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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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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0
최근연재일 :
2022.05.31 09: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069
추천수 :
849
글자수 :
83,584

작성
22.05.16 09:00
조회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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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0쪽

2. 운도 실력이다?(3)

DUMMY

며칠 후, 난 지은이를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저번에 지은이가 말했던 새로 생긴 수제버거 집이었다.


나랑 지은이는 동네에 새로운 식당이 생길 때마다 꼭 가서 식사를 한번은 해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이 수제버거 집은 조금 특이했다. 안에 다트판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분이 다트를 좋아하시나? 나도 좋아하는데.


예전에 힘들었을 때 혼자 다트를 하면서 마음을 달랬던 때가 종종 있었기에 솔직히 다트에는 살짝 자신감이 있긴 했다.


그런데 또 특이한 점은 그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는 것이다.


햄버거집에 와서 다트를 하다니 어지간히 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저렇게 많을 일인가?


“와 이거 진짜 맛있다! 패티가 육즙이 장난 아니야! 게다가 이 찢어놓은 양상추 말이야, 식감이 진짜 아삭아삭해! 정말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콜라가 방해되는 느낌이야! 또한 이 감자튀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감자튀김 맛이랑 너무 비슷해서 좋다! 역시 감자튀김은 거기지!”


나는 지은이의 맛표현에 하하 웃었다.


지은이는 언제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 상세하게 맛표현을 하는 편이었다.


나는 그냥 속으로 맛을 음미하는 걸 즐겼다.


“아 맞다, 지은아. 나 저번에 네 말 듣고 소모임에 하나 가입했어.”


난 쑥스럽게 웃으며 지은이에게 말했다. 지은이는 반색하며 물었다.


“무슨 모임??”


“나 보드게임 모임 들어갔어.”


그렇게 얘기하는데 지은이가 한참을 말이 없었다.


나는 슬 지은이의 눈치를 살폈다. 지은이는 눈을 도록도록 굴리다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거 완전 마이너한 거 아니야? 그리고 보드게임은 애들이 주로 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 때 지은이가 내 말을 툭 끓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흠······ 그래, 뭐 됐다. 네가 어디 나간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아니, 지은아. 진짜 보드게임 모임에 나가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어. 지금 모여있는 사람들도 거의 다 20살 넘은 성인들이야. 게다가 보드게임도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난이도가 아주 쉬운 게임들도 많지만 높은 것들도 많아서···...”


내가 열심히 변명하듯 얘기했지만 - 그래서 말이 속사포처럼 빨라졌다 - 지은이에게 그건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했다.


지은이는 걱정되는 듯 다음과 같이 물었다.


“사람들은 괜찮아? 이상한 사람 없고?”


나 혼자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나간다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응. 괜찮아. 사람들 괜찮고 좀 편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그럼 됐어. 네가 편하다니 그런 모임이라면 안심이야. 그래도 내가 관심 있는 모임이었으면 같이 나갔을 텐데.”


지은이의 반응에 난 살짝 움츠러들고 말았다.


역시나 보드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이렇겠지. 나도 처음에는 저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아직도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부분에서 남들한테 기대어야 할만큼 약해보이는 건가 싶어 살짝 씁쓸했다.


그래, 이 부분은 내가 더 노력해야지.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까.


하나 더. 앞으로는 보드게임 모임에 대해 변명하듯 얘기하지 말자.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눈치 보거나 변명할 게 뭐가 있어?


난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것조차도 나에게는 아직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괜히 뻘쭘해진 나는 얼른 햄버거에 집중했다.


지은이와 다 먹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 앞에 섰는데 주인분이 말했다.


“저희가 오늘부터 3일간 오픈 기념으로 이벤트를 하거든요. 다트를 던져서 중앙에 맞추시면 1인 무료 식사권 드려요. 다트핀은 3개까지 던질 기회 드리구요. 하고 가세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그 앞에 바글바글했구나. 하기는. 사람들이 뭘 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나는 그냥 계산만 하고 나올까 하다가 갑자기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 결심이 평소와는 매우 달라서 이질적이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그 간질거림은 기분 좋은 무언가였다.


내가 평소랑 다르게 선택했다는 생각에 뭐랄까.


어떤 만족감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난 조금이지만 희망을 품었다.


그건 평소에 다트를 좋아해 자주 던졌으니까 실력에 의해 될 수도 있다는 어떤 현실적인 희망이었고 이 자체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어찌되었건 지은이도 하고 싶어하기에 우리 둘은 같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다트 앞에 섰다.


결심을 했지만 괜히 긴장이 됐다.


우선 한 발을 던졌다. 긴장해서 인지 꽤 멀리 나가버렸다.


두 발째. 아··· 이번에는 중앙 옆에 꽂혔다. 아깝다!


이제 마지막 판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마지막 핀을 던졌다.


