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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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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6.07.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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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서원재 vs 김칠구(3)

DUMMY

4세트 경기. 맵은 신들의 황혼.


네 귀퉁이인 11시, 7시, 1시, 5시가 시작지점인 이 맵은 모두 알다시피 러쉬거리가 워낙 짧았다. 칠구는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


칠구는 이번 경기가 자신의 기계종족에 불리한 것을 알았기에, 최정일의 말대로 캐논포를 먼저 짓고 방어하기로 했다. 심리학을 따지는 진정근의 말 따위 믿지 않기로 했다.


심리학 연구는 진정근이 잘할지 모르겠지만, 서원재에 한해서는 그런 심리분석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칠구는 경기전 준비해온 빌드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


“4세트 경기 시작했습니다.”

“김칠구는 7시, 서원재는 1시! 일단 거리는 먼 것은 김칠구에게 희소식이네요.”

“3:0으로 XK 마르스의 서원재 선수가 앞서가는 가운데, 이성 갤럭시아의 김칠구 선수는 4연승으로 역스윕을 노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서원재 선수가 판짜기를 잘 해왔어요. 평소 서원재 선수답지 않은 모습, 차라리 같은 팀의 윤승아 선수의 플레이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초중반 러쉬가 날카로웠습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 몰린 가운데 김칠구, 이번 판만은 지지 않겠다는 듯 캐논포부터 지으려고 하네요.”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신들의 황혼 전장은 인간 종족의 초반러쉬가 너무 좋은 전장 아닙니까? 1,2 세트 경기도 초반에 아무것도 못한만큼 김칠구 선수로서는 이럴 수밖에 없겠죠.”

“제일 가까운 가로방향이 아닌 것이 변수입니다. 이건 김칠구에게 웃어주는 내용이죠. 물론 대각선 방향이라고 해도 이 맵은 워낙 러쉬거리가 가깝기에 막사와 보급고를 지은 서원재가 바로 소총병을 뽑아서 러쉬를 온다면 본진 언덕 입구 위에 캐논을 짓는다고 해도 앞마당 멀티는 지키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어차피 방어할 거면 멀티를 생각해서 본진 옆에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해설자들의 말처럼 언덕 바로 밑에 멀티가 있는 이 신들의 황혼 전장은 차라리 캐논포를 본진 자원 부근에 짓는다면 언덕 바로 밑의 멀티도 방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캐논을 짓기 위한 수정을 입구 언덕위에 지은 김칠구의 모습으로 보아 언덕 앞을 먼저 방어하려는 것 같았다.


“김칠구 선수는 역시 캐논포 하나부터 짓고 난 뒤에 관문을 가네요. 캐논포가 하나라도 언덕위에 있으면 일단 바로 끝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본진 옆이 아니라 언덕 입구 위지만 괜찮습니다. 0:3이니만큼 한판 한판씩 차분히 이겨나가면 됩니다. 김칠구.”

“더군다나 서로 대각선이라 아직 정찰이 되지 않았어요.”


그때 서원재는 막사에서 소총병을 뽑지 않고 바로 멀티를 뜨는 강수를 두었다.


“앗! 서원재, 멀티입니다! 멀티! 1막사 뒤에 바로 멀티를 뜨는 더블 지휘소를 씁니다!”

“이게 특이한 빌드는 아닌데 신들의 황혼 맵에서 더블이라뇨!”

“서원재! 소총병을 하나 뽑으면서 동시에 멀티를 뜹니다!”


1막사 지휘소 더블의 빌드는 몇몇 유저가 쓰기도 했지만, 상대의 초반 찌르기를 방어할 수가 없는 전략이기에 많이 쓰이지 않았다. 특히 신들의 황혼처럼 러쉬거리가 극단적으로 가까운 맵에서 초반에 피해를 주거나 교전을 하지 않은 채로 더블을 뜬다는 것은 방어를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방어를 포기함은 곧 경기를 지는 것.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의 서원재의 더블은 너무나도 상황이 좋았다. 김칠구가 캐논포를 먼저 지었기 때문이었다.


“김칠구 선수의 선 캐논포 방어도 의외이지만 서원재 선수의 1막사 더블도 더 의외네요.”

“맵이 신들의 황혼인데 저런 과감한 빌드를 하다니..”

