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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입니다.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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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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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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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DUMMY

#. 2016년 10월 14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 GAME

00 – 00 카후쿠

00 – 00 레일레후아


OIA Division 1.

일명 OIA BLUE.


오늘은 OIA BLUE의 플레이오프 첫 번째 주간이다.

상대는 레일레후아.

개막전에서 붙었던 팀이다.


“잘 들어! 그때보다 더 결과가 좋아야 해!”

“LET`S GO-!!”

“저 머더뻐커들에게, 우리 홈에서 깝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거야!! 하나둘셋에 레드 레이더스야!! 하나둘셋!!”

“레드 레이더스!!”


개막전의 경기 결과는 49:13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이상을 바란다.


레일레후아도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겠지만.

우린 정말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삐—익!


레일레후아의 킥오프(Kick Off)로 경기가 시작된다.


볼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한 엘비스가 캐칭 후 필드의 절반 지점까지 달리는 데 성공했다.


저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이젠, 내가 나설 차례다.


“좋아, 잘 들어. 차분하게 가는 거야.”


풋볼은 한 번에 총 4회의 공격권을 가진다.

그리고 그동안, 10야드를 전진해야 한다.


이렇게 10야드를 전진하는 것을 퍼스트 다운(First Down)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성공하면 다시 4회의 공격권을 준다.


즉, 공격의 가장 원초적인 목표.

이것이 퍼스트 다운이라 할 수 있겠다.

그걸 위해, 우린 다양한 시도를 한다.


“싱글 백, 롸이트 슬롯, 레프트 블록, Y스틱.”

“접수했어. 스근하게 조져보자고.”

“당연하지. Let`s Go!!”


팀 전체에 강한 자신감이 번져있는 게 느껴진다.

비록 결과는 패배였긴 했지만.

우린 비숍 고먼과도 대등하게 맞섰다.

전미 최고의 고교 팀과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확실하게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방심 따윈 곁에 두지 않았다는 것도.


“그린- 80!! HUT!!”


언더 센터(Under Center) 포지션에서 스냅을 전달받은 뒤, 나는 바로 뒤로 돌아 하먼에게 볼을 전달했다.


그리고 하먼은 쉽게 D-라인을 통과했다.

작전대로 모두가 완벽하게 해준 덕이다.


첫 번째 다운에서 바로 13야드를 전진하고, 상대 엔드존에 한층 더 가까워진 상태에서 우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비슷하게 하나 더 갈 거야!”

“굴러 보자고-”

“빌어먹도록 잘 굴러야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러닝 전술이었다.

오늘은 복잡하게 보단.

최대한 단순하게 간다.


굳이 저들에게 전력을 보여줄 필욘 없으니까.

관중석엔, 세인트루이스 쪽 사람들이 있다.


“화이트! 화이트!”


지금의 화이트 콜(White Call)은 상대 라인배커가 잔뜩 준비하고 있으니 수비수들에게 긴장하라고 알리는 것이다.


상대 D-라인(수비)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나는 플레이를 시작했다.


“HUT!!”


계속하여 반복되는 러싱과 전진.

레일레후아는 우릴 막지 못했다.


【“터치 다운-!!”】


경기 시작 후 2분.

우리는 간단히 6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제는 추가 득점을 노린다.


풋볼에서 터치다운은 6점이고, 이후 추가 플레이에서 킥으로 득점하면 1점. 한 번 더 터치다운을 시도해 성공하면 2점을 추가로 획득한다.


막판 동점이나 뒤집기가 아니면.

무조건 킥으로 1점을 노린다.

그편이 훨씬 성공률이 높으니까.


참고로.

터치다운 없이 필드골만 넣으면 3점이다.


공격을 끝내고 벤치로 돌아오자.

존 모스 코치님이 나를 반긴다.


“잘했어.”

“껌이죠, 뭐.”

“좋아. 잠시 쉬고 있으렴.”

“Yes Sir.”


존 모스 코치님을 지나 빈 의자로 다가간다.

헬멧을 바닥에 놓아두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 필드 위에는 스페셜(Special) 팀이 있다.

킥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라인업.


모든 풋볼 팀은 저런 스페셜 팀을 가졌다.


“가자, 콥!! 스근하게 넣어버려!!”


현재 팀에서는 세코페가 키커를 겸하고 있다.

하와이처럼 풀이 적은 지역에서는 흔한 일이다.


