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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조회수 :
753,233
추천수 :
14,294
글자수 :
2,597,240

작성
16.04.21 17:32
조회
4,095
추천
70
글자
11쪽

프로게이머(3)

DUMMY

승아가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 원재는 팀원들을 자리에 앉게 하고는 약간의 준비를 금방 하더니 바로 사무실에 가서는 승태와 서연과 함께 나왔다.


“자. 이제 테스트 시작합니다 Remigirl님?”

“네”

“이쪽에 앉아주시면 됩니다. 테스트 방법은 원재씨가 설명할 겁니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했다. 최근 프로리그에 있는 5개 맵을 원재를 포함한 팀에서 잘하는 5명과 1:1 게임을 갖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기던 지던 원재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통과.

그 즉시 입단을 원하는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서연은 위에 보고를 하면 될 터였다.


원재는 승태를 보며 이야기 했다.


“흠. 이런 테스트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하겠습니다. 맵은 장백산맥, 잊혀진 사원, 사냥꾼, 인터프리터, 그리고 마지막 한 맵은 프로리그에 나온 맵 중 하나로 알려드리지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원재의 말을 들은 승태는 컴퓨터 자리 앞에 앉았다. 승태는 손을 풀며 마우스 감도와 키보드 스피드를 조절했다. 사실은 승태가 자신이 편하게끔 세팅하는 것 뿐이었지만 Remigirl의 우주전쟁 넷 상 실력을 아는 팀원들에게는 그 세팅법 마저도 시선을 모았다.


-와.. 키보드를 제일 빠르게 놓고 마우스를 제일 느리게 놓는데요?

-마우스가 너무 느린거 아냐? 저걸 커버할 손놀림이 있다는 건가?

-손놀림이 빠르면 마우스를 제일 느리게 하는게 정확할 수도 있어요.

-키보드 빠른건 화면을 키보드로 움직인다는 건가? 단축키만으로 하지 않고 키보드까지?


별별 예측이 다 나왔지만 정작 세팅하는 승태에게는 살 떨리는 시선이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세팅하고 있었지만 승태의 마음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분명히 승아가 테스트는 자신이 Remigirl인걸 알리고 받기로 했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 슬쩍 승아를 보니 귀여운 척 ‘나는 그냥 오빠 따라온 여자 동생 사람입니다’ 를 표현하며 다른이들과 섞여서 같이 승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망할.. 승아... 언제까지 너인척 해야돼.... 나 우주전쟁 잘 못한다고..’


승태도 승아와 함께 피씨방을 다녔던 만큼 우주전쟁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들사이에서 좀 하는 정도일뿐 바로 티가 날 것이라 생각했기에 마음이 떨렸다. 그놈의 20만원이 뭔지...내가 이런 짓을..

그런 승태의 마음과는 달리 원재는 1경기 상대를 지명하고, 맵을 만들게 시킨 후 경기를 시작시켰다.


“일단 1경기 장백산맥은.. 학도.”

“네. 형!”

“자리에 앉아.”

“예!”


1경기부터 원재가 테스트 하지 않을줄은 알았지만 학도를 붙이다니.. 학도는 팀내에서 주로 2:2 팀플을 연습하는 팀원이었고, 게다가 클랜시절부터 지금까지 팀내 순위전에서 상위권은 커녕 중위권에도 잘 들지 못하는 팀원이었다. 팀원중에 괴물 종족이 둘 뿐이었는데 보통은 학도가 끝에서 2위. 다른 괴물 종족 팀원이 1위를 하고 있었다.


-학도랑 Remigirl이?

-이건 너무 잔인한데.. 승패가 뻔하잖아.

-학도 원재형한테 뭐 잘못한거 있나?

-어? Remigirl이 인간 말고 기계 고르는데?

-원래 기계나 괴물도 가끔 했어. 인간을 워낙 잘해서 그렇지 기계나 괴물도 잘해.


