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만다라케 원정대 (3)
23화. 만다라케 원정대 (3)
여전히 카르델을 노리는 지단. 발이 빨라 선출되지 않았다면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새끼. 정신 못 차리지?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이제 어쩔 수 없다!”
카르델이 갑자기 거리를 벌렸다.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는 아티팩트 신발은 눈 위에 발자국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등에 메고 있는 화살집에서 세 개의 화살을 꺼내는 카르델. 화살마다 붉은색 실이 꼬리처럼 붙어있었다. 그중 한 발을 장전시킨 카르델이 외쳤다.
“나약한 네 의지를 탓해랏!”
장전된 화살이 빛의 속도로 쏘아졌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두 개의 화살을 더 발사하는 카르델.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였다.
“헉!”
지단의 검이 가까스로 첫 화살을 쳐냈다. 화살에 담긴 기운이 어찌나 강력한지 휘청이는 지단. 두 번째 화살이 카르델의 손에서 떠나는 것을 봤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안돼!”
에이바우트가 화살의 경로로 달려들었다.
- 챙
준비 동작 없이 움직인 에이바우트가 빙글 돌아 묘기에 가까운 동작으로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화살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엑쏘스를 회수해서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 피한다면 지단이 위험했다. 에이바우트가 눈을 감았다.
- 푹
화살이 왼쪽 어깨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 뚝뚝
화살 꼬리의 붉은색 실을 따라 피가 송골송골 맺히더니, 이내 눈밭으로 떨어졌다.
“에이바우트!!”
놀란 파티원들이 뛰쳐나왔다.
“으···. 괘, 괜찮다. 이 정도 화살쯤···.”
화살의 튀어나온 부분을 부러뜨리며 에이바우트가 애써 괜찮은 척했다. 하지만 일행들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뒤! 뒤를 봐욧!”
그제야 위험을 파악한 에이바우트. 뒤에는 지단이 검을 앞세워 달려들고 있었다.
“지···. 단! 정신 차려야 한다.”
피하기는 늦은 상황. 최대한 마나로 몸을 보호하며 지단의 검이 얕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들려오는 만델리아의 괴성!
“이야아앗!”
만델리아가 지단의 눈 바로 앞에 날카로운 이빨의 사자를 만들었다. 황갈색 갈퀴의 사자는 입을 쩍 벌려 포효하는 듯 보였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상황. 하지만···.
“으아악!”
갑자기 지단이 머리를 부여잡고 눈밭을 뒹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지만 에이바우트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엑쏘스를 하늘 위로 들었다.
“번개여! 부디 약하게 부탁한다!”
대기 중의 마나가 높게 쳐든 엑스자 도끼에 엉겨 붙기 시작했다.
- 타닥! 타닥!
눈에 보일 정도의 스파크가 엑쏘스의 도끼날에서 튀었다. 고통이 있는지 눈을 찡그리는 에이바우트.
“지단! 오른쪽 상단. 검을 들어 막아라!”
에이바우트가 미리 경고하고 도끼를 휘둘렀다. 지단은 여전히 자아가 없는 상태였지만 인지능력은 남아있는지 미리 알려준 방향으로 검을 들었다.
- 쾅
검과 도끼가 부딪친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폭발음. 지단은 가장 최근 에이바우트가 알려준 방어 자세로 엑쏘스를 잘 막아냈다. 하지만,
- 지지직!
“끄아아악”
도끼에서 검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전류. 지단이 고통에 겨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 털썩
영원 같았던 찰나의 시간. 정신을 잃고 눈밭에 쓰러진 지단이 몸을 들썩거리다 축 늘어졌다. 엑쏘스를 회수한 에이바우트가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뿐이다. 조금 있으면 깨어나겠군···.”
여전히 어두운 표정. 어쩔 수 없었지만, 동료에게 손을 쓴 것이 마음에 걸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당신들 일행이 우리를 죽이려 하다니?”
