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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1,514
추천수 :
2,304
글자수 :
222,339

작성
24.06.08 10:25
조회
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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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4쪽

제12화 선물

DUMMY

#012화 선물






재신은 아차했다.

실수했다.

할아버지에게 날강도라니.

예의가 너무 없었다.


“죄송해요. 말이 좀 심했네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지난 생에 허물없이 지냈던 할아버지와 지금의 할아버지와 착각했다.


“괜찮다. 앉거라.”

“네.”


황거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놈 봐라. 일부러 판을 깨버려?’


백억이라는 거금을 제안한 건 승부수였다.

당연히 재신이 고민할 줄 알았다.

그렇게 협상을 시작해 이백억 정도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협상전략이었는데.

날강도라는 단어를 쓰며 협상 분위기를 단번에 깨버렸다.

황거산은 확신했다.

손자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완전히 잘못되었다.

녀석은 능력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다.


협상이 시작되어야 자신에게 유리한데 손자는 계속 협상을 피하고 있다.

덩치가 좋은 자신이 손자를 꽉 잡아야 압박해야 하는데 녀석이 교묘하게 도망치고 있다.

황거산은 처음으로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고작 고등학생에게 패배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신차려야지.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다. ······그런데 백억이 부족하다는 말이냐?”

“네.”

“녀석. 한 푼도 없이 백억을 버는 건데도.”

“중요한 건 제가 버는 게 아니죠. 상대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해요.”

“그래?”


황거산은 적잖이 놀랐다.


‘녀석이 저걸 어떻게 알았지?’


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늘 자신 보다는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걸 잘 파악할수록 유리하다.

황거산 손자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물었다.


“재신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네?”

“어허, 이 녀석이! 할애비가 묻는데.”

“······태산합섬요.”

“흐음.”


황거산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재신은 이미 자신의 패를 다 알고 있다.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다.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그냥요.”

“그냥?”

“네.”

“친구네 집이 어렵다고 해서······.”


재신은 주변을 살폈다.

두일이 아저씨가 또 여자친구라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두일이 아저씨도 밖에 있다.


“그 혜진이라는 여자 친구말이냐?”


젠장.


“아니, 그, 그런 사이가······.”


“괜찮다. 나도 반대하진 않는다.”

“할아버지 그게 아니라니깐요!!”

“이놈! 화제를 돌리지 말고. 말해봐 어떻게 안거냐.”

“······XX동에서 재건축 사업을 한다는데 근처에 마침 태산합섬 공장이 있다는 게 생각나잖아요. 그냥 둘이 합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준 건 아니고? ······혹시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

“아니에요. 그냥 든 생각이었어요.”


황거산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재신을 보았다.

본능인가?

이런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물론 매우 드물게.

사업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가진 녀석들.

황거산의 아들 득구, 득팔, 득칠이와 두현이는 타고나지도 배우지도 못했던 능력이다.

아무것도 없던 흙수저였던 황거산이 맨손으로 태산을 키웠던 바로 그 능력.


“재신아. 너는 이 사업으로 얼마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하냐?”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학생이잖아. 수익이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계산해봐야 알겠죠.”

“그래? 대충 한 번 찍어 보거라.”

“한 오천 억 정도 남지 않을까요?”

“하하하! 녀석! 실없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황했다.

비서실장 한동훈이 말한 추정 이익의 중간치가 바로 오천억이다.

최소 3천억에서 최대 8천억의 이익.

황거산은 협상을 빨리 끝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재신아 내가 백억을 제안했는데 날강도라고 했다. 너는 얼마를 원하는 거지?”

“······얼마 되진 않아요.”

“그럼 그냥 말해봐.”

“천 억요.”


이런 미친 날강도 같은!!

험한 소리가 튀어나올뻔 했다.

오래 살았던 연륜으로 겨우 참았다.

만약 탁자 위에 물잔이 있었으면 물을 끼얹었을 거고 김치가 있었으면김치 싸대기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억이 얼마나 큰 돈인데.

날강도 같은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천억을 가지려고 한다니.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다.


“장난이 심하구나.”

“네? ······할아버지. 많이 놀라셨죠.”

“녀석, 장난이 심했어. 천억이라니. 허허허.”

“······.”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그만 일어나시죠. 더 할 말 없으시잖아요.”

