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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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의 토요일은 아빠 생신이셔서 보드게임 모임에는 가지 못했다.
원래 아빠 생신은 다음 주 월요일이지만 다들 바쁘니 주말에 하기로 한 것이다.
아빠 선물로는 용돈을 마련했고 내가 케이크를 사가기로 했다.
나는 떡케이크를 미리 주문해두었다.
우리 동네나 근처에서는 예쁜 떡케이크를 찾지 못해 꽤 멀리 떨어진 곳에 부탁해 찾아왔다.
마침 지은이가 토요일에 시간이 난다고 해서 지은이 차로 케이크를 찾으러 갈 수 있었다.
내가 너무 고마워서 기름을 넣어준다고 했지만 지은이는
"나중에 술이나 쏴!"
라고 외치며 나를 집 앞에 내려주고는 쿨하게 사라졌다.
식사는 집 주변에 있는 아빠께서 좋아하시는 삼겹살 집에서 먹기로 했다.
원래 동생과 나는 한정식집이나 좀 괜찮은 레스토랑에 예약하려 했는데 아빠께서 굳이 이 집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이 집 삼겹살은 두툼하고 입에 넣고 씹으면 육즙이 확 살아나는 그런 집이었다.
손님이 많이 없을 때는 주인분이 와서 삼겹살을 구워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더욱 더 맛이 좋았다.
게다가 어디서 사오는지 몰라도 김치 맛이 기가 막혔다.
“아빠, 생신 축하 드려요!”
“고맙다, 내 딸들.”
우리는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거기서 용돈 증정식(?)을 했다.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하면 얼마나 좋냐. 자주 모였으면 좋겠구나."
아빠께서 살짝 감격하시며 그 말씀을 하시는데 나는 슬쩍 뜨끔했다.
별로 자주 모이고 싶지도 않고 나에게 가족들을 보는 건 조금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나깨나 보드게임을 언제 내밀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왠지 쑥스러웠다.
난 그런 부분에서 더 소심한 편이었다.
케이크를 잘라 맛있게 먹고 다들 배부르다며 배를 문지르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엄마께서 벌떡 일어나더니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얘, 내가 저번에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너 진짜 남자친구 없어?”
내 동생이 슬쩍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아, 엄마, 요즈음에는 자기 혼자 살 능력 되면은 꼭 결혼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진짜 원하게 되면 말씀드린다고 저번에······.”
“아니, 그래도 연애는 해봐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도 프리랜서라 불안불안한데 혼자 살 능력?? 엄마가 불안해서 그래!”
그 때 동생이 나섰다.
"아, 엄마, 이 좋은 날에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
그 때 엄마가 휙 동생을 쏘아보며 말했다.
"너네 언니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렇지 너도 지금 서른이야! 넌 남자친구 없어?"
동생은 사실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부모님한테는 비밀로 하고 연애 중이었다.
동생은 나에게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부모님이 알면 귀찮아진다고 나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하다간 적어도 둘이 번갈아가며 1시간 이상은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난 동생과 눈짓을 주고 받았다.
어떡하지?
언니, 무슨 방법 없어?
그 때 어머니가 더욱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둘이서 눈으로 무슨 신호 주고 받는 거 내가 다 봤어! 둘이 뭐하는 거야?"
와, 진짜......
옛날부터 느꼈지만 우리 엄마 눈치는 귀신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
그 때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른 게 보드게임이었다.
순간 더 잔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지만!
이미 내 손은 보드게임을 꺼내 들고 있었고 입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엄마, 우리 심심한데 보드게임이나 할까?”
엄마는 나한테 고개를 휙 돌리더니 눈을 더욱 더 치켜뜨고 소리쳤다.
“보드게임? 그거 애들이나 하는 거 아니니?”
우선은 시선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나와 동생은 더욱 은밀하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엄마, 이건 애들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 때 엄마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너 혹시 보드게임인가 뭐시긴가 하느라 결혼 못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요즈음에 취미생활하느라 결혼 안 하고 막 그런 사람들 많다더니······”
앗 이게 이렇게 이어지나?
갑자기 등에서 식은 땀이 쭉 흘러내렸다.
그래도 우선 계속 얘기는 해보자.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진짜 재미있어!”
