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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라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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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14
추천수 :
21
글자수 :
81,078

작성
18.05.18 18:59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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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DUMMY

1.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 된 놋쇠 황소로 만들어진 것. 구리로 만든 황소속에 사람을 넣어 천천히 불로 구워 죽이는 장치. 황소의 머리에는 내부에서 내는 고통의 소리를 황소의 신음으로 변조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사람들을 안 죽이겠다고 하던 날이 엊그제인데 ‘여호와 창조주 하나님’ 당신이 눈여겨보던 옆 집 소녀가 제 옆에서 죽었어요. 당신은 주저함 없이 소녀에게로 걸어갔고 나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말했습니다.


“조심해, 그는 살인마야.”


소녀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우리는 전에도 소녀에게 신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죠. 11시 30 분경 소녀는 교회 앞에서 사라졌어요. 감쪽같았죠. 소녀는 사라졌고 나는 담배를 한 대 태우고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씨였죠. 소녀는 정말 예뻤어요. 한 번 보면 계속 보고 싶어지는 사람 있잖아요. 곱디고운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는 어찌나 곱던지 길을 가다, 다 죽어가는, 가망 없는 새끼 고양이를 위해 병원비를 기꺼이 지불 할 정도라니까요. 어차피 죽을 텐데 말이죠.


병신같이.


아무튼 소녀는 일주일 째 집에 없어요. 왜냐면 내가 소녀를 납치했기 때문이죠. 나를 탓하지 마요. 모든 것은 신의 뜻입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달라진 것 하나 없는데, 울지 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 발 저 좀 살려주세요.”

“시끄럽게 울지 좀 마, 바보야.”


소녀가 울기만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고민이 됩니다. 나는 소녀의 웃는 얼굴을 좋아하지만 내 아버지 나의 하나님은 그렇지 못해요. 띵동띵동. 아! 이런 아버지가 집에 왔나봅니다. 눈이 퉁퉁 부은 소녀를 보면 아버지가 화를 크게 내실 텐데요.


“아버지가 오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줄래?”

“뭐든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아주 급하고 빠른 발소리가 들립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칼을 손에 쥐고 있을 거예요.

길고 날카로운.


“시키는 대로만 할 거야?”

“네

“제발 아가리 좀 닥쳐줄래? 아버지가 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목을 따버리기 전에.”


이제야 좀 소녀가 조용해지네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아버지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소녀는 앞

으로 살날이 많은 데 최대한 버텨 봐야죠.


그러나 아버지는 힘이세요. 우리는 아니 나는 힘이 없습니다. 그는 여기에 있지 않아도 제가

뭐하는지 다 알아요. 모두가 아시다시피 전지전능하죠.


알아요. 알아. 저도.


전지전능한 힘에 의지하는 것이 어려운 시기에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런데 굉장히 우습잖아요. 인생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은 너를 포기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 말입니다. 지금 소녀는 하나님을 찾고 있어요.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말이죠.


아버지가 1층 계단 아래로 내려왔어요. 나는 문을 잠그고 문구멍으로 그를 훔쳐봅니다. 그는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요. 손은 솥뚜껑만 해요. 그런 그가 작달만한 문고리를 돌리면

서 묻습니다.


“피부색은?”

“엄청 하얗고 뽀해요. 똘망똘망 이쁘게도 생겼죠.”

“그래? 그런데 참.”

“네?”

“털은 밀었어?”

“털을 밀고 마취제를 놓고 문신이라도 새길까요?”


그는 갑자기 말이 없어요. 소녀는 불안해하며 아빠를 찾습니다. 괜찮다고 해주는 데도 소용이

없어요. 한 번씩 입술이랑 몸을 바르르 떨어요.


처음엔 소변이라도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살인마에요. 왜 그가 살인마가 된 것인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을 알게 되면 진짜 너무너무 무서워서 밤에 잠도 잘 못 잘 걸요. 다행히도 그가 다시 돌아갑니다. 소녀는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어요. 나는 소녀가 너무 가여워서 바리 깡으로 머리를 빡빡 미는 건 내일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제 안 올 테니 오늘은 푹 쉬어.”


소녀는 벽을 보고 돌아눕습니다.


“그래, 그래, 그래야지. 내가 아버지한테 잘 말해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나는 밝게 웃으면서 환한 얼굴로 소녀를 안심시킵니다.

사실 아버지는 말이 안통해요. 둔하고 꽉 막혔고 미욱합니다. 그런 사람 또 없어요. 아 맞다. 그는 신이었죠.


모든 사건의 뒤에는 신이 있어요. 어둠이 사라지고 날이 밝아오면 아버지는 가장 먼저 지난 밤 죽은 사람의 숫자를 셉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참 많아요. 때로는 종말론을 설교하기 위해 교회에 가고는 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요,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빨리도 고개를 숙이죠.


소녀는 밤새 뒤척였는지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던 기도도 생략하네요. 그래요, 이제, 믿을 만 한 건 자기 자신 말고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소녀의 기분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주고 싶습니다.


“넌 죽으면 천국에 갈 거야.”


바리깡으로 소녀의 머리를 빡빡 밀면서 제가 말했어요. 두상도 예쁘네요. 소녀의 이름은 벼리입니다. 벼리는 고기 잡는 그물의 코를 뀌어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한 동아줄을 말한다고 하네요. 소녀는 이제 아버지에게 가야합니다. 새벽에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눈을 떴는데 아버지가 서있더군요. 무슨 일이세요. 아버지?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프지는 않을 거야.”

“네?”

“어쩌면 오늘 그냥 집에 가라고 할지도 모르는 거고. 아버지는 워낙에 변덕이 심하거든.”


긴 머리 소녀가 대머리가 됐네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고 소녀는 거울을 보고 울어요. 머리 빨리 기르는 법이라도 알려줘야 할까봅니다.


“괜찮아. 머리야 금방 기르니까.”

“오늘 죽일 거잖아요.”


소녀가 손톱으로 손을 꾹 누르며 말했어요.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소녀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그의 방에는 변변찮은 가구하나 없습니다. 나는 식탁에 수저받침과 냅킨을 놓고 냄비에 밥을 짓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라 소녀가 먹을 밥입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소녀는 고개를 계속 푹 숙이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오래살고 싶으면 아버지 앞에서 저러지 말라고 했는데 그새 까먹은 모양입니다. 뭐 이제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긴 하죠.


“먹을 건가요?”

“응?”

“아!”


아버지가 나이프를 접시위에 내려놓습니다.

소녀는 아버지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개새끼죠. 사실. 그는 소녀를 너무 먹고 싶어 합니다. 입에 수박을 물린 듯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어요. 식탁에 또 구멍이 났네요. 소녀는 괴로워합니다. 그에게서는 아침소변 냄새가 나요. 가까이서 냄새를 맡지 않아도 올라오죠.


“냄새가 좀 심하지? 양치를 해도 이러네.”

“네 좀 심하네요.”

“조금만 참으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 k6******..
    작성일
    18.05.18 21:59
    No. 1

    놋쇠황소는 고대 페르시안 왕국에서 악명높은 고문기계였죠.ㅎㅎ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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