“어?”


녀석, 판을 깨겠다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이냐?”

“아, 제가 가격을 말씀 드렸는데 장난처럼 생각하셨잖아요. 이해해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

“사실 이런 문제가 생길 거 같아 할아버지랑은 얽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 그럼?”

“사성건설이나 다른 1군 건설사들이랑 협상하려고요. 두일이 아저씨 한테 부탁했으니까 곧 연락이 올 거예요.”


거짓말이니 상관없다.


“그러면 얼만 못 받을 텐데.”

“괜찮아요. 그래도 오백억은 받을 거에요.”

“그럼 오백억을 손해 보는 건데?”?

“천억에 사실 거에요? 그건 아니잖아요?”

“크흠. 그래 그건 그렇지.”

“봐요. 괜히 서로 불편하잖아요. 사성건설에 팔면 제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제가 이 사업을 할아버지 한테 팔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겠어요? 할아버지가 도와준 거라 생각할 거에요. 하지만 다른 회사에 팔면 그렇지 않죠. 제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거냐?”

“당연하죠.”

“당연하다고? 세간의 시선보다 중요한게 너 자신의 평가다. 네 스스로 자신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한 게 아니야.”


눼에눼에.

잘 알겠습니다.

지난 생의 재신이었다면, 열 여덟살 청소년이었다면 할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도덕군자.

공자와 맹자 같은 유교 철학 사상에 바탕을 군자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 등등.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할아버지의 말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상일 뿐이다.


“재신아. 이 할애비는 네가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네 주관대로 살았으면 좋겠구나.”


갑자기 인생강의를 하신다.


‘죄송해요. 전 그렇게 살 생각이 없어요.’


인간은 주변의 의견에 쉽게 흔들린다.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질 좋고 싼 가성비 제품보다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 상품이 더 잘 팔린다.

그게 인간이다.

없는 척하는 사람보다 있는 척하는 게 사람들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다.

사기꾼들이 괜히 롤렉스와 벤츠, 이태리 수제 정장을 입고 다니는 건 아니다.


‘할아버지. 사람은요······ 보는대로 생각해요. ’


재신은 할아버지가 갑자기 인생강의를 하는 속내를 꿰고 있었다.

권위에 대한 호소다.

할아버지라는 권위를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하는 수작, 크흠, 수작은 아니고 전략이었다.


‘할아버지 안 통합니다.’


“할아버지 말씀 새겨 들을게요.”

“그래.”


침묵.


“재신아, 천억은 아무래도 너무 비싼 거 같은데.”

“그죠. 맞아요. 가족끼리 이런 거래는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계속 판을 깨려는 재신과 어떻게든 협상을 이어가려는 황거산이 치열한 샅바 싸움이 이어졌다.


“후, 그래서, 너는 이걸 기어이 사성건설에 팔겠다는 거냐?”

“가격만 맞으면요.”


황거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할 말이 하나 있기는 한데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천억······.”


고민된다.

적잖은 돈이다.


“천억이라고 했지?”

“아니요.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팔아요. 이건 그냥 제가 다른데 팔게요. 할아버지랑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요.”


황거산은 선택해야 했다.

손자가 생각을 굳히기 전에.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좋다, 천억. 내가 사마. 천억에 내가 사마.”


황거산은 그 말을 한 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좋은 거래였다.”

“네?”

“천억이라고.”


재신은 고개를 저었다.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조금 더 쓰라고.

재신의 속내를 귀신같이 파악한 황거산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런 날강도 같은······.’


“천 백억. 마지막이다.”


싱긋 웃는 재신이었다.

얄밉다. 얄미워.


“감사해요. 할아버지.”


기어이 백억을 더 받아내는 황거산의 손자 황재신이었다.


황거산은 손을 내밀어 종이를 건네 받으려 했다.

재신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할아버지, 거래는 확실하게 하셔야죠.”

“??”

“입금을······.”

“허허, 이 할애비를 못 믿는다는 거냐?”

“할아버지는 믿어요. 하지만 태산그룹 황거산 회장님은 믿을 수 없죠. 지금 증인도 없는데 어떻게 제가 종이를 덜렁 넘기겠어요.”

“하, 녀석······, 어떻게 할까?”

