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군 입니다.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7 12:1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502,451
추천수 :
18,580
글자수 :
288,140

작성
24.09.10 12:10
조회
10,695
추천
676
글자
21쪽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DUMMY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우린 진짜 많은 준비를 했다.

각자 서너 개의 전술을 더 외웠고.

중심이 되는 전략도 5개로 늘렸다.


평소에는 두세 개면 충분했지만, 세인트루이스가 수비를 잘하고 또 내셔널 챔피언십 출전 가능성이 걸린 경기라서 모두가 간절해 합의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발목을 붙들었다.

팀 공격에 과부하가 온 것이다.


1쿼터는 어떻게 잘 돌아가는가 했는데, 2쿼터 때부터 와이드리시버나 타이트엔드가 작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O-라인맨들의 실수는 치명적이라서, 상대 디펜시브 엔드나 라인배커가 나를 너무 쉽게 덮쳤다.


전반전에만 나는 다섯 개의 색을 당했고.

그건 모두 라인이 뚫려서 벌어진 일이었다.

감독님은 이를 모두 수정하길 바라셨다.


최대한 단순하게 감으로써.

.

.


#. 하프 타임

#. 카후쿠 고등학교 라커룸


“이건 내 실수다!”

“···.”

“···.”

“내가 너무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서 너희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과한다! 하지만 날 믿어라! 너희는 이미 충분히 빌어먹게 좋은 선수들이다!”


아까 2쿼터 3분 정도 남기고 벤치로 돌아왔을 때, 두 개의 색을 연속해서 당해 힘들어 하는 내 곁으로 감독님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실수했어요.”]


감독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내 생각도 같아.”]


이것은 풋볼 감독들의 흔한 실수다.

내 선수가 너무 대단하다고 여긴다.


물론 이러한 믿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좋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유대를 제공해주니까.


하지만, 반대일 때도 있는 법이다.

오늘처럼.


감독님은 나와 너무 대화가 잘 통했기 때문에, 팀 전체가 이 정도의 전술은 따라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전생에서 NFL 팀을 감독했던 사람이기 때문이고, 나머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나도 뻔히 그를 알아서 시즌 첫 경기 후에 단순하게 가자고 다짐했었는데, 나사가 빠져서는 또 뭔가를 더 해보려는 습관이 발동하고 말았다.


바보같이.

조금 잘 나간다고, 너무 오만했다.


“후반전에는 우린 총 세 가지로만 간다.”


샷 건.

I-포메이션.

싱글 백.


모두 시즌 동안 우리가 즐겨 사용해왔던 전술로, 블록 형태도 두 가지로 압축하고 스트롱사이드를 지시하는 것도 왼쪽/오른쪽으로 간단히 통일하기로 했다.


“모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지시해.”

“Oorah.”

“좋아. 잘 들어 얘들아! 터치다운 하나면 역전할 수 있는 점수야! D라인은 오늘 매우 잘하고 있으니까, O라인에서 조금 더 힘을 내야해! 우린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우승하려고 지난 반년 동안 고생했던 거야! Let`s Go!”


감독님이 분위기를 띄우고.

이번에도 나는 중심에서 팀을 모았다.

후반전엔 달라져야 한다.


“후반전엔 반격할 거야-! 나부터 잘할게! O라인들은 좀 더 힘을 내주고, D라인은 전반처럼만 부탁해! 하나둘셋에 레드 레이더스고, 넷다섯여섯에 스테이트 챔피언이야! 하나둘셋!”

“레드 레이더스!”

“넷다섯여섯!”

“스테이트 챔피언!!”



.

(앤드류 캐털런) - CBS 아나운서

“점수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았던 전반전입니다. 양 팀 쿼터백보다는 오히려 수비 라인이 빛났죠. 후반전은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보겠습니다.”

.



어쩌면 겁을 먹었던 것일 수도 있다.

비숍 고먼은 우릴 몰랐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우리를 잘 알고 있다


본토 팀과는 달리 우리 약점을 파고들 수도 있단 뜻이고.

내가 생각하는 카후쿠의 약점은 신체적 역량이다.


