘도 역시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어보였다.


“내가 없으면 당신이라도 제대로 처신해야 할 것 아니야?! 집안이 이리 뒤숭숭하니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겠어?!”


아마 어린 로베르가 듣지 못하게 하기위해 자리를 옮겼겠지만, 겨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리 목청을 높이니 들리지 않을리가 없다.


‘오늘은 더 심한데···?’


평소에도 집에 올때마다 기분이 안좋아보였던 아버지는, 그저 몇번 핀잔을 주고는 혼자 휑하니 나가버렸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기분이 좋지 않은지, 아예 방까지 잡고는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안되겠어, 최후의 수단을 써야지’


언제나 환한 웃음을 머금는 예쁜 어머니의 얼굴은, 아버지가 올때마다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몇일 동안은 로베르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도 그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안되지 절대로! 내 생일날 이럴 수는 없어’


이런 날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나보다.


“삼촌~”


어머니를 꼼짝못하게 만드는 아버지가 유일하게 꼼짝못하는, 다정한 그의 큰 삼촌이라면 어머니를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다.


“로리안 삼촌~ 어디있어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가득한 널찍한 방안


거대한 창 밖으로 달빛이 스며들고 있는 방안에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마주보고 있다.


‘젠장··· 로베르 그 녀석···’


한창 아내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던 그 좋은 시점에, 아들이라는 로베르 그 녀석이 잔꾀를 부렸는지, 형 몰래 빠져나가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치료는 잘 되었느냐?”


시릴 정도로 푸른 눈을 빛내며 자신을 보는 남자를 향해, 아스란의 영주대리 페론이 찌그러진 얼굴에 달린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네 형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반쪽짜리 귀족에게 박살난 자신의 얼굴과, 죽은 줄 알았던 영주에게 얻어맞은 자신의 고간을 번갈아 매만지며 대답하는 페론


“듣기로는··· 더 이상 조카를 볼 수 없다고 하던데?”


“······예···”


아직 젊은 나임에도 성 불구자가 된 자신이 부끄러운지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구나”


푸른눈의 남자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허허허, 그건 그렇고 로베르 그녀석이 영특하다 생각을 하긴 했지만, 설마 나를 불러낼 줄이야···”


이 거대한 성 안에서 자신의 큰 형, 로리안을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아니, 불러내는 것은 고사하고, 함부로 그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겁없는 자가 이곳에 있을리가 없다.


“별것도 아닌일에 신경을 쓰이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로베르 그 녀석을 제대로 교육시키겠습니다”


“아니다, 로베르 그녀석은 어리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그리고, 덕분에 오랜만에 너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지 않았느냐?”


“···네···”


“로베르에게 들어보니, 이제 곧 떠날 것이라고?”


“예···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즉시 떠나려고 했습니다”


“다행이구나, 혹시라도 그냥 가면 섭섭할 뻔 했어... 허허허허, 그리고 나에게 할 말도 있을 것 같았고 말이야...”


다시 한번 향기로운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푸른 눈으로 페론을 바라본다.


꿀꺽!


푸른눈을 빛내는 형님이, 아스란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알고 계실리가 없다.


소린 아스란을 암살하고자 했던 일은, 페론이 그의 측근들과 은밀히 꾸민 일이기 때문이다.


“저··· 형님···”


그렇기에 조용히 치료만 하고 몰래 떠날 생각이었지만, 아들녀석 때문에 그 일이 틀어졌다.


“말하거라”


하지만, 지금 보니 형님은 이미 모든것을 알고 계신듯 하다.


“그··· 그게···”


마음같아서는 절대로 자신의 실패를 형님께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알고 계시는 것으로 보이는 형님에게, 자세히 보고하지 않는다면... 뒷일을 감당할 수 없음을 머리는 알고 있다.




페론이 우물쭈물거리자 남자가 말했다.


“······ 정 힘들다면, 내가 먼저 시작해도 되겠느냐?”


“······”


‘항상 이런식이시지 형님은···’


페론의 성은 패트론, 트리안 왕국 최고의 가문인 3개의 공작가 중 하나인 패트론 가문의 일원들만 가질 수 있는 이름이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다 하더라도 끝까지 듣고 정정해주거라”


그런 위세좋은 가문 출신인 페론의 앞에 앉아, 낮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페론의 턱살을 떨게 만드는 푸른눈의 남자의 이름은 로리안 패트론, 트리안 왕국이 자랑하는 다섯 명의 마스터 중 하나이자, 왕국 동부지역의 패자, 패트론 공작가의 가주


“마··· 말씀해 주십시오···”


대외적으로 그는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인자한 공작님이다.


“나를 실망시켰더구나”


“혀···형님···”


왕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서도 인정받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상하고 상냥한 공작님······

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그따위 말을 지껄이는 자들은, 자신의 형인 로리안 패트론 공작의 진짜모습을 전혀 모르는 놈들일 뿐이다.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와 중급 3명 초급 15명”


“ㅇ···예···”


“목표는 건국영웅 스틸렌 아스란의 후손 소린 아스란”


“······”


“그만한 전력을 보냈음에도 후작과 기사단장은 탈출했고, 소린 아스란 후작은 살아있다··· 맞느냐?”


페론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그런 페론을 로리안은 푸른눈으로 잠시 응시하다니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이제보니 막내 너가 그냥 나를 실망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 가문을 박살내려고 작정을 했었구나”


“ㅈ···저는 그저 우리 가문을 위해서······ 헙!”


웃고 있지만 점점 살벌해지는 로리안의 눈빛에 어떻게든 변명을 하고자 했던 페론의 목에, 언제 다가온건지 은빛검이 붉은 피를 머금고 있다.


