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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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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7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0
최근연재일 :
2022.05.31 09: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8,073
추천수 :
849
글자수 :
83,584

작성
22.05.20 09: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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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4. 협력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2)

DUMMY

우리는 같이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세면대에 서서 손을 닦고 있었다.


박살공주 님이 굉장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협덕 님, 알파플레이어였네! 완전 짜증나. 협력게임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 아까 기분 많이 안 좋았죠?”


박살공주 님의 말에 나는 슬그머니 눈치만 보며 눈을 도로록 굴렸다.


여기서 괜히 같이 동조하면서 화냈다가는 나중에 무슨 트집이 잡힐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슬그머니 질문을 했다.


“근데 알파플레이어가 무슨 뜻이에요?”


- 눈치가 1 오릅니다.

- 정치질이 1 오릅니다.


“아, 협덕 님처럼 하는 사람을 알파플레이어라고 불러요. 협력게임에서 같이 하는 사람한테 사사건건 참견하면서 자기 뜻대로 끌고 나가려는 사람이요. 저럴 거면 혼자 게임하지 왜 같이 하자고 하는 거야?”


박살공주 님은 격앙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에이언즈 ○드’가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인데! 다음 번에 따로 같이 해봐요. 이 게임 이런 식으로 배워서 이미지 망쳐지는 건 제가 못 참아요!”


난 그 순간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 하나 더 물어봐도 되요?”


“네? 뭔데요?”


“방금 협력게임은 그런 식으로 하는 거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보통 어떻게 진행되요?”


“아. 솔직히 말 그대로 협력게임이잖아요. 그래서 서로 의논하고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떠냐 막 서로 의견 내면서 말할 수는 있어요. 그게 협력게임의 묘미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아, 그렇군요."


나는 중간에 알맞게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그 순간에 그 차례를 하는 플레이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이게 원칙이라서요. 팀을 위하는 것에 크게 위배되는 게 아니라면 그 플레이어를 존중해야 같이 하는 플레이어들도 재미가 있잖아요?”


“아,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박살공주 님께 제대로 배워보고 싶네요.”


그 순간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 ‘알파플레이어’라는 용어가 용어집에 등록되었습니다.

- 지력이 1 오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핸드폰이 드르륵드르륵 울리기 시작했다.


“아, 저는 전화 좀 받고 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네.”


전화가 온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


나는 살짝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 어, 그래. 너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니?


갑자기?


“엄마, 이번 주 주말은······”


- 같이 밥 먹자.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아, 그런 거였나.


“알았어. 아 그런데 엄마가 일하는 거 싫어. 주변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아휴, 무슨 돈을 쓰고 그래.


“엄마, 엄마 딸도 돈 벌어. 엄마, 아빠 밥 사드릴 정도는 충분하거든요?”


- 아니야,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너 미역국이랑 그런 거 좋아하잖아. 토요일 어떠니?”


“토요일은 그렇고 금요일 어때? 금요일 저녁이라든지.”


- 그래, 금요일 저녁 좋다. 그럼 금요일에 보자.


“응, 엄마.”


나는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오늘 아침에 선 얘기를 강압적으로 꺼낸 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확실하게 압박하려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기에. 그래, 우선 가보는 수밖에 없지.


아, 우선은 얼른 상태창 보고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자. 나는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펼쳤다.



퀘스트

퀘 1) 보드게임 모임을 방문하세요! – 완료!

퀘 2) 게임을 다섯 개 이상 배우세요! -완료!(보상을 확인하세요!)

퀘 3) 5인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5개 이상 배우세요!

퀘 4) 협력게임을 5개 이상 배우세요!



-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속으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 퀘스트 보상으로 ‘보드게임 맛뵈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업적의 효과로 체력이 1 오릅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솔직히 나이 드신 엄마가 부엌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게 싫어서 나가 먹자고 했지만 엄마께서는 밥을 해주고 싶다고 부득불 말씀하셨지.


“그래, 잘 왔다. 얼른 밥 먹자.”


한 동안 밥 먹는데 조용하기에 왠지 더 불길한 기운이 앞섰다.


그 순간이었다. 딱 그 순간.


“그런데 너는 사귀는 남자친구 없니? 아니 없지?”


엄마의 말에 나는 또 시작이구나 싶은 마음에 한 쪽 귀를 열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엄마, 저는······”


“아니, 너도 32살인데 아직 괜찮다, 나는 젊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훅 가는 나이라니까? 너 좋다는 남자도 없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든지?”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집에 오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이것 때문이었지.


갑자기 급 현타가 올 뻔 했다.


“엄마,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이······”


“은아야, 엄마가 저번에도 전화에서 말했듯이 선을 하나 주선할까 하는데 말이야, 내 주변에 윤석이 엄마 알지? 윤석이 엄마네 조카가 그렇게 괜찮은 애가 있대. 나이는 36인데 직장 탄탄하고 성실하고······”


나는 좀 우울해졌다.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저번에 한 협력 게임에서도 그렇고 가족들조차도?


