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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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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06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01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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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2.카니발니즘

DUMMY

2. 카니발리즘

[카니발리즘은 사람이 인육을 먹는 풍습을 일컫는 말이다. 카니발리즘은 종교적 제례의식이나 식량 부족 등의 이유로 세계 각지에서 행해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인육이 식품의 일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카니발리즘은 서유럽의 가치관이 확산되고 사회적 금기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인류의 대표적인 금기로 자리 잡았다.]




소녀는 죽었습니다. 기적은 뜻하지 않는 곳에 있지만 기적을 일으키는 건 내 아버지 하나님이 아니에요. 기적은 무엇이고 왜 일어나고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꿨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놋쇠 소 몸에 있는 문을 열어요. 아버지는 칼과 포크를 들고 앉아있습니다.


“새까맣게 다 탔어요.”

“껍질을 벗기고 가지고 오면 되잖니?”


나팔소리가 나지 않았는데도 아버지는 기분이 괜찮은 모양입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요. 작은 형은 다 탄 소녀의 몸을 씻기고 껍질을 벗깁니다. 감자 껍질 파이라도 만들려는 듯 얇게 썰어요. 그는 고생이 많습니다. 대량요리가 필요 할 때는 취반기에 튀김하다 기름이 튀어서 데이기도 합니다. 전에 어떤 목사를 삶으려다가 솥이 뒤집어져서 뜨거운 물을 뒤 짚어 쓰기도 했어요.


“막내야, 이거 간 좀 봐볼래?”

“좀 짠데?”


큰 형은 시간별로 맛의 차이를 구분 할 만큼 고기에 대한 집착이 심한편입니다. 그는 식사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요. 아버지 발을 씻기고 발등에 향유를 붓는 일도 생략하고 방으로 돌아갈 만큼 비위가 상했나봅니다. 아 아니네요. 다시 돌아와서 아버지 발등에 입을 맞추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머리카락으로 그 눈물을 닦습니다.


큰 형이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 하는 이유에요.


저는 익힌 소녀의 머리를 접시에 올리고 준비해둔 육수를 적당히 넣어둡니다. 어린 소녀의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아요. 아버지 입은 매우 큽니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몸 전체가 입이 될 수도 있죠.


“식사 맛있게 드세요.”

“왜? 너도 먹으려고?”

“아니요. 저는 아버지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러요.”

“그래? 그럼 됐고.”


아버지는 식탐이 많습니다. 무슨 맛을 느끼는 것도 아닌데 먹을 것을 남에게 뺏기는 걸 싫어해요. 작은 형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주방에 있는 주걱, 국자, 뒤집개, 포테이토 매셔, 스태튤라, 식칼 등으로 요리되어 지는 사람들의 고통을 먹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오늘은 평소 보다 적게 먹습니다.


“남은 음식은 버려.”


저는 내 아버지 하나님이 먹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모릅니다. 그는 태초부터 계셨고 많은 것을 뺏고 조롱하고 정말 거의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웠었어요.


“남은 건 제가 가져도 돼요?”

“그러시든가.”


아버지가 냅킨으로 입술을 닦다 말고 조용히 웃어요.


소름 돋습니다.


사람들은 크고 환한 웃음을 입이 귀에 걸려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 아버지 하나님은 정말로 입이 귀에 걸려있어요. 어쨌든 나는 소녀의 몸을 수거해서 가지고 갑니다. 먹다 남은 치킨 같아서 뭔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살릴 수는 없어도 다시 움직이게 할 수는 있을지도 몰라요. 기적은 없지만 과학은 있습니다.


“그거 다 가져가서 뭐하게?”


작은 형이 불판을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면서 묻네요. 불판은 놋쇠 황소를 말합니다.


“그냥 좀 해보고 싶은 게 생겨서.”

“안 먹을 거면 나 줘.”

“배고파?”

“아니 누렁이 갖다 주려고.”


누렁이는 꽤 사납습니다. 미친개에요. 미친개. 사람이 물리면 공수병에 걸립니다. 저희야 상관없지만요.


“누렁이는 이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차.”

“하긴.”