난 절박한 손짓으로 저번에 샀던 ‘카르카○’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엄마 앞에 최대한 불쌍해 보이는 눈을 하고는 그 게임 박스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 진짜 쉽고 재미있어. 보드게임은 애들만 하는 게 아니라니까! 성인이 더 많이 즐겨요!”
그 때 메시지가 띵하고 내 앞에 떴다.
- 당신의 용기에 정신력이 1 오릅니다.
엄마는 도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드게임? 그런데 그거 혹시 노름 같은 거 아니야? 막 사람들끼리 돈 걸고 하고 이런 거?"
엄마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엄마가 어떻게 나를 어떻게 교육 시켰는데 내가 노름 같은 걸 하겠어! 이건 진짜 순수하게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냥 즐기는 취미생활이에요!"
- 말빨이 1 오릅니다.
- 정치질이 1 오릅니다.
엄마의 눈이 살짝 누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가 또 이런 말에 약하지.
하지만 엄마는 지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화제 전환하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알아? 이 엄마 눈치 백단이야?”
그 때 엄마를 닮아 눈치 백단인 동생이 마치 맞게 끼어들었다.
“엄마! 보드게임 해보자, 응? 이거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빠 또한 살짝 흥미를 보였다.
“그래, 여보. 첫째 딸이 하자는데 같이 하자. 나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셋이 합세해서 말하니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살짝 입술을 삐죽이며 우선 식탁에 앉았다.
나는 최대한 간략하게 룰을 설명했다.
우리 넷은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언제 성이 완성되는 거야?”
아빠는 타일을 뒤집는 족족 계속 완성할 수 없는 성 타일만 나왔다.
동생은 계속 길 타일만 뽑았다.
“아 난 길만 계속 이어지잖아. 언니, 이 게임 뭐야. 이 게임 망겜 아니야?”
엄마는 궁시렁거리며 타일을 뒤집었다.
“아우 참, 이게 뭐가 재미있다구······”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잔소리는 쑥 들어가고 가족들은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좀 츤데레 타입이긴 하지.
그리고 게임이 계속되면서 이런 사태(?)까지 나왔다.
“아니, 여보. 내 차례야. 아니 왜 자꾸 당신이 먼저 하려는 거야.”
아빠께서 웃으며 엄마에게 말하자 가족은 모두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살짝 민망해하며 말했다.
“내가 성격이 급하단 거 알잖아. 빨리 좀 해요!”
그렇게 가족은 재미있게 카르카○을 즐겼다.
가족들이 다들 즐거워하는 걸 보니까 왠지 나도 기분이 슬쩍 좋아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족이랑 즐기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보드게임은 왠지 마법 같다는 생각이 슬 들었다.
가족들이랑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들을 몇 개 더 살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 ‘가족과 보드게임을 한판이라도 즐기세요!’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해 주세요!
보상은 집에 가면서 보자.
심지어 엄마는 맹렬한 승부욕으로 1등을 했고 내가 2등을 했다.
승부욕에서 밀리지 않지만 꼴찌를 한 동생은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며 말했다.
“이 게임 뭐야? 태워버려야 해, 이런 게임은! 완전 운빨게임! 뽑는 타일마다 길만 나오고!”
“재미없었어?”
내가 하하거리며 묻자 동생은 말했다.
“재미있기는 했는데 내 눈앞에 한번만 더 띠면······ 이 게임,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걸?”
동생을 말을 들으며 나는 카르카○ 상자를 괜히 꼬옥 끌어안았다.
슬쩍 본 동생의 눈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는 과일도 깎아먹고 술도 한잔 걸쳤다.
우리 식구들은 다들 술을 좋아했고 잘 마시는 편이었다.
우리 가족은 술 마실 때의 철칙이 나름 있는데 그건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설명하겠다.
지금은 별 중요한 게 아니니까.
집에 가려 길을 나설 때 엄마께서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다음 번에도 뭐 다른 게임 있으면 가져와 보든가.”
생각보다 보드게임이 엄청 마음에 드신 모양이었다.
“응, 알았어!”
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진짜 게임을 몇 개 더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왠지 가족과 조금은 아주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상을 확인했더니 이런 문구가 떴다.
-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업적의 효과로 정신력이 2 오릅니다.
- '보드게임을 다섯 개 이상 구매하세요!'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 '어떤 보드게임에서든 한 번은 1등을 하세요!'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 작가의말
다들 술 드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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