당장 날개 쪽만 비교해봐도, 세인트루이스의 와이드리시버와 코너백이 우리 애들보다 10cm 이상 컸다.


그리고 나는 그게 전반 내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긴 패스를 하나도 성공 못 했다.


바보같이.


내가 아무리 많은 전술적 지식을 갖고 있어도.

이것을 발휘하려면 최소 대학에 가야 한다.


물론 내년 팀 수준이 높아진다면 오늘 전반에 시도했던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의 90%는 계속 봉인해둬야 한다.


또 따지고 보면.

나도 풋볼이 처음이다.

이 몸뚱이로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육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걸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고등학교 레벨에선.


이렇게 마음을 먹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현재 스코어는 6:10.

앞으로 26분 52초가 남았다.

시간은 차고도 넘친다.


“모이.”

“Yes Sir.”

“제대로 뒤집고 오렴.”

“Oorah.”


그래.

감독님의 말대로.

한번 뒤집어 볼까 한다.


동료들의 앞에 앉아.

난 빠르게 허들을 진행했다.


“좆까고, 걍 대가리 비우고 뛰자.”

“젠장! 이게 존나게 그리웠거든!”

“복잡한 거 좆까라 그래. 잘 들어.”


샷 건.

오른쪽 밴디트.

A대쉬.


끝.


복잡한 숫자도.

어려운 암호 같은 콜도 없다.

그런 건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고.

나는 짤막하게 작전을 지시했다.


“그린- 80!”

···.

“HUT!”


로토가 스냅한 볼이 내게 전달되었다.

전반과 같은 체계는 없지만.

팀의 O-라인은 어떻게든 나를 보호했다.


아-

마음에 안 들어.

전형이 하나도 예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오늘 포켓에서 가장 자유로웠고,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에 로이스 파오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내 친구가 A대쉬를 할 순간을.

그때가, 패스를 보낼 타이밍이다.


그러니까.

지금.


손에서 떠난 공은 오늘 가장 깨끗한 회전을 머금고 떠올랐고, 이는 40야드 지점에서 로이스 파오의 품에 도착했다.


세인트루이스의 32번이 휘청이며 넘어진다.

쟤는 오늘 내내 우릴 괴롭혔던 코너백이다.


고거 쌤통이다.

Sucker-!


***

득점 1.png

<득점 장면>


***


(앤드류 캐털런)

“30! 20! 10! 터치다운!! 카후쿠! 후반전 첫 번째 공격에서 단숨에 터치다운을 따냅니다!”


(톰 맥카시) - CBS 아나운서

“전반전 세상이 다 무너진 것처럼 공격이 하나도 되지 않더니, 후반전이 되자마자 각성해서 터치다운을 따내는군요. 전형적인 고등학교 풋볼 경기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거지만요. 지금은 훌륭한 패스였습니다.”


(앤드류 캐털런)

“전반전이 잘 풀리지 않았던 드웨인 모이 스톤이 달리는 것 말고 본인의 재주를 자랑합니다. NCAA 관계자들의 눈이 번뜩였겠군요. 그렇지만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할 겁니다.”

.



“YEAH-!!”

“LET`S GO BABY!! LET`S GO!!”

“이제 시작이거든?!”

“경기는 이래야지!!”


NCAA나 NFL에서 이렇게 단순하게 플레이 했다면?

장담하는데 곧장 보복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래도 된다.


“저 키만 큰 멀대가 날 정말 막을 것 같았어?”

“젠장, 로이스. 지금은 진짜 잘 잡았어.”

“패스가 좋았던 거야, 브라더.”


우리의 첫 터치다운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세인트루이스의 공격도 매서워졌다.


화답이라도 하듯.

상대도 두 번째 공격에서 터치다운을 따냈다.


하지만, 우리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았다.

곧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우리도 제대로 불이 붙었거든.

공격이라면, 어디서든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

(앤드류 캐털런)

“모이. 이번엔 중앙으로 멀리 던집니다. 세코페 라투가 있네요. 대체 저 선수는 언제 저기까지 간 거죠? 달리면서 볼을 받아냅니다! 양쪽에서 태클이 들어왔습니다만, 자연스럽게 벗겨졌어요! 그리고 엔드존을 향해 달립니다! 카후쿠가 또 한 번 터치다운을 기록합니다!”

