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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님의 서재입니다.

즐거운 보드게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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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0
최근연재일 :
2022.05.31 09: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068
추천수 :
849
글자수 :
83,584

작성
22.05.12 09:38
조회
240
추천
27
글자
11쪽

1. 초보는 엔진빌딩부터!(2)

DUMMY

나는 앞에 깔린 카드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처음 해봐서 그런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우선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석토큰들을 가져왔다.


보석은 총 6가지였다.


흰색과 검정색, 빨강색, 녹색, 파랑색 그리고 조커인 노란색. 나는 흰색, 검정색, 빨강색을 집어들었다.


토큰이 묵직한 게 뭔가 손에 드는 느낌이 좋았다.


나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보석토큰들을 집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분이 말했다.


“비다로까 님, 저 카드 노리시나 본데?”


네? 그런 적 없는데요? 무슨 카드요? 라는 생각을 하며 카드들을 그제서야 훑어보니 이 세 개의 보석이 다 필요한 카드가 I 에 있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내 턴이 올 때까지 저 카드가 남아 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일부러 양보하지 않는 한 말이다.


“야, 넌 신입한테도 정치질이냐?”


모임장님이 쾌활한 목소리로 핀잔 주듯 말했다.


“어허, 그런 적 없는데? 그냥 보석 가져가는 것 보고 말한 것 뿐이지!”


그 때 여자분이 끼어들었다.


“비다로까 님, 저 사람들은 원래 정치질 장난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시고 님 페이스대로 하시면 됩니다.”


난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사실 저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머리 속에 잘 입력되지도 않았다.


“호잇, 난 이거 찜이다!”


내가 턴을 마친 후 셋은 차례대로 III 자리에 있는 카드들을 찜하며 황금토큰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III에 있는 카드들은 보석을 가장 많이 내야 살 수 있는, 말하자면 상위 카드들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다들? 이렇게 하면 자기 턴 날리는 거라고 설명해주시지 않았던가?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때 박살공주 님이 살짝 분한 듯 외쳤다.


“아 진짜! 저 카드 내가 사고 싶었다고!


아··· 그런 의미도 있었구나.


남이 사고 싶은 카드를 견제의 의미로 먼저 집어가는······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황금 토큰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저 토큰이 없어도 집어올 수는 있었지만 그러면 진짜로 내 턴을 날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보석을 더 집어오기로 했다.


“아 비다로까 님, 지금 갖고 있는 보석이 지금 딱 9개거든요. 그러면 아까 설명 드린 대로 3개나 2개 가져와서 지금 가지고 있는 보석들이랑 바꾸던지 해야 해서요. 지금은 카드를 하나 사는 게 훨씬 낫답니다.”


모임장님이 조심스럽게 규칙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아, 그런 건가? 나는 슥슥 살펴보다가 I에 있는 카드 하나를 샀다.


그런 식으로 카드가 내 앞에 깔리면서 보석 토큰을 내서 카드를 사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좀 더 비싼 카드를 살 수 있었다. 이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데 별로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 새 한 남자분이 15점을 만들었다고 알려왔다.


“벌써요?”


내가 놀라서 묻자 여자분이 장난 치듯 말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같으니! 이렇게 빨리 끝내면 어떡해?”


그러자 그 남자분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원래 게임의 세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법! 비다로까 님, 승부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자, 이제 한번씩 더 턴하세요.”


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약간 과장된 표정과 제스처가 재미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한턴씩 더 했더니 점수 판세가 바뀌었다.


박살공주 님이 III에 있는 비싼 카드 한 개를 사면서 점수가 16점이 된 것이었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내 점수는 10점. 꼴등이었다.


와, 너무 재미있다. 그냥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이렇게 그냥 재미있다고 느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데도 많이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또 문득 무서워졌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이 모임에서?


그 일 이후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도 순수하게 어떤 것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도 나에게는 참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컴포를 정리하고 있는 모임장님에게 물었다.


“제가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요?”


모임장님은 내가 꼴찌를 해서 풀이 죽은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뜻으로 물은 건 아니었지만.


그는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경험이 없으셔서 그러실 수 있어요, 얼마든지. 우리가 방금 한 게임은 셋콜렉션이 주이긴 하지만 엔진빌딩류에 속하거든요.”


“엔진빌딩이요? 그게 뭐에요?”


“아까 게임에서 카드를 사서 깔았을 때 어땠어요?”


“어······ 카드를 사서 깐 만큼 다른 카드들을 싸게 사는 효과를 얻었죠.”


“그래요. 그냥 보드게임도 이 게임처럼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네?”


난 모임장님의 의도를 몰라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말했다.


“엔진빌딩은 말 그대로 게임에 구축할 엔진을 만드는 거에요. 내가 사온 카드나 타일 등이 일시적 효과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게임이 끝날 때까지 효과를 받는 것. 그런 모든 시스템을 아우르는 단어를 엔진빌딩이라고 하거든요. 앞으로 계속 꾸준히 나오시다 보면 보드게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겠죠? 그럼 그게 엔진빌딩의 엔진처럼 효과를 발휘할 것 같은데요?”


뭔가 덕스럽고 약간 오글거리는데 그 속뜻이 따뜻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하고 어울리다 보면 조금은 더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까?


사람들하고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노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감사합니다, 모임장님.”


내가 살짝 웃으며 위처럼 인사하자 모임장님은 쾌활하게 말했다.


“꾸준히 나오는 겁니다? 저희는 한명한명의 회원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게임을 더 하려는데 일 연락이 왔다.


