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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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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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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6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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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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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17화 - 뉴저지 컨테이너 부두

DUMMY

뉴욕주 북부에 있는 ‘구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호수의 물이 동남향으로 흘러내려 대서양으로 들어가는 허드슨강. 이 강의 양편에 있는 뉴저지주와 뉴욕주의 경계선은 강 가운데의 상상의 선이다.


뉴욕이라는 이름과 함께 허드슨강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이유는 하류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다. 미국 동부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살았어도 소위 미국을 상징한다는 자유의 여신상에 가본 적이 한 번뿐이라는 걸 깨닫고 커널리는 혼자 실소를 한다.


에리카의 부탁을 받고 뉴욕으로 온 커널리. 뉴욕 경찰에서 근무하는 폴리스 아카데미 동기생의 설명을 듣고 뉴워크 항구를 발로 샅샅이 뒤져 보기로 한다. 동기생은 점심을 먹으면서 뉴워크라는 이름이 성경에서 나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백인들이 뉴저지에 정착한 초창기에 피어슨이라는 목사가, 이 지역에서 성경에 나오는 언약궤 (ark of the covenant)의 말씀을 새롭게 부흥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즉, New Ark가 Newark가 되었다는 것. 그런 동네에서 살인범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커널리는 새삼 허무감을 느낀다.


게다가 언약궤라니? 목사인 아버지가 수시로 언약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린 커널리는 이해를 못하고, 그 덕에 바보 취급 당하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인생의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뉴워크 항만 경찰서는 컨테이너 부두에서 멀지 않았다. 동기생이 소개해 준 형사는 베트남계였다. 작은 키에 가무잡잡한 얼굴이 야무지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요. 고베항에서 온 물건을 하역하거나 보관하는 회사를 찾는다구요?”

구엔 경사의 눈에 빛이 난다.

“글쎄.. 덤불 속에서 바늘 찾는 격인지 모르는 데.. 죽거나 의식을 잃은 성인을 꾸겨 넣을 만한 크기의 마댓푸대를 하역하거나 보관하는 시설이나 회사..”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뉴워크 항만에서 컨테이너선을 부리는 부두는 이곳 뿐이고.. 물건을 입하하는 일본계 해운회사는 세 곳.. 그리고 근처에 몇 개의 크고 작은 창고회사가 있지요.”


“우선 한번 둘러볼까요?”

“아니.. 이렇게 큰 지역을?”

“컨테이터 터미널 지구의 전체 크기는 270 에이커 정도 되는데.. 그렇니까 거의 정사각형인 지형의 한 변이 약 16 킬로미터 정도.. 하지만 중심부는 그리 넓지 않아요.”

“오케이!”


“성인 남자를 접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부대라고 그랬지요?”

“음..”

“그리고 일본의 고베항에서 보낸 거다?”

“일단 그렇게 봐야겠지. 범행을 저지를 자들이 그 부대를 남에게서 얻었거나 주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은 그들이 소유한 것으로 보고 출발할 수 밖에..”


“그런데.. 커다란 부대라.. 그런 자루에 뭔가를 담아 일본에서 보냈다면.. 무겁거나 딱딱한 물건이 아니고.. 곡식이나 그런게 겠지..”

구엔이 걸으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동감이야.. 일본에서 태평양을 건너 파나마 운하를 통해 뉴저지까지 싣고 온다면.. 우선 미국에서 구하기 힘든 것.. 그리고 금방 썩지 않는 것..”


“우리 이렇지 말고 CBP에 가봅시다. 여기서 멀지 않아요.”

“맞아!”

커널리는 구엔의 기민함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트럼트 정권이 들어선 후 한층 권한이 강화된 이 기관은 공항과 항만에서 관세를 다룰 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형태의 국경을 관장한다.


두 형사가 용건을 말하니 소장이 직접 방으로 안내한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그 사건과 관계가 된다니.. 아직 해결이 안되고 미궁이라구요..”

젊어서 보안관을 했다는 소장은 명함을 내밀면서 말을 붙인다. 앤디 헤일리.


찾아온 용건을 다 들은 소장이 인터폰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곧 들어 온 여자는 동양계의 중년여자이다.

“여기 있는 릴리 첸은 이 컨테이너 항만의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아요. 그저 아무거나 물어 보시도록..”


