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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입니다.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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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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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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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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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DUMMY

#. 2016년 8월 31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스테파니가 뭘 어쨌다고?”

“들으신 대로예요.”

“오- 세상에나···.”


두통을 느낀 듯, 메이시 선생님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메이시 영(Maisy Young)은 학교의 AAA다.


Athletic Academic Advisor.

(운동특기생 학업 조언가).


학교의 운동특기생이 학점 미달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관리하는 역할이다.


동시에 우리의 소통 창구기도 했다.

특기생과 학교 사이.

또 학교와 운동 사이.

그곳에 가교를 이어주신다.


“하아- 모이? 이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주실 거죠?”

“그래야지. 치어리더 부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

“거기까진 됐어요.”

“정말 괜찮겠니?”


팀엔 스테파니를 보며 사기를 끌어 올리는 애들이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검은색 머리카락의 전형적인 하와이언들이 대부분인 치어리더 부에서 흰 피부에 금발의 여자아이는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다.

너무 큰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한다.

어제 내가 느낀 감정과는 별개다.


앞으로 접근만 하지 않는다면.

난 그걸로 충분했다.


메이시 선생님은 내게 고맙다고 했다.

자애로운 결정이었다며 말이다.


“아무튼. 에세이는 전부 제출했니?”

“하나도 빼놓지 않고요.”

“잘했구나. 다들 너 같기만 하면 좋을 건데.”

“그랬다면 선생님이 직장을 잃었을 수도 있어요.”

“하하. 그건 또 그렇겠네.”

“그럼 이제 일어나 봐도 되죠?”

“그래. 스테파니의 일은 잘 처리해둘게.”


소파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주변엔 친구들이 잔뜩 있다.


“에세이는 제출했어?”

“댐- 브로. 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

“너 그냥 좆됐다고 생각해.”

“제기랄.”


풋볼이나 농구 특기생 중에는 운동만 잘하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거라고 믿는 애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장담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미국엔 15,810개의 학교에서 뛰는 백만 명 이상의 풋볼 고등학생들이 있고, 그중 단 81,000명 정도만 NCAA에서 장학금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매년 32개의 NFL팀은 53명의 로스터로 시즌을 치르는데, 이를 계산하면 1,696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즉.


고등학교 풋볼 선수가 NFL에 진출할 확률은 0.1%가 조금 넘는다는 뜻이다.


“너는 진짜 공부를 해야 해.”

“대학에 진학할 정도면 돼.”

“그럼 그다음은?”

“네가 뭐 내 엄마라도 되냐?”

“좆까. 걱정해도 지랄이네.”

“큭큭큭. 있다가 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안타깝지만, 이것 또한 10대 풋볼 특기생들의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일 거다.


과제와 에세이도 전부 끝냈겠다.

또 스테파니의 일도 해결했다.


동료들의 학점은 이제 메이시 선생님의 몫이었으니,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멜 고모를 찾아 나섰다.


오늘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다.

우린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런 시간을 갖는다.


똑똑.

“선생님?”

“여기 아무도 없어.”

“하하. 멜. 밥 먹으러 가자!”

“그래. 잠시만.”


멜 고모는 생각대로 학교에 잘 적응했다.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다.


괜히 나 때문에 선입견을 얻으면 어쩌나 고민도 했었는데, 멜 고모는 실력과 진심으로 그런 말들을 전부 잠재웠다.


나는 이런 멜 고모가 너무 자랑스럽다.


“세상에나! 스테파니가?”

“어, 그렇다니까.”

“학교에는 알렸어?”

“응. 메이시 선생님께 말했지. 치어리더 부에서 쫓아낸다고 하길래, 거기까지는 괜찮다고 했어.”

“어른스러운 결정을 했네.”

“늘 그랬듯이 말이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멜 고모가 도시락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오후 수업은?”

“없어. 바로 필드로 가려고.”

“그래.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응. 나중에 연락할게.”


고모와 헤어진 후, 나는 바로 필드로 향했다.

오늘은 시합 전 마지막 훈련이 있다.


동료들이 전부 모이는 2시 30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나는 코치님을 찾아 움직이기로 했다.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았으니까.


쿼터백실.


똑똑.

“응? 모이?”

“수업이 없어서요. 들어가도 되죠?”

“물론. 밥은 먹었니?”

“네. 젠장! 대체 뭘 드시는 거예요?”


존 모스 코치님의 앞에 놓인 접시가 온통 초록색이길래 해본 말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빠졌어.”

“그래서 사모님이 그런 도시락을 싸주신 거예요?”

“그렇지.”

“그러니까 술을 좀 줄이시라고 했잖아요.”