카르델이 도끼눈을 뜨고 바라봤다. 그 옆으로 포팩과 방패를 든 케어스가 나란히 섰다.
“나도 영문을 모르겠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죽이려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에이바우트가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의 옆으로 모험가 일행들도 나란히 자리했다. 삼대 오의 묘한 대치상황.
“지금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어서 만다라케가 있는지 확인이나 하고 돌아갑시다!”
위협적인 말투. 수비조 대표로 나온 케어스가 방패를 아래로 쿵 찍으며 말했다.
“일행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소!”
에이바우트의 강경한 의지. 틈만 나면 지단을 노려보는 카르델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걱정 마시오! 저 아이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설 일은 없을 테니···.”
세 사람의 확답을 받고 나서야 일행들은 다시 눈밭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단···. 항상 침착하던 네가 무슨 일이야···.”
크리스티나는 지단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지단.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런 지단이 안쓰러웠다. 그때, 저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여···. 여기! 이리 좀 와보시오!”
사방에 울려 퍼지는 포팩의 목소리. 가장 먼저 달려온 루이가 눈을 빛내며 포팩이 가리킨 땅 밖으로 나온 이파리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이거 맞는 거 같아요. 만다라케.”
길게 뻗어 나온 무성한 초록색 잎사귀. 겉으로 보면 약초인지 구별도 되지 않았지만, 한 떨기 보라색 꽃망울이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에 시큼한 냄새까지···. 도감에서 본 만다라케의 특징이 분명했다.
“어이! 꼬마. 확실한 거냐?”
포팩이 거대한 망치를 어깨에 둘러메고 위협하듯 말했다.
“확실해요! 여기는 이렇게 생겼지만 뿌리 쪽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거예요!”
루이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 같이 돌아갑시다. 모두와 함께 다시 돌아 오는 거로-”
에이바우트가 안심하며 손을 털고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으하하! 찾았는데 뭘 망설인단 말인가? 가지고 가면 그만인 것을!”
포팩이 만다라케를 뽑으려고 잎사귀를 움켜잡았다. 아델이 안 돼! 라며 막으려는 순간,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홍홍홍. 기어코 건드리는구나? 내 그렇게 기회를 주었건만!]
가늘고 날카로운 음성. 휘날리는 눈보라 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음성은 일행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아니 귀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직접 전달되는 듯했다.
“어, 어디냐? 이 괴물아!”
움켜잡았던 만다라케를 놓고 재빠르게 망치를 든 포팩.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뭐? 괴~무~울~? 평화로운 빅풋 가족을 죽이고, 함부로 내 물건에 손을 댄 놈들이 감히 누구보고 괴물이래?]
찢어지는 음성에 일행들이 부르르 떨었다. 엄청난 마력이었다.
“어디 숨어서 장난질이냐? 이 괴물아. 자신 있으면 모습을 보여라!”
포팩이 두 손으로 망치를 붕붕 돌리며 외쳤다.
[숨어? 내가? 홍홍홍. 웃긴 자식들이군···.]
그녀의 말에 일행들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일까? 저 멀리 검은색 인영이 희미하게 보였다. 혹시 몰라 밑에서 대기하던 헌터가 있는 근처였다.
“저, 저깄다! 이···. 이럴 수가?”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색 인영이 한순간 사라졌다.
“으 으아악”
어느새 혼자 남아있던 헌터의 눈앞에 나타난 검은 인영. 헌터가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유 있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인영.
[홍홍홍. 제법 빠르네? 조금 더 힘내 보라구~ 응원할게!]
어느새 제법 거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검은 인영이 뭔가를 던졌다. 그대로 등을 꿰뚫리며 쓰러지는 헌터. 인영이 무기를 회수하고 묻어있는 피를 혀로 핥았다.
[음···. 따뜻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동료가 순식간에 죽었다. 만다라케를 찾던 모두가 커다란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 힘을 합쳐야 하오···. 저건 악마가 틀림없소!”
