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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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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339

작성
24.05.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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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DUMMY

#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스웨덴 재벌그룹?”

“네. 발렌베리 가문요. 스웨덴 경제의 20퍼센트 넘게 차지하고 있는 재벌 그룹이에요.”

“알고 있다. 핵심만 말해 봐.”

“그 가문의 후계자 양성을 보니 부끄러웠어요.”

“뭐가?”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고 오직 실력이 검증된 사람만이 회사에 들어가 능력을 펼치죠.”

“그렇지.”


황거산이 이어서 말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가문의 수장이 된다. 그런데?”

“그들을 보니 저를 비교하니까 너무 부끄러웠어요.”

“부끄러워?”


황거산은 속으로 웃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걸 보니 철이 든 거 같은데.


“저는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그래?”


의외라는 표정으로 재신을 바라봤다.


“실력을 쌓고 힘을 기르고 싶어요.”

“이유는?”

“태산그룹을 지키고 싶어서요.”

“태산을 지킨다고? 누가 감히 대(大)태산그룹 위협할 수 있다고?”

“우물안에 있는 개구리는 시야가 좁죠.”


황거산의 미간이 좁아졌다.


“내가, 우리 태산그룹이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것이냐?”

“······네, 한국에서야 태산그룹이지 일본이나 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잖아요.”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전 세계의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싸우고 있는데 태산그룹은 한국에서 안주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거산은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최근에 가진 그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이었다.

세계화.

태산이 더 크기 위해선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모든 계열사가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하는데.

성과가 없었다.


“사실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들이 그래요. 세계와 싸우는 대신 좁은 한국에서만 경쟁하려고 하죠. 사실 경쟁도 아니에요. 나눠먹기죠.”

“······.”

“그러다 만약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시장을 노리거나 월가의 자본이 한국 기업들을 노리기라도 하면······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에요..”

“그래. 그들의 힘은 대단하지. 그 힘의 원천이 뭔질 아느냐?”


황거산이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손자의 시야가 궁금해서였다.


“돈이잖아요. 미국의 월가나 해외 거대 기업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들고 있어요. 그게 그들의 힘과 무기에요. 사실 돈 말고 뭐가 더 필요할까요? 돈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데.”


“그렇지.”


황거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

현실적이고.


“그건 그렇고······ 태산을 지키려면 자격이 필요한데. 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냐?”

“네.”


황거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네?”

“이제 달라질 거니까요. 보여 드릴게요. 달라진 모습을.”

“뭘 보여 줄 거냐?”

“이번 시험에서 성적으로 증명할게요.”

“전교 1등이라도 할 거냐?”

“원하시다면요.”


재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재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시운 방법이었다.


“전교 1등이라······나쁘진 않지. 그런데 재신이 너한테 전교 일등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니?”

“······?”


재신은 살짝 당황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라 불린 게 재신이 너다. 돌 때부터 말을 하고 세 살 때 한글을 깨우쳤고 네 살 때 산수를 했고 다섯 살 때 영어를 했지.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전교 일등을 하지 않았니.”


그 일은 어머니의 가출이었다.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집을 나가셨다.


“그날 그 이후로 모든 시험을 영점이 되도록 만들었지. 사실 그렇게 답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지.”


재신의 속내를 다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 네가 마음만 먹으면 당연히 전교 1등쯤이야 하겠지······.”


재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쉽게 가고 싶어 공부를 제안했는데 전교 일등으로도 만족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역시 태산그룹의 총수다운 심계였다.


“그것만으로 안돼. 전교 일 등 말고 다른 걸 보여 줘.”

“어떤 거요?”

“그걸 제안하는 것도 후계자 자질이다. 뭘로 할래. 좋은 걸로 제안해봐.”


재신은 고민했다.

할아버지를 만족할시킬만 한 게 뭐가 있을까?

능력으로는 부족하고.

그래. 그거다.

잠깐 고민한 재신이 입을 열었다.


“곧 있으면 전교 학생회장 선거가 있어요.”

“학생회장?”

“네.”

“그걸 하겠다는 거냐?”


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권력 때문이에요.”

“권력? ······재신아 권력은 돈에서 나온다.”

“네. 하지만 할아버지, 권력이 돈을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권력이 있으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죠. 지금까지 정치권에 바친 비자금 수천억이잖아요?”


황거산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권력이 중요하긴 하지. 특히 한국 같은 나라에선.”

“그런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고작 전교학생회장 선고가 돈이 되겠냐?”

“고기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이 계속 먹잖아요.”

“허허,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네 말은 미래를 위한 연습이라는 거냐?”

“네.”

“정치를 하고 싶은거냐?”

“그건 아니예요.”

“그럼······?”

“······.”


재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황거산은 손자의 답을 기다렸다.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재신은 애둘러 말했고 황거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그래. 지켜보마. 그런데 떨어지면 망신이다. 네 사촌형 재민이처럼 할애비를 망신시킬 생각은 아니지?”

“네. 절대요.”


황재민의 이름이 나왔지만 조금의 부정적인 반응도 없었다.

덤덤했다.

지난 생의 트라우마를 완벽히 벗어던진 재신이었다.


황재민은 작년에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졌다.

그 일로 할아버지가 꽤 실망하셨다.

집안 망신시켰다고.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허, 녀석. 무모한 건지 용감한 건지 모르겠구나.”

“용감한 거죠. 전교 꼴등이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 거잖아요.”

“뭐? 하하하.”


황거산은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좋다. 네가 당선되면 할아버지 선물을 하나 주마. 갖고 싶은 게 뭐냐?”

“좀 큰 건데 괜찮겠어요?”

“큰 거?”

“제 건물을 갖고 싶어요.”

“건물? 빌딩 말하는 거냐?”