“서원재 선수는 김칠구 선수가 몇시에 있는지 모르지 않았나요?”

“바로 옆에 있었으면, 그리고 기계전사 압박을 초반에 왔으면 망하는 것은 서원재였는데요.”

“기계전사 압박은 커녕 기계전사 자체가 없어요. 관문도 이제 막 지어지고.. 유닛도 없고 가난합니다. 김칠구.”

“안정적이지만 이건... 빌드에서 갈린 것 같은데요.”

“서원재도 유닛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대로면 멀티가 하나더 금방 돌아가거든요!”


진행되는 과정을 보는 이성의 팀원들과 소수의 김칠구의 팬들은 침울했다.


- 아니.. 서원재 쟤는.. 신들의 황혼에서 1막사 더블이 말이 돼?

- 그나마 생더블 안한게 어디에요..

- 생더블은 미친거고! 아니.. 그럼 어떻게 된거야?

- 칠구 망했어요. 이제 멀티 하나 차이가 나요.

- .........


원재는 이후에도 정찰을 가지 않고 본진언덕위에 탱크 2기와 소총병과 오토바이를 모으는 등 일꾼을 뽑으면서도 차분히 유닛을 뽑았다. 정찰은 오토바이가 나왔을 때에야 나갔지만, 정찰이 늦었지만 늦은 정찰이 아니었다.


칠구는 원재의 빠른 멀티를 보고 그제서야 테크를 올리고 앞마당을 가져가려 했지만, 원재의 오토바이 견제에 앞마당 멀티를 한번 제지당한 뒤에야 멀티를 가져갈 수 있었다.


“김칠구, 서원재의 더블을 제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멀티는 이제서야 가져갑니다.”

“이거.. 많이 안 좋습니다. 먹는 자원에서부터 차이가 나요.”

“김칠구, 멀티를 가져가는 타이밍이 너무 늦.. 아! 취소합니다!”


칠구는 너무나 답답했다.


‘아니 어떻게 또 캐논포를 지었는데 러쉬를 안와.. 이 전장에선 와 줘야 하는거 아냐?’


신들의 황혼에서 서원재가 1막사 뒤에 배째고 멀티를 가져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떻게 해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름 테크를 올려 보았지만 원재가 병력이 오지 않았을 뿐이지 어떻게 뚫을 수가 없어 보였다. 자신은 멀티도 한번 취소당한 뒤 다시 지었다.


이렇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한 칠구는 모험을 걸었다.


“김칠구! 앞마당을 취소합니다!”

“실수인가요? 김칠구 선수, 테크가 많이 맞물려서 오늘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주었지만 실수는 많이 없던 선수인데요.”

“아닙니다! 서원재가 자신이 멀티 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틈을 타서 아크와 기계전사로 몰아 붙여보겠다는 거죠!”

“그 자원만큼 아크나 기계전사를 몇기나 더 뽑을 수 있어요!”

“예상대로 김칠구, 아크와 기계전사를 더 뽑습니다!”

“타이밍은 지금 뿐이에요!”


칠구가 생각한 것은 멀티 뜨는 모습을 보여준 뒤 바로 러쉬를 가는 것. 그렇게 해서라도 병력의 우위를 순간적으로 점해야 할 만큼 칠구는 마음이 많이 급했다. 자원 캐기에 주력하는 서원재를 노리는 타이밍은 지금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서원재도 병력이 많이 없을 것이었다.


탱크와 소총병이 조금 있지만, 기계전사를 무빙으로 밀어넣고 탱크에 붙이고 빨리 아크와 기계전사로 탱크를 먼저 잡고 오토바이를 아크로 잡고 기계전사는 소총병에 붙는.. 꿈과 같은 컨트롤이 필요했다.


- 아니, 지금 간다면 그렇게 큰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일반적인 상대라면, 칠구의 사원 멀티 취소 뒤 유닛을 더 뽑아 쥐어짜는 공격에 당했을지 몰랐다. 하지만 상대가 서원재라는 것이 칠구의 불행이었다.


“서원재, 김칠구가 사원을 취소하자마자 일꾼 뽑는 것을 멈추네요!”

“이 선수, 정말 감이 좋아요! 김칠구가 사원 취소한 것을 알았나요?”

