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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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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5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15 10:41
조회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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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7쪽

제8화 - 세 개의 다리

DUMMY

플리머스에서 3호선 지방도를 따라 보스턴으로 올라가는 차 안의 에리카와 커널리는 각자 생각에 잠겨있다.


“검시관의 보고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침묵을 깬 것은 에리카였다.

“뒤통수의 상처와 별도로 팔꿈치가 부셔졌다는 거?”

“음..”

“나도 뭔가 개운치 않아. 피해자의 정체를 아는 자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시체를 강에 버렸다는 건.. 글쎄.. 프로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아마추어 같기도 하고.”


“게다가 중국사람들과 골프를 같이 쳤다는 게..”

“우리 검시관에게 한번 가볼까?”

“좋아요!”


* * *


검시관은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수사관을 보자 씩 웃는 얼굴에서 천진함이 느껴진다.

“전화 받고 나와서 커피 한잔 하고 있었어요. 안에 있으니 졸려서..”

손에는 두 수사관에게 줄 커피가 들려 있다.


찰즈강의 보스턴쪽 기슭의 벤치에 앉은 세 사람은 이른 봄의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신다.


“검시관 생활 이십년에 대통령 보좌관이 온 사건은 처음이네.. 좀 긴장이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보고를 대충하신 건 아니죠?”

에리카의 질문에 검시관은 대답을 않고 먼데를 본다.

“너무 길게 보고하지 말라고 서장이 말하더군”

“미친 새끼!”

커널리가 남은 커피를 땅에 뿌리며 핏대를 낸다.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에리카의 질문에 검시관이 몸을 돌려 정시한다.

“돌아와서 내내 생각했는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요.. 우선 사망한 시점과 강에 던져진 시점 사이에 갭이 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 강물 속에서 피부가 변질한 정도에 비하여 폐에 들어간 물의 양이 상당히 적다고 봐요.”


“요는 강물에 들어갈 때 피해자의 입과 기도가 막혀 있었다는 것?”

“맞아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뒤통수의 상처와 팔꿈치의 상처의 부패 정도가 많이 달라요.”


“또 하나는 피해자가 움추린 자세에서 다리가 굳어져 있었다는 것. 이건 통이나 자루 같은 데에 넣어져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는 거지요.”


* * *


병원을 나올 때의 시각은 아직 네시. 두 수사관은 시체가 발견된 곳에 다시 가보기로 한다.


찰즈강은 마치 캠브리지시를 담은 그릇 같이 넓은 U자로 굽어 흐른다. 그 U자의 바닥 부분에는 공원이 길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닥터 일레븐과 에리카가 마주쳤던 공원이다.


두 수사관이 도착했을 때 폴리스 라인은 없어지고, 인적이 드문 공원에 불과했다. 자동차 도로와 강 사이에 들어선 공원에는 축구장이 하나 있고, 축구장의 서쪽으로 50미터 정도 걸어 가니 강기슭이다.


커민의 시체가 발견된 시점에 서서 보니 물살이 제법 빠르다. 서북쪽의 상류에서 동남쪽의 하류로 흐르는 강물이 그 지점에서 급히 휜다. 따라서 시체가 그 지점의 기슭으로 밀려내려왔을 공산이 크다.


“이 지점에서 상류 쪽으로 다리가 몇 개 있어요?”

에리카의 질문에 커널리는 선뜻 대답을 못한다.

“글쎄.. 이 동네에 오래 살았어도 그건.. 잠깐만.”


“구글 지도에서 강물이 이 방향으로 흐르는 선을 생각한다면 세 개라고 봐야 돼. 상류로부터 앤더슨 메모리얼, 웨스턴 애비뉴, 그리고 리버 스트리트.. 이 세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들..”


두 수사관은 세 개의 다리를 직접 가보기로 한다.


