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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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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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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39

작성
24.06.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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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5화 일당백

DUMMY

#005화 일당백





내가 너를?

재신은 황당했다.

밑도 끝도 없는 그녀의 착각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생에도 이러더니 이쯤 되면 병인데.

황당한 표정을 한 재신에게 민혜진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이해해. 내 얼굴 정도면 우리 학교 세 손가락 안에 들잖아.”


민혜진 얼굴이 예쁜 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당연? 뭐가?


“어제 우리 집에 찾아온 너 봤을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확신했어. 아 형편이 어려운 나를 도와주러 온 거구나?”

“······.”

“왜?”

“너 가고 1시간 뒨가? 태산그룹 계열사들에게 전화가 막 오더라고. 인쇄할 물량 있다고.”


‘하, 아저씨 일 진짜 빨리 하시네. 젠장.’


“거기다, 우리집 근처를 어슬렁 거리는 그 조폭 놈들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재신은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 민혜진은 어제밤부터아빠와 함께 펼친 상상의 나래를 재신에게 말했다.


“너 솔직히 나보고 당황했지? 몰래 도와주려고 했는데, 들켜서? 큭큭.”

“그, 그건······ 맞는데.”


몰려 도와주려고 했지.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방향이 그쪽은 아니야.


“봐, 너도 부정하진 않네. 헤.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누구를 좋아하고 설레는 건 정말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 괜찮아.”


민혜진은 재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재신의 옆으로 바짝 붙였다.

어제까지는 가난 때문에 칙칙하기만 했던 민혜진의 세상이었는데 순식간에 핑크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분홍빛 가득한 세상이 되었다.


“사실 나도······. 아니야. 하여튼, 어제 아빠랑 이야기도 했어. 아빠가 재벌 집안과 사돈 맺는 건 좀 부담스럽다고 하셨지만, 내가 잘 설득했어. 그러니까 우리 집은 걱정 안해도 돼. 너희 집엔 언제갈까? 교제는 당연히 허락받고 해야겠지. 너 이렇게 행동하는 거 보면 벌써 허락 받은 거야?”

“······.”

“어머, 내가 마음이 급했나? 그런 건 아니지. 재신아?”

“뭘?”

“야, 약······ 풉, 아니다. 내가 너무 나갔나봐.”


붉어진 얼굴의 열기를 손부채로 달래지면 민혜진의 하얀 얼굴은 점점 붉어질 뿐이다.


“저, 저기······.”


재신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내버려 두니 상황만 악화된다.

그런데.


‘어떡하지?’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활활타오르다 폭발할 텐데.

그렇다고 사귈 수도 없고.

하지만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혜진아······.”


재신은 목소리를 깔았다.


“혜진아 사실은 말이야. 오해하도록 해서······”

“재신아, 잠깐만. 나부터 말할게.”


민혜진은 재신의 말을 끊고 가슴에 꼭꼭 감춰둔 속마음을 꺼냈다.


“사실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어제 우리 가게 찾아 온 너를 봤을 때 심장이 정말 터질 거 같았거든.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나, 신입생 때부터 너 쪼금······, 아니 쪼금 많이 좋아하고 있었어.”


민혜진의 얼굴이 수줍게 붉어져 있다.

모아진 작은 손가락들이 꼼지락거린다.


‘귀엽긴 하네.’


재신은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재신은 용기를 냈다.


“저기 혜진아, 미안하네. 네가 좀 잘못 생각하는 거 같아.”

“뭘?”

“내가 너 좋아한다고 착각 하는 거 같아., 나, 너 안 좋아해.”

“야,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아니, 진심으로 너 안 좋아해!”


목소리에 묻은 단호함이 민혜진의 동공을 흔들었다.


“응? 그럼 어제 일은 뭔데? 우리집에 와서 인쇄물 맡기고, 또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태산그룹 계열사에서 전화와서 다짜고자 인쇄계약부터 하자던데. 네가 부탁한 거 아니야?”

“그건 맞는데.”

“그럼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 난 네 능력이 필요한 거야.”

“네? 내 능력? 그게 뭔데? 내 능력은 얼굴이야.”


그것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이 있어.


“너가 예쁜 건 인정하는데 나는 그것보다 너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재신은 민혜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민혜진의 핑크빛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저승사자처럼 시커멓게 변했다.


“지, 진짜야? 학생회장 선거 때문이야?”


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힐긋힐긋 민혜진을 보았다.

역시나 불이 붙었다.

점점 타오르는 그녀의 얼굴.

곧 폭발할 기세다.