.

.


▷ 3Q 종료

00 10 13 – 23 세인트루이스

03 03 14 – 20 카후쿠


수비적이었던 경기가 순식간에 난타전이 됐다.

이 상황은 우리보단 상대가 더 싫을 거다.


어쨌든 우린 하와이 최고의 공격력을 보유한 팀이고.

저들은 하와이 최고의 수비력을 보유한 팀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에게 더 익숙한 흐름.

동료 모두가 이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코치님.”

“응?”

“혹시 그거 이야기하셨어요?”

“··· God Damn It. Fuck!”

“제가 얘기할까요?”

“아니, 모이. 여기 있으렴.”


어쩐지.

뭔가 조금 이상하다 싶긴 했다.

내가 본 것만 벌써 두 번이다.


지난번 비디오분석을 할 때, 나는 세인트루이스의 왼쪽 디펜시브 태클을 맡은 90번이 자주 파울을 범한다고 판단했다.


습관적으로 손이 위로 올라갔고.

O-라인맨들의 얼굴에 자주 맞았다.


라인맨들은 절대로 얼굴이나 머리를 밀면 안 된다.


의도적이 아니라면 넘어갈 수는 있으나 세인트루이스 90번은 조금 과도했다.


심판에게 미리 말해 이를 의식하도록 만들었다면.

파울을 몇 개 유도했을 수 있지 않을까?


존 모스 코치님이 깜빡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4쿼터가 남았으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하나 더.


“콥.”

“?”

“4쿼터엔 젯을 좀 하자.”

“좋아. 그건 할 수 있어.”

“응.”


계속해서 단순하게 가는 것과는 별개로.

약간의 조미료 정도는 치고 싶었다.

세인트루이스도 대충 적응할 테니까.


젯 스윕(Jet Sweep)이라는 건데, 스냅이 이뤄지기 전에 리시버나 백을 횡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플레이다.


상대 수비 진영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최초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게 만들어 공격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


이 정도야 괜찮겠지.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또.

우리끼리 연습할 때 많이 써보기도 했다.


“후우- 해보자···.”


마지막 남은 4쿼터.

난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다.


***


세인트루이스의 쿼터백 투아 텅오바일로아가 3쿼터부터 실력을 뽐내고 있다.


두 개의 터치다운 패스.

그리고 62야드를 달렸다.


전반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슬롯백이라는 까다로운 전술을 훌륭하게 통솔했고, 패스 정확도와 판단을 내리는 능력에서 No. 01 듀얼-스렛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상대 팀 쿼터백도 만만치 않았다.



.

(앤드류 캐털런)

“마침내 발을 멈추는 데 성공하지만, 드웨인 모이 스톤에게 이번에도 20야드 전진을 허락했습니다. 와-우! 진짜 잘 달리는군요. 이번에도 가운데를 바로 파고들었습니다.”

.

.


▷4Q - 13:01

00 10 13 00 – 23 세인트루이스

03 03 14 00 – 20 카후쿠


“잘하네.”

“쟤가 진짜 14살이라고?”

“난 그때 171cm였어.”


후반전 롱패스 두 개로 인상적인 터치다운을 만들어낸 드웨인 모이 스톤은 말 그대로 혼자 카후쿠 공격을 이끌었다.


10cm나 작은 와이드리시버와 단조로운 움직임만 보여주는 타이트엔드의 역량을 최대치까지 뽑아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의 수비가 바깥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면, 갑자기 오디블(Audiable)로 태클의 형태를 바꿔 4-3 수비의 가운데를 열어버렸다.


물론 이는 드웨인 모이 스톤이 한 게 아니다.


O-라인이 했고.

카후쿠의 감독과 공격 코디네이터가 했다.

또 오펜시브 라인 코치도 말이다.


그러나 본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고등학생. 그것도 심지어 1학년이 필드 전체를 볼 줄 안다는 것 자체가 규격 외라는 증거였다.


투아 텅오바일로아의 고개가 관중석 쪽으로 돌아가고, 세인트루이스의 쿼터백의 눈은 NCAA 관계자를 찾아 나섰다.


