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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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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6.06.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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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
추천
46
글자
11쪽

부상(2)

DUMMY

승아가 눈을 뜬 것은 병원 응급실에서였다. E-스포츠 경기중 부상당한 것은 승아가 처음이기에 언론의 관심이 있었지만 XK 마르스 프론트에서는 승아가 괜찮다는 것 이외에 다른 기사 소스를 넘기지 않았다.


생각외로 승아의 부상은 가벼웠다. 쓰러지며 책상 모서리에 부딛히며 긁혀 피가 나기는 했지만 피도 금방 멎었고, 병원에서의 진료 결과 또한 적당히 소독하고 약을 바른 뒤에는 괜찮아지는 정도라고 했다.


팀원들은 승아가 누워있는 응급실 침대 위에 몰려서 승아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승아의 눈이 깜박거리는 것을 호진이 발견했다.


“엇. 승아야! 원재형, 승아 눈 떴어요!”

“승아야!!”


팀원들은 승아가 무사히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안도했다.


승아가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이고, 감독님과 팀원들의 얼굴, 그리고 침대와 벽처럼 구간을 나눈 커텐이 보였다. 눈을 뜬 승아에게 팀원들이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승아야. 괜찮니?”

“의사선생님이 괜찮다고는 하는데..”

“종원아. 니가 다쳤는데 그런말 하면 좋겠냐?”

“전 튼튼해서 그럴일이 없어요.”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이 자식이..”

“으악!! 동운이 형이 사람잡는다!”


작은 소란에 승아는 응급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왼쪽 머리에 무언가 느껴졌다. 손을 들어 만져보니 거즈에 반창고를 붙였는지 작은 이물감이 승아의 왼손에 만져졌다.

그런 승아에게 원재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 너 쓰러졌을 때 진짜 놀랬는데, 다행히 큰 상처가 아니라더라. 책상모서리에 머리피부가 조금 찍힌 정도. 곧 아물거래. 흉터도 거의 없을거고. 걱정했다.”

“네에..”


팀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져 승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 것.


“아! 원재오빠, 경기는요?”

“음.. 이겼어. 네가 진 후에 종원이가 이겼지. 4:1로 이겼어.”

“다행이다.”

“그보다. 승아야. 당분간 좀 쉬었으면 해.”

“그래. 감독님 말대로 좀 쉬어.”

“네? 저 크게 다친거 아니라면서요. 감기기운도 좀 괜찮아졌고 내일 경기 나갈수 있어요!”


승아는 좀 쉬라는 말을 하는 서연과 원재를 향해 게임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원재와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서연은 출력해 온 종이를 승아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승아와 관련된 기사가 나와있었다.


종이를 처음 보는 듯 팀원들도 승아와 함께 기사를 보았다.


[프로게이머의 혹사, 어디까지인가. 도를 넘은 기업의 미성년자 혹사]


오늘 저녁 신도림 T 쇼핑센터에서 열린 우주전쟁 프로리그에서 한 게이머가 실신하여 부상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부상당한 게이머는 XK 마르스의 홍일점 윤승아 선수. 윤 선수는 현역 중학생으로 학업과 병행하며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다. 윤승아 선수는 현재 많은 승리로 팀에 기여하여 다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그런 윤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음은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K 마르스는 선수에 대한 배려없이 아직 미성년자인 윤선수를 출전시켰고, 누적된 피로에 윤선수는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지며 부딛혀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했는데, 하마터면 더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본 기자는 아직 중학생으로 어린 윤선수가 쓰러진 것은 팀의 승리를 매번 도맡아 오던 혹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팀에서 에이스역할을 도맡아하던 그녀에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중압감을 안겨준 XK 마르스팀과 이를 방치한 게임업계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 략)


“.........”

“감독님, 이거 기자 누굽니까? 혹사라뇨. 몸살나서 일시적으로 난 사고를..”

“그래요. 그게 맞는데, 위에서는 뭐한다고 이런 기사 막지 못했냐고 하고, 일단은 승아 쉬라고 하네요. 미성년자를 착취하는 악덕기업이 되면 안된다고.”

“아니, 감독님. 솔직히 프로게이머 중에 미성년자 따지면 반은 될건데 무슨 말입니까. 당장에 학도랑 종원이도 술집 들어가면 생일 날짜 땜에 쫒겨나는 판에.”

“호진이 너 쟤들 데리고 술집 갔냐?”

“아.. 아뇨. 원재형. 하하. 말이 그렇단 거죠.”


호진은 말실수에서 나온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호진에게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듯 눈을 잠시 부라린 원재는 승아에게 몸을 돌려 다시 말했다.


“감독님이나 프론트에서 한 말이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쉬라는 뜻은 나도 좋다고 생각해. 승아야. 너 어쨌건 지금 몸이 안좋은 것은 맞잖아. 어차피 지금부터 우리 경기 다 져도 2위로 마감이야. 충분하다.”

“그래. 다 질리도 없고.”

“나만 믿어. 승아야. 내가 다 이겨줄게.”

“허이고? 길이 니가?”

“야. 누가 누구를 나무라냐. 이것들이..”


길이의 호언장담에 학도가 길이를 타박하고 그런 학도를 또 동운이 구박하자 옆에서 원재가 그런 그들을 나무랐다.


“학도랑 길이. 그리고 동운아.”

“여기 병원이다. 자제들좀 해.”

“네.”

“네. 형..”

“그리고 승아야.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이 기회에 좀 쉬었으면 해. 어차피 포스트 시즌 때 네가 필요하다. 프로라서 책임감 있게 경기에 나오는 것도 좋지만, 몸 관리 잘 하는 것도 프로다. 알지? 건강부터 챙기자.”

