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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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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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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1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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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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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11화 – 로젠버그 자택 수사

DUMMY

에리카가 하버드대학 교무과를 통하여 루 하이얀이라는 학생의 연락처를 알고 만나게 된 것은 그럭저럭 오후의 시간이었다. 시끄러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들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것은 하버드대학의 옌칭도서관 앞 벤치.


여학생이 내민 명함에는 한자로 盧海燕이라고 쓰여 있다.

“뜻이 바닷 제비네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버클리에서 역사를 공부하며 아시아 언어들을 배웠어요.”

“그렇군요. 저도 중국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여기서는 중국의 금융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커민을 잘 아세요?”

“일년 이상 스터디 그룹을 같이 하며 같은 중국인으로서 친하게 지냈지요.”

“경영대학원에 재학하는 학생을 살해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요. 무슨 이권이나 범죄에 관여하는 경우가 아니니..”

“저희 중국학생들도 아주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도대체 이해가 안가요.”


“커민과 사이가 나쁘거나 원한을 가지거나 할 만한 사람이 있나요?”

“없다고 봐요. 경영대학원 공부가 바빠서 학교에 관계되는 사람 이외에는 만날 시간도 별로 없을 거에요.”


“그렇군요.. 혹시 커민이 지도교수인 로젠버그와 무슨 갈등이라도..?”

“말도 안돼요. 그냥 교수와 학생 사이지요. 그리고 커민이 비교적 온순하고 지적인 편이에요.”


“로젠버그 교수가 중국의 은행을 설득하여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려고 했다던데..”

“그런 말을 얼핏 들었어요. 교수 중에 정치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과 살인사건을 연결시키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혹시 김씨 성을 가진 한국 여학생에 관해서 커민이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나요.”

“네.. 그 이야기는 두어 번 들어본 것 같아요. 아마 커민과 사귀는 사이가 아닐까요?”

“그렇군요. 이름이나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구요?”

“보스턴대학에 다닌다는 말은 들었는데.. 성이 김씨라고 알고 있어요. 김씨 성을 가진 한국인은 많지요.”


이때 에리카의 전화가 울린다. 발신인 커널리. 받자마자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빨리 수사본부로 와. 로젠버그 자택 수색영장 나왔어!”


* * *


십수명의 수사진이 로젠버그의 집으로 향한다.

“아니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골프클럽이 로젠버그의 집에 있는가를 확정하지 않고는 수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본부가 결정한 거지.”


“그렇군요. 기습이겠지요?”

“음.. 그런데..”

“그런데 뭐요?”

“수사본부장은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서장이 몰아 세운 모양이야..”


로젠버그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부인이었다. 로젠버그에게는 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자택으로 돌아와서 수색영장을 확인하는 과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터였다.


열댓 명의 수사관이 들이 닥치자 두 마리의 사냥개들이 흥분해 날뛴다. 결국 부인의 양해를 얻어 수면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실내에서 주차장까지 샅샅이 뒤지는 과정은 어둠이 내리고도 끝나지 않았다. 결국 건물 주변에 조명을 쓰기 위한 전력공급차가 동원되면서 조용하던 주택가에서 구경꾼이 나오는 사태에 이르렀다.


‘찾았다’하는 함성이 정원에서 퍼져 나온다. 모든 수사관의 눈이 쏠리는 곳은 벽난로용 장작더미였다. 뒤뜰 헛간에 기대어 쌓여진 장작들은 성인 가슴의 높이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더미의 중간쯤 깊이에 넣어져 있던 샌드웨지가 금속탐지기에 걸린 것이다.


“이 집 사람의 행위이거나, 외부인이 침입해 장작 더미를 헤쳐서 그 안에 집어 넣은 거라고 볼 수 밖에 없군..”

수색을 지휘하는 수사관의 말이다.

“이건 범죄 프로가 한 일은 아니라고 봐야지?”

커널리의 질문에 수사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을 한다.

“아마추어이거나..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연출한 것이거나..”


발견된 샌드웨지를 시체의 상처와 대조하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수사요원들이 다 떠난 후, 에리카는 로젠버그 부인과 소파에 마주 앉았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이로써 남편은 범인이 되는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골프클럽으로 피해자를 가격한 사람이 따로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부인은 한동안 말이 없이 창밖을 내다 본다. 지성적인 미인이다.

“남편이 학자라서 둘이서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 기대는 처음부터 너무도 허무하게 깨지고 말았어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 사태는 벤의 욕망의 대가에요.”


뜻밖의 독백을 듣고 두 수사관은 말을 잃는다. 침묵을 깬 것은 에리카.

“이런 말씀을 여쭈어 볼 상황은 아니지만.. 욕망의 대가라는 의미는.. 무슨 뜻이지요?”

“학자라는 직업은 단순하고 지루한 거에요. 이를 참아내는 것이 학자의 본분이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을 세상에 내세우는데 정열을 바치는 학자들이 많아요. 특히 소위 일류대학이 더 그렇지요. 벤은 그 대표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네.. 하지만, 학문적으로도 뛰어났다고 들었습니다만..”

“글쎄요.. 머리는 좋지만.. 그 재능을 학문에만 집중시켰더라면..”


“외람되지만 그 분과의 결혼은 어땠습니까? 자녀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 지붕 아래 사는 두 타인이라고 봐야지요. 결혼한 지 얼마 안되서부터..”

“교수님이 게이인 건 아시지요?”

“네, 알아요. 그 것에 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 에리카와 커널리는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이 조용이 물러 난다. 로젠버그의 자택을 나왔을 때 시각은 이미 9시가 넘어 조용한 주택가는 암흑에 감싸여 있다.


* * *


수사본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피해자의 후두부 상처와 로젠버그의 골프클럽이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는다. 이로써 형식논리상 벤 로젠버그는 공식적으로 용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수사본부의 문을 열로 들어가서 두 수사관이 감지한 것은 성취감이라거나 수고했다는 등의 말이 아니었다. 당황과 분노였다.


“무슨 일 있어요?”

커널리가 한 노장 수사관에 묻자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킨다. TV는 묵음으로 되어 있었다.


하버드경영대학 교수 중국유학생 살해 혐의


대형 활자가 스크린 밑을 지나가며 기자가 로젠버그 자택을 배경으로 열심히 떠드는 광경이 반복적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누가 흘리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챌 수 있게 수선을 떨었잖아!”

동료 수사관의 말로는 새벽에 조용히 수색하자는 수사본부장의 말을 묵살하고 서장이 야간수색을 강행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에 흘린 것도 십중팔구 서장이다.

“개새끼..!”

커널리가 얼굴이 벌개져 욕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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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화 – 로젠버그 자살 18.04.18 590 9 7쪽
» 제11화 – 로젠버그 자택 수사 18.04.17 587 10 7쪽
10 제10화 – 대마초 재배상 18.04.17 592 9 9쪽
9 제9화 - 로젠버그의 자택 18.04.15 618 9 8쪽
8 제8화 - 세 개의 다리 18.04.15 636 11 7쪽
7 제7화 - 잃어버린 골프 클럽 18.04.14 639 10 8쪽
6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18.04.14 626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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