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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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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23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14
조회
40
추천
1
글자
7쪽

4. 고뇌의 배

DUMMY

“꽤 귀엽게 생긴 애구나.”


그가 벼리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재미난 소재를 발견할 때나 저런 말을 해요. 벼리의 그림자속에 사는 검은 늪 개구들이 살며시 눈을 뜹니다. 장지뱀 새끼 한 마리가 식탁보 아래로 기어들어갑니다.


“고맙습니다.”

“예의바른 아이구나.”


그가 큐빗이 박힌 머리끈을 건넵니다.

벼리는 식탁보 아래로 기어들어간 장지뱀 한 마리를 눈으로 쫓으면서 긴 머리를 뒤로 묶습니다.

바토리는 침을 꼴깍 삼키고요.

글라라는 포크를 무기처럼 손에 쥐고 있습니다.

둘째 형은 ‘고뇌의 배’를 싸움 끝에 살아남은 소년의 입에 넣고 손잡이를 잡고 돌립니다. 소녀의 입이 점점 벌어지네요.


“그만해요.”


벼리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깜짝 놀란 둘째 형이 손잡이를 돌리던 걸 멈추네요. 누렁이에게 밥을 주러가고 있던 넷째 형이 뒤돌아봅니다.


“뭐래?”


둘째 형은 손잡이를 마저 다 돌립니다. 소년은 입이 다 찢어져서 피를 흘리다가 쇼크가 왔는지 미동조차 없습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은 고기 한 접시를 깔끔히 다 비운다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벽에는 채찍이 쫙 걸려있어요.


“누구도 이 방에서는 그만하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는 맞아야 철이 들죠.”


바토리가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다가 한 마디 거드네요.

저는 벼리가 쫒다가 놓친 장지뱀 새끼 한 마리가 죽은 소년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채찍질 소리가 요란하네요. 식탁에 살점이 튀고 피가 튀어요. 내 아버지 하나님에게 이제 그만 좀 해요, 라고 말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그는 14세기 중엽의 채찍질 고행자들처럼 ‘유일한 구원 방법’은 교회가 정한 고해성사가 아니라 채찍질이라고 선언한 편지를 읽는 것이라고 말한 뒤 조용히 의자에 앉습니다.


다시, 죽은 소년의 입속으로 들어간 장지뱀 새끼에 대한 이야기를 할게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죽은 소년도 의자에 앉았습니다. 엉덩이에 꼬리가 달렸다는 것만 빼면 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여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예의바르게도 감사기도를 드리네요. 내 아버지 하나님은 조금 놀란 눈치에요.


“뭐냐? 이게, 대체.”


호된 채찍질을 당한 벼리는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온통 상처투성이인데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습니다.


“아버지 저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몰라요.”

“네가 만들었는데 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글쎄요.”


아버지도 저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아버지를 만든 분들도 아버지가 뭘 할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거 아닐까요.


“갔다버려.”


둘째 형이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소년의 목을 도끼로 내려칩니다. 그리고는 칼로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요. 피가 줄줄 새고 있지만 소년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습니다.


“재밌네.”


둘째 형이 머리가 잘린 소년의 다리를 묶고 옆으로 뉘어놓습니다.

머리가 잘린 소년이 발길질을 하고 버둥거리네요.

바토리가 입을 쓱 닦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옷에 피가 좀 묻어서 기분이 언짢은 모양입니다.


“왜 그러는 거죠?”


벼리가 소리 나게 포크와 나이프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겁도 없이 묻습니다.


“뭐가?”

“몰라서 물어요?”


첫째 형은 소녀의 질문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요. 내 아버지 하나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저년한테서 그년 냄새가 나. 역겹고 불편한.”

“무슨 말씀이시죠?”


바토리와 함께 나가고 있던 셋째 형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묻습니다.


“둔한 녀석들. 보면 모르겠냐? 막내가 뭘 만들어냈는지?”

“뭔데요?”


목이 잘린 소년의 두 발을 꽉 붙잡고 있던 둘째 형도 ‘벼리’가 누군지 궁금해진 모양입니다.

첫째 형은 코를 킁킁거리며 소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습니다.


“됐고. 쟤나 좀 갔다버려.”


내 아버지 하나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앉아요.”

“응?”


그 누구도 아버지에게 명령을 내릴 수는 없어요. 어머니조차도 생전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꿇으라면 꿇고 빌라면 빌고 때리면 맞았었죠.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아버지를 더 이상 화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미쳐도 정말 단단히 미쳤어요. 그가 한 번 화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습니다.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이러니?”

“알아요. 아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앉아요. 죽여 버리기 전에.”


그가 다시 앉습니다.

우리는 매우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어요.


“너 미쳤구나.”


나는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려고 합니다만, 그녀가 거부하네요. 눈동자가 까만 찰흙 같네요. 검은 늪 개구리들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그새 목이 잘린 소년 역시 검은 늪 개구리들의 먹잇감이 됐네요.


“미친년.”

“넌 아주 재수 없는 놈이야.”

“너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나. 감히 누구한테.”


첫째 형이 끼어들어보지만 소용이 없네요.

아버지는 지금 벼리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힘을 주면 그녀의 가녀린 목이 ‘뚝’부러지고 말겁니다.


“나를 죽인다고? 어떻게? 무슨 수로?”

“그건 지금부터 천천해 생각해 볼 일이구요.”

“맹랑한 년!”


그가 손가락에 힘을 풉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려운 눈빛과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어요.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던 그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

“제가 못할 것 같나요?”

“아버지는 네가 하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다. 너는 아버지가 죽으라고 하면 죽고 살라고 하면 살고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내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첫째 형이 말합니다.


“역겹고 불편하고 구역질나는 얼굴 좀 치워줄래요?”

“뭐?”

“대화중에 무례하게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웃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겠죠. 그나저나 얼마 만에 듣는 그의 웃음소리인지 모르겠네요. 모두 겁에 질렸습니다. 벼리만 빼고요. 그녀는 고개를 빳빳하게 새우고 본인보다 몇 배는 더 큰 아버지를 당당하게 쳐다보다 조막만한 주먹을 움켜쥡니다. 정말 따귀라도 한 대 때릴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네요.


“너 정말 겁이 없구나.”

“잘못 한 게 없으니까요.”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네 머릿속에 ‘죽음벌레’를 심어 넣을 수 있어. 그 녀석은 네 뇌를 야금야금 갉아 먹을 거야.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안 하는 줄 아니?”

“알아야하나요?”


불편하고 숨 막히네요. 나는 벼리의 손을 잡아끕니다. 더 이상은 안 돼요. 그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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