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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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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20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9:16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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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 사타나스

DUMMY

“여호와께서 이미 큰 물고기를 예비하사 요나를 삼키게 하셨으므로 요가나 삼일 삼야를 물고기 배에 있으니라.”

“뭐해요?”

“응?”

“저거 그 물고기 아니에요.”

“그럼 뭔데?”

“이곳의 주인인 빅터가 키우는 물고기인데······재미있으라고 빅터가 물고기 뱃속에 길을 쑤셔 넣었죠.”

“그럼 나한테 달려들었던 물고기들은 뭔데?”

“자세한 건 빅터한테 물어보세요.”

“빅터?”

“빅터 프랑켄슈타인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공장 굴뚝 아래에 살고 있습니다. 우뚝 솟은 굴뚝 위로 솟아난 큰 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가니 최신식 첨단기기들이 돌아가고 있는 실험실이 보입니다. 다르르르륵.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시체조각들이 줄줄이 내려옵니다. 각각 다른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내려온 팔과 다리, 몸통과 머리가 검은 천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바늘을 지나자 하나가 되면서 모양을 갖춰갑니다. 작업대에 앉아 있는 노인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인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빅터씨.”

“안녕하세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씨.”


노인은 좀 많이 바빠 보입니다. 고개를 들어 슬쩍 한 번 쳐다보더니 모양을 갖춰서 계속 내려오는 생명체들의 엉덩이에 특수 풀을 바른 라벨을 붙입니다.


나는 1미터 가까이 되는 투명한 유리병에 뱃속의 태아처럼 몸을 돌돌 말고 자고 있는 생물들을 봐요. 잠든 모습이 편안해보이네요.

벼리는 목장갑 두 겹, 토시와 마스크, 앞치마를 하고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섭니다.


“뭐해?”

“도와야줘. 그래야 빅터씨하고 이야기를 나누죠.”

“고마워.”


빅터 프랑켄슈타인씨의 끈끈하고 긴 혀가 벼리의 머리를 한 번 쓱 감더니 다시 입속으로 들어가네요.


“검은 늪 개구리인건가?”

“개구리가 아니라 빅터, 프랑켄슈타인, 씨에요.”


또박또박 말하던 벼리는 다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라벨을 붙인 유리병을 분리합니다. 유리병은 입이 아주 큰 물고기 뱃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데 일이 끝날 기미가 안보여요. 마냥 기다리기에는 따분하기도 해서 일손을 거들어봅니다. 시간이 정말 안 가네요.


“저 물고기들 말이야.”

“아. 그루퍼요?”

“다 어디로 가는 거지?”

“엄마들 뱃속으로 가요. 그리고 몇 개월 뒤 다시 태어나는 거죠.”


1미터나 되는 투명한 유리병이 어떻게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뭐 어떻게든 자궁 속을 비집고 헤집고 들어가고 나오겠죠. 마침내 그루퍼가 벌린 입을 다뭅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글쎄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짓궂게 웃습니다. 그가 이어 붙인 생물들은 신체의 일부가 결합되어 있어요. 흉부가 붙어 있거나, 복부가 붙어 있거나, 골반이 붙어 있거나, 엉덩이가 붙어 있거나, 머리가 붙어 있거나 뭐 그렇습니다. 저 상태로 태어나면 사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왜 굳이 저렇게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의 팔다리를 비례가 맞도록 구성했고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 짜 맞추었다. 아름답게 말이다! 신이시여! 누런 피부는 그 밑에서 움직이는 근육과 동맥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은 윤기를 내며 흘러내렸고 이는 진주처럼 희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은 그 축축한 눈, 그것이 들어앉은 희끄무레한 눈구멍과 거의 비슷한 색깔의 두 눈, 쭈글쭈글한 피부, 새까만 입술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섬뜩하기만 했다.”

“메리셸리?”

“그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마치 소설처럼.”


