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83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22 11:58
조회
594
추천
8
글자
7쪽

제14화 – 중국인민지원군

DUMMY

다시 새벽에 눈이 떠진다. 에리카는 침대에 누워 로젠버그 부인을 생각한다. 의미 있는 삶을 기대하고 결혼한 상대자의 동성연애, 좁은 바닥에서의 소문.. 그녀가 겪을 고독을 생각해 본다. 어려서부터 홀로 있던 시간이 많던 에리카는 고독에 수 많은 종류가 있음을 안다. ‘나는 고독과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아.’ 버클리에서 기숙사를 같이 썼던 프랑스 여자아이 자네트가 늘 중얼거리던 노래 가사다.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


그런데.. 김소영은 누구인가? 커민의 여자친구였다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는 없다. 보스턴대학교 생물학과를 찾아 간다면 그녀의 소재를 파악하는 건 쉽다. 그렇지만.. 휴가를 낸 FBI요원이 아무런 공식적 이유 없이 일반시민을 접촉하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시끄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징계를 받은 커널리를 동원할 수도 없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강가 조깅을 나서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중국학생 루 하이얀.


“무슨 일이에요.”

“경영대학원에서 어제 연락이 왔었어요. 커민이 쓰던 도서관의 사물함을 비워 달라고. 커민이가 비상연락 대상으로 저를 적어 넣은 모양이에요. 그게 참고가 되실까 해서..”

“고마워요. 같이 가요.”


* * *


벽에 붙은 철제사물함은 가로와 세로가 60센티 정도에 깊이가 50센티 정도. 커민의 사물함에는 복사한 논문, 책, 빨지 않아 냄새가 나는 스웨터.. 등 지극히 평범한 물건들이 들어 있다. 단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낡은 중국책 한 권. 세게 만지면 부스러질 것 같은 책은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넣어져 있다.


저자는 黃塵(황진). 제목은 [支援軍朝鮮參戰演義](지원군조선참전연의). 에리카와 하이얀은 경영대학원 정원의 벤치에 앉아 노랗게 바랜 책을 골똘히 쳐다 본다.


“지원군이라는 건 중국 군대를 가리키는 거지요?”

에리카의 질문에 하이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해외에 유학하는 중국학생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애국심을 보이고, 따라서 중국에 관한 것에는 매우 신중하다.


“그렇지요.. 중국 군대의 지금의 명칭은 인민해방군이지만, 1950년에 한국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보낸 군대는 중국인민지원군이라고 불렀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2018년의 지금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금융을 공부하는 사람이 68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것에 대한 책을 가지고 있다니.. 상당히 의외네요. 무슨 연유라도..?”


“커민의 할아버지가 중국군에서 유명한 사람으로.. 장군으로 퇴역한 분이라고 들었어요.”

“그럼 이 황진이라는 작가가 그 장군이거나 관계가 되는 사람일까요?”

“그렇게 봐야겠지요?”


“흠..”

너무도 뜻밖의 일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에리카를 쳐다보던 하이얀이 갑자기 눈에 빛을 발한다.

“아.. 그러고 보니 커민이 경영대학원이 아니라 옌칭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거나 공부를 한 일이 꽤 있었어요..”


미국에서 역사학을 공부한다면 누구나 알게 되는 하버드 옌칭 연구소. 옌칭(燕京)은 중국의 수도인 북경의 별칭이다.


1928년에 하버드대학 안에 설립되었지만, 법적으로 독립된 연구소로 미국의 동아시아연구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 시절에 한 여름 동안 옌칭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낸 적이 있는 에리카에게는 친숙한 곳이다.


* * *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옌칭연구소 안의 도서관에 들어 갔을 때 에리카의 눈을 사로 잡은 존재. 유리로 칸막이가 된 사무실 안에 앉아 있는 여자다. 신디 펑크!


에리카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여행 장학금을 받아 옌칭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석 달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때 에리카의 일을 감독하던 직원이 신디 펑크였다. 당시 유행하던 성해방운동가 겸 가수 신디 로퍼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행동은 더 펑키하다고 붙여진 별명이 신디 펑크.


“헤이, 펑크!”

유리문을 노크하고 부르는 에리카를 보자, 펑크가 눈을 크게 뜨고 와서 껴안는다. 이제는 풍만한 50대가 되어서인지 에리카의 몸이 부드러운 살에 파묻히는 느낌이다.


