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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217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03 06:37
조회
532
추천
10
글자
7쪽

제21화 - 비원의 추억

DUMMY

사실 에리카에게는 비원에 대한 각별한 추억이 있다. 버클리 3학년 겨울 방학에 그녀는 최초의 아시아 여행을 감행했다. 기숙사 방을 같이 쓰는 한국 아이 경미가 서울에 가자고 꼬셨던 것이다. 비행기표만 해결하면 서울에서 자기 집에 묵으면 된다고.


아버지의 모국인 일본이 가깝기도 하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엄마에게 말했을 때 흔쾌히 승낙하는 것이 아닌가? 구두쇠 엄마가 웬 일? 나중에 알고 보니 에리카가 없을 때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을 전격적으로 해치웠던 것이다.


아무튼 서울에서의 2주간은 꿈 같은 시간이었다. 경미의 부친이 한국의 재벌 총수라는 걸 가서야 알았다. 그 아스라한 겨울.. 비원에 들어가서 본 한국의 옛 건축물들과 눈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갈치구이와 오징어구이의 맛!


“그래서 비원이라는 술집에 가겠다는 거야?”

이야기를 다 들은 커널리가 눈꼬리를 올리면 묻는다.

“당연하지. 약속했는데.. 그리고 진짜 갈치구이 먹고 싶어.”

“그럼 나도 갈까?”


이 말에 에리카가 정색을 하고 커널리를 직시한다.

“아니 그러니까..”

커널리가 허둥대며 말을 흐린다.


“그 한국인이 다나카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 지 자세히 듣고 올게요.”

“좋아. 나는 나대로 좀 알아보고 호텔에 가서 쉴테니.. 내일 아침에 만나자구.”


* * *


보스턴에서 급히 오느라 옷가지를 못 가지고 왔지만 새로이 단장을 하고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비원에 들어섰을 때는 11시가 가까웠다.


스포츠 바의 구조로 가운데에 커다란 타원형의 카운터가 만들어져 그 가운데에 조리 시설이 있다. Cho는 하얀 요리사 복장으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다. 넓은 홀에는 열 명이 채 안되는 손님들이 흩어져 있다.


“아직 사람이 별로 없네요.”

에리카의 말에 그가 요리하던 손을 멈추고 올려본다.

“아, 왔어요.. 갈치 곧 구울게요.”


“와 정말 맛있다.”

맥주 한잔에 갈치구이 한마리를 다 먹은 에리카가 감탄을 하자 사내는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짓는다.


학창 시절에 서울에 가서 비원에 가 봤으며 갈치구이도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은 에리카에게 Cho가 묻는다.

“여기는 갬블하러 오신 것? 갬블 같은 거 안 하실 분으로 보이는데..”

“아니 갬블하는 사람을 얼굴 보고 알아요?”

“네. 여기 오래 있다 보니 대충 보면 알겠더라구요.”


“나는 작가에요. 주로 단편을 쓰는데.. 구상이 안 떠올라 정처 없이 며칠 여행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작가도 힘든 직업 같군요.”


“그런데 낮에 일하던 수퍼마켓은 대단하더군요. 뉴욕이나 LA의 동양계 수퍼 못지 않아요.”

“네.. 하지만.. 그만 두려구요.”

“왜요? 일이 힘들어요?”

“일이 힘들기 보다.. 이제는 내 사업에 집중하고 싶고..”


Cho는 갑자기 손을 씻더니 맥주 두 병을 꺼내 에리카 잔을 채우고 자신도 술잔을 채운다.

“Cheers!”

사내가 건배를 권하자 에리카도 맞장구를 친다.


맥주를 길게 한 잔 들이키더니 Cho가 입을 연다.

“여기서 음식점을 하려면 일본 재료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이 부근은 다나카라는 사람이 만든 회사들이 꽉 잡고 있어요. 그런데 얘들이 아무래도 야쿠자와 연결이 된 것 같아서..”

“야쿠자요?”


“가끔 새벽에 사우나에 가곤 하는데.. 거기서 수퍼 관계로 들락거리던 일본인들을 우연히 봤어요. 그런데..”

사내가 조심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에리카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문신을 했는데 그림이 무서워요.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완전히 위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요. 야쿠자가 아직도 있군요.”


일본의 폭력 조직에 대하여 FBI 내부보고서를 작성한 정도로 정통한 에리카는 그저 영화 이야기 듣는 정도로 대꾸를 한다.


“그럼 그 사람들이 이 동네에서 폭력이나 매춘..?”

에리카의 순진한 질문에 사내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그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무역업을 하는 데.. 내가 필요한 식재료도 그 안에 아이템으로 들어 있어서.. 고민이 되는 거죠.”


“그렇군요. 그 정도로 규모 있는 사업이라면 무슨 회사를 만들어서 하겠죠?”

“물론이죠. 여기 어틀랜틱 시티 뿐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일본계 수퍼나 음식점에 수입상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러니 그 사람들을 상대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바로 그거에요.”

“도대체 무슨 회사에요. 아예 내가 조사를 해서 소설을 하나 써 볼까요.”

“그런 생각은 아예 마시고.. 회사 이름은 Tanaka Trading이라고 해요.”


“Tanaka라 내가 대학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했는데.. Tanaka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은 무지하게 많지요. 옛날에 성이 없던 평민들이 그저 밭 가운데 산다고 붙인 성이 田中니까.”


“맞아요. 그런데 Tanaka라는 성도 흔하지만 히로시라는 이름도 아주 흔하거든요.”

“맞아요. 내가 버클리 다닐 때 있던 일본 남자아이들 중에 히로시라는 이름 가진 애들 많았어요.”


“그러니까 이 다나카 히로시라는 흔하디 흔한 이름이 어쩌면 가명일지도..”

“왜 그런 생각을 해요? 남의 이름을 가지고?”


“아까 말한 그 야쿠자들 말인데.. 얼핏 들으니 한국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한국말..! 그렇다면 일본에 있는 한국계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렇지요.”


오랜 만에 맥주를 네 병이나 마신 에리카는 취기가 오른다. 화장실에 가서 냉수로 세수를 하고 돌아오니 Cho가 일을 끝내려는 기색이다.


“아직 두시도 안 되었는데 일을 끝내려구요?”

“네. 수요일 밤에는 장사가 안되요. 미국인들이 일주일에서 유일하게 정신차리고 있는 날이니까..”

“무슨 이야기에요.”

“목, 금은 주말 기다리느라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월, 화는 주말에 논 여파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 때 Cho가 에리카의 의중을 간파라도 한 듯이 말을 건넨다.

“보드 워크에 가서 새벽 바다를 보며 한잔 더 어때요?”

“좋아요. 나는 알코올이 아니라 커피로 하는 걸로..”


이 말에 요리사가 씩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Jason Cho


“아, 제이슨 반가웠어요. 내 이름은 일레인이에요.”

“제이슨은 원래 한국 이름 재선이에요. 반가워요. 일레인.”


대서양가에 펼쳐져 세계적 명물로 꼽히는 보드 워크에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체 길이 6.4 킬로 미터. 커피잔을 들고 이야기를 하며 거의 전체를 걸었을 때, 피로가 전신에 몰려온다.


다시 비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호텔에 왔을 때, 예상치 않은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옆 방에 투숙한 커널리의 사정을 묻자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각은 이미 새벽 4시.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atlantic-city-boardwal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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