과연 자신은 어떻게 평가받을까?


잠시 그렇게 한눈을 판 사이, 카후쿠는 다시 패싱 플레이에 성공했고 공격 지점을 21야드로 좁혔다.



.

(앤드류 캐털런)

“드웨인 모이 스톤의 기세가 실로 엄청납니다. 패싱이든 달리기든 전부 성공하고 있습니다. 필드에서 가장 어린 선수가 경기를 지배합니다. 2001년 12월에 태어난, 아마도 하와이에서 가장 어린 고등학교 풋볼 선수일 겁니다.”

.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수비가 당황하는 이유는.

전반전과의 속도 차이 때문이었다.


카후쿠는 허들을 길게 쓰지도 않았다.

잠깐 모였다가, 바로 헤어졌다.

그리고 또 빨리 스냅을 가져갔다.


바로 이런 부분이다.


쿼터백이 작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만들어낼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면, 공격을 진행하는 속도가 무척 빨라지고 이는 수비 라인에 부담이 된다.


태클.

태클.

또 태클.


직전 플레이에서 축적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충돌할 결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부담감은 결국.


삐—익!


노란색 플래그(Flag)로 이어졌다.

수비진영에서 파울이 나온 것이다.

마이크를 찬 심판이 상황을 설명한다.


【“세인트루이스의 90번. 손의 부적절한 사용. 10야드 페널티.”】


팀 수비의 주축이 되는 디펜시브 태클의 파울이 결정적인 4쿼터에 터져 나왔다. 직후 이어진 플레이에서도 카후쿠는 엘비스 바카푸나를 내세운 러싱으로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끝내 뒤집혀 버린 점수.

세인트루이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이를 다시 투아 텅오바일로아가 끌어 올린다.


“아직 많이 남았어! 득점하면 돼!”


하와이 최고의 고등학생 쿼터백.

투아 텅오바일로아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고 있다.


***


▷ 4Q – 02:31

00 10 13 07 – 30 세인트루이스

03 03 14 07 – 27 카후쿠


중반까지만 해도 잘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막판 투아텅오바일로아가 날뛰었다.


세인트루이스 쿼터백의 러싱을 우리는 막아내지 못했고, 수비라인 오른쪽이 무너지면서 결국 치명적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분 31초.

그동안 75야드를 나아가야 한다.


“방법은 상관없어, 모이. 무조건 전진해.”

“Oorah.”


감독님의 지시를 받은 후.

헬멧을 쓰고 달려갔다.


지금은 말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다.

후반전, 가장 재미를 본 전술을 써야 한다.

상대 수비가 대응하고 있지 못하니까.


“블루로 갈 거야. 블루.”

“오늘 완전히 불붙은 거야?”

“이기기만 한다면 홀랑 타버려도 좋아.”

“낄낄낄.”

“좋아, 가자! Let`s Go!”


블루(Blue).

그러니까.

내가 달릴 거다.


현재 필드엔 한 명의 풀백과.

두 명의 타이트엔드.

두 명의 와이드리시버가 섰다.


복잡한 건 필요 없다.

나를 달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시즌 내내 연습해 왔다.


“블루- 30! HUT!”


스냅을 받은 후.

풀백이 스크리미지에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와이드리시버 쪽을 바라봤다.


일단은 페이크지만.

혹시 기회가 나면 모르는 거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대 세이프티 위치가 좋다.


최후방 수비가 저렇게까지 좋은 포지션을 잡으면.

어쩌겠어.

내가 달려야지.


볼을 단단히 품에 고정한 다음.

주변 상황을 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복잡한 스크리미지 라인을 뚫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라인배커 둘이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쿵!

콰직!


젠장, 이 녀석들.

4쿼턴데도 힘이 남아도나 보네.

이번 태클은 진짜 아팠다.


“으아-!”


하지만 짤막한 외마디 비명을 툭 던진 후.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 태클은 아무것도 아니며.

아직 멀쩡하다고 과시하기 위해.


그러곤 얼른 동료들을 찾아갔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니까.


어느새, 2분 10초밖에 남지 않았다.


“블루, 라이트 웨지.”


일단 러싱을 하고는 있지만.

