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36,706
추천수 :
2,250
글자수 :
222,339

작성
24.05.29 12:55
조회
8,441
추천
100
글자
13쪽

제1화 돌아왔다

DUMMY

#1화 돌아왔다






“암입니다······.”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이런 일이 생기면 첫 반응이 부정이라더니.

정말 몸에서부터 거부하고 있었다.


“······.”

“황재신 씨?”

“아, 네. 종류는요?”

“혈액암입니다. 다행히 치료 가능성은 높은 편입니다. 빨리 치료해야 하는데······.”


재신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이름을 불렀다.


“괜찮으세요?”


너 같으면······, 괜찮겠냐?

머릿속은 계속 멍했다.


“······”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입니다.”


진료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재신은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왔다.

죽는 이유라도 알게 되어 다행인가?

복도를 걸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병원 밖으로 나온 재신은 버스를 타고 용인으로 갔다.

편의점에 들려 소주를 산 다음 산을 올랐다.

중턱에 이르자 잡초만 무성한 묘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묘지의 주인은 태산그룹의 전 회장 황거산이었다.

재계를 호령했던 남자의 묫자리라고 하기엔 초라하고 쓸쓸했다.

어쩔 수 없었다.

망해버린 회사의 옛 주인 따위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맨손으로 태산그룹을 세워 재계를 호령했던 남자이자 암 선고를 받은 황재신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대답대신 을씨년스런 바람소리만 들렸다.


“할아버지. 오래만이죠? 태산그룹이 무너진 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어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키운 그룹인데······.”


바람 소리만 쓸쓸하게 울려 퍼졌다.


“······자주 오려고 했는데 제 처지가 너무 그래서요. 사실 복수도 하고 태산그룹도 되찾으려고 했는데······, 저 암이래요.”


재신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저 가볼게요.”


산을 내려간 재신은 버스를 기다리다 쓰러졌다.


눈을 떴다.

낯선 공간.

누군가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의사였다.


“황재신 씨 맞으세요?”

“······네. 여긴 어딥니까?”

“병원이에요. ······암인거 아시죠?”

“······네.”

“빨리 골수이식 받아야 하는데. 형제 자매나 친척 있습니까?”


친척있지.

상대의 목을 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피를 나눈 그들.


“······친척 없어요. 그리고 저 돈 없습니다.”

“돈은 의료보호 대상자라 괜찮아요.”

“아니요. 저 나갈래요.”


이렇게 죽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태산그룹을 쓰러트린 놈들에게 복수해야 했다.


“못 움직일 겁니다. 일단 몸부터 추스리세요.”

“아니요. 할 수 있어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할 일이 있는데······.”


재신의 의식이 다시 희미해졌다.

가진 것 없는 재신의 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미 망가져 버린 몸이라 암세포를 막을 힘은 조금도 없었다.

불과 50일 만에 그는 죽음 앞에 서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겨우 의식을 차렸을 때 들려 온 말.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 지금 할 수 는 건 통증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진통제 때문일까?

현실감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절망이란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는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그리고 그 말이 있은 지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삐이이이.


힘겹게 뛰던 재신의 심장이 무심하게 멈췄다.

티비에서나 듣던 기계음을 남의 일처럼 들렸다.


어두웠던 시야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눈앞으로 재신의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주마등이었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있던 할아버지.

재신을 불러 호통을 쳤다.


“이 놈아, 집에 있지만 말고 병원에 와서 할아버지 간병이나 해. 안 그럼 카드 끊을테다.”


카드를 가지고 협박했지만 재신은 거절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건 질색이었으니.


“도련님, 카드 반납하시랍니다.”


설마했는데 할아버지가 진짜 카드를 끊었다.

어쩔 수 없었다.


“할아버지 카드 풀어주세요.”

“하는 거 봐서. 허허허.”


재신은 할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었다.

카드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할아버지 간병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재신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건 무섭고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간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건 두려웠는데 몇 번 하자 익숙해졌다.