누렁이는 머리가 세 개나 달렸습니다. 먹이로 던져 준 오디세우스를 독차지 하려고 싸우다가 그만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운 좋게 달아난 오디세우스는 집에서 소설을 썼습니다. 그는 참으로 볼품없는 천한 사람이었는데 비상한 머리와 달콤한 혓바닥을 가지고 있었죠. 마침 누렁이가 짖습니다. 고기냄새를 맡은 거지요. 문 앞에서 낑낑대는 거 정말 못 들어주겠습니다. 원래는 날고기만 먹었었는데 작은 형이 익은 고기를 준 뒤로는 날고기든 익은 고기든 뭐든 사족을 못 쓰네요.



“너 먹을 거 아니야.”

“왈왈”


저 개새끼가 주인도 못 알아보고 입질을 합니다. 덩치는 얼마나 큰지 몽둥이로 때려도 소용이 없어요.


“이리와.”


내 아버지 하나님이 미친 개 ‘누렁이’를 부릅니다. 아버지가 부르자 오십 개나 되는 꼬리를 흔드네요.


징그러운 뱀 대가리 새끼들.


나는 남은 소녀의 몸을 연구실로 가져갑니다. 내 방에는 없는 게 없어요.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의 집합체죠.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뺏은 것들입니다. 이를 테면 나는, 사람들에게서 뺏은 기술로 기적을 만들고 그 기적을 발판삼아 내 아버지 하나님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것이죠.


“내가 널 여자로 만들어 줄게.”


나는 양 귀가 사라진 소녀의 머리를 들고 큰소리 쳤어요. 그런데 여자로 만들어 줄게, 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요?


신은 인간의 뇌 속에 살고 있어요. 인간의 뇌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싫어해요. 인간은 죽음을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육체만을 원합니다. 그래서 신은 괴물이어야만 합니다. 두렵고 무서운 느낌만 들어야하죠.


“내가 널 내 아버지 하나님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만들어 줄게. 나의 아내이자 딸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소녀가 복제 되는 동안에 나는 누워서 텔레비전을 봅니다. 오늘도 완벽하고 헌신적이고 사랑스럽고 다정한 재벌2세가 쥐뿔도 없는 여자를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죠.


드라마가 다 끝나면 아주 특별한 사람이 태어날 거예요. 소녀의 생김새, 목소리, 유전적 요소 하나하나 다 똑같은 괴물. 나는 죽은 소녀의 머리를 박제해 뒀어요. 다시 태어난 소녀가 피를 빼서 소독한 머리를 보고는 뭐라고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재밌지 않아?”

“주인님이 재미있다니 다행이네요.”


인공지능 ‘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복제양 돌리에게서 영감을 받고 이름을 지어줬어요. 돌리가 내 아버지 하나님보다 훨씬 똑똑하죠. 돌리는 죽은 소녀의 유전자를 믹서기 같이 생긴 기계에 넣고는 콧노래를 부릅니다.


“치노땅 카와이 내 아내로 삼고 싶어요.”

“치노땅 카와이?”


돌리는 해괴망측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보기가 썩 좋지 않습니다. 눈살이 다 찌푸려지네요.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그만 좀 하라고 리모컨을 집어 던졌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요?”


돌리가 내 눈치를 살피다가 눈빛으로 동의를 구합니다. 소녀의 이름은 ‘벼리’였었다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네요.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네가 지어봐.”

“주인님. 진짜죠? 뒤에 가서 무르기 없기에요. 약속?”


돌리는 계약서와 볼펜을 가지고 와서 내게 내밉니다. 서명도 모자라 계약서를 반으로 접고 지장도 찍었습니다. 계약서를 돌리에게 주고 난 뒤 생각해보니 나도 이름이 없네요.


“내 이름도 지어줄래?”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이름도 없고 제가 생각하기에 주인님은 이름이 없는 편이 나아요.”

“저 소녀는 뭐 다른가?”

“사람이잖아요. 사람. 사람은 이름이 있어야 해요.”


돌리는 무척 신이 나서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는 모양이에요. 하루 종일 촐싹거리며 오도방정을 떱니다. 그 사이 소녀의 몸이 만들어지고 심장이 다시 뛰어요. 탐스러운 가슴을 보니 아버지가 죽인 내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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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카니발니즘 +1 18.05.18 58 1 7쪽
5 2.카니발니즘 +1 18.05.18 65 1 9쪽
» 2.카니발니즘 +1 18.05.18 75 1 8쪽
3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1 18.05.18 52 1 9쪽
2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1 18.05.18 7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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