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7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19
조회
64
추천
1
글자
9쪽

6. 파시파에

DUMMY

“솜으로 살살 문지르세요. 그래야 덜 아파요.”


그 사이 벼리가 목욕 가운만 입고 밖으로 나옵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자꾸 그녀에게로 눈이 갑니다. 심장이 떨려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돌리의 말처럼 수많은 악성코드에 의해서 심장을 해킹 당했는지도 모르죠.


“주인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어요.”

“응?”


그녀가 목욕가운을 벗습니다.

그녀의 알몸은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편해 보여요.

나는 그녀보다 더 예쁜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를 훔쳐봅니다.

아! 포세이돈이 보낸 수컷황소에게 욕정을 품은 파시파에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그녀를 품고 싶습니다.

그녀는 팬티만 입고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언제 일어났어요?”

“아까 전에.”

“그런데 거기서 뭐해요?”

“응?”

“브래지어 끈 좀 채워줘요.”


손이 좀 미끄럽네요. 잘 안됩니다. 그녀가 갑자기 뒤돌아서요.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내 마른 가슴이 닿습니다. 그녀는 조금씩 움직이고 나는 몸을 움츠려요. 그녀가 나를 꼭 안습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그녀는 웃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약간은 건방진 느낌을 줍니다만, 미소를 얼굴에 띠우며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 온몸에 힘이 다 빠져요.


“더 놀다 잘래요?”

“뭐하고 놀지?”


얼굴이 다 빨개집니다.

우리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는 키스를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침대로 가요. 나는 그녀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내리고 그녀는 내 셔츠 단추를 풉니다. 그녀는 다리를 벌리고 나는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아파요. 나는 그녀의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은밀한 부위를 매만집니다. 나는 단단해지고 그녀는 축축하게 젖습니다.


“시럽은 조금만 넣었는데 더 넣을까요?”


돌리가 커피에 시럽을 넣다가 물어요. 어째서 아직까지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눈치도 없이.


“아니 너는 왜 거기서.”

“신경 쓰지 마요.”


그녀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꽉 감싸요.



6. 파시파에

[남편 미노스가 포세이돈을 괄시한 대가로 저주를 받게 되는데, 포세이돈이 크레타로 보낸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눈처럼 하얀 황소를 사랑한 파시파에는 당시 크레타에 있던 명장(名匠) 다이달로스에게 자신의 욕망을 말한다. 다이달로스는 파시파에를 위해 나무로 된 정교한 암소를 만들어주고 파시파에는 그 안에 들어가 포세이돈의 황소와 교접했다. 이 비정상적인 교접으로 인해 파시파에는 황소의 얼굴과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성적인 쾌감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로버트 블라이의 사랑에 관한 시를 속으로 읊어보기도 해요.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인적 끊긴 작은 중앙로들도’ 나는 내 아버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수컷으로서, 나에 대해서도 상상합니다.


“이래도 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내 가슴팍에 안긴 벼리를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뭐가요?”

“아니야. 아무것도.”


신이 인간과 관계를 맺어도 되는 걸까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진짜 믿어지지 않아요. 이러려고 죽은 그녀의 세포를 복제한 게 아닌데 말이죠.


“저 소녀 말이에요.”

“응?”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거죠?”


그녀가 박제해 둔 소녀의 머리를 보고는 묻습니다.

나는 좀 얼버무리면서 대답합니다.


“뭐, 저렇게 된 게 한 둘인가.”

“음.”

“주인님이 널 다시 살리고 싶어서 가지고 온 거야.”


내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돌리가 불쑥 끼어듭니다.


“어째서 절 살리려고 했던 거죠?”

“그거야.”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 본 적이 없어요.

사실 그녀를 살린 것도 아니죠.


“한 번 더 할래?”


괜히 할 말이 없어져서 나는 그녀를 다시 꼭 안습니다.


“아래가 찢어질 듯이 아파요. 좀 쉬었다가.”

“미안해. 아프게 해서.”


나풀나풀한 레이스가 달린 하얀 침대보에 빨간 피가 번져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여자가 됐다고 말하던가요?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말과 다르게 또다시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입니다. 그러다 이따금 부끄러움이 울컥 올라오지만 결국 그것도 잠시 뿐이죠.


“우리 왜 갑자기 이러고 있게 된 거죠?”

“모르겠어. 나도.”

“불 좀 꺼줘요.”

“뭐하려고 꺼?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다 봤으면서.


돌리가 또 끼어들다가 눈치를 살피더니 불을 끕니다. 캄캄한 방에 돌리 눈만 반짝이고 있습니다.


