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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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 안전한 곳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사탄.
저 아래에는 한 사내가 벽을 등지고 위태위태하게 서 있었다.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야수 무리에 포위당한 상태였다.
‘저게 다 몇 마리람···’
사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생각했다.
사실 마릿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푸르스름한 미늘갑옷을 입은 머리 셋 달린 야수가 문제였다.
3차 변이를 끝낸 완전체 케르베르 스핑크스.
원근법을 무시하듯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
‘위험한데···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과는 다르게 사탄의 몸은 바닥에 더욱더 납작 달라붙고 있었다.
뾰족한 수는 차치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케르베르 스핑크스는 사자의 외형을 베이스로 독수리의 형질을 가졌다.
흉측하게 돌출된 송곳니와 무지막지한 크기의 앞발, 추후에 날개와 함께 갈고리처럼 생긴 시커먼 발톱이 돋아난다.
오해 마시라, 이건 일반적인 성체의 이야기일 뿐이니.
1, 2차 변이가 일어난 개체는 머리가 둘과 셋으로, 덩치는 곱절에 곱절로 불어난다.
성체만 해도 코끼리만 한 덩치를 가진 것을 생각하면 악몽 같은 일이다.
3차 변이는 푸른 비늘이 온몸을 뒤덮는 것이 전부인데, 그 무엇도 비늘을 꿰뚫지 못할 것이다.
사탄은 이날 완전체를 처음 봤다.
그것도 세 마리나.
완전체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위압감에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다.
포식자와 먹잇감의 동물적 본능에 따라서.
‘역시나 죽게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나··· 가만, 좀 이상한데?’
사납고 괴팍하기로 소문난 야수가 아니던가.
‘고작 인간 하나잖아. 부상까지 입은 먹잇감 앞에서 왜 주저하는 거지?’
게다가 사탄은 이렇게 많은 케르베스 무리를 본 적이 없었다.
‘이놈들이 웬일로 단합을?’
그는 이내 머리를 양쪽으로 흔들었다.
‘에이, 무슨 개똥같은 생각이람. 수틀리면 지들끼리 물고 뜯는 것들한테.’
순간, 머리보다 오싹한 기운을 먼저 감지한 사탄의 등가죽이 곤두섰다.
그의 등가죽은 대기의 흐름이 멈추었다는 것을 알았다.
귀에 가득 찼던 바람소리와 이마를 간질이던 머리카락도 얌전해졌다.
‘뭐야, 갑자기. 기분 나쁘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다시 절벽 위에 거센 바람이 불어 닥쳤다.
자연스레 사탄의 시선이 아래쪽을 향했다.
“헛!”
목구멍은 제멋대로 소리를 뱉어냈다.
완전체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며 사내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상처 입은 사내 주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를 둘러쌌던 야수들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부서져 있었다.
헝클어진 퍼즐처럼, 조각조각···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
“푸하!”
사탄은 무의식중에 멈추었던 숨을 내쉬었다.
그런 다음에는 현실로 돌아왔다.
“저게 다 얼마야···”
케르베스의 송곳니와 발톱, 특히 비늘은 말도 못하게 비싼 값에 거래된다.
즐거운 생각도 잠시, 사탄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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