“야!!!!!”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는 민혜진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 놓치면 죽도 밥도 안된다.


***


죽고싶다.

눈앞에 보이는 본관 건물로 올라가 백 미터 달리기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달려서 뛰어내리고 싶다.

하지만 꽉 잡힌 손 때문에 민혜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놔, 놔!”

“잠깐 좀 진정해봐.”

“너 같으면 진정되겠냐? 이 새끼야!!”


도망칠 수 없었던 민혜진이 할 수 있었던 건 고개를 푹 숙인채 눈을 감는 것 뿐이었다.


“일단 앉아.”


재신은 민혜진을 자리에 앉혔다.


“말도 안돼! 진짜 말도 안돼.”


민혜진이 혼자 중얼거렸다.


“뭐가 말도 안 되는 거야? 내가 설명해줄게. 궁금하거나 이해 안 되는 있으면 물어봐.”

“학생회장 선거에 누가 전단지를 돌리고 피켓을 사용해? 나는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지. 당연히 나 보러······ 아 씨바, 존나 쪽팔리네. 야 황재신, 나 죽으면 화장해라.”

“선거 나가는 건 진짜 사실이야. 그리고 네 말도 맞아. 지금까지 학생회장 선거에서 전단지 같은 거 돌린 사람은 없어.”


이 시기 학생회장 선거는 매우 간단했다.

선거 일주 전 후보가 입후보한다.

그리고 특별한 유세는 없다.

면학 분위기를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공약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할 거야. 전단지도 돌리고 피켓도 들고, 춤이랑 율동도 하면서 지지를 호소할 거야.”

“학교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막을 이유가 없잖아.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고 축제야. 즐겁고 신나게 해야지.”


순간 민혜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교 꼴등 황재신의 입에서 나올 수 법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아 같은 이미지였는데 잠깐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 그래.”

“그럼 왜 하필 우리집이야? 나 때문 아니야?”


쉽게 미련을 버리지 않는 민혜진이었다.

하긴 저런 집착과 집요함이 있어야 광고, 마케팅처럼 창의적인 재능을 요로 하는 곳에서 성공할 수 있다.


“나 너희 집인 줄 진짜 몰랐어. 사실 네 이름도 어제 알았어.”

“뭐? 경일고등학교 3대 얼짱 민혜진을 몰랐다고?”


눈을 가늘게 뜨며 재신을 노려봤다.


“내가 그쪽으론 관심이 없어서. 하여튼, 길 가는데 디자인이 좋은 전단지를 발견해서 거기까지 찾아간 거야.”

“아, 그랬구나. 그랬어.”


꽤 그럴듯한 이유라서 민혜진은 진심으로 실망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

자신이 디자인 한 전단지를 들고 찾아와 비슷하게 해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민혜진은 고개를 45도 들어 멍한 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저 멀리 로또가 날개를 펼쳐 훨훨 날아간다.

마지막 남은 가능성마져 산산히 부서져 거품이 되었다.

그 거품이 하늘로 올라가며 자신의 장밋빛 미래에 안녕을 고했다.

잘가.


“혜진아. 나 선거운동 하는데 네 도움이 필요해. 네가 전단지 만든 거 보니까 감이 좋은 거 같아. 내 선거운동 좀 맡아줘.”

“아니, 그건 좀······.”


민혜진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절대로.

지금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매일 보며 같이 일하자고?

안될 말이다.

그런데 순간.

내가 한 걸 어떻게 알았지?

아빠랑 나, 그리고 극소수 사람만 알고 있는 건데?


“야, 너 그 전단지 내가 한 건 줄 어떻게 알았어? 대부분은 우리 아빠가 한 줄 아는데.”

“어? 그거?”


순간 당황했지만 좋은 핑계가 있다.


“야, 나 태산그룹 손자야. 재벌 3세. 그룹 정보망 가동하면 지금 네가 입고 있는 그······”


재신의 시선이 아래 어딘가로 향했다가 급히 민혜진의 얼굴로 돌아왔다.


“응?······입고 있는?”

“······하여튼 다 알 수 있어.”


갸웃하던 민혜진의 머리가 갑자기 멈췄다.


“······이 미친 새끼가!”

“아니 말이 그렇다고.”


실제로 재신이 그룹 정보망을 가동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민혜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했다.

자신들과는 너무 동떨어진 재벌의 삶 아닌가.


“하여튼 너 그쪽으로 재능이 있으니까 나 좀 도와줘.”

“안 해.”


어, 이럼 안 되는데.


