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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은시' 입니다. 모두에게 축복이~

최강 마법사의 특별한 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어은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6
최근연재일 :
2021.08.31 13:52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907
추천수 :
391
글자수 :
206,644

작성
21.07.26 11:13
조회
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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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
12쪽

1화. 그게 너의 특별한 점이야!

DUMMY

1화. 그게 너의 특별한 점이야!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모든 사람이 두 번 놀랐다.


신생아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이목구비에 한번. 오른쪽 눈 밑에 위치한 미칠 듯이 교태(嬌態)로운 애교점에 두 번.


세상의 축복이라고 생각한 부모님은 나의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재주 기(技), 점 주(丶) ‘기주’라고 이름을 붙이셨다. 하지만 이 ‘기’자가 추할 기(魌)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 ㅆㅂ 더러운 새끼 저리 안 가?”


거대 색소 모반. 내 온몸을 덮고 있는 희귀 질환의 이름이다. 축복이라고 생각한 눈 밑의 애교점은 내가 커가면서 같이 자랐다. 아니 내 성장 속도 보다 2배나 빠르게 이 녀석은 내 온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역겨움···.


온몸이 검은색 점으로 뒤덮이고 기형적인 변이가 일어난 내 모습은 역겨움이라는 표현도 감지덕지했다. 그나마 군데군데 남아있는 얼굴의 하얀 피부만이 내가 사람이었음을 짐작게 해줄 뿐이었다. 이마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웠다. 나를 이렇게 태어나게 해줘서라기보다 나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하는 멍청한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이다. 나 때문에 술 먹고 객사한 아빠라는 작자는 이미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달라···. 괴물과 사람은 양립할 수 없어···. 절대···.’


한때는 나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조금 특별할 뿐이라고···. 하지만 그마저도 아니라는 걸 사춘기를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지만 내 이야기는 듣지 않고 기필코 일반고등학교로 진학을 시킨 엄마의 가식적인 행동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점박이 새끼야!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아 진짜 짜증 나 죽겠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 몸을 뒤덮고 있는 더러운 점들은 부풀어 올라 있지만, 악성 암의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것들은 내 몸의 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내 움직임은 느릿느릿 병신 같았다.


“아···. 밥 먹을 때 화장실 가서 혼자 처먹으라고!!!”


박현우···. 재수 없게 이놈과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왔다. 남들은 불쌍해서라도 괴롭히다 멈추곤 했는데 이 새끼는 빠꾸가 없었다. 역시나 오늘 점심시간에도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미···. 미안해···. 지금 화장실로 갈게···.”

“어휴···. 더러운 새끼···.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거기야! 앞으로 알아서 먹어라?”


- 으하하하하


앞에서 지랄하는 박현우의 저 말보다 뒤의 웃음소리가 더 거슬리는 건 내가 이상한 걸까? 식판을 들고 오늘도 변기를 식탁 삼아 밥을 먹는다. 왜 우리 엄마는 이딴 곳에 다니게 하는 걸까? 자식이 죽었으면 좋겠나?


“흑흑흑···. 다···. 다 죽어버려···. ㅆㅂ새끼들···.”


밥이 왜 이리 짜지? 학교는 왜 다니는 걸까? 증오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


“기주야! 이기주~~ 일어나 학교 가야지!”


빌어먹을 아침은 어김없이 또 오는구나···. 내가 죽어도 오겠지?


“으악! 또···. 또 자랐어!”


세수를 위해 거울을 바라봤다. 그나마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왼쪽 이마 부근의 하얀 부분이 더러운 점으로 덮여있었다.


“이···. 이 씨···. 으아아아아”


손톱을 세워 얼굴을 마구 긁었다. 이렇게 해서 피부를 되찾을 수 있다면 칼로 난도질도 할 수 있었다.


“씩씩···. 휴···.”


세면대에 뚝뚝뚝 떨어지는 새빨간 피들···. 내 얼굴은 검은데 피는 빨갛네···. 웃기다··· ㅆㅂ


“아들! 무슨 소리야? 어머??? 이···. 이게 다 뭐야???”