“네에...”

“앞으로도 몸 관리 잘하고.”


스윽. 스윽.


원재는 승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 몇번 쓰다듬어주었다.

승아는 자신이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팀원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치기까지..


머리위로 원재의 체온을 느끼며 승아는 앞으로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승아를 팀 밴으로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승아의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원재와 서연이 고개숙여 사과한 뒤 모두들 숙소로 돌아온 뒤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어섰다.


원재와 서연은 다른 팀원들이 늦은 밤 모두 잠자리에 들고 난 뒤에도 자러가지 않았다.

오늘 낮의 일에 대해 원재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였다.


원재는 아직 외출에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연습실에서 컴퓨터를 몇 번 보다가 서연이 있는 감독실로 바로 온 터였다.


“감독님.”

“아, 원재씨.”

“지금 프론트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사보니 별별 기사가 다 있던데.”

“아... 원재씨. 보셨나요?”

“네. 가뜩이나 만화에 이어 게임까지 안좋게 보는 시선이 많은데 승아가 다치니까 기레기들이 별별 기사를 다 쏟아내네요.”


원재가 인쇄해서 들고 온 인터넷 기사들은 다양했다.


[게임계에 만연한 아동청소년학대 - 소녀는 왜 다쳐야만 했는가]

[1주일 내내 숙소를 벗어나지 않은 채 사실상 감금상태로 게임에만 몰두하는 청소년들]

[게임중독이 불러온 불상사]

[가족복지부의 입장표명 - 게임은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는 사회적 5대악중 하나]


제목도 다양했다. 불과 반나절도 안되는 사이에 각종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하아.. 원재씨. 때가 이때다 하고 물어뜯는데.. 죽겠네요.”

“프론트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일단 내리는 비는 피해가자고 하네요. 협회와 다른 기업들과 의논해서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기자들에게 기사 요청할거고, 일시적으로 일어난 사고로 확대해석한다는 논지의 기사도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승아를 좀 쉬게 하라네요. 나머진 내일 낮에 논의한다고 하구요.”

“후우...”

“어쨌거나 정규 시즌 말고 포스트 시즌에는 승아 합류할 거에요. 어차피 기사는 잊혀질거고 프론트에서는 승아를 놀릴 이유가 없죠. 1억이나 받은 귀중한 에이스 선수인데요.”

“감독님. 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말씀하세요. 원재씨.”

“감독님. 승아가 더 안 아픈지, 그리고 이런 기사들에 승아가 마음쓰이지 않을지, 그런걸 먼저 봐 주셔야 하는게 감독님 아닙니까!?”

“아.. 그러네요. 그런데다 마음쓰여서 경기력이라도 악화되면 안되니까요. 하지만 승아가 멘탈이 좋으니 그 정도는 견디..”


원재는 그만 여기서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그런게 아니란 말입니다! 감독님!!”


“경기력의 문제나 팀 승리의 문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걱정해 달라는 말입니다!”

“흥분 가라앉히세요. 원재씨. 있는 그대로 걱정 했는데 뭐가 문제죠? 승아가 마음쓰이지 않을지 원재씨가 물어봤고, 저는 그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승아 자체에 대해 봐 주실순 없으십니까? 승아가 아픈데 말을 꼭 그렇게 하셔야겠습니까?”


원재가 계속해서 의견을 피력하자 못당하겠다는 듯 서연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하아. 원재씨. 다른 팀원들도 아니고 원재씨가 애들처럼 왜 그래요?”

“애들요? 그런 애들을 감독님은 봐 주셨습니까?!”

“원재씨만 승아 걱정하나요? 저도 승아가 크게 안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게 그런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알았어요. 이런 몸살에 걸렸을 때, 팀에서 정도를 봐서 본인이 원하더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못나가게 하는 내부 팀 규정을 만든다거나, 협회에 이야기해서 경기장 책상 모서리를 둥글게 하고 스펀지같은 것을 부착한다거나 하는 일을 추진하면 되겠죠?”

“아니.. 감독님! 하아...”


원재는 속이 답답했다. 서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원재는 좀더 따뜻한 무언가를 바랬다. 서연과는 생각이 다르다는 점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아니, 틀릴지도 몰랐다.


“원재씨. 승아가 나가겠다고 할 때 그렇게 걱정했다면 끝까지 말렸어야죠. 나 혼자 출전을 결정한 건가요?”


서연이 말하는 바는 틀리지 않았다. 서연의 말대로 자신도 끝까지 말리지 못했다. 자신도 승아가 아픈데도 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말리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무언가 틀렸다. 결과인지 과정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어긋났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후우.. 가보겠습니다.”


원재는 더 할 말을 목 밑으로 삼킨채로 돌아서며 최서연 감독과 멀어져 숙소로 가기위해 돌아섰다.

돌아서는 원재의 등 뒤로 서연이 말했다.


“원재씨. 어설픈 온정은 냉정한 결단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요. 무슨 뜻인지 아실거라 믿어요.”


원재는 서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감독실의 문을 닫았다.

감독실의 문을 닫고 돌아서며 원재는 작게 말했다.


“그래요. 알지만.. 난.. 변하지 않을겁니다.”


작가의말

One한님, 솔현님, KoKNoN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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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서원재 vs 김칠구(2) +7 16.07.18 2,058 42 11쪽
98 서원재 vs 김칠구(1) +6 16.07.17 2,308 43 11쪽
97 복귀와 준비 +6 16.07.15 2,192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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