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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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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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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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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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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1쪽

팬클럽 (3)

DUMMY

연습실에서 다음 개인리그 경기를 연습하던 승아는 최서연 감독의 호출에 감독실로 들어갔다. 감독실안에는 최서연 감독의 취향을 반영하듯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인형과 같은 것들로 소녀틱하게 꾸며진 승아의 방과는 전혀 다른 사무적인 방이었다. 사무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듯한 심플한 인테리어 덕분에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다른 용건 없이 바로 본론을 이야기해야 하는 분위기의 압박에 시달리는 기분이랄까. 승아도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최서연 감독에게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감독언니, 무슨 일이에요?”

“<프린세스> 알지?”

“프린세스... 제 별명.. 아? 그 혹시 팬클럽요?”

“그래. 거기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래요?”

“팬미팅 좀 가지면 안되겠냐고 일정 조절해 달라고 하더라.”

“팬미팅요? 그거 제가 그런걸 해요?”

“응. 해달라던데? 생각 없으면 넘기고, 아니면 있으면 일정 같이좀 조절해 보려고. 네 팬클럽 쪽에서는 우리가 말하는대로 한다고 하더라.”


승아는 팬미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팬클럽이야 회귀전에도 있었던 것이고, 나름 온라인 회원도 좀 있기는 했지만, 팬미팅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이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팬미팅이라니..


“그거 엄청 인기 있는 아이돌 들이나 하는거 아니에요?”

“뭐.. 그렇긴한데..”


실제로 프로게이머로서는 팬클럽의 팬미팅은 승아가 처음이었다. 최서연 감독도 이 이야기로 XK 마르스로 전화가 걸려왔을때, 윗선에 보고를 바로 올릴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그만큼 승아가 아이돌보다 더 인기가 많아서 였겠지만, 회사에서 승아에 대한 가치를 다시 판단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승아만 좋다면 팬미팅 날짜를 4강전 이후로 잡고 있었다. 시간상 4강전 전에는 내일 하루밖에 없기도 했고, 또 팬클럽 측에서는 최소 천명정도는 들어오는 큰 홀을 대관하기를 원했는데, 가까운 큰 홀은 거의 대관 상태였기에 천명 정도가 들어가는 홀이라면 최소 4강전 이후로 날짜를 잡아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4강 전 끝난 다음날 정도로 팬클럽 측과 일정을 조율해 놓았으니 승아 본인만 허락한다면 바로 주변 아트센터의 홀을 하나 빌릴 예정을 회사에서는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승아는...


“언니, 그런데 그렇게 되면 4강 이후면 개인리그 결승전 전 아니에요?”

“으응?”

“개인리그 4강에서 결승 올라가도 마인드 컨트롤로 중심잡아야 하는데 그때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아.. 그.. 그러네?”

“그리고 만약 떨어지면.. 팬미팅이고 뭐고 하고싶지 않을 것 같구요.”

“아....”


어린 승아도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을 회사에서 간과했다는 것에 서연은 당황했다. 그 ‘회사’의 범위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못하다니.. 유료로 하고 입장권을 얼마에 팔고, 그리고 진행을 어떻게 하고.. 이런 생각들만 했지 정작 당사자인 승아의 본업인 프로게이머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을 잊다니.. 감독으로서 자신이 실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연은 자신이 관리직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은 더 팀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럼 팬미팅 못한다고 전할까? 그런데 회사에서도 네가 했으면 하던데..”

“아뇨! 하기 싫은건 아니에요.”


승아는 얼른 아니라고 부정했다. 팬미팅이란 것을 이야기를 갑자기 들어서 당황했을 뿐이지,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많은 팬들이 자신을 보기위해 온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기 싫은 건 아니구.. 그저 좀더 나중으로 미루거나 했으면 해서요.”

“그럴까? 그래. 그러면 일단 팬미팅을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지?”

“네. 괜찮아요.”

