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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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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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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4화 - 게이 바

DUMMY

“보스턴이 건설되기 전에는 여기가 진짜 강물이 들어오는 만이었어. 그래서 지금도 백베이라고 불리는 거야.”

커널리가 신이 나서 떠든다.


에리카와 둘은 백베이의 뉴버리 스트리트를 걷고 있다. 주변의 얕은 건물들이 온통 브라운 스톤으로 되어 있어 건국 초기의 미국을 걷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커민이 게이 바에 출입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게이 바가 뭐가 문제야?

에리카의 질문에 커널리가 퉁명스럽게 묻는다.

“뭐야..? 당신도 게이?”

“까불지마. 게이는 무슨. 난 진짜 스트레이트야!”


“내 말은 중국 남자들 중에는 게이가 별로 없다는 거에요. 내가 버클리에 다니면서 게이하는 중국 남자는 별로 본 기억이 안나.”

“아직 기차가 안 왔을 뿐이지..”

“그렇니까 중국 사회도 개방이 되면 서양처럼 게이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뛰쳐 나올거다..?”

“음..”

“아마 그럴지도..”


이렇다 할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두 수사관은 커민의 통화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번호들을 우선 확인하기로 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베이의 바람은 차다.

Simon’s Café

차가운 공기 속에서 게이 바의 간판이 유난히 눈을 끈다.


“저렇게 유난스럽게 간판을 내걸어야 하나?”

어느 고장보다 게이가 많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도, 에리카의 마음 속에 게이는 아직도 정돈이 안되어 있다.


“Happy Hour라..!”

입구에 내건 간판을 보며 커널리가 탄식 비슷한 말을 내뱉는다.

“한잔 값에 술 두잔 준다고 다섯시부터 마셔대면 나중에는 지극히 unhappy 해 지는 법!”

“많이 경험한 말 같네..”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사이먼 카페에 들어 갔을 때, 카운터 바는 벌써 반 이상 자리가 채워져 있다. 말이 카페이지, 테니스 코트 두어 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큰 클럽에는 무대와 댄싱 플로어, 그리고 안쪽으로는 가라오케 룸도 있다.


경찰 배지를 보이고 매니저를 찾으니 영리해 보이는 웨이트리스가 카운터 뒤쪽의 작은 사무실로 안내한다. 벽에는 각종 그래프며 신문 스크랩 등이 붙어있고 책꽂이에 경영 관련 서적도 꽂혀 있다. 게이 바의 어감과는 사뭇 이미지가 다르다.


“스티브가 곧 올 거에요.”

웨이트리스가 커피잔을 건네며 미소 짓는다.

이십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미인이다.


커널리가 눈에 빛을 발하며 말을 건넨다.

“보스톤 액센트가 아니네요.”

“네.. 샌디에고에서 왔어요.”

“그래요? 이 여자도 옆 동네에서 왔는데..”


커널리의 말에 여자는 에리카에게 눈길을 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어요. 거기 FBI에서 일해요.”

“멋있어요. 여자 FBI..!”


“당신은 뭘해요?

“네.. 지금 음악학교에서 재즈 피아노 전공하고 있어요.”

“그거야말로 멋있네요. 나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제일 머리가 좋다고 존경해요.”


그때 사십이 넘을까 말까 하는 사내가 들어선다. 단추가 터져 나갈 정도로 꼭 끼게 입은 흰 셔츠 속에 거대한 배가 솟아 있다. 그 배 위에 얹혀진 보라색 타이..


“무슨 일이죠?”

악수도 청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않는 품이 경찰 정도는 하루에도 여러 번 온다는 투다.


“중국인인데.. 커민이라고 압니까?”

커널리의 질문에 사내는 처음으로 두 수사관을 정시한다.


이마보다 폭이 넓은 턱을 수염이 덮고 있다. 좁은 이마에 안쪽으로 몰려 있는 눈에는 간디 스타일의 안경.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게이 바의 매니저라기 보다 잘 안팔리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분위기이다.


“흠.. 올 것이 왔네.”

“무슨 의미에요.”

“커민이 시체로 떠 올랐다는 기사 보았어요. 유감이에요.”


“그럼 수사관이 올 거라고 예감했다는 의미?”

커널리의 어투가 날카로와진다.

“당연하죠. 그 아이의 통화기록을 볼 거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요새 하도 수사 드라마가 많아 웬만한 시청자가 형사 뺨칠 걸..”

이죽거리는 사내에게서 불안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화를 듣고 있는 에리카의 시야에 미세한 움직임. 사무실이 문이 조금 열려 있고 그 밖에서 웨이트리스가 대화를 듣고 있다.


“커민이 자주 왔어요?”

커널리가 수첩을 꺼내며 묻는다.

“음.. 자주 왔다고 할 수는 없죠. 내가 본 것이 두어 번 정도.. 사실 여기에 어울리는 손님은 아니죠.”


“게이가 아니라는 의미..?”

“여기 오는 존재들이 다 게이는 아녜요. 게이, 레스비언, 바이 섹슈얼, 트랜스 등 온갖 종류에.. 그들이 안고 오는 개, 고양이 등등.”


매니저의 태도에는 전혀 위축되는 기색이 없고, 오히려 수사관들을 바보로 아는 느낌이다.


“두어 번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인데.. 어떻게 그것을 기억하는지..?”

