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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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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10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15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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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4. 고뇌의 배

DUMMY

“네가 오늘 뭘 단단히 잘못 먹었나보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계속 웃고 있어요. 그의 웃음소리는 실성한 개 같습니다. 웃고 있다고 해야 할지, 짖고 있다고 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다행히, 그는 쫒아오지 않습니다. 나는 벼리에게 왜 그런 거냐고 묻습니다. 그녀는 정신을 잃어요.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혀요. 그녀는 양손을 얼굴 밑에 대고 자고 있습니다. 새근새근 잘도 자네요.

커튼을 치려고 하고 창밖을 보니 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도롱뇽 물고기 두꺼비 떼들과 함께 말이죠. 유리창에 쩍쩍 금이 가네요.

돌리가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여 줍니다.


“이곳은 거룩한 땅이 아니에요.”

“정신 나간 곳이긴 하지.”

“당분간 인간세계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요?”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어째서요?”

“정말 몰라서 물어?”

“아는데 다시 듣고 싶어서 물었어요.”

“내 아버지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은 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정말 사단이 날 테니까.”

“그랬었던 적이 있나요?”

“그런 적은 없지.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으니까.”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 검은 늪 개구리들이 땅속에서 기어 나오지 않습니다.

천둥번개가 치면 숲이 불타요.

나무껍질에 유독 기름이 많기 때문이죠.

상상해보세요.

비가 억수로 내리고 숲이 활활 불타는 광경을 말입니다.

‘가을 길’이라는 동요가 생각나네요.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든 하늘. 트랄랄랄라 트랄랄랄라. 맞던가요?

동요를 부르고 있는데 벼리가 자고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있네요.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잘 잤어요.”

“내 말은 그 말이 아니잖아.”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하나도 기억이 안나?”

“다 기억나는데 별 일 아니라고요.”

“죽을 수도 있어.”

“죽으면 다시 만들어줘요.”


벼리는 점점 어머니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하고는 했어요. 긍정적인 건 좋지만 매사에 모든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버려야합니다.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을 쉽게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빈말이더라도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생전에 어머니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어.”

“빈말 아니에요.”


벼리는 싱크대 서랍에서 칼을 꺼내 감자를 깎습니다.


“갑자기 감자는 왜?”

“덩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요.”

“응?”


검은 늪 개구리들이 일제히 입을 벌립니다.

그새 발밑 그림자 속에서 사는 검은 늪 개구리에게 이름을 붙여준 모양입니다. 내가 만들었지만 어째서 저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죽은 시체가 아닌 이상 관심도 없던 녀석들인데 말이죠.


“덩이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모르죠?”

“죽지 않는 한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곳이야.”

“같이 가볼래요?”


모르겠어요. 내가 어째서 그녀의 말에 이끌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그림자 속에 검은 계단이 있고 이 검은 계단을 꾸불꾸불 내려가 보니 가로등같이 환한 강기슭을 따라 선천적 유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멀뚱히 서있습니다. 우리가 발을 딛자 샴쌍둥이 까마귀 들이 일제히 하늘을 날아올라요.


“안녕?”

“응? 누굴 보고 인사를 하는 거야?”


알비노 말이네요. 네브래스카의 백마목장에서 보던 겁니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왜 몰랐던 걸까요?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닌데.


“가자.”

“응?”


알비노 말 등에 올라탄 벼리가 손을 내밉니다. 은근슬쩍 말을 놓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흰 정장을 빼입은 검은 늪 개구리들이 손을 흔드네요. 개구리들 주제에 사람마냥.


“어디로 가는 거야?”

“곧 도착해요.”


곧 도착한다고 한지 한 시간 반이 지났어요.

엉덩이가 너무 아픕니다. 엉덩이에 진물이 날 정도에요. 허벅지에서도 붉게 뭔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나는 통증이 뭔지 모르는데 이거 참 이상한 일이네요. 한 참을 달리던 말이 공장굴뚝이 보이는 언덕배기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쉽니다. 안개가 자욱합니다. 안개 속에는 바늘이 뾰족하게 돋아난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뱉은 가시 돋은 말들이 물고기가 된 거라고 하네요. 살은 별로 없고 새하얀 가시만 많습니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주의한다고 될 게 아니잖아?”


가시에 찔려 아파죽겠는데 벼리는 천하태평이네요.

게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고기들이 저한테만 몰려드는 것 같습니다.

정말 짜증납니다.


“시발 진짜 좆같아서.”

“여기서 욕을 하면 안 돼요.”


입 밖으로 나온 소리가 동그랗게 뭉쳐집니다. 포도 알 같네요.


“이게 뭐지?”

“가시 안개, 알이에요.”

“가시 안개?”


가시 안개 알들이 꿈틀대더니 치어가 나옵니다. 뼈는 말랑말랑 해 보이는데 색깔이 화려합니다.


“저 애들은 가시 끝에 독이 있어요.”

“찔리면 어떻게 되는데?”

“하루 종일 가렵죠.”

“별거 아니네.”


별거 아닌 게 아니었습니다. 한 번 찔리니 온몸이 다 가려워서 한발 짝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치료제는 없나? 이거 참 긁지 않고는 못 베기겠어.”


자꾸 긁다보니 벌겋게 부어오른 부위의 범위가 늘어납니다.


“조금만 참아요. 가시안개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통증도 가려움도 다 사라질 거예요.”

“너는 괜찮다, 이거지?”

“그런 말이 아니고. 나는 걱정이 돼서.”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어. 진짜. 그래서 언제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치어들이 많이도 부화했습니다.

죽겠네요. 진짜.

말벌 떼가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나만 공격해요.

진짜 너무 가려워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가렵고 아프고 미치겠어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데 가시 안개가 걷혔습니다.


“가시안개가 지나갔어요.”

“걷힌 게 아니고 지나갔다고?”


가려운 게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가시안개가 맵시 있게 빠진 꼬리지느러미를 신경질적으로 휘젓고 있네요. 똥구멍 밖으로 나와서 보니 요나를 삼킨 그 물고기 인 것 같습니다. 요나서 1장 17-2장10절에 나온 그 물고기요.



“너 저게 뭔지 알아?”

“물고기죠. 통로이기도 하고. 저 물고기 뱃속을 지나와야 공장에 도착 할 수 있어요.”


나는 괜히 감격에 젖습니다. 성경책에서 보던 그 물고기라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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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 k6******..
    작성일
    18.05.18 22:16
    No. 1

    이 소설은 대체적으로 성경구절을 많이 인용한것 같아요ㅋ 색다르고 재밌음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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