퉁-


세코페의 킥이 정확하게 골대 사이로 날아간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 뒤에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갔다.

득점에 성공한 스페셜 팀 선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런 것도 쿼터백은 부지런히 해줘야 한다.


이런 쿼터백의 행동 하나하나가.

팀의 사기와 직결되니까.


“잘했어. 잘했어.”


간단하게 7득점을 먼저 올린 이후.

우린 자연스럽게 차이를 벌렸다.


1쿼터 10분.

“샷 건! X블록, 퀵S.”

로이스의 라우트(Route)를 이용한 패싱 터치다운.


그리고 2쿼터 9분.

“트롤! 델타 블루!”

엔드존 바로 앞에서 직접 밀고 들어가 터치다운.


또 그로부터 90초 뒤에는, 시오엘레가 상대 쿼터백이 볼을 흘리도록 만들었다.


필드에 떨어진 공을 후아마투의 삼남이 집어 들었고, 수비 쪽에서 모처럼 26야드를 달려 또 하나의 득점을 만들었다.


전반이 아직 끝나기도 전인데.

차이는 41:0까지 벌어졌다.


감독님이 그 즉시 곁으로 다가왔다.


“모이. 후반전에는 쉬자.”

“Oorah.”


보통의 고등학생이었다면 이런 경기에서는 빠지고 싶지 않았을 거다.


스탯을 관리할 절호의 기회니까.

하지만.

나는 더 멀리 보는 법을 알았다.


“좋아, 짜식들아. 이제부턴 내 명령을 따라.”

“큭큭. 웃기시네.”

“웃기기는 하는가 봐?”

“파핫! 그게 뭔 말이야.”


하프타임이 지난 후반전.

나는 헬멧 대신 헤드셋을 착용했다.

그러곤 감독님의 곁에 섰다.


“제이! 제이!!”


후반전 쿼터백으로 나선 솔-제이를 향해.

난 수신호를 섞어가며 작전을 지시했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가끔 내 친구는 못 알아듣곤 했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고 거기에 내 친구는 위축됐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도움을 준 것이다.

일종의 통역이라고 봐도 좋다.

그리고 다행히도.


“뚫렸어.”

“좋아아-! 가는거야아아아-!!”


솔-제이는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지금도 직접 먼 거리를 달렸다.

31야드 전진.


나는 방방 뛰며, 공격 지점으로 달렸다.

그러면서 크게 외쳤다.


“바로 그거지, 제이!! 바로 그거라고!!”


고작 며칠뿐이었지만.

따로 공부한 부분은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

쟤가 수신호를 전부 알아들었으니 말이다.


“젠장, 모이.”

“Yes Sir.”

“대체 이번엔 뭔 짓을 한 거니?”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당연히 우리가 하는 일을 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체력단련실에 틀어박히는 것도.

또 마찬가지로 세 번씩 공부하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답했다.


“그냥, 한바탕 노는 거죠.”

“하하. 그런 노는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란다.”

“Yes Sir.”

“좋아. 계속 곁에 있으렴.”

“Oorah.”


우리는 그저.

풋볼을 즐기고 있다.

.

.


▷ GAME SET

21 20 13 13 – 67 카후쿠

00 00 00 00 – 00 레일레후아


***


#. 2016년 10월 16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잘 알고 있겠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두 개의 운동을 했다.


육상과 야구.


올바로 달리는 법과 던지는 법을 배우기에 가장 이상적인 종목이라서 그랬던 건데, 카후쿠 진학을 결정했을 때 이곳의 육상과 야구부에서도 제안이 왔다.


고등학생이 두세 개의 운동 종목을 병행하는 거야 흔한 일이라, 당연한 전개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풋볼에 집중하려고 이를 거절했다.

또 공부도 잘하고 싶었고 말이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미안하지만, 난 진짜 시간이 없어.”

“그럼 이건 어때?”


하아-

속으로 한숨을 내쉬어 본다.


카후쿠의 육상부 주장 마카누이 후카노(Makanui Hookano)는 집요한 남자였다.


“대회만 출전해줘.”

“대회에만?”

“응! 어차피 5월에는 풋볼 경기도 없잖아? 육상부에 등록만 하고 있다가, 대회에만 출전해서 뛰어주면 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


마카누이의 말대로, 5월은 별 일정이 없다.

기껏해야 훈련이랑 연습 경기 정도?

오히려 이땐 코치님들이 바쁠 때다.


리쿠르팅을 해야 하거든.


