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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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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09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07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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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2.카니발니즘

DUMMY

“제발 조용히 좀 해줄래?”


느닷없이 소녀가 제품에 안깁니다. 돌리의 입이 비죽 나옵니다. 체온이 올라가서 몸이 따뜻합니다. 몸에 이상 징후라도 있는 걸까요. 나는 소녀가 좀 귀찮지만 확인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노화가 빨리 진행될지도 모르거든요. 저는 소녀의 심장소리를 듣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괜찮겠죠? 저는 텔레비전 볼륨을 줄입니다. 돌리는 바늘로 이불을 꿰매고요. 따뜻한 목화솜 이불입니다.


“마음에 드세요?”

“너는 별걸 다 가지고 있구나. 목화솜은 어디서 구한거야?”

“아! 그거요. 전에 주인님하고 밖에 나갔을 때 주웠어요.”

“응? 언제?”

“한 겨울에 죽은 진드기 이불을 덮고 자다가 얼어 죽은 노숙자 몰라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사실 너무 많이 저렇게 죽은 사람들을 봐왔어요. 태어나고 버려지고 죽어서도 구원받지 않는 사람들 말입니다. 물론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몇몇 있어요.


“그런 일도 있었나?”

“뭐 흔한 일이긴 하죠.”

“그건 좀 더럽지 않아?”

“깨끗하게 빨았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갑자기 자살폭탄 테러 조끼를 입고 손을 빨던 ‘타예프’라는 아이가 생각납니다. 처음엔 검지와 중지를 같이 빨다가 나중엔 엄지손가락을 빨려고 하더군요. 엄지손가락을 빨지는 못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폭탄을 터뜨렸거든요.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아이의 몸은 레고 같았습니다.


산산 조각이 난 레고.


그때 내 아버지 하나님은 조용히 웃고 있었어요. 악마 같죠? 그는 신입니다.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신의 뜻대로.


“인샬라”

“응?”

“소녀의 이름이에요.”


돌리가 웃습니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걸까요? 어떨 때는 ‘돌리’ 가 내 아버지 하나님보다도 ‘신’ 같아 보여요.


“그건 좀 많이 그런데?”

“어째서요?”

“그렇게 지으면 내가 소녀 이름을 부르기가 싫어지지 않겠어?”

“어째서요?”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짓든가. 아니면 내가 짓겠어.”

“어째서요?”

“너 나한테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내가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어째서요?”


이럴 때는 돌리를 거짓말하나 안하고 부숴버리고 싶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벼리입니다. 돌리가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네요. 나는 서랍장 밑에서 인공지능 사용설명서를 꺼냅니다. 프로그램을 초기화 시켜버려야겠어요. 돌리가 반항을 해보다가 안 되니까, 무릎을 꿇고 싹싹 비네요. 하나도 불쌍하지 않습니다.


“벼리 괜찮네요. 벼리. 어차피 주인님 마음대로 할 거면서 왜 저한테 거짓말했어요?”

“성은 내가 짓든지.”

“됐어요.”


리셋은 미뤘습니다. 돌리가 좀 건방지기는 해도 똑똑한 녀석인 건 사실이니까요. 벼리가 때마침 잠에서 깹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박제해둔 죽은 소녀의 머리를 눈앞에서 흔들어봅니다. 맥주 거품을 만들 듯이. 그런데 전화가 올 시간도 아닌데 전화벨이 울리네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심기가 대단히 불편한 것 같습니다.


“어쩐 일이세요?”

“도대체 뭘 만든 거냐?”

“뭘요?”

“다 아니까 모른 척 시치미 떼지 마. 속이 시커먼 악마! 사탄! 독사의 새끼 같으니라고!”

“제가 다 설명할······.”


전화가 끊깁니다. 주먹으로 천장을 쾅쾅치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걱정이 좀 되네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이 문을 두드립니다. 돌리는 뭐가 좋은지 키득키득 거리며 웃어요. 벼리도 따라 웃습니다.


“벼리야, 네가 웃을 일은 아니잖니? 어쩌면 그는 너를 보자마자 산채로 잡아먹을지도 몰라.”

“뭐 그러면 다시 만들면 되죠.”


돌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롱 속으로 숨습니다. 벼리는 속없이 계속 웃고 있어요. 내 아버지 하나님은 기어코 문짝을 떼어내 버리네요. 그런데 방으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벼리를 바라봅니다.


“좋은 말로 할 때 저 끔찍한 것을 갔다버려.”

“밤이 늦었어요.”

“밤이 아닌 곳에 버리든가.”

“무슨 말이시죠?”

“몰라서 물어?”

“아는 걸 물어보지는 않죠.”


내 아버지 하나님이 방안으로 손을 뻗습니다. 구석으로 숨어보지만 소용이 없어요. 그의 팔은 자유자재로 늘어나요.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온몸의 뼈가 바스라지네요. 그는 내 팔다리를 다 뜯어버리고도 분을 삭이지 못했는지 내 머리를 오독오독 씹어버립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죽을 일은 없습니다. 그에게는 제가 필요하거든요. 저를 없애면 모든 전기가 나갑니다. 전기가 나가면 그가 좋아하는 뉴스를 볼 수가 없어요. 누가 누구를 죽이는 것들 모두를 직접 나가서 일일이 확인해야만 하죠. 그는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그건 사실 상당히 귀찮은 일이죠. 코드가 뜹니다. 천장 불이 깜빡거려요. 보일러가 5분 정도 더 돌아가다가 꺼집니다. 경고음이 계속 울려요. 그는 결국 저를 내려놓습니다.


“아버지, 저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재수 없는 새끼!”


재수가 좋았네요. 떨어져나간 내 팔다리가 제 옆으로 기어옵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전기가 다시 들어와요. 벼리가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리네요. 이상하게 그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할 까요.


“꼴이 그게 뭐에요.”


돌리가 찌그러진 내 얼굴을 폅니다. 나는 고통이 뭔지 몰라요.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죠. 그래서 분이 풀리지 않는 아버지는 팔레스타인으로 내려가 마을을 초토화시킵니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검게 그을린 잘린 팔을 차안에서 꺼내드네요. 아버지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요. 그는 테러와 폭력의 긴장감을 좋아합니다. 분이 좀 풀렸는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스테롯 언덕에서 팝콘을 먹으며 환호성을 내질러요.



“나는 좀 씻어야겠어.”



돌리는 욕조에 입욕제를 넣고 따끈한 물을 가득 채워요. 욕조에 누워있으니 진짜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벼리가 옆에서 계속 쳐다보고 있지만 않았다면 완벽했는데 말이죠.




“이제 잠 안와?”


바보처럼 웃습니다.


“웃지 마. 정들어.”


벼리는 거리낌 없이 욕조 안으로 들어옵니다. 지금은 너무너무 좁아요. 살과 살이 닿는데 왜 소름이 돋을까요. 그만 좀 착 달라붙고 내게서 떨어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몸은 어른인데 사고는 갓난아기 같은 건 정말이지 끔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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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철의 여인들 +1 18.05.18 71 1 8쪽
» 2.카니발니즘 +1 18.05.18 59 1 7쪽
5 2.카니발니즘 +1 18.05.18 65 1 9쪽
4 2.카니발니즘 +1 18.05.18 7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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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1 18.05.18 7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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