그루퍼가 모두 떠나자 컨베이어벨트가 멈춥니다.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지만 그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정말 모두 필요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허리를 바로세우고 다리를 쭉 폅니다. 손과 발 모두 물갈퀴가 달려 있네요. 수분이 부족해서 그런지 피부가 꽤 거칠어져 있습니다.


“호수에 뛰어들고 싶은데 할 일이 너무 많아.”

“물 좀 드실래요?”


벼리가 유리컵에 따른 물을 건넵니다. 목이 엄청 말랐나보네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유리컵으로는 부족했는지 정수기통을 통째로 들고 마십니다. 물을 다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안 그래도 툭 튀어나온 눈이 더 튀어나오네요.


“누구?”

“위에서 왔어요.”

“아!”

“그렇다면 신의 몇 째 아들이지?”

“막내요.”

“에이 설마 막내일 리가 있나. 그는 우리 종족만큼이나 번식력이 뛰어나다고.”


양서류 주제에.

나를 위아래로 스윽 훑어보는 게 기분이 좋지가 않네요. 입속에 말았다, 넣었다, 뺏다가 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씨의 혀를 잘라버릴까, 싶은데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그거 알아? 당신 아버지도 여기서 만들어졌다는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말문이 다 막힙니다.

조금이라도 믿을만한 소리를 해야 믿든가 하지. 이건 뭐.


“개구리가 신을 만들었다는 소리야?”

“무례하군요. 나는 개구리에 가깝지만 개구리는 아니죠. 당신이 신에 가깝지만 신이 아니듯이.”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일수록 지어낸 말일 확률이 높은 법이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의문과 걱정과 불안감을 주기위해 약간의 사실을 곁들이는 법입니다.



5. 사타나스

[ 〈신약성서〉에서는 그리스어 음역인 '사타나스'(Satanas)가 쓰여지며, 영어 번역에서는 '사탄'(Satan)으로 나온다. 그는 악한 영의 왕이며, 본래부터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원수로 빛의 천사인 체 가장하는 자로 표현된다. 그는 사람에게 들어갈 수 있고 그를 통해 행동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람은 그의 행동이나 태도 때문에 사탄이라 불릴 수도 있다. 복음서에서 주로 귀신들림과 관련해서 쓰이고 있는 베엘제불이라는 그의 이름은 에크론의 신 이름인 베엘제붑(Baalzebub)에서 유래한 것이다(Ⅱ열왕 1). 또한 사탄은 마귀(diabolos)와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마귀라는 용어는 〈신약성서〉에서 사탄보다 더 자주 나타난다. 〈코란〉에서는 '사탄'이란 뜻의 고유명사 '샤이탄'(Shaitan)이 쓰인다.]




“뭐 그렇다고 치고. 너는 여기서 도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야?”

“보면 몰라? 보면······”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웃습니다. 입이 정말 커요. 입속에 얼굴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베엘제불님.”


벼리가 벌떡 일어나 빅터 프랑켄슈인씨의 벌린 입속에 사는 악마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네요. 그는 사탄입니다. 요한의 묵시록에 따르면 그는 자기 밑에 있는 귀신을 부려 사람의 몸을 점유하고 괴롭히고 병들게 하다가 큰 쇠사슬에 묶여졌다고 전해져요. 그런데 여기서 그와 마주친 걸 보면 전부 사실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모두의 반대자, 모두의 적. 모두를 유혹하는 자. 모두에게 악한 자. 모두의 원수. 모든 거짓의 아비이자 모든 거짓말쟁이들과 살인자들의 우두머리. 공중을 다스리는 지배자이며 온 세계를 속이던 자. 크고 붉은 용. 그 옛날의 뱀.”


크고 붉은 용과 그 옛날의 뱀은 베엘제불의 거대한 성기를 말하는 은어입니다.

그는 내 아버지 하나님의 아내이자 제 어머니를 범한 죄로 이 세상에서 쫓겨났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가 내 친아버지 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허무맹랑한 상상에 불과하지만 혹 모르죠.

어머니는 하나지만 아버지는 누구든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좀 닮은 것 같네요.”


