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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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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03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08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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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3. 철의 여인들

DUMMY

3. 철의 여인들

[철의여인이라는 고문도구이다. 이 고문도구는 다른 도구들보다 더 잔혹하였는데, 안쪽에 쇠로 만들어진 꼬챙이라 신체의 가슴과 다리, 팔, 눈, 어깨, 허벅지 그리고 등을 죽지 않을 만큼 찌르게 된다. 이때 이 관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 2일에 걸쳐 과다출혈로 죽게 되는 도구다.]






나는 욕탕에서 벼리를 쫒아내고 문을 잠근 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조용하게 누워서 잠을 자고 싶네요. 잠을 잔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간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꽤 편해 보이기는 하더라고요. 꿈이라는 걸 한 번 꿔봤으면 싶기도 합니다. 꿈속에서는 더 자유롭겠죠? 기분이 괜히 좀 그렇습니다. 괜히 좀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 같네요.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스피커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흘러나옵니다.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 음악을 ‘우주의 본질세계의 반영이라고 생각되는 순수와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말했었습니다.


“지겹지도 않으세요?”

“전혀.”

“매번 같은 것만 들으니까, 하는 말이죠. 주인님.”


기계에 불과한 녀석이 음악에 대해 뭘 알겠어요.


“주인님 또 제가 동력을 받아 운동이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기구들이 유기적으로 짜여져 이루어진 기계에 불과 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조용히 좀 하지?”

“조용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요?”

“근데 너 요새 자꾸 대든다?”


어지간히도 이름을 짓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뭐라고 저러는지. 불만이 가득합니다. 로봇주제에 사춘기라도 온 건지 안하던 짓을 다하네요.


“그럼 네가 듣고 싶던 걸 틀던지.”

“그래도 돼요?”


정말 취향 한 번 독특합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어요. 어째서 저런 노래들이 유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는 귀마개로 귀를 틀어막고 다리를 쭉 뻗습니다. 책을 좀 읽어야겠네요. 러시아 극작가이자 작가인 고골의 대표작 ‘외투’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가만있자, 어디까지 읽었더라.


“그만 청승 떨고 밖에 좀 나와 봐요.”

“아 진짜 저 새끼가. 녹여 버릴라.”


문을 벌컥 열고 나가보니 벼리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부작용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생리를 한 거라고 합니다. 몸만 어른이고 정신은 갓난아기와도 같다보니 피를 보고 덜컥 겁을 집어먹고 말았는지 아래에서 피가 나온다고 울먹이네요.


“괜찮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휴지로 아래를 닦아주니 벼리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다정하시네요.”

“응? 뭐가?”

“주인님 그런 모습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다정하긴 개뿔. 피가 나는 걸 그럼 그냥 두고만 볼까? 빨리 많은 걸 가르쳐야 할 텐데 생각보다 많이 귀찮고 번거롭습니다. 돌리가 일부러 저렇게 만들어놓은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것인지 모르겠네요. 다행히도 언어를 빨리 배우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고 해야 할까요.


“아빠, 해봐.”

“아빠.”


돌리를 아빠라고 부르는 게 문제지만요. 누가 아빠가 됐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나만 아니면 됐죠. 또 날이 밝습니다. 살짝 지겹긴 해요. 무한 재부팅 되는 컴퓨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밉던 아버지도 이럴 때는 이해가 되려고 해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마침 셋 째 형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오늘은 많이도 잡아 온 모양이에요. 노예들의 대부분은 여자와 소년들입니다. 오랜 전통이죠. 그들의 목은 밧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셋째 형이 선두에서 그 밧줄을 끌어당기면 영문을 모르겠어서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사례가 걸린 것 마냥 컥컥 거리죠. 누렁이도 짖습니다.


“한 놈 줄까?”


셋째 형이 누렁이 머리를 쓰다듬네요. 가운데 머리만 쓰다듬었더니 첫 번째, 세 번째 녀석이 가운데 녀석의 귀를 물고 뜯습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닙니다. 재밌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요. 핸드드립으로 원두커피를 내리던 돌리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넵니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벼리는 사람들이 반가웠는지 손을 흔듭니다. 저는 돌리가 내려준 원두커피 향기를 맡습니다. 원두향이 진하고 풍미가 깊어 향이 입안에 오래 남네요.