만약 인생이 게임이고 내가 플레이어 중 하나라면 적어도 내 의견을 조금이라도 펼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때 박살공주 님의 말이 떠올랐다.


서로 의논하고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그 순간에 그 차례를 하는 플레이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이게 원칙이라는 말.


그래서 난 조금 더 힘주어 또박또박하게 내 의견을 전해보기로 했다.


가족은 내 소중한 사람들이고 나름 나와 협력(?)하는 사람들이 맞긴 하지만 내 의견을 펼치는 게 뭐 불효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여태까지 가족하고도 이런 말을 잘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니, 이런 말은 잘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엄마, 저는 진짜 아직 생각이 없어요. 32살이 결혼을 그렇게 빨리 해야 하는 나이인지도 잘 모르겠구요.”


난 이렇게 말하며 슬 엄마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화났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살짝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아휴, 정말 나도 나다.


부모님께 내 의견을 정확히 말씀 드린 적이 정말로 거의 없었나 보다.


그래,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난 얼른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엄마, 생각해 보세요. 요즈음 삼포 세대니 칠포 세대니 말이 많고 내 집 장만도 어려운 이 시기에 정말 결혼이란 것이 좋은 제도인지 저는 의문이에요. 게다가 요즈음처럼 이렇게 환경도, 경제도 다 안 좋은 이 시기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구요.”


나는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해 숨을 골랐다.


“제가 정말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그 정도로 좋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그 때 엄마께 말씀드릴게.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나의 말에 부모님은 살짝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워낙 내 주장을 많이 안 하기도 하고 또박또박 의견을 펼치는 것 또한 이례적이었을 것이리라.


“아······ 그래. 그래도 엄마는 너무 오래는 못 기다려.”


아, 오늘은 이거면 됐다.


내 의견을 정확히 말했고 엄마께서 한발 물러나줬고.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내 의견을 다 말할 수 있었기에 만족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역시 엄마가 해준 미역국에 돼지고기 빨간 양념에 한 게 진짜 최고예요! 너무 맛있어!”


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엄마의 요리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살짝 내게 눈을 흘겼지만 분위기는 매우 장난스러웠다.


그 때 띠링 소리가 나며 메시지가 떴다.


- 상황에 잘 대처했기에 말빨이 1 오릅니다.

- 상황에 잘 대처했기에 정신력이 1 오릅니다.

- 상황에 잘 대처했기에 정치질이 1 오릅니다.


이 시스템 진짜 재미있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엄마께서 해준 요리들을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 ‘가족과 보드게임을 한판이라도 즐기세요!’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응? 뭐라고? 이 시스템 나한테 왜 이래?


난 또 멍하니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며칠 후, 그 번역원의 PM님과 다른 번역일로 잠시 통화를 하다가 더 기막힌 사실을 듣게 되었다.


- 아, 진짜.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기막힌지 몰라요. 저번에 그 150 페이지 하나도 번역 안 하고 돌려준 사람 있잖아요?


“아, 네. 그 사람 진짜 뭐하는 사람이래요? 할 수 없으면 받지를 말아야죠!”


-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 때 돌려줬던 날 제가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구요. 아후, 저도 오기가 나서 한 10번은 했을 텐데 드디어 받는 거에요? 제가 아니 그렇게 무책임하게 일을 하면 어떡하냐, 못 할 거면 처음부터 받지 말았어야죠 하며 막 따지는데 글쎄······ 뭐라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 제가 못 하는데 어쩌라구요!


“네? 진짜요??”


- 진짜 저렇게 말했어요.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데 저렇게 책임감이 없으면 어떡해요? 하여간 고마워요. 그 때 서은아씨랑 같이 해줬던 다른 두 분 없었으면 우리 큰일날 뻔 했어요.


“뭘요. PM님이 더 고생 많이 하셨죠.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러자 살짝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PM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이번 일도 잘 부탁해요, 번역가님!


그리고 전화는 끝났는데 그 때 갑자기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정치질이 1 오릅니다.


응? 푸핫, 정치질이라니.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오늘은 기분도 좋은데 치킨이나 시킬까?


난 뒹굴거리며 배달 앱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치느님을 영접하고 싶습니다! 치느님은 제 최애 음식 중 하나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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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1) +10 22.05.21 176 16 11쪽
» 4. 협력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2) +16 22.05.20 209 16 10쪽
8 4. 협력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1) +20 22.05.19 18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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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거짓과 진실 사이(1) +24 22.05.17 193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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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운도 실력이다?(2) +21 22.05.14 209 18 10쪽
3 2. 운도 실력이다?(1) +24 22.05.13 224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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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초보는 엔진빌딩부터!(1) +43 22.05.11 412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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