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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용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영주님이 달라졌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동네용사
작품등록일 :
2020.03.25 05:18
최근연재일 :
2020.04.09 03:11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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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947

작성
20.03.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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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UMMY

‘에휴···’


필립은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않는 소린의 상처에 약을 바르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그 점쟁이 말처럼 농사나 지을 걸 그랬어···’


필립은 문뜩 올해 초 재미로 본 운세에서 늙은 점쟁이가 그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얼굴에 검버섯이 잔뜩 핀 노파는 필립에게 돈과 명성을 쫒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단명할 신세라고 하였는데,

당시에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노파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뻔 했다.


지금 자신이 돌보는 환자는 개국공신으로 유명한 아스란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다.


몰피르 영지에서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잘 돌아가는 머리는 아니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죽을 만큼 공부하였고, 마침내 트리안왕국 동부 최고의 치유사인 램버트의 제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잘 될것이라는 그의 상상과는 달리, 막상 제자가 되자마자 스승이라는 그 괴팍한 노인네의 밑에서 3년간 온갖 더러운 수발을 다 들어야만 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막 초급 치유사로써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하필 자신의 첫 환자가 이런 살아날 가망성도 없는 환자라니...


게다가 이 숨만 붙어있는 송장이 개국공신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램버트 그 더러운 늙은이···’


더러운 일은 죄다 시켜놓고서, 정작 중요한 일거리는 뇌물을 갖다 바치는 새까만 후배놈들에게만 몰아주는 스승을 원망하던 필립이었지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했었나?


개같던 스승의 호출을 받은 필립은 마침내 램버트로부터 고대하던 초급 치유사로써 첫 임무를 받았다.


[“알겠느냐 필립? 내 그동안 고생한 너를 정말 많이 아껴서 영주님께 특별히 너를 추천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아··· 물론 그래야지 크크큭··· 그래 당연히 감사해야지 크학학학”]


이 괴팍한 노인네가... 아니 스승님께서 그동안의 노고를 알아주었는지 첫 일거리를, 그것도 무려 몰피르의 영주가 직접 의뢰한 일을 맡긴 것이다.


자빠져서 무릎팍만 조금 까지더라도 최고의 치유사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신전에서 온갖 축복까지받는 귀족이라는 족속들의 일을 맡아 제대로 치료해내면, 보상이 큰 것은 둘째치더라도 자신의 명성과 더불어 몸값이 한없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는, 집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움막을 벗어나 시내에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영주의 명으로 아스란 영지에 왔을 때만해도 그는 행복한 꿈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제 사시사철 따뜻한 물로 목욕할 수 있고,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도 배부르게 먹을수 있겠지 크크큭'


'그리고 우리 귀여운 애슐린 학교도 보내주고... 아니지, 일이 잘 풀리기라도 하면 학교가 아니라 왕도에 있는 왕국 아카데미에 보낼 수도 있을거야 흐흐흐'


'잠깐... 어머니 때문에라도 사람을 고용해서 보살펴드려야 하는데... 그러면 돈이... 좀 부족하려나?'


불편한 몸으로 자신과 어린 여동생 애슐린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했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그래, 돈을 벌면 어머니를 돌봐드릴 사람을 고용하고 애슐린을 아카데미에 보내는것을 목표로 하자, 내가 좀 덜먹으면 되지 뭐'


자신의 은혜로운 스승 램버트의 말에 따르자면, 그냥 조그만 꼬맹이한테 약만 바르면 되는 일이라고 했고, 혹시라도 치료가 안되더라도 뒤탈 없는 신분의 환자라,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지’


하지만 막상 아스란 영지에 도착해보니 스승의 말과는 전혀 반대였다.


아스란영지 관문에 도착하여 자신의 신분패와 몰피르 남작의 인장이 찍힌 소개장을 관문 경비병에게 보여주자, 생전 받아보지못한 귀한 대접을 받았고, 곧이어 호화로운 마차가 그를 맞았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마차에 오른 필립은, 마차를 모는 깡마른 노인에게 물었고, 노인은 사람좋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어디긴유~ 영주성이쥬~”


“네?!”


“영주성이유 영주성~ 우리 꼬마영주님 살려주러 오신거 잖어유~ 헐헐헐”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한껏 좋아진 기분이 갑자기 엄청난 불안으로 바뀌었다.


“아니 그게 무슨말입니까? 영주님을 살리다니요?”


“거시기··· 몰피르 영지에서 오신 치유사 아니어라~?”


“네 맞습니다만... 영주님을 치료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그냥 어린아이 한명 고쳐주면 된다고 들었는데...”