세면대에 떨어진 피를 보고 기겁을 하는 우리 엄마. 상처 난 내 얼굴을 보더니 기절을 할뻔했다. 크크크. 그러니까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는데? 결국, 나는 팔목을 붙잡혀 거실로 끌려 나와 10여 년 만에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아들···. 엄마는 괜찮아···. 우리 아들 얼굴이 이래도 괜찮아···.”


또르르···. 내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엄마의 눈물.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 떨린다.


“엄마는 우리 아들이 축복이야···. 너 없으면 엄마 못살아···. 제발 나쁜 마음 갖지 마···.”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아니라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거야! 나로 하루만 살아보면 바로 목매달걸??? 그렇게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듣던 나였지만 갑자기 눈이 확 뜨일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들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이제 학교 다니지 마···. 이번 주 내로 정리하자. 친구들한테 인사도 하고···.”


엄마···. 나 친구 없어! 더러운 점박이랑 누가 친구를 하겠어? 흐흐흐. 그래도 기분은 좋다! 진작에 얼굴을 싹 갈아엎을 걸 그랬어?


얼굴에 약을 잔뜩 바르고 학교에 도착했다. 웃긴 건···. 점으로 덮여있는 내 얼굴에 상처가 났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욱신거림만 없다면 나도 몰랐을 거다···.


“점박이! 이따 체육할 때 알아서 열외해라! 저번처럼 축구 같이 하게 되면 진짜 뒈진다!”

“으···. 응···.”


내가 하고 싶어서 했겠니? 체육이 억지로 시켜서 했지···. 체육복을 갈아입은 우리 반은 운동장 한 바퀴를 단체로 뛰고 줄 맞춰 서 있었다.


“자!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해라!”


공 2개를 던져주며 알아서 놀라는 터미네이터. ㅆㅂ 나도 다시 태어나면 체육선생 해야지···.


“선생님! 이기주 도망치려고 해요! 크크큭”


뒤돌아서는 터미네이터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빠지려고 할 때 송미림이 얌체같이 체육을 불렀다.


“이기주!! 너 체력 키워야 건강해진다. 야 체육반장! 책임지고 기주 축구 시켜! 알았지?”


체육반장에게 확답을 받은 터미네이터가 갈 길을 갔다.


“아···. 짜증 나···. 야! 너 저쪽 편 해!”


버려진 짐짝 취급하며 대충 말하는 체육반장. 그렇게 지옥 같은 축구시합이 시작되었다. 괜찮아···. 이번 주만 버티면 돼···.


*


“야 이 ㄱ새끼야! 내가 축구 하지 말라고 했지?”


- 퍽


운동을 꾸준히 하는 현우의 주먹이 어제보다 더 묵직했다.


“우으읍”

“아이씨···. 더러워···. 점박이 아침도 챙겨 먹고 오냐?”


그러게 내가 아침 안 먹는다니까···. 담임에게 전화까지 해주며 느긋하게 아침밥을 챙겨 먹인 엄마가 또 한 번 원망스러웠다.


“네가 토한 거 다 핥아 먹어!”


와···. 이건 진짜 웹툰에서만 보던 장면 아닌가···? 사람이 이렇게 삐뚤어져도···.


“억!!!”


쓰러져있는 내 얼굴을 발로 밟아 토사물에 비비는 박현우.


“너 때문에 음료수빵 졌잖아?! 아 열 받아···.”


고작 그런 이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보잘것없는 너의 이유···.


“일어나 이 새끼야!”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박현우가 기어코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얼굴이며 몸이며 깨끗한 구석이 없었다. 토사물이 얼굴 상처에 묻어 따끔거려왔다.


“어라? 너 지금 윙크하냐? 나 원 참···. 하하하”


눈가의 상처가 따끔거려 나도 모르게 찡긋거린 것이 또 성질을 건드렸나 보다.


“미인계야? 헐···. 나 그렇게 값싼 남자 아닌데?”