“제발. 잔소리는 마누라 거면 충분하단다.”

“조금 더 혼나셔도 돼요.”

“이런!”


접시로 손을 뻗어 구운 아스파라거스 하나를 집었다.

입을 오물거리며, 가방에 있는 노트를 꺼냈다.


현재 팀에서 구사하는 모든 공격 전술은 이미 내 머릿속에 있지만, 나는 그걸 더 쉽게 이해시킬 방법을 찾는 중이다.


지금도 훈련 때면, 절반이 혼나는 시간이다.

나 말고.

동료들이.


“모레 감독님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글쎄- 그건 가빈만이 알겠지.”

“우린 두 명의 좋은 러닝백이 있어요. 그렇죠?”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왜 더블 옵션이 없는 거예요?”

“가빈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후- 네. 그게 문제죠.”


우리 팀엔 하먼 브라운과 엘비스 바카푸나라는 디비전에서 경쟁력 있는 두 명의 러닝백이 있다.


시즌 10개 이상의 터치다운을 기록할 수 있을 만한 이들로, 이 정도 수준의 러닝백을 보유한 팀은 하와이 내에서는 세인트루이스 말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한데 감독님은 두 명 이상의 러닝백을 활용하는 전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요즘 내가 살짝 답답한 이유다.

옵션 플레이를 해보면 딱 좋을 텐데.


“모이. 네가 능력이 있는 건 알지만···.”

“네- 팀이 먼저죠. 저도 알아요.”

“하하. 그래.”


아쉬운 감이 없잖은 게 사실이지만.

나는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안다.


다시 노트를 펼쳐 공부하는 나를 존 모스 코치님은 흐뭇하게 바라보셨고, 먹으면서 하라며 깨끗하게 씻은 포도 한 송이를 앞에다 놓아주셨다.


“감사해요.”

“뭘. 그럼, 있다가 보자꾸나.”

“네.”


존 모스 코치님이 떠나고 홀로 남은 자리.

나는 다시 노트에 집중하며 펜을 들었다.


“레프트 스프레드, X블록···.”


쿼터백의 삶이란.

공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 2016년 9월 2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 GAME

00 00 00 00 – 00 : 카후쿠

00 00 00 00 – 00 : 캠벨


풋볼은 대단히 남성적인 스포츠다.

성차별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볼-게임은 정말로 그렇다.


당장, 저기 저들을 보라.

수비팀.


쟤네들은 지금.


“밟고, 찢어버려!!”

“밟고, 찢어버려!!”

“밟고, 찢어버려!!”


오늘 만난 캠벨의 공격팀을 진짜 밟고 찢어버리려고, 두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전의(戰意)를 끌어올리고 있다.


확실히, 수비팀은 저런 매력이 있다.

반면 공격 쪽은.


“나는 최고의 러닝백이야.”

“캐치. 터치다운. NCAA 스카우트 눈도장 쾅!”


약간 이기적인 인간들을 모아놓은 집단 같다.

와이드 리시버.

러닝백.

얘네들은 그저, 지가 득점할 생각밖에 없다.


하지만, 풋볼에선 올바른 태도다.

저런 애들이 잘하기도 하고.


그나마 오펜시브 라인들은 양반인 축에 속한다.

대체로 유쾌한 애들이 많고.

약간은 ADHD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처구니없는 장난을 치다가 금세 진지해져서는 상대 디펜시브 라인을 박살 내니 어쩌니 하는 말 같은 걸 하는데, 어떤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반면 우리 쿼터백은.


“빈 곳으로 확실하게 찔러.”

“약한 연결고리를 확인해.”

“작전대로 해. 알겠지? 작전대로.”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시를 듣고 있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해가는 동안에도, 끝까지 냉정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K! A! H! U!···.”


홈 경기인 만큼, 뒤쪽에선 응원전이 한창이다.

스테파니는 최근 나를 완벽히 무시하고 있다.

어찌나 다행인지.

내가 정말로 바라던 일이다.


잠시 쉬는 시간, 나는 몸을 돌려 관중석에 앉아 있을 가족들을 찾았다.


오.

저기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멜 고모의 곁에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두 팔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아빠는 근무 중이라서 오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은행원이 연차나 월차를 매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해하고 있다.


응원한다는 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좋아, 모두 모여!!”


라인별로 가진 각각의 의식이 모두 끝난 후, 내가 팀 전체를 한 곳에 불러 모았다.


주장은 시오엘레지만.

쿼터백이라 이렇게 할 수 있다.

강한 개성들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포지션이니까.

난 머리 위로 주먹을 뻗어 올렸다.