“진짜 한 번만 도와줘. 우리 실적이 진짜 꽝이라고.”

“우승한 적이 없는 거야?”

“30년 동안. 어때? 굉장하지?”


좁아터진 하와이에서 30년 동안 우승자가 없다니.

그건 진짜 그것 나름대로 대단했다.


하긴.

워낙 재능의 폭이 좁긴 했다.


풋볼이 카후쿠(공립)와 세인트루이스(사립)로 재능이 몰리는 것처럼, 육상도 시버리/볼드윈과 같은 학교에 잘 뛰는 애들이 많이 간다고 들었다.


마카누이는 지금 간절해 보인다.


“대회에만 나가는 거 진짜지?”

“물론. 약속할게.”

“하아- 알겠어. 그러면 내일 입부서를 쓸게.”

“진짜 네가 우리 구세주야!”


복도 한가운데에서 날 포옹하려는 마카누이를 가볍게 한 손으로 밀어냈다.


가볍게 밀려난 마카누이는 내 힘에 당황한 것 같다.

뭘, 이 정도로.

진심으로 밀쳤으면 다쳤어, 너.


“그럼, 내일 봐.”

“그래! 진짜 가입해주는 거지?”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얼떨결에 육상부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감독님께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싫어하실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 100m를 뛰면 몇 초나 나올까?


휴대전화로 검색해 찾아보니, 하와이 고교 남자 100m 신기록이 1999년에 작성된 10.80이었다.


느리네.

느려.


확실히 폴리네시아인들은 폭발력과 힘은 좋아도, 50m 이상을 달리는 지구력은 약하다는 증거가 고등학생 육상 기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육상을 가장 먼저 했던 거다.

새로운 육체의 장단점을 잘 알았으니까.


“육상부에 가입했다고?”

“아직은 아니고, 내일 입부서를 써요.”


방과 후 훈련 시간.

나는 존 모스 코치님께 육상부 가입을 이야기했다.

감독님께 말하기 전에, 반응을 보려는 거다.


만약 팀에서 강하게 반대한다면?

난 어쩔 수 없이 말을 바꿔야 한다.


어찌 됐든.

풋볼이 내겐 가장 우선이니까.


“그거 멋지구나.”

“진짜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래. 좋은 결정인 것 같아.”

“와우. 솔직히, 반대하실 줄 알았어요.”


뜻밖에도, 존 모스 코치님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대회만 뛴다는 말도 아직 안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크흠. 그런데, 모이.”

“Yes Sir.”

“여자애들 육상부 코치님 너도 알고 있지? 왜 퀴아나 케코아 선생님 있잖아.”

“그으··· 래서요?”

“크흠. 다른 게 아니라. 애들을 가르치는 걸 보면 열정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거지. 아, 오해하지 말렴.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매력적이라는 거니까.”

“···.”


오 맙소사.

이토록 투명한 분이라니.


그런데 존 모스 코치님이 미혼이었나?

순간, 난 코치님의 손가락을 확인했다.


없네.

반지가 없어.


아-

그랬구나.

왜 대번에 좋다고 했나 했네.


“코치님.”

“으, 응?”


다리라도 놔드려요?


지금까지 함께해 본 결과 존 모스 코치님은 좋은 사람이었고, 머리카락 숱이 다소 빈약하기는 해도 모자를 쓰면 제법 잘생기게 보이는 외모다.


그래서 말이나마 한번 해봤던 건데.

존 모스 코치님은 크게 당황했다.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셨다.


백인의 약점 중 하나랄까.

얼굴이 붉어지는 걸 숨길 수 없다.


“아, 아니. 그, 그러라는 게 아니라.”

“Come on- 그러지 말고, 솔직해지세요.”

“하아- 너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꼭 비슷한 나잇대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을 때가 있어. 지금처럼.”

“하하. 어른들 틈에서 커서 그런가 봐요.”

“어머니의 식당 말이지?”


내가 네 살 때부터 엄마의 식당에서 서빙을 도우며 손님들을 상대했다는 건 방송으로도 나갔다.


그때 인터뷰했던 손님들이 하필이면 하나같이 약간 껄렁한 사람들이었던지라, 사람들은 [‘저런 데 있었으면 자연스럽게 성숙해졌을 것 같다.’]란 식으로 반응했다.


실제론 다 좋은 사람들이고.

또 아닌 조용한 분들도 많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내게 좋은 일이었기에, 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하는 걸 즐겼다.