“나, 바빠. 너도 알다시피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학원비랑 레슨비 직접 마련해야 해.”


어려워진 형편?

재신의 머릿속에 어슬렁거리던 조폭들이 떠올랐다.


“혜진아, 그 집 근처에 있던 조폭들······ 너희랑 관련 있는 사람이야?”

“왜?”

“나 가게 들어갔다 나오니까 계속 힐금거리며 처다보더라고.”

“아, 사실······. 쪽 팔려서 말하기 싫은데······.”

“응? 더 쪽팔릴 게 남았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 주중는다.”


어금니를 꽉 깨문 민혜진이 재신을 보며 눈을 희번덕 거린다.


“오늘 있었던 일 다른데 가서 말하면······.”

“알았어. 안할 게. 대신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 봐.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

“아니야. 괜찮아. 동정은 필요없어.”


예민하고 여고생의 자존심이 느껴졌다.

재신은 그걸 누를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정말 아름답고 자연스운······.”

“아, 할게, 할게. 하면 되잖아.”


민희진이 조폭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줬다.

핵심은 땅을 팔라는 말이었다.

가게가 있는 백 평 정도의 토지를 시세보다 좀 더 춰준다고 했다.

1년 전에는 가게가 그럭저럭 잘돼서 안 팔았는데 가게가 잘 안되서 지금은 팔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대출이 있어서 이자 내기도 힘들다고 했다.

딱 봐도 조폭들이 작업치는 중인데.


“작업하는 중이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순진한 건지 모자란 건지?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그녀였지만 현실적인 이해관계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자란가?

하긴 한쪽이 지나치게 뛰어나면 다른 쪽이 모자랄 수도 있다.


“음, 아니야. 일단 내가 좀 알아볼게.”

“동정받고 싶진 않아. 특히 너한테는.”

“동정은 아니고······잘하면 꽤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큰돈?”

“응.”


민혜진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재신을 보았다.

재벌집 핏줄이라서 그런지 이 상황에서도 돈을 생각한다.

돈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다.

거기다 좀 전에 자신을 협박해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

그런데 더 멋있어 보인다.

민혜진은 태어날 때 가지지 못했던 모습 때문이었다.


“잘하면 너희 집 형편 좀 나아질 거 같은데.”

“신경 쓰지마. 네 도움 받고 싶지 않으니까. 나 동정 하지마.”

“동정이 아니야. 사업이야. 내 일이니까 너도 신경 쓰지 마. 나도 너 동정 안 해.”


혜진은 그 말에서 서운함을 느낀 듯 재신을 잠깐 노려보았다.


‘뭐야 저건?’


동정하지 마라고 해서 안한다고 했는데.

하여튼 여자들이란······.

그건 그렇고.

재신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다.

민혜진의 집이 있는 이 동네는 몇 년 뒤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선다. 지금 아마도 토지를 매수하는 일인 지주 작업 중일 거다.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거 보니 정상적인 회사는 아니고.


재신은 어떻게 하면 이걸 크게 튕겨 먹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천재적인 재신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한다.


“그럼 난 갈게.”

“잠깐만. 나 할 말 있어.”

“뭐?”

“나 학생회장 선거 좀 도와줘. 알바비는 넉넉하게 줄게.”

“안 해. 너 같으면 하겠냐? 지금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부끄럽긴 뭐가 부끄럽냐. 누구를 좋아하고 설레는 건 정말 아름다운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


-퍽!


어께에 묵직한 통증이 전해진다.

세 번 말한 건 좀 심했나?

주먹이 생각보다 쎄네.


“어쨌든 난 안 해. 앞으로 우리 서로 아는척하지 말자. 그동안 고마웠어.”


그동안? 오늘 처음 이야기했는데.

뭐야?

왜 연인들의 이별 장면을 만들고 그래.

재신은 뒤돌아선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


“혜진아, 정말 안 할거야?”

“응.”

“이 아르바이트 일당 좀 쎈데.”


몸을 획하고 다시 돌린 민혜진이 재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

“일당 백.”

“······? 내가 백 명의 몫을 하긴 하지만······.”

“아니, 하루, 백만 원. 일당백.”

“······.”

“······뭐 싫으면 어쩔 수 없지.”


······

······

······



“뭐부터 할까?”


민혜진의 눈동자가 예쁘게 반짝였고 재신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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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194 66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310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401 59 13쪽
8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458 63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607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836 63 13쪽
» 제5화 일당백 +6 24.06.01 5,088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387 73 14쪽
3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073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6,945 85 14쪽
1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443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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