“그래. 알았어. 아! 그리고 4강 상대가 호진씨 인가? 연습은 잘 되어가?”

“뭐.. 잘 되어가요. 호진오빠, 잘하긴 했지만 여기까지일 거에요.”


***


“후우.. 여기까진가?”


승아의 4강 상대는 정호진. 호진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 말고 한숨을 내쉬며 4강 상대가 너무 강하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호진을 바라보는 이은지를 비롯한 한국항공의 선수들도 뭐라 위로를 하지 못했다. 호진에게 승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습시간이 분명 적은데도 불구하고, 연습을 많이 한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피지컬을 가진채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작전을 들고 나온다.


때로는 뻔한 작전을 들고 나오지만, 그 뻔한 작전을 깨 부실 수가 없다. 호진은 4강에 쓸 작전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으으.. 대체 무슨 작전을 써야 하지? 일단 승아가 종족이 괴물 하나로 고정되었다는게 그나마 메리트이긴 한데... 기계는 원래 괴물에 약하니.. 음..”


혼잣말 하는 호진에게 이은지가 옆에서 보다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호진오빠, 그럼 포탈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어때요? ‘윤승아 이기는 방법’ 이런걸로.”

“그런걸로 나오겠냐?”

“왜요? 혹시 알아요? 이렇게.. 어머? 나오네? 오빠!!!!”

“뭐? 그딴게 검색이 된다고? 설마 그런게 있을리가..”


호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자리에서 이은지가 검색하던 인터넷상의 내용을 같이 쳐다보았다. 이은지가 검색어를 넣자 승아 팬클럽 <프린세스>에서 포탈에 검색된 자유게시판의 내용이 검색되었다. 그 글에는 승아를 이기는 방법이 나와 있기는 했다. 내용이 좀 어이없어서 그렇지.


<윤승아 이기는 방법>


1. 전원코드를 뽑아서 게임을 지게 만든다.

2. 감기에 걸리게 해서 컨디션을 나쁘게 만든다.

3. 서원재를 불러서 흑마법을 건다.

4. 윤승아의 부모님이 된다.

5. 게임말고 달리기로 이긴뒤에 내가 윤승아를 이겼다고 정신승리 한다.

6. 징징대면서 져달라고 빌어서 이긴다.

7. 맵핵쓰는 초능력을 쓴다. 이얍!

8. 다음생에 다시 태어난다.


“........”

“.............”

“이은지. 이게 뭐야?”

“윤승아 이기는 방법요.”

“......그래서 몇번 하라고?”

“음.. 6번? 어때요? 아니.. 2번? 2번도 좋은 것 같은데.”

“.....이은지. 연습이나 해라..”

“네엥~”


이은지의 말이 아니더라도 진짜 선택지가 있다면 7번이나 8번을 고르고 싶은 호진이었다. 호진은 그래도 혹시나 다른 빌드나 무언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찾아보려고 노력한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정직한 노력만이 방법인데 말이다.


그렇게 다시 자리에 가서 연습하려던 차에, 계속해서 관성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던 이은지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윤승아 이기는 법을 적은 글이 <프린세스>에 올려져 있던 만큼, 이은지는 그 글 위에 있는 메인 공지 사항을 보다가 관심이 가는 글귀를 보고 바로 클릭했다.


[윤승아님 팬미팅 참가 신청 받습니다.]


“어? 이건? 윤승아 팬미팅 한다는데요?”

“뭔 소리야? 팬미팅을 왜 해? 아이돌도 아니고.. 아....”


순간 승아의 인기라면 그럴만도 하겠다고 생각한 호진이었다. 승아의 인기를 생각한 호진은 자리에 가다 말고 이은지가 읽는 글을 같이 쳐다보았다.