에리카의 물음에 처음으로 그녀를 정시한다. ‘이거 또 뭐야’ 하는 정도의 시답잖은 태도이다.


“음.. 우리 VIP 중의 하나가 데리고 와서 소개를 했으니까요.”

“누가?”

“이 걸 말해야 되나..? 에이 어차피 알게 되겠지..”

혼자 중얼거리는 매니저는 건방진 건지 덜 떨어진 건지 구분이 안된다.


“그 VIP가 누구에요?”

에리카의 음성이 다소 날카로와진다.

“지가 아주 똑똑하다고 착각 속에 사는 인간이 하나 있어요.”


“그렇니까 누구?”

뜸을 들이는 매니저에게 커널리가 소리를 지른다.

“벤자민 로젠버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매니저의 말에 두 수사관은 시선을 교환한다.

커널리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는 에리카의 시야에 들어오는 또 하나의 움직임. 웨이트리스가 조용히 문 밖에서 멀어져 간다. 지금까지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로젠버그 교수와 커민은 무슨 관계에요?”

“그야.. 교수와 학생 관계겠죠?”

매니저가 이죽거린다.


“그럼 로젠버그는 여기 자주 오나요?”

“자주라.. 그건 잘 모르겠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손님인 건 틀림없어요.”

“어떤 의미에서?”

“아시다시피 유명 인사이고.. 그 명성에 걸맞게 주머니가 깊은 사람들과 같이 오고.”


“로젠버그 교수 게이입니까?”

고개를 다시 커널리에게 돌리며 매니저는 아주 귀찮다는 표정을 애써 짓는다.

“그 분의 프라이버시지만.. 성경책에 쓰여진 대로 사는 사람은 아니겠죠?”


“커민이 섹스 파트너인가요?”

“글세요.. 내가 그 사람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입장이 아니어서.. 여기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보통 사람도 많아요.”


밴드가 연주 준비를 하는지 고성능 앰프가 웅웅거리고 대화가 힘들다.

두 수사관이 사무실을 나올 때 플로어에는 이미 사람들이 그득하다.


에리카는 걸음을 옮기며 사방을 살핀다. 역시 웨이트리스가 구석에서 두 수사관을 눈여겨 보고 있다.


저녁이 이미 깊어 백베이의 벽돌건물들이 초콜릿 조각처럼 앉아 있는데 그 뒤에 서 있는 죤핸콕 타워만이 남은 태양빛을 흡수하여 거대한 수정 기둥을 세워놓은 듯하다.


“로젠버그가 게이라는 건 다소 의외네.”

커널리의 말을 들은 에리카는 묵묵히 걸음을 옮기다가 독백하듯이 뱉는다.


“버클리에는 게이며 레스비언교수들이 많았어요. 물론 아무도 모르다가 최근에 들어 하나 둘 커밍아웃 했지만.. 존경하던 교수가 커밍아웃을 한 때에는 참 혼동스럽기도 하고.”


“이 동네 피자가 명물이라던데..”

시장끼를 느낀 에리카가 말을 돌리며 제안을 하자 커널리가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그때 그의 전화가 울린다.

“수사본부로 들어 오래. 긴급회의라고. 피자는 거기서 시켜 먹을까?”


* * *


수사본부에는 이례적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수사회의를 참관하기 위하여 직접 내려왔다는 것이다.


“저 새끼 신났네..”

수사본부로 발을 옮기며 복도에서 커널리가 뱉는 말이다.

“어떤 새끼?”


“서장 새끼 말이야. 저 놈 형사로 근무한 적이 없어. 따라서 범인 한 놈 잡아 본 적이 없지. 교통경찰하다가 관리 쪽으로 옮겨 빽을 써서 저기 올라간 거야.”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참석한 수사회의는 다수의 간부들이 자리를 한 가운데 팽팽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이 매일 수사 상황의 보고를 지시했다는 안보보좌관의 말에 참석자들은 앞에 놓인 물을 마시며 헛기침들을 한다.


회의의 우선적 안건은 부검 결과의 발표였다. 흘러내리는 두꺼운 안경을 연신 위로 밀어 올리며 부검의는 말을 더듬듯이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간다.


결정적인 사인은 뇌진탕이었다는 것이다. 뒤통수에 금속둔기로 보이는 타격의 상처가 있고, 왼쪽 관자노리 부근에 심하게 부풀은 상처. 타격을 받고 쓰러지며 탁자의 모서리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을 부검의는 언급했다.


그 이후, 강물에 적어도 열흘 이상 잠겨 있었던 것으로 판단. 늦겨울의 차가운 물속이어서 부패는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폐 깊숙히 강물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누군가가 커민의 후두부를 금속의 물체로 가격하여 쓰러지게 했으며, 그 이후 강물에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건 대낮에 벌어질 수는 없다. 사람의 눈에 띠지 않는 시간이나 상황이 필수적이다. 커민을 아는 자가 사적인 공간에서 죽였을 개연성이 높다.


부검의의 발표가 끝나자 본부장이 회의를 끝내려는 눈치이다. 바로 그 때, 에리카는 한 장의 시체 사진에 눈을 빼앗긴다.

John-Hancock-Tow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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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18.04.14 626 12 7쪽
5 제5화 - 백악관 안보보좌관 +1 18.04.12 706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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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 강가의 시체 18.04.09 817 13 8쪽
1 제1화 - 프롤로그 +1 18.04.09 1,248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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