재신의 발목을 잡던 공포도 몇 달이 지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병원에서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재신은 처음으로 혈육의 정을 느꼈다.

늘 혼자였는데 할아버지도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재신아, 아이스크림 좀 사오너라.’

‘가서 팥빙수 도 좀 사오고.’

‘단팥빵도 좀 사와.’


귀찮게 했지만.


‘같이 먹자.’

‘이것도 먹어봐.’

‘하나 더 먹어.’


자신을 챙겨주는 그가 좋았다.

시간을 보낼수록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먹고 싶다고?’

‘회?’

‘소고기?’


말만 하면 최고급 식당의 도시락이 병실로 배달되었다.

재신은 그의 소중한, 누구보다 소중한 손자였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다시 방구석에서 인생을 낭비할 거냐?”


퇴원을 하던 할아버지의 질문.

사실 집 밖으로 나오는 게 두려워 백수처럼 지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니요······, 뭐라도 해야죠.”

“그럼 내일부터 비서실로 와서 이 할애비 커피나 타.”

“한 달에 얼마?”

“이 노무 자식이!”


비서실로 출근했다.

할아버지의 커피 심부름만 한 건 아니었다.


‘재신아,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건 사업성이 있는 거 같아?’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될 것 같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질문을 했고 답변을 해야만 했다.

그게 경영 수업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할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노력했다.

잠을 줄여가며.

그러자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자신의 재능도 다시 빛을 밝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수십년간의 경험에서 쌓아온,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지혜를 가르쳐 주셨다.

재신은 할아버지의 모든 것을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청출어람이었다.

경영에 대한 능력과 사업에 대한 통찰력은 어느새 할아버지를 넘어서 있었다.


“재신이를 태산그룹 비서실장에 임명해야겠다.”


그룹 임원 회의에서 이어진 폭탄발언.

계열사 사장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밀어붙였다.

그때부터 태산그룹은 날개를 달았다.

할아버지의 비서실장이 된 재신은 승승장구했다.

공격적인 M&A를 진행했고 첨단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할아버지와 재신의 지휘 아래 태산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모든 게 잘 풀렸다.

다 좋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아니었다.

특히 재신의 큰아버지 황득구에게 재신의 활약은 눈엣가시였다.

그룹에서 쫓아내고 싶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적과 할아버지의 총애 때문에 쫓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걱정해야 했다.

재신이 활약하기 전까지 태산그룹의 차기 회장은 그였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가 흔들렸다.

황득구는 순순히 자리를 빼앗길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은밀하고 치밀했다.

사업엔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을 모으고 세력을 키우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술과 여자 그리고 돈으로 세력을 키웠다.

그리고 재신은 몰랐지만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 지분을 증여해야겠어.”

“······네?”

“네가 태산그룹을 이끌어야 해. 그게 태산그룹 임직원을 위한 길이야.”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증여선언.


“에이 할아버지가 10년은 더 하셔야죠.”

“이놈아, 내 마지막 소원이 네가 이 자리에 앉는 것이다. 이리와 한 번 앉아봐.”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자리가 내 것이 될 거라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태산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집단으로 키울 자신 있었다.

재신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황거산은 자신의 왕좌를 이어받을 손자 황재신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게 그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고로.


재신은 자신의 반쪽을 잃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애도할 시간도 가질 수 없었다.

파도처럼 밀려온 불행 때문이었다.


“황재신 씨, 불법 비자금 조성과 횡령, 배임 혐의, 그리고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모든 자료는 재신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사주한 것도 재신이 되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태산그룹을 차지한 황득구에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살인교사는 빼주마. 대신 나머지 죄를 인정해. 10년으로 맞추주지. 출소하면 조용히 나가서 살아. 뉴욕에 빌딩 하나 마련해 주마. 월세나 받으며 살아.”


구치소로 찾아온 황득구가 협상을 제안했다.