수근거리는 팀원들의 예측과는 상관없이 게임은 바로 시작되었다. 2인용 맵인 장백산맥은 12시와 6시가 시작시점. 승태는 6시의 기계. 학도는 12시의 괴물이었다.


승태는 시작하고 나서 관문을 짓지 않고 더블사원 전략을 들고 나왔다. 장백산맥 맵은 앞마당 자원쪽 자리에서 맵의 중앙으로 가는 사이에 다리가 있어 좁은 입구만 잘 막는다면 일꾼을 부유하게 늘리는 더블사원 전략이 좋았다. 그런데 학도는 처음에 일꾼을 한마리만 생산하고는 일꾼을 더 생산하지 않은 채 바로 연못을 지었다.


일꾼을 더 뽑지 않으면 나중에 자원이 모이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결국은 지게 되지만, 상대보다 빠른 전투 유닛 생산으로 초반에 피해를 크게 주어서 같이 가난한 가운데 상대적인 부자가 되거나, 아예 초반에 뽑은 소수의 사냥개 등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주어 게임을 끝내는 전형적인 초반러쉬 테크트리가 5일꾼 사냥개 러쉬였다.


- 5일꾼 사냥개 러쉬?

- 시작지점이 정해져있고 딱 2군데니까 성공하고 말고는 빌드에 따라 갈리겠네.

- Remigirl은 더블사원인데? 먹히지 않을까?

- 아냐. 나도 저거 써 봤는데 안먹혀. 쟨 일꾼으로 다 막어. 컨 쩔어.

- 그래도 운영으로 가면 Remigirl한테 발리니까.. 잘 선택한거 같은데? 이거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좀 빨라. 그리고 Remigirl도 테스트라 그런지 좀 방심하는거 같고.

- 학도가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데.. 이 맵에서 괴물이 운영 안하면 빠른 사냥개 러쉬인데... Remigirl이 저걸 모를까?


몰랐다.

승태는 몰랐다.

지금 게임하고 있는 승태는 승아가 아니니까.


그리고 학도도 승태가 Remigirl이 아님을 몰랐다. 그래서 우주전쟁 넷 에서의 컨트롤만 보고 많이 긴장을 한 상태로 게임을 시작했다. 운영이라면 자신이 너무 처참하게 질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5일꾼 사냥개 러쉬. 사냥개가 계속 달려가면서도 학도는 입안이 말라갔다.


‘제발. 더블사원이거나 기계전사가 1마리 이상 나오지 않았기를..’


학도가 긴장하며 빠른 5일꾼 사냥개 러쉬를 준비할 때, 승태는 천천히 일꾼만을 뽑고 있었다. 부유하게 가야만 그나마 상대가 될 것 같았다. 상대는 프로게이머였고, 자신은 일반인이었다.


열심히 일꾼을 뽑고 있는데 갑자기 학도의 사냥개 6마리가 들이닥쳤다.


-으악! 지금 아직 기계전사 나올라면 멀었어!

-캐논포도 없어! 일꾼으로만 막아야 돼!

-아! 저거.. 저거...


너무도 빠른 러쉬였기에 학도의 사냥개들에 승태의 일꾼이 거의 전멸당하고 말았다. 승태는 GG를 치며 게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GG]


“와! 내가 Remigirl을 이겼어!”

“학도! 대단한데? 날빌이지만 빠르고 좋았어!”

“오~ 학도~”


학도와 다른 팀원들이 예상밖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을때, 웃지 않는 자는 승태와 승아 말고도 더 있었다. 서연과 원재였다. 원재는 질 줄 알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없는 것인지 무표정이었고, 서연은 놀람과 실망이 혼재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Remigirl 실력이 이거밖에 안되나? 초반러쉬를 못 막는다고?’


환호하는 팀원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옆에서는 승아와 승태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윤승아! 니가 해.

-오빠 두판만 더. 어차피 한판으론 안 끝날거야. 져도 되니까 해. 20만원. 알지?