“무슨 일이야? 내게 뭐 FBI가 조사할 일이라도? 나 요새 섹스 끊었는데..!”

펑크의 농담은 여전하다.


이야기를 대충 들은 펑크가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를 말하는 지 감이 와.”

“그래요?”

“음.. 나도 걔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걔들이라구요..? 하나가 아니구?”


“그 중국 친구.. 뭐랄까.. 애띤 소년이 중국공산당 간부 인민복을 빌려 입은 듯한 분위기의 아주 심각하고 어색한 그 친구.. 말인데..”

“네..”

“학생증을 보면 경영대학원 학생인데.. 여기에 와서 한국전쟁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더라구.. 특히 중국어로 된 전집을 읽겠다고 해서 서가에서 특별히 꺼내 준 기억이 나는데.. 그 분야에 전문하는 역사학자도 아니구..”


“그렇군요. 그런 지가 오래됐어요?”

“글쎄.. 대출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아까 말한 전집을 특별히 꺼낸 것이 지난 여름의 더운 날이라 기억해.. 그저 반년 정도..”


“혼자 오던가요?”

“그게 말이야.. 꼭 사이드킥을 하나 붙이고 오더라구..”

이 말에 에리카의 속에서 무언가 철렁 움직인다.


조수라거나 옆에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는 사이드킥. 이 말에 에리카는 컴플렉스가 있다. 아마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앞에 부모가 걷고 뒤에서 에리카가 따라 가는데,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불량배 놈이 친구에게 무심코 뱉는다.

“Hey, look at that yellow sidekick.. What a fucking couple!”


자부심으로 무장한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던 아버지에게 있어, 가장 큰 불행은 태평양전쟁 당시에 일본인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허영심에 찬 백인 여성과 결혼한 것이었을 게다.


“그 사이드킥이 누구에요?”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 다만 도서관에 들어올 때 하버드 신분증이 없길래 물어 보았더니 보스턴대학교 학생이라고 그러더라구..”

“여자군요.”

“음.. 같은 또래의 여자인데.. 미녀야. 아시아인이구. 내가 여기서 아시아 사람들을 30년 동안 보고 감별사 다 되었는데.. 십중팔구 한국여자야.”


“그런데 얘기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냐..”

“안 끝나다니요?”

“내가 좀 이상할 걸 보았거든..”

“뭐를..”

“어느 날 저녁, 도서관을 한번 둘러 보는데 구석의 서가가 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서 가보니..”

“가보니까요?”


“뭐야? 좀 야한 거 기대하는 거야?”

“빨리 말해 봐요!”

“서가 사이의 좁은 공간에 그 중국학생과 같이 온 학생이 서 있는데.. 남자가 여자의 목을 두 손으로 꽉쥐고 마치 죽이려는 포즈를..”

“네..?”

“인기척이 나니까 일은 끝났지만.. 아무튼 이상한 광경이었어.”

pla.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제17화 - 뉴저지 컨테이너 부두 18.04.29 498 8 7쪽
16 제16화 - 떠오른 시체 자루 18.04.26 512 12 7쪽
15 제15화 – 톰보이 발레리나 18.04.26 528 10 8쪽
» 제14화 – 중국인민지원군 18.04.22 595 8 7쪽
13 제13화 – 양귀비 연구 모임 +1 18.04.19 590 12 7쪽
12 제12화 – 로젠버그 자살 18.04.18 590 9 7쪽
11 제11화 – 로젠버그 자택 수사 18.04.17 587 10 7쪽
10 제10화 – 대마초 재배상 18.04.17 592 9 9쪽
9 제9화 - 로젠버그의 자택 18.04.15 618 9 8쪽
8 제8화 - 세 개의 다리 18.04.15 636 11 7쪽
7 제7화 - 잃어버린 골프 클럽 18.04.14 639 10 8쪽
6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18.04.14 626 12 7쪽
5 제5화 - 백악관 안보보좌관 +1 18.04.12 706 8 7쪽
4 제4화 - 게이 바 18.04.12 693 10 10쪽
3 제3화 - 하버드 경영대학원 +2 18.04.09 789 14 8쪽
2 제2화 - 강가의 시체 18.04.09 817 13 8쪽
1 제1화 - 프롤로그 +1 18.04.09 1,248 1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