제일 가까운 리버 스트리트의 다리는 에리카가 조깅을 시작하는 곳이다. 폭이 100미터가 안되는 강 위에 벽돌로 지어진 다리에는 아래 쪽에 세 개의 아치가 있어 요트가 통과할 수 있는 구조이다. 수면에서 높이는 5 미터 정도. 주변에는 대형 아파트와 작은 주택들이 있다.


“여기에 서서 시체가 든 자루나 상자를 강에 던진다는 게.. 밤에는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심야에는 인적이 거의 없고, 달리는 차가 가끔 있어도 다리를 통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목격되지 않을 공산이 커.”

이 고장 출신의 커널리가 자신있게 말한다.


리버 스트리트에서 상류 쪽으로 500미터 정도 떨어진 웨스턴 애비뷰의 다리도 형태가 거의 비슷하고 다리 아래의 아치도 세개가 만들어져 있다.


“이 다리도 조건 상 리버 스트리트 다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네요.”

“흠.. 외견 상으로는 그런데.. 심야에는 이 다리를 통과하는 차량이 더 적다고 볼 수 있지. 리버 스트리트는 고속도로와 연결이 되어 여기보다는 차가 많아.”

“그렇네요.”


마지막으로 앤더슨 메모리얼 다리에 선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가로 젓는다.

“여기는 아닌 것 같아요. 바로 다리 옆에 건물이 있잖아요.”

“하버드대학 요트 하우스야. 게다가 여기는 심야에도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그런데.. 피해자의 아파트가 여기서 가까운 편이지요?”

“음.. 그렇기는 하지.”

“우리 내침 김에 피해자의 아파트에 가보기로 해요.”


* * *


앤더슨 브리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12층 짜리 아파트. 브라운 스톤을 쓴 오래된 건물이지만 대형의 유리 회전문을 밀고 들어선 내부는 고급스럽다.


피해자의 아파트 904호의 문에는 아직도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경찰관이 지키지는 않지만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하며 관리인이 안으로 안내한다.


커널리의 차에 있던 고무장갑과 신발주머니를 착용한 두 수사관이 안으로 들어섰을 때 첫눈에 들어 온 것은 석양이 떨어져 황금빛으로 빛나는 찰즈강이었다.


거실 겸 키친과 두개의 방. 넓은 거실의 창가에는 운동용 자전거와 트레드밀이 놓여져 있다.

“스포츠맨이었던 모양이네.”

커널리가 중얼거린다.


실내를 샅샅이 관찰한 두 수사관이 다시 창가에 섰을 때, 찰즈강 위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골프 클럽은 없네..”

커널리가 허무하게 말한다.


“이미 초동수사의 보고서에도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혈흔이나 난폭한 행동의 흔적은 없다는 것이었죠.”

“그럼 커민이 여기서 살해당한 것은 아니다?”

“일단은 그렇게 가정해야 되겠지요. 그런데..”


“그런데 뭐?”

커널리가 잡아 채듯이 묻는다. 에리카는 그의 성급한 태도가 짜증스럽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답한다.

“서재로 쓰는 방에서 보니까 영어로 된 책보다 중국어와 한국어 책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그게 뭐? 에리카는 지금이라도 FBI 그만두고 학자의 길로 나가는 게 어때? 그렇게 책을 좋아하니..”


심호흡을 하고 에리카가 대답을 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게 포인트가 아니구.. 피해자의 책꽂이에 한국전쟁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꽂혀 있다는 거에요. 미국에 유학까지 온 중국 청년이 전공인 금융에 관한 책은 별로 없고 역사, 특히 한국전쟁에 관한 책들이 많다는 게..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흠.. 모르겠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지품이 적어요. 마치 다른 데에 살림집이 또 있는 듯이.."


두 수사관은 흔들리는 마음과 피곤한 몸으로 커민의 아파트를 나선다.

Bridge-and-clock-tower-over-Charles-Riv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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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9화 - 로젠버그의 자택 18.04.15 618 9 8쪽
» 제8화 - 세 개의 다리 18.04.15 63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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