“오늘은 쉬운 경기가 되어야 할 거야! 관중석에 다들 가족이 왔을 건데, 캠벨 따위한테 망신당하지 말자. 집중하고, 볼을 보면 달려들어서 절대 놓치지 마! 셋에 레드 레이더스야! 하나둘셋!”

“레드 레이더스!!”

“레드 레이더스!!”


함께 손을 모았던 동료들이 크게 소리를 치며 전의를 한껏 더 끌어 올리고, 환호성과 음악 소리 사이로 치어리더들이 외치는 구호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앞으로 나선 라인맨들이 상대 팀 라인맨과 악수를 했고, 곧 필드 가운데서 동전 던지기가 이뤄졌다.


“에이, 모이.”

“?”

“오늘 몇 개만 해보자.”

“진심이야, 브로?”

“당빠지.”


몸이 근질근질하는 것 같은 세코페를 바라보며, 나는 중간에 신호를 줄 테니 준비를 하고 있으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1쿼터 12분 46초.

상대 엔드존까지는 24야드.

두 번째 다운.


『“샷 건, 오른쪽 스프레드, G델타 45.”』

“잘 들어. 샷 건, 오른쪽 스프레드, G델타 45.”

“···.”

“알아들었어? Let`s Go! 득점을 만들어 보자!”


팀의 주력 전술인 샷 건(Shot Gun)대형.

오른쪽에 두 명의 와이드리시버를 뒀다.


저들은 스냅(Snap)과 동시에 양 갈래로 흩어져서 튀어 나갈 텐데, 스프레드(Spread)는 진짜 정직한 표현이다.


G델타 45는 오펜시브 라인 대형.

즉.

내가 있는 포켓(Pocket)을 보호할 방법이다.


“그린- 50!!”

···.

“스위치 잼!! HUT!!”


아마도 동료 대부분은 마지막에 외친 스위치 잼(Switch Jam)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쿼터백은 의미 없는 단어를 내뱉어 상대에게 혼돈을 주기도 하는 만큼, 앞에 외친 ‘그린 50’에만 주목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정확히 바라던 바였다.

애초에 스위치 잼은.


삐—익!

“터치 다운!!”

“YEAH-!!”


세코페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막 연습한 전술로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저 멀리서 세코페가 힘차게 달려오고 있다.


“ALL DAY!! ALL DAY!!”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외치며 달려온 세코페와 힘차게 허공에서 몸을 부딪치고, 득점에 성공한 우리는 당당한 걸음으로 벤치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제부턴 수비팀의 몫이다.


“이봐, 모이.”

“Yes, Sir.”

“지금 건 뭐였어?”

“감독님의 전술 대로였죠. 샷 건에 오른쪽 스프레드. 스냅을 하기 전에 쟤네 백이랑 세이프티 위치를 봤는데, 오른쪽으로 달려들 것 같더라고요. 때마침 세코페가 좋은 위치에 있었고, 거기로 패스를 보내면 득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그래. 잘했다.”

“Oorah.”


감독님은 그저, 세코페의 움직임이 놀란 것뿐이다.

작년 터치다운이 하나도 없던 친구니까.


카후쿠의 전술은 러닝에 집중되어 있고 또 그것만으로도 플레이오프 단계까지는 충분하지만, 오픈 디비전 토너먼트 이상 단계로 가면 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결국 패싱 게임 없이는 안 된다는 뜻인데, 패싱 게임이 살아나려면 타이트 엔드와 와이드 리시버가 잘해줘야 한다.


세코페는 지금, 벤치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난 녀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네가 스위치 잼이라 말하는 걸 딱 들었지.”

“기분 어떠셔?! 앙?!”

“댐-!! 직이네!!”


빠르게 7:0을 만든 것도 잠시, 상대 오펜시브 라인을 뚫은 시오엘레가 캠벨의 쿼터백을 향해 엄청난 태클을 했다.


바람을 넣은 풍선 인형처럼 나부낀 상대 쿼터백이 나가떨어지고, 흘러나온 볼을 주워든 케시 아-호이(Kesi Ah-Hoy)가 그대로 엔드존으로 내달렸다.


다시.

터치다운.


“그거지-!!!”

“마- 뜨겁나!! 마- 뜨겁냐고!!”

“댐!! 이게 뭔 일이래.”

“시오엘레의 태클이 좋았어. 죽여줬다고.”

“저 치가 실력은 좋아. 안 그래?”


만약 후아마투로 얽힌 인연이 없었다면.

난 시오엘레와 친구가 되었을 거다.

NCAA로 갈 실력이 있는 디펜시브 라인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현실에 집중할 때다.