“아~ 우리 영주님이 아직 어리시긴 하지유~ 워찌나 귀여브신지, 우리 부부는 영주님을 꼬마영주라고 부르기까지 해유~ 헐헐헐헐!”


“······?!”


설마하는 마음으로 영주관에 도착한 필립은, 영주성 입구부터 그를 마중나온 한 무리의 경비병과 아스란 영지의 가신으로 보이는 노인들을 보고서야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램버트님은 제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 필립입니다”


필립이 노인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자 노인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스승인 램버트가 아니냐고 몇차례나 되물었다.


“허···”


긴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은 충격받은 듯한 얼굴로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형님, 몰피르한테 완전히 속은 것 같습니다”


“젠장··· 그 배은망덕한 염소수염새끼를 그냥!”


흰수염 노인과 머리가 듬성듬성하고 통통한 노인, 그리고 기사로 보이는 외팔이 노인은, 저들끼리 분한 얼굴로 쑥덕거리더니 필립을 영주성 옆에 조그맣게 지어진 별관으로 안내했고,


필립은 그곳에서 기념비적인 자신의 첫번째 환자이자, 곧 송장이 될 마지막 개국공신의 후손 소린 아스란을 보았다.


‘이 찢어죽일 노인네가 이걸 약만 바르면 된다고?!’


스승에게 제대로 속은 필립은 몇날 몇일동안 자기가 아는, 그리고 새로 익힌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소린 아스란의 숨을 겨우 겨우 붙여놓았다.


매일같이 밤을 새어가며 연구하고 소린을 돌보는 필립의 노력을 모르는, 이 어린 영주는 잠깐 깨어나면 발작과 함께 비명만 지르다가 기절하고 다시 깨어나서 비명 지르기만 반복할 뿐


‘개 같은 노인네 지 살라고 나를 죽여?’


뒤탈 없는 신분의 가벼운 부상만 입은 꼬맹이


스승이 말한 환자의 상태는 꼬맹이라는 것만 빼면 완전히 반대였다.


마지막 개국공신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소린 아스란은, 몇일 못살고 죽을 것이라는 소문은 이웃영지에 사는 필립의 귀에도 들어갈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 약해빠진 몸뚱이로 여기저기 칼자국까지 나있었고, 아스란 가문의 가신이라는 노인들은 몰랐지만 꼬마 영주를 찌른 창,칼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던 듯 죽음의 포옹이라는 고약한 독에 중독되어 있었다.


비록 그 효과가 느린 특성 때문에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겠지만, 해독을 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중독된 자를 죽인다는 죽음의 포옹은 그 치료과정이 지독하기로 악명높아 이 덜죽은 송장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빌어먹을 새끼들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죽일라고 이악물고 덤볐구만···’


몇일 동안 소린을 보아온 필립은 소린을 볼 때마다, 소린의 무덤 옆에 있는 자신의 무덤이 보였다.


자신의 첫 환자는 무려 개국공신의 후손이다.


개국공신의 후손을 건드렸다가 공작가문이 주춧돌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소문은 필립도 알고있다.


지금도 송장이랑 별 차이가 없는 이 꼬마가 죽는다면, 이름없는 농부의 자식인 필립의 목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정말 운이 좋아 총관이라는 노인네가 살려준다고 하더라도, 소문이 돌아 앞으로 치유사로써 먹고사는 것은 포기해야할 것이다.


‘램버트 이 개같은놈 두고보자···’


스승이라는 그 괴팍한 노인네는 이걸 이미 알고, 자기 대신 필립을 보냈음이 틀림없다.






뿌드득!


“응?”


늙은 스승의 얼굴에 한방 날리는 상상을 하던 필립은, 죽어가는 영주에게서 무언가 소리가 나자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차!’


주명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던 무흔이 무심코 낸 이가는 소리를, 그의 곁에 있는 자가 들었나보다.


‘젠장 들킨건가? 아직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데’


곁에 있던 잘생긴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흔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설마 이 꼬마가 낸 소리인가? 그동안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면 죽은 듯이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얼마전과는 달리 미세하지만 영주의 얼굴색이 좋아졌다.


핏기없이 시체와 같던 뺨은 미세하지만 붉은기가 돌았고, 몸의 독을 밀어내기 위해서인지 이마에는 조금이지만 땀이 맺혀 있었다.


오랫동안 스승 램버트의 밑에서 온갖 더러운일을 해오던 필립은, 송장같던 꼬마영주의 몸에서 분명한 생명의 신호를 찾아냈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기다려라 램버트 이 나쁜놈아!’


아주 작은 신호지만 절박한 필립이 이를 놓칠리 없었고, 한번 잡은 동앗줄은 팔이 떨어져나가더라도 붙들고있을 것이다.


'절대 안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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