이야기를 다 들은 여자는 한참을 생각하다 소장을 쳐다 본다.

“사건을 다루는 형사들이시니 편하게 말해도 좋아, 릴리!”


“고베항에서 이 컨테이너 부두에 배가 들어오는 데는 평균 27일이 걸려요. 하역이 되어 창고에 들어가는 시간을 합치면 딱 한달 걸린다고 보면 되죠.”

“한 달이라.. 그러면 썩는 물건은 안되겠네요.”

커널리가 묻자 여자는 시시한 이야기 닥치고 들으라는 투로 쳐다본다.


“최근에는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의 여러 단계에 냉장기술이 쓰여서.. 썩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우려가 꺼려지는 고급품이라면 항공편으로 오겠지요. 큰 자루에 담겨서 왔다는 것으로 볼 때.. 일반적인 소비재이고 형태가 딱딱하거나 덩어리가 아닌 거라고 봐야 되는데..”

릴리 첸의 말이 선생의 질문이나 되는 양, 각자 생각하는 침묵이 흐른다.


“내가 볼 때는.. 뉴욕과 뉴저지에 있는 일본인들을 위한 어떤 소비재..”

첸은 여기서 말을 멈추고 두 손을 소리나게 잡으며 옥타브를 높인다.

“알았다! 아마 일본산 대두일 꺼에요.”

“대두.. soybean?”

소장이 묻는다.


“뉴욕과 뉴저지에는 많은 일식 레스토랑이 있고 이들은 일본산 노란 콩으로 미소된장을 스스로 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인이나 중국인 들도 일본 슈퍼마켓에서 일본산 대두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여기까지 말한 여자는 잠시 소장과 귓속말을 한다.

“릴리의 말로는 지폐를 대량으로 숨기기 좋은 방법이 곡물 등에 파묻는 거라고 하는데..”

소장의 말에 이어 첸이 설명한다.


“대량은 아니고 만엔짜리 일본화폐를 100장 묶은 다발은 100만엔이니까 대략 만 달러에 해당하죠.. 콩이나 커피빈 같은 곡식류를 담은 자루가 대량으로 지나갈 때 그 안에 들은 화폐는 금속이 아니기 때문에.. 하역업자의 도움을 받으면 우리의 눈을 피해 통과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허.. 백 자루면 백만 달러, 천 자루면 천만 달러..”

첸의 말을 듣고 무심코 계산을 뱉은 커널리의 얼굴이 심각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범죄조직이 관여할 수도 있다는 건데..”

커널리의 혼잣말에 구엔이 대답한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요. 일본에서 버블이 깨지고 또한 일본 정부가 광역폭력조직, 즉 야쿠자 조직들을 촘촘히 관리하면서.. 야쿠자 애들이 뉴욕과 뉴저지로 상당히 왔어요. 게다가 일본의 야쿠자 조직들이 과거와 달리 대졸자들을 채용해서 외형적으로 기업으로 바뀌고 있어서..”

“맞아. 우리도 그건 충분히 인식하고 신경을 쓰고 있어요.”

헤일리 소장이 맞장구를 친다.


* * *


CBP를 나섰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다.

수 많은 컨테이너선과 하역을 위한 대형크레인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항만을 보며 커널리가 저절로 한숨을 내쉰다.

“내가 도울 게요. 찾을 수 있을거야.”

구엔이 커널리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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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 떠오른 시체 자루 18.04.26 512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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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 로젠버그 자택 수사 18.04.17 587 10 7쪽
10 제10화 – 대마초 재배상 18.04.17 592 9 9쪽
9 제9화 - 로젠버그의 자택 18.04.15 618 9 8쪽
8 제8화 - 세 개의 다리 18.04.15 637 11 7쪽
7 제7화 - 잃어버린 골프 클럽 18.04.14 639 10 8쪽
6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18.04.14 626 12 7쪽
5 제5화 - 백악관 안보보좌관 +1 18.04.12 706 8 7쪽
4 제4화 - 게이 바 18.04.12 694 10 10쪽
3 제3화 - 하버드 경영대학원 +2 18.04.09 789 14 8쪽
2 제2화 - 강가의 시체 18.04.09 817 13 8쪽
1 제1화 - 프롤로그 +1 18.04.09 1,248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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