“아마도 서원재는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자신이 유리하다. 그렇게 계속 간다면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왜 일꾼을 더 안뽑고, 지금 탱크와 소총병같은 유닛을 뽑는거죠?”

“서원재는 생각했을 겁니다. 자원을 김칠구보다 더 많이 캔 자신이 조금이라도 타이밍은 지금 뿐이다. 라고! 아니면 김칠구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수도 있죠! 역으로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이대로 가면 도저히 자신의 방어를 뚫을 각이 안나오거든요! 서원재 선수의 감이 아니라 계산일 수도 있어요!”


감이나 계산은 개뿔...

원재가 들었다면 그렇게 이야기하고 피식 웃었을 이야기였다.


서원재.

화면을 보는 자.


그는 같은 실력이라면,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면, 전투에서 승아와 같은 컨트롤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지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원재에게 초반 러쉬나 드랍을 시도하다니.. 원재를 이기려면 원재가 져주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는 한, 정면 승부로 교전 컨트롤이 더 좋아야 할 것이었다. 승아처럼..


그런 승아마저 4강에서 꺾고 올라온 서원재.

그가 지금 김칠구의 러쉬를 손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김칠구, 러쉬 들어갑니다만.. 뚫기 힘들어 보이죠?”

“네.. 저 탱크와 참호, 소총병, 오토바이 라인을 어떻게 뚫습니까.”

“차라리 3사원 트리플 빌드가 어땠을까 하네요.”

“이 맵에서요? 농담이시죠? 전 캐스터님.”

“농담입니다.”

“..........”

“.............”

“그런 말씀 하지 마시죠. 시청자들 항의 들어옵니다.”

“아. 네. 지금.. 일단... 교전이.. 거의 끝나갑니다.”

“아... 김칠구 선수.. 망연자실합니다.”


칠구는 유닛이 거의 잡혀갈 즈음, 서원재를 향한 어떤 커다란 벽을 느꼈다.

정말 어떤 작전을 써도 이길 것 같지 않은 그런 벽.


칠구뿐 아니라 이성의 팀원들도 서원재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 와.. 어떻게 매번 카운터 빌드냐.

- 상상을 벗어나네.

- 감이 진짜 동물적이다.

- 정말.. 서원재 쟤는.. 심리학적으로 분석이 안되네..

- 심리학 이야기 하지 말고, 정근이.

- 네.


칠구는 더이상의 경기가 의미없다고 생각되어 바로 GG를 쳤다.


[GG]


칠구가 GG를 침과 동시에 무대에는 불꽃이 솟아오르고, 색종이가 뿌려졌다.


“서원재!!! 서원재 선수가 퍼펙트한 모습을 보여주며 4:0으로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 서원재!!!

- 서원재!!!!!!


그때 서원재는 팀원중 학도에게 준비해 온 코스프레 의상을 가져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팀원석에서 학도는 큰 쇼핑백을 꺼내더니 주섬주섬 들고 축하해주러 뛰어오른 팀원들 사이로 그 내용물을 꺼내 원재에게 건넸다.


- 뭐야, 저거?

- 옷 같은데? 뭔가 큰.. 털달린.. 망토?

- 저건.. 왕관?


원재는 학도에게 건네받은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왕관을 자체적으로 썼다.

그리고는 약간 위를 보며 오른손을 치켜들고는 주먹을 콱! 쥐었다.


“아!! 하하하.. 서원재 선수! 저거 뭔가요! 이제 자신이 왕이다! 황제다! 이건가요?”

“이젠 흑마술사가 아니라 자신을 황제라고 불러달라는 것 같네요!”

“개인리그 2회 연속 우승이라니! 이건 대단합니다! 황제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죠!!”

“잊고 있었지만 저 선수 예전에도 흑마술사 컨셉으로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등장했던 적이 있었죠!”

“서원재 선수, 실력 만큼이나 쇼맨십도 뛰어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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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재 vs 김칠구(3) +5 16.07.19 2,036 44 11쪽
99 서원재 vs 김칠구(2) +7 16.07.18 2,058 42 11쪽
98 서원재 vs 김칠구(1) +6 16.07.17 2,307 43 11쪽
97 복귀와 준비 +6 16.07.15 2,192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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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프로리그 결승전(6) +5 16.07.13 2,200 4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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