어, 됐다! 이번 건 됐다는 느낌이 팍 왔다.


양궁선수들이 활을 놓자마자 잘 꽂힐 것 같은지 아닌지 판단한다더니 이런 게 그런 느낌일까 싶었다.


핀은 내 예상처럼 중앙에 딱 꽂혔다! 아싸!


난 하마터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크게 아싸라고 소리 지를 뻔 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분이 환하게 웃으며 1인 무료 식사권을 건넸다.


“다음에 또 오세요!”


주인분의 친절한 목소리와 환한 웃음, 무료 식사권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 집은 맛도 좋으니 자주 와야지.


그렇게 마음 먹고 있는데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소리였다.


- 당신의 도전에 정신력이 1 오릅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정신력이 오른 것도 오른 건데 운이 아니라 내 실력으로 뭔가를 이뤄낸 것 같아서 뿌듯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이렇게 뭔가를 도전한 건 오랜만이었다.


지은이는 중앙에 아예 맞추지 못 해서 식사권을 받지 못 했다.


식당을 나오며 지은이가 말했다.


“와, 뭔가 변했구나 은아야.”


“내가?”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내가 변했나?


“응. 평소 같으면 내가 졸라도, 너 잘 하는 거니까 해보자고 해도 도전 안 했을 거잖아. 그냥 내가 하겠다고 하면 옆에서 기다려만 줬을 거고 말이야. 그런데 오늘 도전하는 거 보고 이 언니는 무척 흐뭇했다.”


지은이는 왠지 살짝 감격한 표정이었다.


다트 하나 던진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다트 하나 던진 게 뭐 대수라고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마라. 원래 변화는 작은 데서부터 시작이라고!”


지은이의 말에 나는 살짝 뜨끔했다. 얘는 나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


그런데다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물론 이건 지은이의 종특 중 하나였다.


“아, 근데···..”


지은이가 갑자기 풀이 팍 죽더니 넋두리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나 이번 주 토요일에 선 보러 가. 진짜 가기 싫어 죽겠다. 분명히 결혼 생각 없다고 했는데 엄마가 억지로 잡은 거 있지?”


지은이는 요즈음 매주 봐야 하는 선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무리 싫다고 이야기해도 어머니께서 계속 잡으신다는 거였다.


하기는 둘 다 엄청난 고집쟁이들이니 웬만해서 포기할 리가 없었다.


한 명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즉, 어머니께서 포기하시거나 지은이에게 애인이 생기거나 지은이가 결혼한다고 할 때까지 둘은 계속해서 이 상태를 유지할 게 뻔했다.


“어떻게 하겠냐. 그냥 나가서 1~2시간 정도 뭉개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야지 뭐. 어머니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아, 진짜. 그게 제일 문제야! 아오, 그 놈의 성격! 나도 내가 지랄 맞은 건 알아! 하지만 우리 엄마는 더 하다고! 내가 아예 진상 짓을 해버릴까.”


지은이는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쥐어뜯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난 옆에서 살짝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 놈의 성격이라니······


나는 지은이의 저런 쿨한 태도를 매우 좋아했다.


그게 자신의 단점이라도 해도 지은이는 그걸 솔직하게 말해서 매력으로 승화시켜 버린다.


“아휴, 힘내라 야.”


내가 웃음을 꾹 참으며 지은이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는데 갑자기 지은이가 내 팔을 붙잡더니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야, 근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오늘? 수요일이잖아.”


“너 혹시 보드게임 산 거 있어?”


응? 이런 건 왜 묻는 거지?


“아니, 아직 산 거는 없는데 왜?”


“은아야, 너 보드게임 배운 거 있지? 보드게임 사서 배운 것 좀 알려줘라.”


지은이의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이 눈빛은 지은이가 음모(?)나 안 좋은 작전 같은 걸 세울 때 보이는 것이었다.


갑자기 왜 보드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하지?


“갑자기 왜 지은아?”


“쓸 데가 있어. 제발 좀 알려줘. 보드게임 살 돈은 내가 줄 테니까.”


“그럼 오늘 한번 시켜볼게. 안 그래도 나도 하나 살까 생각 중이긴 했어. 그럼 적어도 내일이나 내일 모레면 도착하겠지? 내가 연락할 테니까 그 날 밤에 우리 집으로 놀러와.”


그 말을 하면서도 난 내가 괜한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못내 신경이 쓰였다.


“알았어! 보드게임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지은이가 너무 신나보여 나는 도리어 조금 더 불안해졌다.


지은이가 저럴 때 꼭 하나씩 사고를 치는데······


작가의말

저도 다트를 많이 던져본 적은 없는데 던지니까 재미있더라구요. 게다가 주변에서 잘 하는 사람이 약간 자세를 잡아주니까 더 잘 꽂히더군요. 그렇더라구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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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초보는 엔진빌딩부터!(1) +43 22.05.11 412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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