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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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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82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26 17:36
조회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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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7쪽

제16화 - 떠오른 시체 자루

DUMMY

페니스가, 아니 닥터 일레븐이 자신을 만나려고 편의점에 여러 번 온 적이 있다면 시시한 일은 아닐 게다. 그가 비록 외형적으로 홈리스이지만.. 한 때는 일류학자를 꿈꾸던 사람이다.


정해진 거처가 있는지도 모르는 그를 어떻게 만날까? 강 가에 있는 몇몇 홈리스에게 ‘닥터 일레븐’을 물어 보아도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할 일도 많지 않다.


밀린 소설책을 읽으며 강 가를 두어 시간 서성였을 때 그가 나타난다. 행색이 크게 변한 게 없어도 냄새는 말끔하게 가신 듯하다. 등에는 군용 배낭을 메고 있다.


“용병으로 고용돼 어느 나라 독재자라도 죽이러 가는 길..?”

“그거 재미있겠네. 그런데 알고 보니 FBI라며? 요새 FBI는 걸스카웃에서 바로 뽑아 가는 모양이지?”

“내가 FBI라는 건 어찌 알았누?”

“내가 이 캠브리지에서 벌써 14년 째야. 이 동네 경찰이나 기자 나부랭이들은 다 내 안테나에 걸려 있어!”


“참 대단하슈. 그거 자랑하려고 나를 찾았나?”

“내가 근사한 거 하나 보여주려구.”

“뭐야? 가랭이 사이에 달린 건 관심이 없는데..”

“저기 호텔에 가서 커피 한잔 사와 봐. 진짜 근사한 거 보여줄 테니.”


MIT 서쪽 캠퍼스 끝과 찰즈강 사이에는 하이야트 호텔이 있다. 그 호텔을 턱으로 가리키며 닥터 일레븐은 벤치에 앉는다. FBI요원에게 커피 사오라고 명령하는 홈리스는 아마 처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없다.


“흠.. 호텔 커피 오랜만에 마시네..”

너스레를 떨며 배낭을 천천히 풀어헤친다.

“자 이거..”


닥터 일레븐이 건넨 것은 굵은 대마로 짠 듯한 부댓자루이다. 펼치니 쌀가마니보다 큰 사이즈이다. 낡은 자루를 뒤집어 본 에리카는 순간적인 충격에 자루를 놓친다. 그 충격은 놀라움과 급작한 깨달음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섞인 것이었다.


올이 듬성듬성 끊긴 낡은 자루에는 주먹만한 사이즈의 푸른색 스탬프가 찍혀 있다. 그 내용은 색이 바랬어도 금방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神


두 사람은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동아시아 역사를 오래 공부한 FBI요원과 홈리스가 단숨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일본의 고베항 (神戸)을 가리키는 글자!


“이거 어디서 난 거에요?”

“내가 주었어. 강 기슭에 밀려 온 걸 주었는데.. 말려서 자루로 쓸까하고 가지고 있었지.”

“그게 언제에요?”

“글쎄.. 최근에는 일기 같은 걸 쓰지를 않아서. 당신을 아침에 다시 만나기 이틀 전 쯤..?”


“자루 안에는 다른 건 없었어요?”

“아쉽게도 아무 것도 없더라구..”

“그런데 이 걸 가지고 나를 찾은 이유는..?”

“에이.. 알면서 왜 그래..”

“그렇니까..”

“그래 바로 그거!”


* * *


FBI 보스턴 오피스로 급히 달려온 에리카를 둘러싼 수 명의 수사원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자루를 놓고 심각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그러니까 이게 커민의 시체가 담겨 있던 자루라 그 얘기지?”

코토우스키가 묻는다.


“틀림 없어요. 고베항을 가리키는 神 스탬프가 찍힌 자루가 이 매사추세츠주의 찰즈강에서 떠 오를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데 그 자루는 누가 가지고 있었을까?”

한 수사관의 질문이다.

그 수사관이 마치 못 할 말이라도 한 것처럼 노려보던 코토우스키가 지시를 내린다.


“빨리 전화해서 일본 고베항에서 자루에 담긴 물건을 보낼 만한 미국 동부의 항구가 어디인지 알아 봐.”


수사관이 대답을 가지고 온 것은 3분이 채 안되어서이다.

“본부에 알아본 결과, 맨해턴과 저지시티 사이에 위치한 뉴워크항에 일본 고베항으로부터 컨테이너가 하역된답니다.”

“뉴워크라.. 자동차로 너덧시간이면 보스턴에 올 수 있는 거리지..?”

“네.”


“그렇다면 하나의 가설을 만들 수 있지요.”

