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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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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0,235
추천수 :
2,277
글자수 :
222,339

작성
24.06.07 10:25
조회
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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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
13쪽

제11화 날강도

DUMMY

#011화 날강도






태산그룹 회장 집무실.

황거산은 손자 재신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다.

불안은 점점 커지기만 했다.

보안팀 요원들을 보냈지만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결국 의자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였다.

머릿속에는 조폭들과 대적하고 있는 손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니야. 아무 일 없을 거야.’


하지만 한 번 구르기 시작한 걱정은 점점 덩치를 키우기만 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인터폰을 눌러.


“한 실장 차 대기시켜.”

“네? 30분 뒤에 계열사 사장단 회의 있으십니다.”

“그래?”


황거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안 그래도 지루해 죽을 거 같은 회의다.

계열사 사장들이 우르르 몰려 자신을 향해 ‘저 열심히 했습니다, 회장님.’칭찬해 주세요라고하는 자리.

자신이 거기서 할 일이라곤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 젖는 것 뿐이다.

가끔 실적이 저조할 때 회의실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다들 정신 안 차릴거야!’


그런 말만 해주면 된다.

태산그룹은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다.

다 좋다.


하지만 황거산은 태산그룹으로부터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자신이 없어도 잘 굴러갈 것 같은 불안이었다.

자신이 없으면 태산그룹이 흔들리고 위기에 빠져야 하는데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았다.

하여튼 꼭 필요하지 않은 회의보다는 손자의 안위가 훨씬 중요하다.


“일단 취소해. 특별한 주제도 없잖아.”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됐어. 차나 대기 시켜.”

“알겠습니다.”


황거산은 인터폰을 끊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1층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손자가 있다는 창고로 갔다.

차를 타고 가는 길 내내 황거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라도 손자가 잘못될까 봐.

이두일의 문자가 들어왔다.


‘도련님, 안전하십니다.’


다행이었다.

걱정과 불안은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손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심장도 그대로였다.


‘왤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괜찮아지겠지.’


창밖을 보던 황거산의 눈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여기 태산합섬 근처군.”

“네. 맞습니다.”

“XX동도 근처지?”

“네.”

“그렇군.”


그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태산합섬 부지와 XX동 재건축 사업과 합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XX동 재건축 사업을 가져오면 좋은데 조폭들이 하는 사업이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탐나는 사업이었다.

재건축 사업에 진출해 큰 돈을 벌수도 있고 사성건설의 코를 한번 살짝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욕심이다.

이미 기대를 접었다.


“도착했습니다.”


허름한 창고 앞에 황거산이 탄 차가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그.

흙과 풀, 그리고 오래된 건물에서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그 냄새가 그를 자극했다.


‘이거였군.’


황거산은 피식 웃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두근거림의 원인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바로 전투를 앞둔 군인의 긴장감이었다.

먹이를 낚아채려는 맹수의 흥분이기도 하다.


황거산은 창고를 보았다.

저 안에서 손자 황재신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혼자 수십 명의 조폭을 상대하고 있었다.

손자가 하고 있는 전쟁의 긴장과 흥분이 자신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녀석. 재밌는 선물을 주는군.”


웃는 황거산의 얼굴에 긴장과 흥분이 서려 있었다.

황거산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조용했다.

먼저 들어간 보안요원들이 조폭들을 단숨에 제압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반항도 없었다.

이미 태산그룹의 손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에 사색이 된 그들.

선처만을 바라는 표정으로 지시하는 대로 움직였다.

창고 구석으로가 일렬로 선 다음 대가리를 박았다.


창고로 들어온 황거산은 손자를 보았다.

녀석은 여유로운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신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인사했다.


“하, 할아버지.”

“어떻게 된 일이냐?”


황거산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납치당했어요.”


제 발로 찾아왔다고 들었는데.

이런 걸 뻔뻔하다고 해야하나?


“직접 온 걸로 아는데.”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직접 왔을 뿐이에요. 직접 오지 않았다면 납치 당했을 거예요. 그러니 납치된 거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들이 왜 너를 납치하려 한 거지?”