나는 왠지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아쉽다니..... 그만큼 게임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나저나 하루 종일 노는 비용은 7000원이라고 해서 그렇게 냈는데 돈이 아깝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이중적인 생각도 같이 들었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건 나에게는 과제 같은 일인가 보다.





그 날 밤, 나는 보드게임에 대해 생각하며 왠지 모를 즐거움을 느꼈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보드게임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겼다가 32살이나 먹고 이게 뭐냐 싶었다가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에유, 잠이나 자자.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잠은 들지 않았던 거 같은데 아니 잠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꿈 같은 일이었으니까.


갑자기 어떤 목소리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어떤 메시지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 즐겁고 재미있는 보드게임 라이프를 본 시스템과 함께 즐기시겠어요? Y/N


이게 뭔 소리야? 모르는 사람들이랑 오랜만에 어울려 놀아서 너무 피곤했나?


헛것을 보는 건가 싶어 눈을 비볐는데도 그 메시지는 그대로 떠있었다.


아니면 꿈인가? 뭔지 모르니까 그냥 No 해야겠다.


- 거절은 거절합니다!


뭐야? 거절 못 하게 할 거면 No라는 선택지를 주면 안 되지!


- 그건 제 마음이죠.


대답까지 한다고? 내가 이렇게 의문을 표했지만 이 시스템은 모른 척 시스템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 당신은 초짜 보드게이머입니다. 이 시스템에 레벨 시스템은 없지만 실생활에서의 모든 노력들이 당신의 능력치들을 조금씩이라도 올려줄 것입니다.

또한 시스템에 있는 퀘스트들을 완수하시면 업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포인트를 얻을 수도 있으며 그 외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원하는 능력치에 투자해주시고 퀘스트들은 퀘스트창에서 확인하세요.

업적 달성 시 타이틀이 부여되며 타이틀에는 좋은 효과들이 있습니다. 효과는 누적됩니다.


- 보드게임을 배우면 그 보드게임에 필요한 능력치들이 1씩 오르게 됩니다.

- 또한 칭호는 당신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 ‘보드게임 입문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보드게임 모임에 방문하세요!’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상태창이 떴다. 나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름/닉네임 : 서은아/비다로까

칭호 : 초짜 보드게이머


능력치


[체력 : 9] [지력 : 40(+2)] [눈치 : 6]

[말빨 : 5] [연기 : 3] [카운팅 : 2]

[정신력 : 4] [정치질 : 1] [운 : 3]


잔여포인트 : 0


업적(효과)

보드게임 입문자 – 보드게임 완전 초짜에게 부여된다(지력+2).


지금까지 배운 게임


셋콜렉션

스플렌○


엔진빌딩

스플렌○


주사위

부○마블


퀘스트

퀘 1) 보드게임 모임을 방문하세요! – 완료!(보상을 확인하세요!)


용어집

엔진빌딩 - 게임에 구축할 엔진을 만드는 것. 즉, 내가 사온 카드나 타일 등이 일시적 효과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게임이 끝날 때까지 효과를 받는 모든 시스템의 상위 개념이다.




나는 내 상태창을 살펴보고는 아연해지고 말했다.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생각이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이게 내 능력치라고? 내 능력치 왜 이래?


운과 정치질 왜 이래?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매번 들어왔지만 눈치가 장난 아니게 낮았구나......


지력이 다른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았지만 처음 봤을 때 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자꾸 낮은 수치들만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건 진짜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이 진짜냐는 것이었다.


아까 시스템이 대답도 하던데 대답 좀 해줘! 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시스템은 잠잠했다.


그걸 보면서 나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이건 꿈이 확실하다고.


아무리 꿈이라지만 난 기분이 묘해졌다. 아니 서글펐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내 인생이 이랬던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니지. 이런 생각하지 말자. 이런 생각해서 뭐가 좋겠어?


그런데 꿈이라고 해도 보상은 왠지 궁금했다. 이런 순간에도 호기심은 어쩌지 못 했다.


보상이 뭘까? 그 때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 퀘스트 보상으로 10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 잔여포인트는 10입니다. 마음에 드는 능력치에 투자해 주세요!

- ‘보드게임을 다섯 개 이상 배우세요!’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나는 계속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10 포인트를 통 크게 다 운에 몰빵했다. 운이 없던 내 삶에 기분이라도 좋아보게.


그리고 눈을 떠보니 어느 새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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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7. 악몽(1) +12 22.05.26 181 11 10쪽
13 6. 파티게임 징크스(2) +22 22.05.25 184 16 10쪽
12 6. 파티게임 징크스(1) +16 22.05.24 207 14 11쪽
11 5.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2) +18 22.05.23 172 14 10쪽
10 5.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1) +10 22.05.21 176 16 11쪽
9 4. 협력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2) +16 22.05.20 208 16 10쪽
8 4. 협력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1) +20 22.05.19 189 13 11쪽
7 3. 거짓과 진실 사이(2) +20 22.05.18 185 16 10쪽
6 3. 거짓과 진실 사이(1) +24 22.05.17 193 18 11쪽
5 2. 운도 실력이다?(3) +13 22.05.16 199 16 10쪽
4 2. 운도 실력이다?(2) +21 22.05.14 208 18 10쪽
3 2. 운도 실력이다?(1) +24 22.05.13 224 18 10쪽
» 1. 초보는 엔진빌딩부터!(2) +28 22.05.12 241 27 11쪽
1 1. 초보는 엔진빌딩부터!(1) +43 22.05.11 412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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