또 다른 수사관의 말이다.


“커민이 살해된 후에.. 어떤 경로로 연락이 되어.. 뉴워크에 있는 모종의 사람들이 내려와서.. 시체를 자루에 담아.. 강에 버렸다..”

“네..”

“그런데.. 그 자루가 풀려서 시체와 자루가 따로 따로 기슭에 도착했다?”

“네.”


“그 가설 아주 맘에 들어요.”

에리카가 나선다.

“왜..?”

“경찰 수사본부가 아직 있을 때 밝혀진 건데.. 커민의 시체에는 두 개의 상흔이 있었고 발생 시점이 별도라는 거였어요. 하나는 골프채로 가격된 후두부의 시체, 그리고 또 하나는 시차를 두고 발생한 팔꿈치의 파손..”


“그러니까..”

“잠깐만 하나 더 있어요. 부검의에 따르면 피해자가 무언가에 갇혀 있었던 탓에 무릎이 오그라들어 있다는 것..”


“흠.. 종합하자면 피해자가 누군가에 맞아서 죽거나 의식을 잃었고.. 그를 자루에 담아서 강에 버리는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팔꿈치에 상처가 생겼다..?”

코토우스키의 질문이다.

“예를 들자면.. 다리의 돌로 된 난간에 덜커덕 내려놓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압력이 가해졌다는 것.”

에리카의 대답이다.


수사관들이 모두 조용하다. 그 때 선임자인 브라운이 들어온다. 상황을 보고받은 그가 한 첫 질문은 에리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에가와 요원이 말한 것과 그 가설이 맞다면.. 이건 연방수사국이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는 수 밖에 없어. 여러 지부들.. 심지어 일본 정부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는.. 경찰 수준에서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렇지요.”

코토우스키가 응대한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에가와 요원을 믿고 우리가 떠 맡느냐.. 아니면 무시하고 경찰이 끝내지 못한 선에서 이 일을 덮느냐를 결정해야 한다는 거지.. 에가와 요원. 자신 있어?”


“네. 자신 있어요. 이 사건 꼭 해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휴가를 반납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스턴으로 출장온 것으로 명령을 다시 내려야 할거야.”

“그렇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 * *


FBI 사무실을 나온 에리카는 커널리에게 전화를 넣는다.

“요새 어떻게 지내?”

“잠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 잠이 마약 같은 것인지 몰랐네. 그런데 무슨 일로..?”


에리카의 설명을 들은 커널리는 숨을 죽이고 있다.

“마이크.. 좀 도와줘요.”

“좋지.. 굿 뉴스야..”

“뉴워크로 가서 항만에서 일하는 일본계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무슨 물품들을 수입하는지.. 등등 생각이 가는 데로 좀 알아봐 줘요.”


“나야 좋지.. 그런데 FBI도 움직이겠지.”

“그렇겠지요. 하지만 FBI는 발로 뛰는 게 아니라 데스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맞아. 현장에서 냄새를 맡으며 샅샅이 훑어야지”


“고마워요. 아.. 그리고 김소영이라는 보스턴대 학생 만났는데.. 그 이야기는 천천히 할게요. 뭔가 갑자기 안테나에서 사라지는 느낌..”

“오우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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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화 - 뉴저지 컨테이너 부두 18.04.29 498 8 7쪽
» 제16화 - 떠오른 시체 자루 18.04.26 512 12 7쪽
15 제15화 – 톰보이 발레리나 18.04.26 528 10 8쪽
14 제14화 – 중국인민지원군 18.04.22 594 8 7쪽
13 제13화 – 양귀비 연구 모임 +1 18.04.19 590 12 7쪽
12 제12화 – 로젠버그 자살 18.04.18 590 9 7쪽
11 제11화 – 로젠버그 자택 수사 18.04.17 587 10 7쪽
10 제10화 – 대마초 재배상 18.04.17 592 9 9쪽
9 제9화 - 로젠버그의 자택 18.04.15 618 9 8쪽
8 제8화 - 세 개의 다리 18.04.15 636 11 7쪽
7 제7화 - 잃어버린 골프 클럽 18.04.14 639 10 8쪽
6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18.04.14 626 12 7쪽
5 제5화 - 백악관 안보보좌관 +1 18.04.12 706 8 7쪽
4 제4화 - 게이 바 18.04.12 693 10 10쪽
3 제3화 - 하버드 경영대학원 +2 18.04.09 789 14 8쪽
2 제2화 - 강가의 시체 18.04.09 817 13 8쪽
1 제1화 - 프롤로그 +1 18.04.09 1,248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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