벼리가 불쑥 끼어듭니다.


“응? 어디가?”


나는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손을 빼다가 가진 걸 다 떨어뜨렸어요. 금화 몇 닢과 은화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 뒹굴 때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쩍 벌린 입을 다뭅니다.


“놀랬나요?”

“······”

“내 정신 좀 봐. 손님이 왔는데 차도 안 내오고.”


빅터 프랑켄슈타인 씨가 차를 내옵니다. 얼핏 보면 개구리 풀을 우려내서 만든 것 같은데 제법 맛이 괜찮네요. 과일 향이 나는 걸 보니 발효도 잘 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괜찮네. 뭐로 만들었지?”

“시체 꽃을 우려냈어.”


빅터 프랑켄슈타인씨가 찻잔에 차를 더 따르며 피식 웃습니다.


“시체 꽃은 검은 늪 개구리들의 뱃속에서 삼일 간 있다가 항문 밖으로 나와. 꽃잎은 조금 거무스름하고 속은 희끄무레하고. 차를 다 마시면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엿볼 수도 있고.”

“그래? 그거 참 신통방통하네.”


벼리는 벌써 차를 다 마셨나 봅니다. 그녀는 느닷없이 울고 소리 지르고 웃다가 입술을 꽉 깨뭅니다. 눈도 좀 풀렸네요. 입에서는 게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옵니다.


갑자기 흥분하거나 격렬하게 싸울 일이라도 생긴 모양이네요.


거품 같은 침이 온몸을 뒤덮습니다.

단단해지는 연습을 하는 애벌레 같아요.


“다 마시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빅터 프랑켄슈타인씨에게 묻습니다. 그는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가 딱딱해진 벼리의 침을 칼로 갈라요.


“죽은 사람의 기억을 엿본다고 해서 별 일 안 생기니까, 걱정 할 것 없어. 다만.”

“다만, 뭐?”

“아니야 아무것도.”

“싱겁긴.”


껍질이 벗겨지고 그 속에 든 벼리는 얌전히 평화롭게 누워있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신들을 죽일 거야.”

“무슨 수로?”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없었던 존재가 되는 거지.”

“뜬금없긴.”

“애초에 신은 죽기 위해 모든 일을 계획했으니까.”


개소리, 아니, 개구리 소리 좀 그만 냈으면 좋겠네요.

마침 벼리가 일어납니다. 그녀는 긴 잠에 빠졌다가 일어난 것 마냥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아직까지 왜 그러고 있어요?”

“내가 뭘?”

“마셔요. 그래야 재밌어지니까.”

“인간은 너무 뻔해서 재미없어.”


빅터 프랑켄슈타인씨와 벼리가 나를 계속 쳐다봅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이죠.


“참나!”


결국 나는 시체꽃차를 다 마시고 별거 아닌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반추합니다.

지친 삶에 허위허위 대는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뭐 별거 아니네.”


머리가 어지럽고 미식거리네요. 시야도 뿌옇게 흐려집니다. 모자이크 된 얼굴들이 많이도 보이네요. 웅성웅성 시끌벅적합니다. 짜증나게! 말끝을 놓고 친한 척을 해요. 다 죽여 버릴까, 싶은 데 자꾸 귀찮게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몇몇은 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기까지 합니다. 기분 더럽게 시리. 내 생일도 아닌데 촛불을 끄기 무섭게 폭죽을 터뜨리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저것들 좀 치워줘. 정신 사나워서 도저히 못 보겠어.”

“눈을 떠요.”


나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다가 눈을 뜹니다.

눈을 떠보니 벗겨진 껍질 속이네요.

그때 집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진이라도 난 것 같네요.


“괜찮아. 별거 아니야.”


베엘제불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씨 입속에서 스물 스물 기어 나오네요. 마치 뱀이 허물을 벗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눈꺼풀이 없습니다. 그는 코가 낮습니다. 그는 윗입술이 둥글고 가운데가 갈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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