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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서재입니다.

이번 생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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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테드K
작품등록일 :
2024.05.14 14:59
최근연재일 :
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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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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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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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39

작성
24.06.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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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DUMMY

#008 돈은 창고에 두세요






사무실에 있는 조폭들은 총 네 명이었다.

두목과 부하 세 명.

두목은 놔두고 부하만 처리하면 인당 10초 정도 해서 총 30초면 될거다.

그런데.

한 놈 쓰러트리는데 1분이 걸렸다.

왜지?

그의 눈앞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두일이 헉헉 대고 있다.

떨리는 손.

후들거리는 다리.

재신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제가, 헉헉······.”


숨을 몰아쉰다.


“······깔금하게 정리했습니다.”


깔끔?

정리한 건 맞는데 깔끔하지 않았지.


“아저씨······ 제 경호원 맞으시죠?”

“헉, 헉······, 네. 제가 도련님을 지키는 경호원입니다.”


믿음이 가지 않는 실력이다.

재신은 이두일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분명 해군 SSU 출신의 국정원 블랙요원이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요원이었다고 할아버지에게 들었다.

지난 생에 그를 본 건 지금으로 한 10년이 지났을 때였다.

그때도 물론 지금과 같은 비슷한 몸상태였다.

아니 그때가 더 좋았다.

10년 전인 지금 이런 상태일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자신의 운전수 겸 경호원으로 부탁했다.

완벽한 몸 상태로 우수한 능력을 지닌 경호원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순순히 내어줬을 때 의심했어야 했는데.

10년 뒤의 모습보다 더 뚱뚱한 그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었다.


숨을 헉헉거리던 이두일은 자신의 비루한 몸뚱이를 보았다.

개구리 배처럼 튀어나온 배에 딱 봐도 비만인 몸.

느려터진 움직임 때문에 형편없어진 실력.


“아저씨, 그 정도 실력이면 저랑 함께 못해요. 앞으로 이런 일 많을 건데······, 이런 수진이면 제가 어떻게 아저씨 믿고 일해요.”


재신의 말에 이두일이 표정이 굳었다.

자존심을 긁는 말이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앞으로는 죄송하다는 말 안 할 수 있도록 부탁드려요.”


한참 어린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이두일.

자존심보다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였다.

국정원 전설이던 그였다.

특수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던 전설적인 요원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의 치욕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두일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저, 저기······.”


공포에 질려 입을 벌린채 멍하니 있던 곽용철이 재신에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도, 도련님,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목소리가 아주 고분고분해진 게 예의가 가득 묻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놈도 좀 더 팼으면 좋겠는데.


“다름이 아니라 제가 땅을 샀어요. 그런데 알고보니까 재건축을 한다고 하네요.”

“그, 그렇습니까?”

“재건축한다고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괴롭히고 주민들한테 염전노예로 판다고 협박도 하고······, 가게영업도 방해하고 그랬다고 하던데요.”

“······글쎄요.”


곽용철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아무래도 제가 땅을 잘못 산 거 같아서 그냥 팔려고요.”

“저, 정말요? 그 땅 파실거면 제가 좋은 가격에 사겠습니다.”


곽용철은 실리를 아는 남자다.

비록 조직원들이 기절해있고 자신도 눈탱이에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맞았지만 자존심 따위는 세우지 않는다.

눈앞에 이 꼬맹이보다 더 무서운 게 회장님이다.

일단 땅 사는게 지금은 제일 중요하다.

복수는 나중에 해도 된다.

철저하게 제대로.

그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며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감췄다.


“시세의 두 배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만족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두 배면 얼마죠.”

“민흥기 씨 땅 시세가 백 평에 일억입니다. 그러니까 두배로 하면 이억입니다.”

“이억요? 그럼 제가 민흥기 사장님 토지를 절반 가지고 있으니까 일억인가요?”


곽용철은 머리를 굴렸다.

괜히 여기서 1억 아껴서 좋을 거 없다.

지금은 속전속결로 계약하는 게 중요하다.


“흠, 제가 특별히 도련님 땅은 이억에 사겠습니다. 대신 민흥기 씨한테는 비밀입니다. 그리고 민흥기씨 땅도 살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 제가 고마워 해야 하나요?”

“아, 아닙니다. 땅 팔아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흠······, 거절할게요.”

“네?”


곽용철은 화가 났다.

일억을 더 얹어 준다는데 거절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조직원들을 불려서 개 패듯이 패고 싶지만······.

저기 돼지같이 생긴 놈이 있어서······.

지금은 땅을 사야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럼 조금 더 얹어 드릴까요?”


재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데 저 사장님, 성함이?”

“곽용철입니다.”

“곽 사장님, 지금 보니까 민흥기 사장님 땅만 사면 동의율 90퍼센트 넘는 거 같던데. 맞죠?”