손을 대기도 더러웠는지 나를 상대로 발차기를 해대는 박현우. 삼단 차기에서 브라질리언 킥까지···. 운동을 배우긴 배웠나 보다. 한참 동안 나를 세워두고 그렇게 시건방을 떨고 있었는데,


“헉!”


... 이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샌드백에 신이 나서 발길질을 해대던 박현우가 바닥의 토사물을 잘 못 밟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 탁!


철퍼덕 소리가 나지 않고 탁 소리가 났다. 운이 안 좋았다. 몸이 붕 뜬 상태에서 책상 모서리에 그대로 목덜미를 찍혔으니까··· 몸이 경직되어 쓰러진 박현우. 응급실 요원이 오기까지 20여 분은 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


다음날 새벽 현우가 죽었다. 삼류 영화? 아니 코미디? 이건 장르를 찾기도 모호했다. 가해자가 가해를 가하다 피해자가 됐다. 그럼 나는??? 나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이기주 학생. 지금 진술한 것들이 전부 사실이지요?”


당연히 나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었다. 아니 피해자에 속했지만, 가해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같은 반 학생들의 모든 증언과 내 증언이 일치했다. 박현우 부모님은 모르겠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 거로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다른 것이었다.


“뭐···. 뭐야! 어···. 어떻게 이럴 수가???”


현우의 죽음을 아직 듣지 못한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다가 다시 한번 놀랐다. 얼굴을 정확히 4분의 1로 나눈다면 왼쪽 상단 부분이 말끔하게 깨끗해진 것이다!


“하···. 하하···. 으하하하하!!!”


징조? 이 더러운 역병에서 해방될 징조라 생각했다.


“엄마! 엄마~~~~!!!”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얘가 아침부터 웬···. 어??? 어????? 기···. 기주야!!!!!!!”


역시 엄마는 바로 알아보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눈이란 것이 생긴 것이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암튼···.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니? 아이고 내 새끼···.”


엄마는 내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또 봤다. 오늘도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부디···. 우리 기주가 실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날 위해 기도하는 엄마. 근데 그 내용이 지긋지긋한 점을 다 없애 달라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지만 않게 해달라고? 에이···. 왜 이리 소망이 작으실까? 우리 엄마?


*


현우가 죽고 한 달이 지났다. 내 얼굴의 점은 더이상 없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새로운 별명을 지어줬다.


“야! 니은! 선생님이 찾는다!”


니은···. ㄴ···. 어떤 애들은 ‘느’라고도 부르고 ‘너’라고도 부르고 ‘테트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내가 거울로 내 모습을 봐도 잘 지은 별명. 그렇게 듣기 싫었던 점박이라는 말이 없어진 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아니 만족했었다···. 매일 밤 꿈만 아니었다면···.


“으···. 으···. 으아아악”


한 달 동안 이어지는 악몽. 누군가를 죽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하면 내 몸의 점이 사라진다.


사실일까?


아니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 현우가 죽고 거울을 봤을 때 악마가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건 그 보상이다!’


현우를 죽인 대가로 얼굴의 1/4을 찾았다···. 더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나도 다른 사람처럼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혹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생길까? 꾸역꾸역 억누르고 있지만, 선악의 무게추가 조금씩 악으로 기울고 있었다.


*

*

*


“3상 12 3909 마지막으로 할 말 없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러운 세상에 더럽게 태어나서 더럽게 죽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오늘따라 기주의 수감복에 붙은 빨간 명찰이 더 빨갛게 보였다.


“다시 태어나면 너희도 나처럼 태어나길 바란다!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게 가능한지 겪어보라고! 하하하하하”


대한민국에서 실질적으로 사라졌던 사형집행이 기주로 인하여 몇십 년 만에 부활했다. 그의 죄목은 아흔아홉 명 살해 및 사체유기. 전기의자에 앉은 기주의 마지막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깨끗하고 잘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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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우리는 아카데미로 간다! 21.08.25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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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만다라케 원정대 (2) 21.08.13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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