“현금으로 주세요. 일시불로 주시면 더 좋구요.”

“현금에 일시불이라······.”

“이유가 있는 거냐?”

“이유요? 천억이면 1년 이자만 해도 70억이 넘어요. 세금 제외해도 50억 정도구요. 가만히 있어도 1년에 50억을 벌 수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받아야죠.”

“그래. 그건 그렇지만 그것보다. 사업을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냥 저는 은행에 넣어둘래요.”

“돈 가치가 떨어질 텐데. 뭐 네 돈이니 알아서 해라.”


돈 가치야 떨어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96년.

1년 후에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이 돈을 달러로 가지고 있으면······.

상상만으로 재신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그날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재신아, 그럼 지금 할아버지 집무실로 오거라. 거래를 마쳐야지.”

“네.”


황거산은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창밖을 보는 그의 표정이 괴기했다.

천백억을 날려 기분이 언짢은 표정이면서 동시에 오천억을 벌 기회가 생긴 것 때문에 웃고 있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황재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3세들 사이의 후계구도가 재밌어 질 거 같았다.

그때 문득 재신과 했던 내기가 생각났다.

선거에 당선되면 빌딩을 사주기로 했는데.

그건 안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절대로.

이미 천백억을 줬는데.

솔직히 준 건 아니고 재신에게 정당하게 산 거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하여튼 돈도 많으니 직접 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황거산은 여전히 재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꽤 집요한 구석이 있다는 걸.


회사로 돌아간 황거산.


“한 실장, 태산건설에 연락해서 천 백억짜리 통장 하나 만들어 가지고 오라고 해.”

“네?”

“XX동 재건축 사업권 천 백억 샀어.”


한동훈 실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걸 어디서 산 거지?

하지만 회장님이 거짓말 할 사람은 아니다.


“네.”


한동훈 실장은 회장님의 지시대로 태산건설에 연락해 통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여기 있습니다.”

“천 백억에 샀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네.”

“제 개인적으로 이천억까지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예상 수익이 오천억이라면 어쨌든 삼천억 남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


황거산은 자신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거라 믿었다.


인터폰이 울렸다.


“회장님, 도련님 오셨습니다.”

“들여 보네.”


잠시 후 재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황거산은 재신에게 통장을 건넸다.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재신도 품에서 꺼낸 계약서를 황거산에게 전했다.

그걸 황 회장은 비서실장에 향해 건넸다.


“······.”


한동훈 실장의 눈동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황거산과 재신을 왔다갔다 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 때문이었다.


“서, 설마, 회장님?”

“그래, 맞아. 소문내지 마.”

“아,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법무실에 전화해서 고동우인지 고동인지 만나서 깔끔하게 처리하라고 해.”

“네. 아, 그리고······.”


재신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 계약 끝나면······검찰에 연락해서 그 새끼 처 넣으라고 해. 재신이 여자친구집에 협박을 했다고 하더라고.”

“아니 그게, 여자친구······ 아닌데.”

“괜찮다. 녀석. 이건 할애비가 주는 선물이야.”

“아, 네.”


그게 아니라고요.


“알겠습니다.”


한동훈 실장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다음 방을 나갔다.

황거산은 손자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는게 아무래도 천 백억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이 괜히 폭리를 취한 건 아닌지 하는 죄책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다.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재신아 오늘 좋은 협상이었다. 이 할애비는 오늘 너의 새로운 모습을 봐서 기분이 좋구나.”


진심이었다.

자신을 이리저리 매치는 손자의 협상력.

생각할수록 살짝 흥분되었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았다.


“나도 네 덕분에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네? 아 알겠습니다.”


재신은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도 죄송해요. 조금 싸게 팔아도 됐을 거 같은데.”


이제와서? 괘씸한 놈.


“괜찮다.”

“진짜 죄송해요.”

“그래.”


재신은 진심으로 미안했다.

왜?

할아버지는 절대 수천억의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96년이니 당연한 거 아닌가?

재신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할아버지, 제가 선물 하나 드릴게요.”

“선물?”


황거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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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296 67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413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505 59 13쪽
8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566 64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712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939 63 13쪽
5 제5화 일당백 +7 24.06.01 5,198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512 73 14쪽
3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221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7,111 85 14쪽
1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651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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