“아우야··· 내 부탁을 잊었느냐?”


검상이 꽤 깊었는지 많은 양의 피가 나오고 있었지만, 페론의 손은, 지금 피가 흐르는 목보다도 더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


언제 뽑아 들었는지도 모를 검을 들이댄 로리안은 검을 거둔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페론”


“ㅇ···예 형님”


“내가 어째서 알버트도, 슈테르펜도 아닌, 페론 너를 아스란으로 보냈는지 아느냐?”


“ㄷ···두분 형님께서는··· 워낙 바쁘셔서···”


벌벌떨며 간신히 입을 연 페론의 대답에,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핫, 그래 우리 형제들이 좀 바쁘긴 하지 하하하···, 하지만 너도 그 두 녀석을 잘 알지 않느냐? 내 말 한마디면 무엇이든 하고, 어디에도 갈 녀석들임을”


“예···그···그렇지요···”


“너를 보낸 이유는 말이다······”


푹신한 의자에 깊게 파묻은 몸을 서서히 떼어내고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네가 가장 겁이 많고 무능하기 때문이란다 아우야”


“······”


귀족으로써, 형제로써 그리고 사람으로써 수치스러운 말을 들은 페론이지만, 수치심따위는 형 앞에 섰을 때부터 이미 공포에 밀려난지 오래다.


“그런 너라면 말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


“······”


“이미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되는 아스란을 집어삼키는 것은 말이야··· 그저 그것뿐이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


“알버트와 슈테르펜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유능하거든...”


“하하하하하··· 어째서 배다른 형제인 그 녀석들은 유능한데, 나와 같은 어미의 배에서 나온 너는 이리도 무능한지 모르겠구나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참을 웃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게 아스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가장 무능한 페론, 너 뿐이라 생각했었다···”


“너도 알다시피 동부는 트리안의 이름보다 우리 패트론의 이름이 강하단다”


인자하고 자상하기로 소문난 공작의 얼굴이 씹어내뱉듯 한마디 한마디 내던질때마다 거칠어진다.


“지금 동부에서는 말이야··· 당연하겠지만, 트리안의 명령은 거부할 수 있어도, 감히 패트론을 거역할 수 있는 자는 없어...... 뿌드득!!”


이를 갈던 로리안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건국 영웅이라는 과거의 망령만 믿고 설쳐대는 아스란······ 그 놈들만 아니라면 말이야!!!”


콰아앙!


패트론가문을 상징하는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독수리가 멋들어지게 새겨진 책상이 로리안의 주먹질 한방에 가루로 변했다.


“읍···읍···”


그 공포스러운 모습에 페론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자, 틀어쥔 입을 더욱 쥐어짜기만 할 뿐이다.


“그저 편히 지내다가 떨어지는 열매만 받아먹으면 되었을 것인데, 왜 그리 욕심을 부려서는······”


“······”


“후······”


분을 삭히기 위해서인지 하던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른다.


“내 실망감이 느껴지느냐 아우야?”


간단한 질문을 툭 던진 로리안은,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다시 의자에 몸을 파묻고 페론의 붉은 피가 묻은 검을, 푸른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닦기 시작했다.


‘······!!’


검술이나 공부 같은 것들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던 페론과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다른 자들과는 격이 다른 뛰어난 재능으로, 일찌감치 공작가의 차기 가주로 점찍힌 큰형을 오랫동안 보아온 페론은, 로리안의 이 버릇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있다.


“ㅎ···형님! ㅅ···살려 주십시오 형님!”


페론은 안락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뒤 바닥에 자빠지듯 엎드렸다.


쏟아지는 달빛을 등진 채 말없이 검을 닦으며, 푸른 눈으로 잠시 페론을 응시하더니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누가 너를 죽이기라도 하느냐? 하하하하하하”


“······”


감히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는 페론은 잠시 후 웃음을 멈춘 로리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음을 느꼈다.


‘제발···제발···제발···.!!’


형님이자 가주이며 지금은 지옥의 사신보다도 무서운 자의 발걸음이, 바닥에 쳐박힌 페론의 머리 바로 앞에 멈춰섰다.


“고개를 들거라 아우야”


“예 형님!”


목과 허리가 부러질 듯 고개를 치켜든 페론의 눈이, 로리안의 시릴정도로 푸른눈과 마주쳤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단다”


“······”


“로리안 패트론 공작의 막냇동생 페론 패트론 남작의 목숨 값은······ 그래··· 아스란 정도는 되어야겠어”


말없이 페론을 응시하더니 이내 싱긋 웃었다.


“그렇지 않느냐?”


“그···그렇지요··· ㅈ···제가 반드시 아스란의 깃발을 형님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미···믿어주십시오 형님!”


“하하하하, 그래 그래···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손해보는 장사인 것 같아···, 다 쓰러져 가는 아스란따위가 감히 내 동생과 같은 값이라니··· 어이가 없구나, 그렇지 않느냐? 하하하”


“ㄱ···그···그렇지요 형님···”


“하하하 그래도 내가 형이니 이번만큼은 내가 양보하마 하하하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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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2 20.04.06 173 0 14쪽
20 21 20.04.06 197 1 14쪽
19 20 20.04.04 193 2 15쪽
18 19 20.04.03 173 3 19쪽
17 18 20.04.03 186 2 15쪽
» 17 20.04.02 333 3 14쪽
15 16 20.04.02 221 1 12쪽
14 15 20.04.01 207 3 12쪽
13 14 20.04.01 212 4 15쪽
12 13 20.03.31 225 3 8쪽
11 12 20.03.31 243 3 10쪽
10 10 20.03.30 27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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