“아닙니다. 아직 많이 사야 됩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사실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저 말을 하는 거지?


‘혹시······ 알······.’


그럼 큰일인데.


“에이 누굴 속이려고 해요. 다알아 보고 왔는데. 민흥기 사장님 땅만 사면 90퍼센트 넘잖아요. 특히 나머지 10퍼센트는 절대 살 수 없는 군부지 같은 국유지거나 소유권자가 외국에 있는 땅이잖아요. 즉 민흥기 씨 땅이 이 재건축 프로젝트의 키포인트잖아요.”


두일이 아저씨한테 부탁했더니 의외로 성공했다.

사실 실패할 줄 알았다.

그런데 두일이 아저씨 하는 말이 사람한테 정보 빼오는 건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말은 곽용철 부하에게서 정보를 빼왔다는 건데.

특수부대 출신이 돈으로 살살 회유했을리는 없고.

알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하죠. 알박을 기횐데.”


‘아, 알박기······.’


젠장.

곽용철의 얼굴부터 등줄기가 뻗뻗하게 굳어졌다.


“알박기 모르세요? 알박기! 부동산 하면서 몇 번 박아 보셨을 건데.”


‘좆됐다.’


“아, 그, 그거요······.”


절대 나와선 안 될 단어가 튀어나왔다.

알박기.

자칫하다 수십 배의 웃돈을 주고 땅을 사야 할 수도 있다.

재건축 사업 심심찮게 있는 일이었다.

거칠게 말해서 꼭 필요한 땅이 있고 그 땅을 사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이 무산된다.

그 점을 약점 삼아 수십 배의 돈을 요구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곽용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속으로 절대 그것만 아니길 빌고 또 빌었는데.

알박기에 걸려 버렸다.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그럼 민흥기 그 새끼도 이걸 노리고?

덥수룩한 게 어리숙해 보였는데 이것들이 완전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

알박기인 이상 협상을 달리 해야 한다.

알박기는 최소 열 배부터다.

고분고분했던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선수시군요.”

“선수라니요. 흐흐흐.”

“열 배 드리죠.”


재신은 고개를 저었다.


“열두 배.”

“아니요.”

“얼마를 원하십니까?”

“곽 사장님, 저는 선량한 사람입니다. 수십 배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딱 스무 배! 스무 배에 민흥기 사장님이랑 제 땅 사가세요.”


시세의 스무 배?

양심?

재신은 조금도 양심에 찔리지 않았다.

왜?

이곳은 양아치들이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땅을 뺐는 곳이다.

여가 알박기는 선이고 정의다.

사는 사람들은 조금도 관심없다.

그건······ 이전 생의 재신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최고의 영업이익율만 추구했다.

그렇게 태산그룹을 키웠지만 재신의 손에 남은 것?

아무것도 없다.

돈버는 기계였을 뿐 자신을 지지하고 지켜줄 부하도 동료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래성 같은 인생이었다.


“그, 그건. 저희 회장님과 상의해봐야 합니다. 잠시만요.”


곽용철이 급히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혼자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곤혼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어디서 또 계집질이겠지······.’


“지금 연락이 안되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그럼 다음에 하죠. 아, 저 내일 출국하는데 3년 뒤에 오거든요. 그때 가격 이야기 다시 해봐요.”


‘이런 미친!’


뻔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진짜로 사라지면 수백억 날라간다.


“아, 아닙니다. 20억. 좋습니다.”


재신이 고개를 좌우로 얄밉게 흔들었다.


“지금은 30억이네요. 10억 올랐어요.”

“네? 아니 무슨, 그 짧은 시간에.······시간을 좀 주십시오.”

“지금 결정하면 30억. 다시 한 번 레이스를 하면 40억. 괜찮죠?”


곽용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새끼가!’


하지만.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럼 지금 결정하세요. 3초 드리죠.”


‘어린 놈의 새끼가.’


땅 좀 있다고 졸라 갑질하네.

참는다.

일단 돈 주고 소유권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 다음 돈은 뺏어오면 된다.

가끔 그렇게 해결한다.

멋 모르고 알박기 하는 새끼들 지옥구경하면 다 해결된다.

지난 번엔 오십 배였지.

알박은 새끼에게 시세의 50배를 주고 땅을 샀다.

그리고 며칠 뒤에 그 새끼를 갯벌에 목만 나오도록 묻었다.

밀물 시간이 다가오자 결국은 돈을 다 돌려줬다.


‘너도 그렇게 해줄게.’


사람이 목숨보다 돈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3, 2······.”

“······아, 알겠습니다. 30십억에 사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이걸로 수백억 버는데 30억이면 싸죠.”


재신은 인감증명서를 비롯한 서류를 내밀었다.


“오늘 거래 끝내야죠.”

“네? 아, 알겠습니다.”


곽용철은 비굴한 웃음으로 자신의 음흉함을 감췄다.