되도록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시계가 멈추니까.

타임아웃도 하나 있지만.

마지막을 위해 아껴두는 게 옳다.


“HUT!”



.

(앤드류 캐털런)

“다시 또 드웨인 모이 스톤이 달립니다. 12야드 전진이네요. 이번엔 영리하게 라인 밖으로 벗어났습니다. 카후쿠의 퍼스트 다운. 시계는 멈췄고, 여유를 얻습니다.”

.



총 18야드를 전진했으니.

아직 57야드가 남았다.


감독님은 계속 같은 선수 구성을 했다.

내가 더 달려주길 바라는 거겠지.

그런데 갑자기.

모험해보고 싶어졌다.


“이럼 내가 미친 걸까?”

“모이. 넌 원래 미쳐 있어.”

“Fuck. 좋아. 이번엔 블루가 아니야. 샷건. X블록, 스위치잼. 복잡한 거 아냐. 알지?”

“우릴 무슨 병신으로 알아?”

“비슷하긴 해. Let`s Go-!”


이번에도 난 일단은 달릴 생각이다.

하지만, 그러다 패스를 전할 거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뒷발을 슬쩍 움직여 세코페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냈다.


젯 스윕이 끝났을 무렵.

스냅을 요구하는 단어를 내뱉었다.


“HUT!”


일단 출발은 똑같다.

볼을 받은 후 뒤로 돌아 풀백에게 패스.

가 아니고.


패스를 전달하는 척 팔을 뻗었던 나는 곧장 볼을 보호하며 오른쪽으로 내달렸다.


세인트루이스의 왼쪽 라인배커가 접근한다.

난 얼른 세코페를 찾았다.

녀석은 지금.


쿵!

“억!”


혼자 서 있었다.


태클에 밀려 쓰러졌을 때.

볼은 이미 내 손에 없었다.


우당탕거리며 라인배커와 함께 필드에 넘어진 나는 곧장 수비를 밀어내며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폈다.


세코페는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약 35야드를 전진한 뒤에.


난 잔뜩 흥분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LET`S GO-!!!”



.

(앤드류 캐털런)

“드웨인 모이 스톤이 세코페 라투를 정말 잘 발견했습니다! 송곳처럼 찌르는 패스였네요! 세상에나! 오른쪽 대각선으로 달리면서 멀어지는 데도, 패스가 정말 완벽하게 들어갔습니다.”


(톰 맥카시)

“투아 텅오바일로아에 비해 분명 덜 가다듬어진 면이 있긴 합니다만, 날것 그 자체로도 드웨인 모이 스톤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타고났어요. 이 말이 가장 적합할 겁니다.”

.



이제 우리는 필드골이 가능한 영역으로 접근했다.

최악의 경우.

동점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않다.

터치다운으로.

이 경기를 끝내겠다.


다시 네 번의 기회 중 첫 번째 시도.

일단은 조금 더 전진해보겠다.


“블루- X!”


블루 X.

블루가 아니다.


현재의 포메이션에서 내가 이렇게 외치면, 동료들은 러닝백을 통한 전진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야 한다.


“HUT!”


이번엔 제대로 러닝백에게 볼이 전달됐다.

엘비스 바카푸나가 작은 몸을 들이민다.


O-라인에서 확실하게 공간을 열어준 덕분에, 엘비스가 중간으로 제대로 비집고 들어갔다.


상대 미드라인배커가 저지했지만.

어쨌든 5야드를 확보했다.


“타임아웃.”


그리고 외친 타임아웃 콜.

난 곧바로 감독님께 달려갔다.


“이 괴물 같은 녀석.”

“어떻게 갈까요?”


풋볼에서는 엔드존 앞 20야드를 이렇게 부른다.

레드존(Red Zone).

득점 기회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와이드리시버는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수비가 거기에 정신이 팔렸을 때 타이트엔드가 기습적으로 리시버 포지션이 되어 터치다운을 만들 수도 있다.


당연히 모든 팀엔.

레드존 전술이 따로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러싱 때문에 골이 빠질 거다.”

“그럼, 패싱으로 갈까요?”

“속임수를 쓸 수 있겠니?”

“종일 그걸 했는데요.”