-아.. 내가 어쩌자고.. 딱 두판이다? 더 안해? 그때 니가 안 밝히면 내가 말한다?

-알았어, 쫌. 해, 일단.


승태는 일단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런 승태를 원재는 잠시 바라보더니 다음 경기를 치를 팀원을 호명했다.


“다음, 잊혀진 사원. 종원이. 준비해.”

“예, 형!”


바로 시작된 경기에서 승태는 인간을 선택했다. 세밀한 컨트롤은 잘 안되지만 인간종족이라면 본진이 언덕인 잊혀진 사원의 특성상 탱크와 참호로 막아서 처참하게 지는 것만은 면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 드디어 Remigirl이 인간을 골랐어!

-아.. 래더에서 인간종족 컨트롤 쩔었지.

-그래, 아깐 원재형이라도 당할 수 있는 그런 타이밍이었어.

-맞아. 처음에 5일꾼 사냥개러쉬 하면 누가 막냐? 빌드가 엇갈린거지.

-이젠 진짜 실력을 볼 수 있겠네.

-종원이 버티기만 할건데 이리저리 맞기만 하다 게임 끝나겠는데?


종원도 원재의 호명을 받아 게임을 시작했지만,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팀에 학도와 자신은 2:2 팀플레이를 주로하는 유저인데 자신을 테스트 2경기째에 내보낼 줄이야. 워낙 잘하는 Remigirl이니만큼 걱정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종원은 시작지점이 4군데인 잊혀진 사원의 특성상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상대가 초반러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제일 잘하는 수비형 빌드를 선택했다.


-야. 종원이 손 너무 느린거 아냐? 저렇게 천천히 크는데 내버려 두겠어?

-내버려 두는데? 손도 그렇게 안빨라.

-이야.. 지도 자원 다 먹고 이번엔 운영과 대규모 컨트롤을 보여주려는 건가?

-손 속도가 이정도만 해도 너는 이길 수 있다! 뭐 이런 자신감인가봐!


‘....그런 자신감은 개뿔...’


승태는 태어나서 우주전쟁을 한뒤로 최고로 손을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미친듯이 일꾼을 뽑고, 유닛을 뽑고 계속해서 또 뽑았다.


‘제길.. 이렇게 움직이는데도 내가 불리한 것 같아. 아니.. 전투만 잘하면 될지도.’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고, 소심한 플레이를 하는 종원은 계속해서 땅따먹기 식으로 광물지대에 멀티를 뜨면서 자원을 벌고, 유닛을 뽑아갔다. Remigirl과 붙어서 허무하게 지면 안타까우니 자신이 그나마 제일 잘 하는 꾸준한 수면제 운영을 보여주려고 했다.


반면 승태도 승아에게 20만원을 받으려면 최소한 너무 못하지 않게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도저히 대충해서는 될 게 아니었다. 상대는 프로게이머다. 어설프게 붙는다면 바로 지고, 승아와의 약속도 어겨진다. 그러면 돈도 날아가지만, 일단 시작한 게임, 이기고 싶었다.


승태는 정말 죽을힘을 다해 우주전쟁 게임에 임하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손과 두뇌가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인 적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될 정도였다. 거의 반 무아지경이었다.

그런 승태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구경하는 팀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승태의 귀에 들렸다.


-와.. Remigirl이 너무 봐주는거 아냐? 지금 지도 반씩 다 먹었는데 종원이가 자원상 조금더 유리해. 광물지대 하나 더 있잖아.

-유닛도 종원이가 조금 더 많어. 싸울때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학도보다 약간 불리하게 먹고, 유닛도 약간 적게 뽑은거지. 아까 컨 대충 한 것처럼.

-우와!!! 역시 Remigirl이야! 대단한데?!



‘......그럴리가 있겠냐!! 난 내 20살 인생중에 최고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승태는, 점점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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