돈 가지고 도망가려나 본데 절대 안 되지.

내일 당장 회수해 주지.

내일을 상상하는 곽용철의 왼쪽 흉터가 섬뜩하게 꿈틀거렸다.

곽용철은 바닥에 누워있는 녀석의 머리통을 발로 차며 말했다.


“야, 금고에서 30억 꺼내와.”

“네.”


사무실 안쪽에 있는 금고에서 사과박스 10개를 꺼냈다.


“차에 실으세요.”


그 사이에 곽용철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민흥기 아저씨의 서류도 전달했다.

모든 게 순식간에 완료되었다.


“자, 그럼 사업 잘 하세요.”

“······네.”


사무실 밖으로 나온 재신.

벤츠에 가득한 사과박스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이두일은 기가찼다.

1억짜리 땅을 30억에 팔다니.

날강도라 해야 할까?

아니면 회장님의 피를 이어받는 천재 사업가라 해야 할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저씨, 가요.”

“어디로 모실까요?”

“피곤한데 집으로 가죠.”


피곤?

도련님은 그냥 앉아있다가 말 몇마디 한 게 다인데?

사과박스도 자신이 다 날랐는데.


“저, 이 돈은 어떻게 할까요?”

“집에 있는 창고에 놔두세요.”


30억을 창고에?

누가 들어가면 어쩌려고?

돈 귀한 줄 모르시네.

아니 이게 재벌의 클라스인가?

자신도 살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빨리 가죠.”

“아, 알겠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재신과 현금 30억을 태운 검은 세단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이두일은 모든 게 꿈같았다.

상황도 그렇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인 도련님도 이상했다.

오늘은 이상한 하루였다.


***


곽용철은 급히 미래개발 회장님을 찾아 상황을 보고 했다.


“······사, 삼십억에 매수했습니다.”

“뭐이 새끼야? 30억?”


-퍽, 퍽, 퍽


서류철로 곽용철의 대가리를 사정없이 후려 쳤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제값 주고 산 것도 억울한데 30억을 주고 샀다고······ 이런 미친놈.”

“회장님, 저 용철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30억 바로 회수해 오겠습니다.”

“너, 그 돈 못 찾아오면 장기매매하는 대림동 통나무한테 보낸다.”

“아, 알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고동우 회장이 담배를 꺼내자 곽용철이 급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양손에 재떨이를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옆에서 섰다.


“그런데 어떤 놈이야?”

“황재신이라고 고등학생 놈입니다. 옆에 싸움 좀 하는 놈이 있는데 열명 정도 데리고 가면 문제 없을 겁니다.”

“고등학생? 요새 고등학생도 조폭질 한다더니.”

“그래봤자 칼받이들입니다. 이 놈도 똑같을 겁니다.”

“어느 조직 같아?”

“이수파가 제일 유력합니다. 우리가 재건축으로 떼돈 번 걸 제일 부러워 하는 놈입니다.”

“이번 일 정리되면 이수파 새끼들 쓸어버려.”

“네.”

“아, 회장님 그 민흥기 씨······.”

“그건 누구야?”

“XX동에서 간판집 있잖습니까?”

“······?”

“그 집 딸이 있지 않습니까?”


고동우 회장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제가 어떻게 자리 한번 해볼까요?”

“흠, 그런 건 새끼야, 알아서 움직여 알아서.”

“아, 알겠습니다.”

“일단 그건 나중에 하고 돈 회수하는데 집중해.”

“네.”


고동우 회장의 입술에 비릿함이 걸렸 있었다.


다음날 곽용철은 황재신의 학교를 알아냈다.


“경일고등학교라고?”

“네.”


며칠 전 희망 광고 디자인 앞에서 교복 입은 재신의 모습을 본 조직원 덕분이었다.


“애들 모아. 스무 명 정도.”

“네.”


그는 조직원을 데리고 지체 없이 경일고등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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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날강도 +2 24.06.07 4,194 66 13쪽
10 제10화 그게 누구야? +3 24.06.06 4,310 63 14쪽
9 제9화 너 블랙맞지? +2 24.06.05 4,400 59 13쪽
» 제8화 돈은 창고에 두세요 +3 24.06.04 4,458 63 13쪽
7 제7화 일단 정리부터 하고요 +4 24.06.03 4,607 60 14쪽
6 제6화 놓칠 수 없는 기회 +2 24.06.02 4,834 63 13쪽
5 제5화 일당백 +6 24.06.01 5,087 74 13쪽
4 제4화 역사는 반복된다 +5 24.05.31 5,387 73 14쪽
3 제3화 저도 그거 하고 싶어요 +5 24.05.30 6,073 81 13쪽
2 제2화 두 번째 인생의 목표 +5 24.05.29 6,945 85 14쪽
1 제1화 돌아왔다 +14 24.05.29 8,442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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