“네. 완전히는 같은 건 아닌데 비슷한 거에요.”

“허 녀석 욕심은. 고작 학생회장 선거일 뿐인데.”

“너무 큰가요?”

“흠······.”


황거산은 잠깐 고민했다.

원래 손자에게 하나 주려고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당선되면 줄 만하다.

다른 학교도 아니고 경일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빌딩 하나를 선물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좋아. 대신 떨어지면 매일 새벽, 그룹으로 가서 청소를 해라. 그리고 발렌베리 가문처럼 용돈도 스스로 벌고.”


재신은 살짝 당황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쉽지 않지만 자신 있다.


“감사합니다.”

“감사?”

“네.”


재신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겨도 져도 손해 보는 게 없잖아요. 이겨도 좋고 지더라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잖아요. 아르바이트든 뭐든 제 손으로 돈을 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 알바 좀 뛰다 보면 생각 바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거산은 흡족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낙선해서 밑바닥 경험을 하든 당선되어 위에서부터든 손자가 무언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 녀석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그만 가 보거라. 학교 갈 준비 해야지.”

“할아버지!”

“왜?”

“저는 두 개를 걸었는데 할아버지는 하나뿐이에요?”

“흠.”


허, 녀석.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는데.

그래. 만약 그냥 갔으면 실망했을 거다.


“말해봐.”

“제가 전교 1등에 전교 학생회장까지 하면 용돈 좀 넉넉하게 주세요.”

“용돈?”


이 녀석 무슨 일 있나?

돈을 왜 이렇게 많이 필요로 하지?

현금 서비스도 받고 있던데.


“얼마나?”

“많이요. 좀 많이 필요해요.”

“이 할애비가 돈이 많으니 많이 불러봐.”

“네. 진짜 많이 불러도 돼요?”

“전교 1등에, 전교 학생회장까지하는데 용돈 정도는 넉넉하게 줘야지.”

“······감사합니다.”


재신의 웃음이 묘한게 불안하다.


‘뭐, 기껏해야 천만 원이겠지.’


고등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의 크기는 크지 않다.

매달 쓰는 용돈을 몇천만 원씩 달라고 하진 않겠지.

“재신아 일단 목표를 이뤄봐. 돈 걱정은 말고.”

“네. 근데 할아버지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이 할애비가 돈 걱정 하는 거 봤느냐.”

“감사해요, 할아버지.”

“아, 오늘 저녁에 재민이랑 식사 하기로 했는데······, 넌 어떻게 할테냐?”

“······당연히 참석해야죠. 사촌형인데.”


그날 이후 처음 본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쉬세요. 할아버지.”


재신은 서재를 나왔다.

목적은 이루었다.

할아버지에게 앞으로 달라진다겠다고 선언했다.

전교 1등보다 더 큰 문제는 학생회장 선거다.

1등은 혼자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대중의 마음을 얻어 표를 가져와야 한다.

쉽지 않지만 자신 있었다.

이미 미래 지식을 활용해 필승 전략도 준비했다.


‘그것만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


한 가지 문제만 미리 해결하면 된다.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고.


오늘 저녁 황재민을 만나는 게 신경 쓰였다.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왠지 그렇게 될 거 같지 않았다.


***


재신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여수댁 아주머니가 불렀다.


“도련님, 식사하세요.”


재신은 주방으로 향했다.

자신을 보자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곧 적의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재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 보았다.


‘불쌍하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뿜은 황재민이 안쓰러워 보였다.

욕심 많고 이기적인,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청소년 하나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직 미성숙한 존재일 뿐이었다.


주방엔 아무도 없었다.

재신은 오른손을 슬쩍 들었다.


‘움찔.’


병신같은 놈.

재신은 황재민을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복수는 열배가 기본이다.

재신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형, 오랜만이야.”


황재민은 손이 떨렸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

사실 오늘 오기도 싫었다.

녀석에게 개처럼 맞던 순간이 떠올라 집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저 녀석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둘만 있는 이 공간이 점점 재민을 옥죄어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손도 더 크게 떨렸다.


“그, 그래. 오랜만이다. 왠일이냐 식사시간에 나오고.”


침착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할아버지가 오라고 하셨어.”

“그, 그래?”


그때 할아버지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재신과 재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앉자.”


잠시 후 평소보다 더 잘 차려진 음식 나왔다.


“먹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가벼운 주제로 할아버지와 황재민이 대화를 나눴다.

황재민은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안정을 찾았다.

재신이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걸 알았다.


“재신이가 곧 있을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는구나.”

“네? 재신이가요?”


황재민은 재신을 보며 물었다.


“진짜로 나갈거야? 장난 아니지?”

“응.”

“재민아!”

“예, 할아버지.”

“네가 선거 경험이 있으니 좀 도와줘라.”

“······네, 당연하죠. 제가 도울게요.”

“그래.”


식사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났다.


“몸이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마.”


황거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황재민은 얼마 전에 자신이 재민에게 개처럼 맞았다는 사실을 까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집.

가문의 장남이라 기고만장했다.


“야, 너 진짜 나갈거냐?”

“응.”

“왠만하면 나가지 말지. 전교 꼴등하는 놈이 나가는 것도 우스운데. ······떨어지면 우리 황씨 가문의 수치야.”


이것 봐라······.

한 번 개처럼 맞은 걸론 부족했나?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먼저 도발하네.

지난 번처럼 개패 듯 팰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보낼 수 없지.

재신의 한쪽 입꼬리가 비스듬이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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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194 66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310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401 59 13쪽
8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458 63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607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836 63 13쪽
5 제5화 일당백 +6 24.06.01 5,088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387 73 14쪽
»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073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6,945 85 14쪽
1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443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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