“이 개자식 네 놈 짓이지!”


-짝!


황득구의 손이 재신의 뺨을 후려쳤다.


“이 자식이 어디 큰아버지한테!”


재신은 어금니를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혐의를 인정해.”

“닥쳐!”


비열한 웃음을 짓는 황득구.

교도관들에게 붙잡혀 있던 재신이 할 수 있는 건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떠는 것 뿐이었다.


“거절하는 거냐?”

“······내 자리입니다. 내 자리를 찾을 겁니다, 반듯이.”

“그래?”

“알겠다.”


문을 나가는 황득구는 고개를 흔들었다.


“할아버지나 너나 고집 하나는 쯧쯧······. 나한테 회장직을 넘겼으면 지금도 아이스크림이나 드시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었을 텐데······. 그 고집은 유전이야 유전.”

“닥쳐!”

“······원하는 대로 해주마. 아 그리고 잘했어. 마지막이라 칭찬해주마. 어차피 넌 20년 형이야! 그리고 살인교사는 뺐다. 그건 태산그룹 이미지에 안 좋거든.”


황득구의 말대로 징역 20년 형이 내려졌다.


재신이 없는 태산그룹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황득구 회장 아래서 주력 계열사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능력이 없는 그의 욕심에 수십만의 사람들이 정리해고와 실직으로 고통 받았다.

재신은 태산그룹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감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


‘재신아, 네가 태산그룹의 회장이 되어야 한다.’


재신은 누명을 벗고 태산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출소 후 황득구의 감시망을 피해 복수와 재기를 준비했다.

거의 다 되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암으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재신의 눈앞에 영화처럼 흐르던 지난 인생이 점점 어두워졌다.


“······바보처럼 당하고만 살진 않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한 어둠이 재신을 맞이했다.

영화 같은 주마등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


“야, 재신아.”


‘······이건 무슨 소리지?’


“뭐해? 잠 좀 그만 자고 일어나. 점심 먹자.”


재신의 귀에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어둠 속에 있던 재신의 시야가 점점 밝아졌다.

흐릿하던 형체가 점점 또렷해졌다.


‘누구였더라?’


고개를 돌려보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 자식은 분명.

최충신?

그런데 피부가 왜 저렇게 젊어졌지.

젊은 게 아니라 앳된 상태였다.

혹시 아직도 주마등을 보고 있는 건가?


“밥 먹자니까!”

“충신이 맞지? 너도 죽었냐?”


충신이 피식 웃었다.


“하, 황재신 도련님······ 미치셨어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재신을 보았다.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재신은 교실 안에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대한민국 최악의 교복으로 유명한 경일고등학교 교복.


“하, 설마······ 오늘 몇 일이야?”

“3월 10일이지”

“1996년?”


대답 대신 충신은 손가락을 귀로 가져가 뱅뱅 돌렸다.


“혹시 어제 술 마셨냐?”

“······아니.”

“그런데 왜 그래? 상태가 영 메롱인데”

“······돌아왔어.”

“돌았어. 진짜.”


재신은 깨달았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음을.

모든 것을 잃고 허무하게 죽은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음을 깨달았다.

왜?

이유는 상관없었다.

간절히 원하던 기회를 잡았다.

태산그룹을 지켜야 하고 복수도 해야 한다.

그 순간 재신은 자신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갈 데가 있어. 지금.”

“어디.”


재신은 대답 대신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지난 시절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기 전까지 재신을 집안에만 있도록 만든 놈.

왕따와 폭력으로 재신에게 공포를 심어주었고 세상을 두렵게 만든 그 새끼.

재신의 인생을 비틀어버린 놈이 바로 여기 있었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를 만나는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194 66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310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399 59 13쪽
8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456 63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607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834 63 13쪽
5 제5화 일당백 +6 24.06.01 5,086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387 73 14쪽
3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073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6,945 85 14쪽
»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442 10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