“만약 잘 되면 있지?”

“Yes Sir.”

“밥 한 끼 사마. 지오반니에서.”

“무르기 없기예요.”

“큭큭. 그래.”


월요일 오후.

우리는 지금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


▷ 2016.10.22. GAME SET

07 21 16 07 – 51 카후쿠

00 00 00 00 – 00 와이아나에


***


#. 2016년 10월 25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비디오 분석실


풋볼은 대단히 거칠고 또 남성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여기를 보면···.”

딸깍.


가장 어렵고 수준 높은 스포츠기도 했다.

우리가 자주 미팅하는 이유다.

그것도.

굉장히 자주.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우리는 주말 경기를 통하여 생긴 피로나 작은 부상 같은 것들을 다루는 훈련을 한다.


화요일엔 간단한 포지션 훈련을 진행하고.

수요일이 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이다.


학교 수업.

1차 미팅.

훈련.

2차 미팅.


학교 수업.

1차 미팅.

훈련.

2차 미팅.


매일 분석실이나 포지션별로 주어진 장소에서 수십 분이 넘도록 복기(復棋)와 팀 전수를 숙지하는 일을 했다.


오늘도 그랬다.

지금 막, 2차 미팅이 끝났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깡깡인 애들은 여전히 깡깡이다.


깡- 깡-

왜, 머리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애들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친구도 그랬다.


“젠장, 이거 너무 어려워.”

“맥스 프로텍트잖아. 기억 안 나?”

“아. 맥스 P가 그거였어?”

“그럼 뭔 거 같았는데?”

“새로운 거거나 뭐 그런 비슷한 건 줄 알았지.”

“세상에나, 프레드.”


소포모어 오펜시브 라인맨, 프레드 프레스콧(Fred Prescott)은 내년 자리가 간당간당하다.


본래 고등학교 풋볼팀 로스터 중 절반 정도가 매년 갈리는데, 얘는 훌륭한 몸뚱이를 가지고도 머리가 조금도 따라주지 않아서 퇴출이 될 위기에 처했다.


만약, 올해 우리 로스터가 50명이 아니라 작년처럼 60명이었다면 진즉에 잘렸을 거다.


그래서.

나는 더 안타까웠다.


6-4(193cm)

360(163kg).


티셔츠를 입으면 위로 말려 올라가 툭 튀어나오곤 하는 저 거대한 뱃속엔, 엄청난 힘의 원천인 근육이 숨어 있다.


오펜시브 라인맨 중에서도 가드(Guard)로 쓰기에 딱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건만, 프레드는 학교 내에서도 유명하디유명한 문제아다.


도통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점도 간신히 2.5를 채웠다.

그것도, 온갖 편법을 써서.


“프레드, 그러다 진짜 너 잘린다니까.”

“그러라지. 신경 안 써.”

“뭐?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왜? 어차피 다들 내가 잘릴 줄 알고 있잖아.”

“제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됐어. 난 집에나 갈래.”

“프레드. 프레드!”


이런 순간이면, 진짜 안타까움이 꿈틀댄다.

감독으로서의 본능이랄까.


스스로 공부하고 또 노력도 조금만 더한다면, 다른 것 없이 저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대학 장학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저것도 결국 저 녀석의 선택이겠지.

나중이 후회할지언정 말이다.


프레드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이! 있다가 체력단련실에서 볼 거지?”

“Yup! 그런데, 밥은?”

“도시락 싸 왔어. 넌?”

“슬슬 사러 가려고.”

“같이 가줄까?”

“진짜?”


친절하게도 함께 가주겠다고 말한 건 하먼이다.

얘도 최근 근육맨들에 합류했다.


THE MUSCLERS.


일주일에 세 번 체력단련실에 틀어박히는 우리를 우린 스스로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음식을 포장한 뒤.

대충 큰 돌에 앉아 하먼과 함께 밥을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적고, 조용해서 딱 좋았다.


“그거 알아?”

“뭐?”

“코치님들이 벌써 바쁘더라.”

“리쿠르팅?”

“응. 너 때문이야.”


고등학교의 리쿠르팅은 NCAA와는 매우 다르다.


전문적인 리크루터(Recruiter)를 둘 수 없어 코치들이 좋은 재목을 찾아 나서는데, 팀에서 자신이 맡은 포지션의 선수들을 리쿠르팅한다.