케어스가 큰 방패에 마나를 주입하며 말했다.
“그···. 그래도 한 사람은 밑에 알려야 하지 않겠소?”
달리기에 자신 있는 카르델이 자신이 갈 것처럼 나섰다.
“이 상황에 보고는 무슨 보고? 일단 살아야지!”
겁을 집어먹은 것 같은 카르델의 모습에 포팩이 고함을 질렀다. 공격조 출신답게 호기로운 모습이었다.
[홍홍홍. 그래! 저 무식한 망치 말이 맞아. 보고는 무슨 보고야? 이미 다 죽었을 텐데···.]
“뭐, 뭐라고?”
카르델이 놀란 표정으로 어느새 가까이 자리 한 악마에게 소리쳤다.
[못 들었어? 다 죽! 었! 다! 고! 홍홍홍~]
“이런 못된 악마가 이제 우리까지 현혹하려 드는구나?”
[혀···. 현혹? 글쎄 난 저 기절한 녀석 말고 딱히 그런 적이 없는데? 특히 너같이 무식하게 생긴 애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츄릅!]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악마.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못 봤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머리에 달린 짧지만 확실한 두 개의 뿔. 검은색 커다란 날개는 그녀가 사람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네 녀석이 만다라케를 지키는 괴물이 틀림없구나!”
케어스가 방패를 내밀며 소리쳤다.
[어머! 이렇게 섹시한 괴물 본 적 있어? 너는 가정교육이 덜 됐구나? 내 이름은 시나! 이 아라베스크를 지키는 위대한 서큐버스 님이시다!]
시나가 씩 웃더니 사슬을 가볍게 던졌다.
-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케어스가 뒤로 한참이나 밀렸다.
[오~ 너 그걸 막은 거야? 방패에 제법 괜찮은 마법이 걸려있나 본데? 홍홍홍]
설마 막을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시나가 깔깔거렸다. 반면 케어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내 방패를 상대로 이 정도 타격이라니···.”
물리 공격이라면 50% 이상을 흡수하는 최고급 아티팩트에 흠집까지 났다. 기다란 사슬에 붙어 있는 날카로운 낫은 마치 사신을 연상시켰다.
[암튼 시나는 멋대로 들어와 설치는 네 녀석들이 정말 싫어! 이제 그만 죽어주길 바라~♡]
접혀있던 그녀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일행들이 모두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다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홍홍홍]
시나의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바닥에 쌓인 눈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우아한 날갯짓 몇 번에 어느새 공중에 떠 있는 시나.
“이제 녀석의 공격이 시작 될 거요! 일단 내가 막으면 가장 자신 있는 공격으로 한꺼번에 퍼부으시오!”
케어스가 두 손으로 방패를 잡고 어깨로 받쳤다. 그 옆으로 포팩과 에이바우트가. 한 발짝 뒤에 카르델이 화살을 장전하고 있었다.
“어이. 도끼 양반! 아까 그걸 쓸 작정인가?”
포팩이 망치에 마나를 모으며 에이바우트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긴장한 에이바우트가 번개의 힘을 응축시키며 말했다.
“쓸만하더군···. 저 악마 년을 벼락 맞은 통닭구이로 만들어 버리자고! 하하하”
포팩의 망치가 불에 달궈진 듯 붉게 변했다. 그 열기로 인해 주위의 눈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었다.
“형! 어디 가려고?”
“이거 놔. 지단 형이 당할 뻔했어! 나도 도와야지!”
루이가 나서는 걸 아델이 막았다.
“저기는 너무 위험해! 저렇게 강한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 괜...찮을 거야!”
“그래! 루이 너는 우리를 지켜줘야지!”
지단을 안고 있는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루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길···. 너무 분한데···.”
하지만 이쪽을 지킬 사람 역시 필요했다. 루이가 주위를 경계하며 그 자리를 지켰다.
“지단 형! 걱정하지 마. 저기는 내가 도울게!”
갑자기 만델리아가 호기롭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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