“제가 땅을 샀는데 그 땅이 없으면 재건축 사업이 안되요.”


재건축?

설마? 거기?

아니겠지.

황거산은 섣부르게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 땅을 재건축 사업을 하는 고동우 회장에게 비싸게 팔았죠.”


전형적인 알박기였다.


“그래 얼마에 팔았는데?”

“30억요.”

“30억? 얼마짜리를?”

“1억요.”


‘이런 날강도 같은 놈을 봤나.’


“아니요. 정당한 거래였어요. 제가 산 땅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거든요.”

“왜?”

“만약 이 땅이 없으면 수백억을 벌수 있는 사업이 무산되요. 그래서 비싸게 판 것 뿐이에요. 매수자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액을 주고 산 것이고요. 정당한 거래죠.”


가치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안 사면 그만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물론 재신의 경우 태산그룹이라는 후광이 좀 작용하긴 했지만.

그건 고동우 회장 측도 마찬가지다.

비록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그들도 조폭이라는 힘으로 재신을 굴복시키려 했다.


“정당한 거래였는데 이런 일이 왜 일어난거지?”

“이놈들이 제 돈을 훔쳐가려 했거든요.”


황거산은 앞에 시멘트 범벅이 된 채 떨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사실인가?”

“죄송합니다.”

“사실입니다.”


곽용철도 대답을 거들었다.


“쯧쯧. 어린애한테 땅을 수십 배 주고 산 것도 어리석은데 준 돈을 강도처럼 다시 빼앗으려 했다고? 양아치같은 놈들.”

“죽을 죄를 졌습니다.”


황거산은 재신을 보았다.


“이제 다 끝난거냐?”

“네.”

“그럼 돌아가자. 앞으로는 이런 위험한 일에는 얽히지 않도록하고.”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황거산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사과박스가 보였다.


“저건 네 돈이냐?”

“아니요. 조금 전까지는 제 돈이었는데 지금은 저 미래개발 고동우 회장 돈이에요.”

“미래개발?”


들어본 회사였는데.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왜?”

“제가 저 돈으로 미래개발이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권을 매수했건든요.”

“얼마에?”

“15억요.”


황거산은 눈을 깜빡였다.

30억에 땅을 팔았고 그 30억 중 15억으로 재건축 사업권을 샀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재신이는 돈 한푼 안 쓰고 재건축 사업을 확보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할까?

얼핏 보면 강도 같고 다르게 보면 합리적이고 정당한 거래 같기도 한데.

재신은 얼떨떨해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많이 놀라셨어요? 이제 더 놀라실텐데.’


재신은 지금이 말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저 미래개발 고동우 회장이 XX동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원래 관심 없었는데 제 친구가······.”

“민혜진이라는 여자친구입니다.”


갑자기 두일이 아저씨가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그 말은 왜?”

“아, 죄송합니다. 중요한 사항인 거 같아서요.”

“하나도 안 중요해요. 하여튼 그 혜진이네 집이 조폭들에게 시달려서 그걸 좀 정리하려다 재건축 사업까지 산 거예요.”

“여자친구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아저씨!”


재신이 이두일을 살짝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하여튼, 가만히 보니까 이놈들 하는 짓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황거산은 재신의 말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XX동.

그 단어만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XX동 재건축이란 말이지?”

“네. 여기 서류요.”


사업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서.

고동우 회장의 지장이 찍힌 종이를 보여줬다.

황거산의 재신의 손에 들려 있던 종이를 낚아채 뚫어지게 보았다.

그의 손이 점점 크게 떨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하 녀석. 고맙다, 고마워!!”

“아니요. 제가 뭘요.”

“녀석, 복덩이 따로 없구나. 할아버지 사업을 이렇게 도와주다니.”


황거산은 감동했다.

손자가 XX동 재건축 사업을 가져온 것이다.

저걸 태산합섬과 합쳐 개발하면 수천억의 돈을 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번번히 고배를 마셔왔던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사성건설의 코를 살짝 즈려 밟을 수도 있다.

저 XX동 재건축 하나로.