내용을 보아하니 아직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운영진을 제외한 다른 팬들의 참가신청을 우편으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어느정도 XK 마르스 팀과 논의가 된 내용이며, 정확한 일정 및 인원수는 추후 공지한다고만 되어있었다. 워낙 팬클럽 회원이 많다보니 모두가 참가를 할 수는 없고, 아마도 500~1천명 사이로 인원이 제한될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공정한 참가를 위해 우편으로 보내진 신청서를 통에 넣고 인원수만큼 뽑는 방식으로 팬미팅 참가자를 선발한다고 했다.


“뭐야, 이건.. 메일이 아니라 우편?”

“뭐.. 나름 신선하기는 하네요.”

“그러게.”


***


호진이 승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일 팀에서 예전에 봤던 사이였기에 굳이 팬미팅 같은 곳에 갈 마음이 없는 보통의 게이머라면, 윤승아 팬미팅에 가려는 프로게이머도 있었다. 바로 승아때문에 팀을 선택한 전적이 있는 같은팀의 최상욱이었다.


매일 보는 승아지만, 팬미팅에서라면 뭔가 또 새로운 승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상욱은 기대하고 있었다. 팬미팅이라면.. 어떤 걸? 설마 아이돌 가수들처럼 백허그? 아냐.. 어리니까 그보다 노래 같은걸 시키려나? 어느샌가 팬미팅에 나온 밝은 승아의 미소를 상상하기 시작한 상욱이었다.


그렇게 팬 미팅을 기대하던 상욱은 팀 숙소중 자신의 방 책상에 앉아서 편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팬미팅 참가 신청을 하기 위함이었다. 평소 글이란 것을 잘 써보지 못한 상욱은 대체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팬미팅 참가 양식이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적어내는 것이라서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되었기 때문이었다.


“아.. 대체 뭐라고 써야 하지.”

“형. 뭐해요?”

“학도냐? 여기 무슨일이야?”

“길이가 마우스가 안된다고 자기 방에 마우스 새거 있다고 해서 가져다 주려구요. 아. 여깄네. 책상위에 놓고 사는구만, 길이는. 근데 형은 뭐해요? 책상에 앉아서?”

“아.. 편지 쓴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네.”

“편지요?”


학도는 상욱의 말에 상욱의 손 밑에 깔린 편지지를 쳐다보았다. 상욱의 손 밑에 있는 편지지는 분홍빛 빛깔과 꽃무늬가 은은히 보이는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형.. 설마.. 그거.. 연애 편지?”

“아냐. 임마. 연애 편지는 무슨...”

“에이.. 맞는데요. 뭐. 형. 연애라면 연애 마스터인 제게 맞겨주세요.”

“연애 아니라니까. 그냥 편지야, 편지.”

“에이.. 아니긴요. 연애 편지 아니고선 누가 그런 편지지에 편지써요.”

“진짜 아니라니까? 길이한테 받았는데 편지지가 이거밖에 없더라고.”

“에이~ 형. 부끄러워 하시기는.. 하여간 그 편지지 눈에 띄긴 하겠네요. 봉투도 완전 핑크고.. 하튼 잘되길 빌게요. 형!”


학도는 말을 마치고 마우스를 집어든 채로 급히 상욱의 방을 나갔다. 상욱은 학도가 나간뒤 학도의 말을 생각해보니 핑크빛 편지지가 생각외로 우편 추첨식이라면 눈에 확 띌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뽑히면 좋은 것 아닌가? 팬미팅에서 어떤 이벤트를 할 지는 모르지만, 평소에 보지 못했던 승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였다. 팬미팅이란게 다 그런 것 아니던가?


상욱은 팬미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면서 핑크빛 편지지에 한글자 한글자 꼼꼼히 자신의 마음을 적어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내용을 적어 나갔다. 많은 내용을 생각했지만, 길게 적자니 잘 적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꾸미자니 자신의 성향과도 맞지 않았다. 상욱은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뒤 그 밑에 그저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한줄안에 축약해서 담아 표현했다.


- 정말 꼭 진짜 몹시 매우 팬미팅에 가고 십슴니다. 형님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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