“오늘 따라 커피 향이 참 좋은데?”

“그 말뜻은 약간의 오차가 생겼다는 말인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냥 좋다는 말인 거지. 오차는 무슨.”

“주인님 변한 것 같아요. 주인님이 그냥 좋다고 말하다니.”


돌리가 속삭이며 말합니다. 무언가 놀리고 싶은 모양인데 셋째 형 때문에 억지로 참는 것 같네요. 셋째 형은 돌리를 상당히 싫어합니다. 로봇인 돌리에게 자아가 엿보인다면 망설임 없이 깡통으로 만들고도 남을 테죠. 셋째 형은 기어코 노예 대열에서 한 사람을 끄집어냅니다. 성경책을 들고 있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네요. 누렁이는 입을 쫙 벌립니다. 축 늘어진 새빨간 혓바닥을 좀 보세요. 셋째 형은 성경책은 버리고 사람은 누렁이 입속에 던져줍니다. 한 번에 삼킬 줄 알았는데 입이 좀 심심했는지 씹어 먹네요. 피가 튑니다. 기다렸다는 듯 나머지 머리들이 바닥에 쏟아진 피를 핥습니다.


“무서워요.”


벼리가 내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습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만 하라고 하면 안돼요?”

“밥 먹을 때 개는 건드리는 거 아니야. 고기 앞에서는 주인이고 뭐고 없거든.”


돌리가 웃습니다. 누렁이는 쇠 냄새를 싫어합니다. 언제 한 번 돌리를 삼켰다가 배탈이 아주 크게 나서 좋아하는 개 껌도 못 씹고 하루 종일 설사만 했었죠.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죠?”

“개 껌으로 만들어질 거야.”

“네?”

“몇몇은 추려져서 아버지 식단에 오를 테고. 또 몇몇은 큰 형이 가지고 놀다가 집 밖으로 버려지겠지.

“버려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죠?”

“버려진 사람들은 모두 지옥 불에 불타서 없어지지. 검은 구름이 되는 거야.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좀 봐볼래?”


비가 내릴 것 같네요. 천둥번개가 칩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늪에 빠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립니다. 늪은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더 깊이 빨아들이죠. 급해진 셋째 형이 채찍을 휘둘러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허약한 아이들은 채찍에 맞아 바닥에 고꾸라지고, 건장한 어른들은 고꾸라진 아이들을 끌면서 철의 여인들이 있는 방으로 향합니다. 철의 여인은 철로 만든 관에 철심을 박아 안에 든 사람이 옴짝달싹 못하고 피를 흘리며 천천히 죽어가게 하는 장치입니다. 개 껌을 만드는 방에는 저런 게 수억 개나 들어있죠.


철의 여인들의 방주인은 ‘바토리에르제베트’입니다. 그녀는 흡혈귀에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괴팍한 성격을 가졌죠. 세간에 알려진 대로 빛을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둠을 더 선호하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싫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우윳빛 피부가 햇볕에 그을릴까봐 걱정이 좀 되는 것뿐이죠.

아버지는 그녀를 “헝가리 갈보 년”이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피를 뽑기 위한 장치를 고안해 낼 만큼 똑똑한 여자이기도 합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이 뭐라고 부르든 간에 말이죠. 셋째 형은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갈증을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가 더 필요해요.”


끌려온 간호사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그녀가 말합니다. 셋째 형은 사람들을 모두 철의 여인들 속에 가둬요. 피가 바닥에 좔좔 흐릅니다. 철의 여인들 바로 아래, 바닥에 길게 패인 홈을 따라 셋째 형과 바토리가 손을 맞잡고 걷습니다. 도랑의 한 가운데에는 욕조가 있어요. 두 사람모두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갑니다. 욕조 밖으로 삐져나온 셋째 형의 오른 손에는 바토리가 목을 물어 떼어버린 간호사의 머리가 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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