나는 다시 오펜시브 팀을 향해 외쳤다.


“공격이랑 수비랑 터치다운이 하나로 같은 게 말이 돼?! 쟤네한테 겸상은 어림도 없다는 걸 보여주자!! Let`s Go!!”


빠르게 점수를 쌓아 17:0이 된 2쿼터 4분 25초.

나는 두 번째 터치다운을 노리고 있다.


『“I-존 웨스트코스트, X블록.”』

“간단하게 가는 거야. I-존 웨스트코스트, X블록.”

“박살 내자!”

“바로 그거지. Let`s Go!”


아까 리시버의 실수로 터치다운 대신 필드골로 3점을 만들었을 때부터, 나는 계속 수비팀과 터치다운이 같다는 걸 강조해서 공격팀을 자극했다.


선타기만 잘하면.

집중력을 높은 레벨에서 유지할 수 있다.


이번 공격은 엔드존까지 5야드밖에 남지 않은 이점을 활용하는 전술로, 러닝백의 돌진으로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고 짧은 패스로 터치다운을 노리는 방법이다.


일명, 웨스트 코스트 오펜스(West Coast Offence).

현대 풋볼 공격 전술의 핵심 중 하나다.


“23!! 블루 40!!”


금방 외친 23는 상대 수비 전형을 알린 것이다.

캠벨은 지금 2-3 수비로 라인을 세웠다.


전방에 있는 오펜시브 라인은 거리가 짧고 또 막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서 상대의 수비 대형이 어떤지를 알지 못한다.


이를 전달하는 것도 쿼터백의 역할.

다음에 외친 블루는.


“HUT!!”


쿼터백인 내가 달릴 수도 있다는 신호다.

이것 또한 수비를 보고 내린 판단이다.


쿵.


스크리미지 쪽에서 두 라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디코이(Decoy/미끼)가 된 러닝백이 뛰어든 순간 오른쪽에서 달려오고 있는 상대 라인배커가 보였다.


포켓은 이미 안전하지 않다.


패스를 보낼 곳은?

없네.


캠벨의 코너백과 세이프티가 우리팀 리시버들을 제대로 맡고 있어서 패스를 보내면 끊기거나 불완전 처리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블루라고 외쳤던 대로.


앞쪽에서 X블록으로 막아준 덕분에 가운데는 빡빡해도 측면은 조금 헐거웠는데, 오른쪽에서 수비가 다가오고 있으니 왼쪽으로 내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공격 위치는 5야드.

드롭을 해서 3야드 정도 물러났다.


대략 8야드 지점에서 시작된 나의 러닝은 빠르게 엔드존과의 거리를 좁혔고, 리시버들을 버리고 내게 달려드는 수비수들을 본 나는 두 팔로 공을 보호했다.


그러곤 그대로 엔드존으로 뛰어들었다.


쿵!

콰직!


풋볼 필드에서 상대 수비와 부딪힐 때면, 어김없이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보호장구에서 나는 소리라는 건 알지만, 가끔은 그냥 맨몸으로 받아냈다면 틀림없이 뼈가 부러졌을 거란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나는 어지간한 라인맨들만큼 체격이 좋다.

코너백이나 세이프티는 날 막을 수 없다.


지금도 두 명이 동시에 내게 태클을 걸었지만, 나는 그것을 이겨내고 공을 엔드존으로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터치다운.


“이게 내가 말한 거지!! 이게 내가 말한 거라고!!”

“봤냐?! 얘가 드웨인 모이 스톤이야!!”


기뻐하는 동료들이 상대 팀에 굳이 내 이름을 소개하는 걸 보며, 나는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깨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러곤 넘어져 있는 상대 수비를 내려다봤다.


“가볍네.”

“?!”


명백한 도발.

넘어져 있는 애는 지금 심각하게 긁혔다.


그래서 나는 윙크를 보내 쐐기를 박았다.

그러곤 돌아서서 고함을 내질렀다.


“EKE- AKE-!!”

깨어있으라.

사냥하라.


이에 동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HI!!”

알겠노라고.


팀의 하카(Haka)에 잔뜩 사기가 오른 나와 공격팀은 잔뜩 기뻐하며 벤치를 향해 내달렸다.


아- 이거지.

이럴 때야 말로 나는.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니까요, 진짜.”

“큭큭큭큭.”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


※ 풋볼 용어 설명


스냅(Snap) : 공격 상황에서 쿼터백이 최초로 볼을 넘겨받는 행위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많이많이 지적해주시고.

많이많이 말씀해주세요.

많이많이 소문도 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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