존 모스 코치님이라면 쿼터백.

공격 코디네이터는 O-라인.

수비 코디네이터는 D-라인.

이런 식이다.


그런데 50개 주(州) 모두가 대상이 되는 본토와는 달리, 하와이의 고등학교는 섬 안에서만 리쿠르팅이 이뤄진다.


아무도 본토에서 풋볼을 하러 오지 않으니까.

대학 레벨이나 가야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그래서 우린.

늘 재능에 목마르다.


게다가 부족한 인구에서 오는 한정적 재능을 나누기엔, 공립 학교인 우리는 사립 학교인 세인트루이스보다 불리했다.


거기 시설이 조금 더 좋거든.

지원도 더 많이 나오고.

또 사립이라 문제아의 비율도 낮다.


“솔직히, 난 네가 왜 세인트루이스로 안 갔나 싶어.”


아, 그거?

그냥 감독 때문인데?


세인트루이스의 감독 칼 리(Cal Lee)는 하와이 내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명장이라서, 내가 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 양반.

지인짜 꼰대라고 들었거든.

지금 여기에서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을 거다.


또 새로운 몸으로 풋볼을 처음 시작하기에, 카후쿠 정도의 환경이 딱 적합하다고 여겼다.


리쿠르팅도 굉장히 성실히 했고 말이다.

가족들도 이곳을 더 선호했다.


“모이? 듣고 있어?”

“응.”


멋대로 하려고 카후쿠에 왔단 말은 차마 할 수 없었기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충 둘러댈 말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 떠올랐다.


“그게 있잖아.”

“?”

“편한 길로만 가는 건 어쩐지 재미없을 것 같았어.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길도 싫고. 적당하면서도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할만한 곳이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


전생에서 뉴욕 제츠의 감독이었을 때.

난 FA들을 굳이 붙잡지 않았다.


당연히 주요한 선수들은 눌러 앉히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내가 키운 애들이 워낙 많아서 한정된 돈으로 그들을 모두 남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난 내가 키운 애들을 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걔들은 우릴 심각하게 위협했다.

때로는 슈퍼볼에서 눈물도 흘렸고.


하지만.

난 그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한 동기부여로 삼았다.


그때 내게 남은 건 풋볼뿐이라서 그랬겠지만,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결국 그런 도전들을 꺾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도전을 꺾었을 때의 희열.

그게 DNA에 각인되어 있나 보다.

감정적인 건 전혀 없다.


무엇보다.


“난 빨간 게 좋더라고.”

“하하. 그게 뭐야.”

“진짜라니까. 세인트루이스 유니폼 진짜 좆구려.”

“큭큭큭. 그렇긴 해.”


사실, 내가 말하고픈 건 이게 아니었다.

전생에서의 나는 풋볼뿐이었지만.

지금은 더 많은 게 있다.


그래서 풋볼이 전부가 아니라.

그냥 첫 번째로 놔둘 수 있다.

풋볼 뒤에 더 많은 걸 놓아둔 채로.


“하먼.”

“응?”

“플레이오프 결승전도 가볍게 짓밟아주자.”

“당연하지.”


지금의 난.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


▷ 2016.10.28. GAME SET

03 17 21 14 – 54 카후쿠

03 03 00 00 – 06 패링턴


***


[카후쿠, 오픈 디비전 진출 - HHSAA]


작가의말

에... 오늘 저녁에 연참 분량 올라갑니다

직전화 댓글을 보며 신경이 약간 쓰여서.


현실에서 위의 세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는 각각

63-0

38-0

44-8

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엔데 저런 차이가 날 정도로.

하와이쪽 OIA 디비전이 격차가 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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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NEW +17 16시간 전 4,362 272 19쪽
37 037. 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세요 +37 24.09.16 6,293 380 19쪽
36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30 24.09.15 7,428 365 18쪽
35 035. 그러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33 24.09.14 8,264 406 18쪽
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8,871 453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1 24.09.12 9,623 465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7 24.09.11 9,866 451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2 24.09.11 10,248 495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0,693 676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0,647 521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058 482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3 24.09.08 11,627 488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1,705 565 16쪽
»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1,986 470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2,472 556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2,732 576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2,656 612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2,623 494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3,250 485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3,457 534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3,751 476 16쪽
17 017. 그 기분, 누구보다 잘 안다면 믿어줄래? +28 24.09.01 14,060 480 17쪽
16 016.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22 24.08.31 14,377 48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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