“좋아. 마지막은 톰과 제리야.”

“Yes Sir.”


톰과 제리.

유명한 만화영화 제목이다.


카툰에서 보면 톰은 제리에게 당할 때가 많은데, 가장 흔한 패턴이 바로 다 잡았다고 생각해 방심했다가 놓치는 경우다.


톰과 제리 전술은 거기에서 출발했다.

상대를 기만하는 것.


상대가 우리의 러싱을 극도로 경계하는 지금, 러싱과 관련된 움직임들을 만들면 수비는 거기에 정신이 팔릴 거다.


여긴 레드존.

수비 실수 한 번이면 실점하는 장소.


게다가 이번 공격/수비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엔드존에 진입한 리시버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점을 이용해, 우린 사각에서 등장하는 타이트 엔드에게 최종 리시버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상대(톰)는 리시버(제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제리는 블록에 가담했던 타이트 엔드다.


“톰과 제리야.”


동료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바로 로토의 뒤에 섰다.


지금의 이 언더 센터 포지션 또한.

상대에게 러싱을 심어줄 수 있다.


라인배커가 한두 발 물러서는 게 보인다.

이러면, 내 선택은 성공이다.


“그린- 80!”

···

“HUT!”


볼을 받아들고 뒤로 물러선 순간.

앞쪽에서 뒤엉키는 이들이 보였다.


와이드 리시버가 정해진 움직임대로 라우트를 탔고, 와이드 리시버 한 명에 최소 두 명의 수비가 달라붙었다.


그렇게 약간의 교착 상태가 진행되었을 때.

세코페가 은밀하게 빈 곳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곧 눈이 마주쳤고.

난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쿵!

“큭!”


난 태클을 당했다.


옆으로 밀려 넘어져 헬멧이 필드에 부딪힌다.

그렇게 흔들리는 시야 사이에서 세코페는.


“---!!!!”

“---!!!”


손에 든 볼을 높이 든 채로.

어딘가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젠장.


우린 지금 막.

하와이주(州)의 챔피언이 됐다.



.

(앤드류 캐털런)

“터치다운-!! 극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카후쿠 고등학교가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하와이 오픈 디비전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작가의말

연참은 힘들어서 분량으로 조졌습니다.

에...

저에게 당근을 많이 주세요.


그리고 고등학교생활은 지금처럼 러프하게 이어질 겁니다.

경기도 굉장히 1차원적일 거고요.

뭔가 흥미가 필요하다 싶으면.

약간 복잡한(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는)것들도 섞을까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독자님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아셨으면 하는건.

풋볼의 기본적인 진행과 최소한의 규칙.

각 포지션과 그 역할 정도입니다.


NFL 풋볼 전술이 100이라면

NCAA가 80정도 되는데.

NFHS는 10이하입니다.

사실 본문도 고딩 레벨에선 꽤 복잡한 편입니다.


선작 5,000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종종 비정기적 연참은 진행할테니.

매일 아니어도 이쁘게 봐주셔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본문 진도와 함께 나아가는 풋볼 용어!! (포지션 추가/09.16) +5 24.09.15 273 0 -
공지 2017/18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24.09.12 364 0 -
공지 2016/17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3 24.09.07 711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매일 오후 12시 10분) 24.09.06 232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 24.09.04 336 0 -
공지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8 24.09.04 968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4 7,769 0 -
38 038.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NEW +17 16시간 전 4,371 272 19쪽
37 037. 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세요 +37 24.09.16 6,298 380 19쪽
36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30 24.09.15 7,430 365 18쪽
35 035. 그러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33 24.09.14 8,266 406 18쪽
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8,873 453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1 24.09.12 9,624 465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7 24.09.11 9,866 451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2 24.09.11 10,250 495 18쪽
»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0,696 676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0,650 521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060 482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3 24.09.08 11,630 488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1,707 565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1,990 470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2,477 556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2,734 577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2,658 612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2,625 494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3,252 485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3,458 534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3,753 476 16쪽
17 017. 그 기분, 누구보다 잘 안다면 믿어줄래? +28 24.09.01 14,061 480 17쪽
16 016.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22 24.08.31 14,378 48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