“신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못 죽일 것도 없죠. 그는 다만 아주 오래 살고 있는 것뿐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달리, 이유는 없어요. 그냥 그렇게 상상해보는 거죠.”

“그래?”


아무 논리도 없는 말이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힘이 좀 빠지네요.


“재밌겠네.”

“네?”

“한 번 해봐.”

“한 번 더 하자고요?”

“아니, 신을 죽이는 상상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내게 말 해줘. 그게 뭐든 이유를 따지지 않고 내가 도와줄게.”


우리는 장소를 옮겨 가며 몇 번 더 관계를 맺고, 함께 샤워를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싸이코 패스 신을 죽이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황당하고 과격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만 그래도 흥미롭기는 해요.


“잘린 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요.”

“그래. 그렇게 하자.”


서부 미드랜드 방언으로 쓰여 진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가 떠오릅니다. 옛 켈트 신화 속 잘린 목을 들고 다니는 기사를 지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없으면 만들지 뭐.”

“네?”

“날이 밝으면 시작하자.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거든.”


날이 밝습니다. 우리는 더 자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일어났어요.

그리고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세 개의 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문 위에 만든 28개의 조각상을 올려다보다 성모마리아 대관식 장면이 부조된 왼쪽 현관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생드니 주교 상을 보며 벼리가 말해요.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알아, 나도.”


센강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유람선이 지나갑니다. 그녀는 앉아서 창밖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나 봐요. 하긴, 생전처음 보는 한가로운 풍경이 이상할 만도 하죠.


“타볼까?”

“뭐, 그래요. 시간은 많으니까.”


바토뮤수 선창장에는 유람선을 타려는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습니다. 낮게 깔린 구름이 비를 뿌리는데도 줄이 줄어들 줄 몰라요.


“저건 뭐죠?”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에펠탑을 벼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에펠탑인데 막상 올라가보면 별 거 없어.”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시간나면 저기도 올라가 보자.”


호기심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그녀를 보니 내가 괜히 흐뭇해집니다.

어쨌든 줄은 곧 줄어들고 우리차례가 옵니다.

갑판의자에 물이 흥건하게 고였어요. 그녀는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쳤다가 일어나고 나는 손수건으로 의자를 닦습니다.


“앉아.”

“고마워요.”


바람이 차네요. 나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줍니다.

여객선은 앵발리드 다리를 지나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엔딩처럼 비를 맞으며 저 다리를 함께 걸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내내 말 한 마디 없이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잘린 목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을 법한 곳이 어디인가, 생각하는 중이었어.”


나는 괜히 어색해져서 센강 노선지도를 펼칩니다.


“거꾸로 들었어요.”

“아.”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내리고 있습니다.

자물통들이 걸린 퐁데자흐의 다리 난간에 기댄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쓰고 있던 파란우산이 다리 아래로 떨어져요.


“예쁘지 않아요?”

“그러게.”

“가로등 말이에요.”

“가로등이 켜진 파리의 밤거리는 확실히 예쁘긴 하지.”

“둘러대는 것 좀 봐. 입술에 침이나 좀 닦고 말해요.”


노랗고 둥근 조명들이 센강을 따라 황홀히 켜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을 오늘 알았네요. 18.05.18 69 0 -
21 8. 노아의 방주 +1 18.05.18 70 1 7쪽
20 8. 노아의 방주 +1 18.05.18 52 1 8쪽
19 7. 듀라한 +1 18.05.18 41 1 8쪽
18 7. 듀라한 +1 18.05.18 53 1 16쪽
17 6. 파시파에 +1 18.05.18 75 1 13쪽
» 6. 파시파에 +1 18.05.18 65 1 9쪽
15 5. 사타나스 +1 18.05.18 50 1 7쪽
14 5. 사타나스 +1 18.05.18 62 1 12쪽
13 4. 고뇌의 배 +1 18.05.18 62 1 7쪽
12 4. 고뇌의 배 +1 18.05.18 42 1 7쪽
11 4. 고뇌의 배 +1 18.05.18 51 1 7쪽
10 3. 철의 여인들 +1 18.05.18 56 1 8쪽
9 3. 철의 여인들 +1 18.05.18 65 1 7쪽
8 3. 철의 여인들 +1 18.05.18 73 1 8쪽
7 3. 철의 여인들 +1 18.05.18 77 1 8쪽
6 2.카니발니즘 +1 18.05.18 62 1 7쪽
5 2.카니발니즘 +1 18.05.18 67 1 9쪽
4 2.카니발니즘 +1 18.05.18 75 1 8쪽
3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1 18.05.18 55 1 9쪽
2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1 18.05.18 73 1 7쪽
1 프롤로그 +1 18.05.18 124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