황거산은 손자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네 덕분에 이 할애비 소원을 이루는구나.”


황거산은 손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음 같아서는 덥석 앉아 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색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그래.”

“뭐가 고마운 거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황거산은 그 순간 깨달았다.

재건축 사업을 산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손자라는 걸.

그리고 이 손자가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걸 눈빛으로 직감했다.


“크흠······.”


황거산은 탁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주변에 있던 이두일을 향해 말했다.


“다들 나가있으라고 해.”

“네?”


황거산이 미간을 좁히자.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창고가 비워졌고 안에는 재신과 황거산 밖에 남지 않았다.


“앉거라. 재신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황거산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거란걸.

그리고 이곳으로 올 때 느꼈던 심장의 두근거림과 흥분의 원인을 이제야 정확하게 깨달았다.

바로 손자 때문이었다.

그가 가진 종이를 낚아채야 한다.

황거산의 전쟁 상대이자 사냥감은 바로 손자였다.

자신을 흥분시키는 이 기분.

오랜만이었다.


자리에 앉은 재신은 압박감을 느꼈다.

할아버지가 뿜어내는 기세였다.

손자를 상대로 이러는 걸 보면 역시 할아버지는 태산그룹의 총수였다.

자신의 속내를 단박에 파악한 것이다.

그는 지금 손자와의 혈전을 준비하고 있다.


“할아버지,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크흠, 녀석 탈이 좋구나.”

“네?”

“아니다. 협상에서는 포커페이스가 중요하지.”

“감사해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무슨 말씀이세요?”


모르는 척.

지금은 그게 최선이자 가장 효율적인 협상방법이었다.


“재신아, 이 할애비가 태산그룹을 그냥 키운 줄 아느냐. 쓸데없이 빙빙 돌리며 시간 끌지 말자꾸나.”


황거산 바로 재신을 압박했다.

시간을 끌어 좋을 게 없다.

사냥은 순식간에 끝내야 한다.

전쟁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재신은 할아버지의 말에 빙긋이 웃었다.

시간을 끌어야죠.

그래야 유리한데.


“시간을 끄는 건 아니구요. 정확한 가치를 확인하려니까 시간이 필요하네요.”

“크흠.”


녀석. 자신에게 유리한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황거산은 결심했다.

사냥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미안하다, 손자야.

이 할애비를 용서해라.


“재건축 사업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종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어.”


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수도 있어요.”

“태산그룹이라면 이 사업을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의하듯 미소지었다.

황거산도 웃었다.

재신이 말했다.


“태산건설도 할 수 있고 사성건설도 할 수 있겠죠. 1군 건설사 정도의 규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


황거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크게 당황했다.

녀석의 말은 이 사업권을 다른 회사에 팔 수 있다는 경고였다.

황거산의 눈에 손자의 웃음이 가증스럽게 보였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여기서 반드시 끝내야 한다.

황거산은 고민했다.

그리고 결심한 다음 말했다.


“백억! XX동 사업권 백억에 사마. 그 정도면 합리적인 것 같은데.”


재신의 눈이 찢어질 만큼 커졌다.

눈동자도 파르르 떨리는 게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백억.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었다.

황거산은 손자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띠며 승리를 직감했다.


‘미안하구나, 재신아! 이건 할애비가 가질 수 밖에 없구나.’


속으로 말했다.


“하, 할아버지. 지금 백억이라고 하셨어요?”


황거산은 옅은 미소를 띈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날강도세요?”


뭐? 이 자식이!

날강도는 너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6.09 16:15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29 ch******..
    작성일
    24.06.26 16:48
    No. 2

    사실 저기서 황거산이 피도 눈물도 없이 따지려면 황재신이 미성년자인 것을 빌미로 친권자(=계약의 법적 효력에 대한 후견인의 권리능력)로 가져가버릴 수도 있는데, 나름 손자 생각해주는 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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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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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267 66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383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476 59 13쪽
8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536 63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680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910 63 13쪽
5 제5화 일당백 +7 24.06.01 5,167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474 73 14쪽
3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176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7,059 85 14쪽
1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593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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